소설리스트

귀환한 투신은 초보아빠-46화 (46/186)

46. 벨루가 호이

46. 벨루가 호이

#

강하온과 나래는 여수에서 제법 먼 바다까지 나왔다.

둘은 바다 한가운데 있었는데, 마치 땅에 있는 것처럼 서 있었다.

강하온이 물의 지배력을 사용해서 바닷물을 단단하게 응집시켜놓은 덕분이었다.

그리고 둘의 앞에는 흰 돌고래 벨루가 호이가 있었다.

“호이야, 괜찮아?”

나래는 쪼그려 앉아서 벨루가 호이를 보면서 말했다.

“끼욱!”

호이는 나래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는 강아지처럼 나래한테 머리를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게다가 이제는 기운도 넘치는지, 갑자기 물속에 들어갔다가 높이 점프를 하는 묘기까지 보여줬다.

“아빠! 호이가 괜찮데요! 하나도 안 아프데요!”

나래는 호이 공연을 볼 때 만해도 금방이라도 울 거 같았는데, 지금은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래가 걱정해주니까 아픈 게 싹 사라졌나 봐.”

“헤헤.”

강하온의 말에 나래는 기분이 좋은지 웃으면서 벨루가 호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지나치게 건강해진 호이를 봤다.

‘하긴 그 비싼 영약을 먹었는데 기운이 안 넘치면 이상하지, 아마 용의 기운이 솟고 있을 거야.’

그는 호이를 보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바깥으로 데리고 나와 직접 확인한 호이의 상태는 그가 겉으로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아마 며칠 내로 죽었겠지.’

강하온은 만약 오늘 자신과 나래를 만나지 않았다면, 호이가 죽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이왕 도와주는 거 제대로 돕기 위해서, 해룡이라 불리는 ‘씨 서펜트’의 내단을 먹였다.

무려 500년을 산 해룡의 내단이었다.

그걸 먹고 기운이 안 넘치면 이상한 거였다.

‘아오, 아까워!’

강하온은 호이를 노려봤다.

‘씨 서펜트’의 내단은 원래 나래한테 먹이려던 내단이었다.

하지만 내단의 기운이 너무 강해, 나중에 먹이려고 아껴두고 있었던 물건이었다.

“끼욱······.”

호이는 강하온의 눈빛을 느꼈는지, 앓는 소리를 내더니 나래의 옆으로 숨었다. 그러자 나래는 힘을 주고 강하온을 쳐다봤다.

“아빠! 호이가 무서워해요!”

“하하, 호이가 왜 그럴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단다, 해치지 않을게.”

강하온은 곧바로 웃으면서 호이를 보며 말했다.

“끼욱!”

“호이야, 간지러워.”

호이는 그제야 다시 웃으면서 나래한테 머리를 비볐다.

‘저 영악한 놈······.’

강하온은 그런 호이를 보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지금 보니까 그렇게 아깝지도 않네.”

그는 호이 때문에 환하게 웃은 나래를 미소를 보면서, 호이가 영약 값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다.

강하온에게 진귀한 영약보다 나래의 웃음이 훨씬 더 가치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이제는 영물이라 불러도 되겠네.”

벨루가 호이의 외형은 수족관에서와 달라져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덩치였는데, 원래 몸길이보다 1m 정도가 길어졌다.

거기에 몸 곳곳에는 비늘이 돋아나 있었고, 꼬리지느러미는 비단처럼 길게 변해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만 이 정도이지, 실제 지능이나 힘은 이제 흰 돌고래라고 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아직 흡수하지 못한 내단의 힘이 점점 흡수되면 점점 더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바다 생물이라 그런지 궁합이 잘 맞았나 보네.”

간혹 있었다.

내단과 궁합이 잘 맞아서, 내단의 주인이었던 생물의 힘 일부를 가지고 오는 경우가.

호이 같은 경우는 그게 진화하는 방향으로 온 것이었다.

“아빠! 호이랑 놀아도 돼요?”

“대신 근처에서 놀아야 한다.”

원래였다면 아직 여수 끝나지 않은 여수 일정을 보내야 했지만, 강하온은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나래와 호이를 보고 거절할 수 없었다.

“네!”

“끼욱!”

나래와 호이는 허락이 떨어지자, 웃으면서 큰 소리로 대답했다.

호이는 곧바로 나래를 등에 태우고는 천천히 강하온의 주위를 돌면서 돌아다녔다.

“이것도 나쁘지 않네.”

강하온은 즐겁게 노는 나래를 보자, 그냥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뭐, 어차피 밤하늘만 보면 되지.”

아직 가보지 못한 추억의 장소가 많기는 했지만, 그건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종종 찾아와도 됐다.

그리고 애초 목적이었던 여수 밤바다를 보기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 있었었다.

“꺄르르르.”

“끼욱.”

“이왕 기다릴 거, 제대로 쉬자.”

강하온은 나래와 호이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앉을 의자와 가림막을 꺼내서 자리 잡았다.

#

나래와 호이, 둘은 지치지도 않는지 쉬지 않고 놀았다.

강하온은 그런 둘을 지켜보다, 지는 해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가야겠네.”

이제는 둘이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나래야, 이제 가자.”

“······.”

“······.”

강하온의 말에 재밌게 놀던 둘은 청천병력의 소식이라도 들은 것처럼 굳어버렸다.

“······아빠, 호이도 우리 집에 같이 가면 안 돼요?”

“후······, 이번에는 안돼.”

흔들리는 눈으로 말하는 나래의 모습에 강하온은 마음이 아프기는 했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소······.”

나래는 이번에도 소원이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소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입을 꾹 닫았다.

나래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고, 강하온은 그런 나래를 품에 안고는 차분하게 호이를 데려갈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나래야, 집으로 호이를 데려가면 다시 수족관에 있을 때처럼 호이가 아플 거야.”

강하온의 말을 들은 나래의 눈동자는 거세게 흔들렸다.

“나래는 호이가 다시 아파도 괜찮아?”

“아니요!”

나래는 호이가 다시 아플 수도 있다는 말에 놀랐는지 큰 소리도 대답했다.

“그치? 그러니까 호이는 집에 같이 갈 수 없어.”

“네······.”

나래는 데려가자고 고집을 부리지는 않았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때였다, 옆에서 같이 시무룩해 있던 호이가 갑자기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호이야!”

“끼욱!”

나래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엄청난 속도로 바다 밑으로 들어가던 호이는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지느러미를 팔처럼 내밀었다.

“잠깐 기다려?”

“끼욱!”

나래의 말에 호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호이가 바닷속으로 들어간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아빠, 호이가 왜 안 와요?”

나래는 호이가 아무런 소식이 없자, 불안한 눈으로 강하온을 보면서 물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강하온은 갑작스러운 물음에 당황했다, 그 역시 호이가 왜 바닷속으로 들어갔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도망갔나 봐’ 이런 대답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나래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질 게 분명했다.

“으음, 나래한테 선물을 주고 싶은 게 있어서 가지러 간 거 같은데?”

강하온은 일단 나래가 슬퍼하지 않게 대답했다.

“선물이요?”

다행히 대답이 나쁘지 않았는지, 나래는 궁금해했다.

“응, 호이가 나래랑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선물을 주려는 거 같아.”

“나래도 줄래요! 아빠, 보물상자요!”

“보물상자? 빨리 집에 갔다 오자.”

강하온은 곧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해서 집으로 이동했다.

“나래, 빨리 선물 가져와.”

“네!”

나래는 보물상자가 있는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강하온은 기다리면서 생각했다.

‘그나저나 진짜 도망간 건 아니겠지?’

생각했던 그는 고갤 저었다, 긴 시간 호이를 본 것은 아니지만, 강하온은 적어도 호이가 그런 배은망덕 한 돌고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빨이나 하나 뽑아 놓을 걸 그랬나?’

강하온은 호이가 들었으면 기겁할만한 일을 생각하며, 조금 후회했다.

‘혹시라도 진짜 도망간 게 맞으면, 우리가 사라져서 갔다고 해야지.’

강하온은 적당한 핑곗거리를 찾았다.

“아빠! 빨리 가요!”

그때, 방에서 나래가 손에 뭔가를 들고 뛰어나왔다.

“알았어, 가자.”

강하온은 다시 바다 한가운데로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아빠! 호이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강하온과 나래가 있던 곳 주위를 뱅뱅 돌고 있는 벨루가 호이를 볼 수 있었다.

‘진짜 선물을 가지러 간 거였구나.’

호이는 입에 반짝이는 물건을 물고 있었다.

“끼욱!”

호이는 강하온과 나래를 발견했는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호이야, 그거 나래 선물이야?”

“끼욱, 끼욱!”

호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에 있는 반짝이는 물건은 나래한테 건넸다.

동전 크기 정도의 영롱한 무지갯빛을 내는 특이한 진주였다.

‘오호? 지구에도 마력 보석이 있었나?’

강하온은 진주를 보고는 제법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력 보석.

간혹 자연적으로 마력이 담기는 보석들이 있는데, 이러한 보석을 아티펙트를 사용하는데 아주 중요한 재료가 된다.

‘최상급 보석이네.’

게다가 무지갯빛 진주에 담긴 마력의 양은 상당했다.

“너무 예쁘다! 호이야, 고마워.”

나래는 진주를 보고는 좋아하며 호이를 안아줬다.

“끼욱! 끼욱!”

“꺄르르, 호이야 차가워.”

호이는 시무룩했던 나래가 기분이 좋아진 모습에, 숨구멍으로 물을 뿜어내며 기뻐했다.

“호이야, 나래도 호이 선물 준비했어.”

나래는 곧바로 집에서 가져온 선물을 호이한테 건넸다.

나래가 매일 자기 전에 하는 분홍색 헤어밴드였다.

한빛나가 사준 선물로 나래한테는 중요한 보물이었다.

“끼욱! 끼욱······.”

호이는 나래의 선물을 보고 기뻐했지만, 이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선물을 받아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래도 호이의 생각을 읽었는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난 듯 눈을 크게 떴다.

“아빠.”

“끼욱.”

둘은 강하온을 쳐다봤다.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봐.”

강하온은 똑같이 생각하며 행동하는 둘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나래한테 헤어밴드를 건네 받았다.

“강화에 보존 정도면 되려나? 혹시 모르니까 추적에 파손 알람도 걸어놔야겠네.”

강하온은 곧바로 헤어밴드에 각종 마법을 걸었다.

그렇게 나래의 헤어밴드는 질기고 튼튼한 아티펙트로 변했다.

“호이, 꼬리 좀 이쪽으로 올려봐.”

“끼욱!”

호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꼬리를 강하온의 앞으로 내밀었다.

“이제 됐지?”

강하온은 꼬리 안쪽으로 해서 나래의 헤어밴드를 넣어줬다.

덩치가 커져서 그런지 꼬리 몸통에 딱 맞았다.

“아빠! 최고!”

“끼욱!”

그제야 둘은 웃으면서 강하온을 봤다.

“둘 다 이제 인사해야지.”

“네······.”

“끼욱······.”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뻐하던 둘은, 이제 진짜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시무룩해졌다.

“호이야, 다시 아프면 안 돼. 알았지?”

“끼욱, 끼욱!”

나래는 그래도 울지 않았다, 강하온이 말을 잘 들으면 상으로 호이를 다시 만나게 해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참, 비늘을 받아놔야지.”

강하온은 나중에 호이를 찾기 위해서는 신체 일부가 필요하다는 게 생각났다.

그는 둘의 작별인사에 끼어 들었다.

“호이야, 비늘 하나만 줘 볼래?”

“······끼, 끼욱?”

호이는 강하온의 갑작스러운 말에 눈동자가 흔들렸다.

겁에 질린 호이는 곧바로 나래한테 도움을 요청하듯 시선을 돌렸다.

“······.”

하지만 나래는 고개를 돌리며 호이의 시선을 회피했다.

나래는 다시 호이를 만나려면 비늘이 필요하다고 미리 들었기 때문이다.

“호이야, 비늘이 있어야 나래랑 다시 찾아올 수 있어. 이빨을 뽑을 수는 없잖니.”

“······.”

호이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곧바로 꼬리를 내밀었다.

“그래, 안 아프게 뽑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끼, 끼욱!”

잠시 후, 바다 한가운데서는 호이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렇게 호이와 나래의 작별인사는 끝이 났다.

#

강하온과 나래는 여수의 포차 거리로 왔다.

나래가 보여줬던 사진 속 위치였다.

여수 밤바다의 야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나래야, 이제 5분 남았네.”

이제 5분만 있으면 돌산 대교의 불빛이 들어오고, 나래가 보고 싶어 한 여수 밤바다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마침, 날도 좋아서 제대로 된 여수 밤바다를 볼 수 있었다.

“헤헤, 1초, 2초······.”

나래는 기대가 되는지, 강하온의 시계를 보면서 1초 씩 시간을 세기 시작했다.

쿠르릉-!

그렇게 1분 정도가 남았을 때, 맑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빠, 저기 하나도 한 보여요······.”

그리고 나래는 야경의 포인트가 되는 다리를 제대로 가린 것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나래가 가리킨 곳에는 거대한 게이트와 그 안에서 나오는 거대한 뱀 대가리가 보였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