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나래의 소원
45. 나래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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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을 먹었다고는 하지만, 밥은 별개의 문제였다.
여수에 도착한 강하온은 나래와 밥부터 먹기로 했다.
마침, 딱 점심을 먹을 시간이기도 했다.
“나래야, 밥부터 먹으러 갈까?”
“네! 나래, 배고파요.”
나래는 간식을 먹었음에도 배에 양손을 가져다 데면서 말했다.
그 모습에 강하온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한창 성장할 시기에는 많은 먹은 것이 좋았으니까.
“나래가 배고프면 안 되지, 빨리 가야겠다. 뿅 해서 갈까?”
“네! 뿅!”
강하온은 텔레포트를 사용해서 한빛나와 갔었던 음식점으로 이동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여수 아쿠아 플라넷 근처에 있는 ‘포르시따’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당시에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손님은 많지 않았지만, 한빛나가 찾은 맛집이었다.
“이젠 소문이 났나 보네.”
강하온은 이제는 손님으로 가득한 가게를 보고,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것을 느꼈다.
“하긴 소문이 안 나는 게 이상하지.”
강하온이 생각해도, ‘포르시따’의 음식은 상당한 수준이었었다.
“나래야, 여기 어딘지 알아?”
그는 나라한테 한빛나와의 추억을 음식점에 대한 추억을 말해주려고 물었다.
“응? 알아?”
“네!”
하지만 나래는 그의 예상과 달리 고갤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이해했다.
‘하긴, 빛나가 여수를 왔는데 여기를 안 왔을 리가 없지.’
지금 이곳은 파스타 덕후 한빛나가 최애, 아니 상당히 애정 하는 파스타 가게였다.
물론, 최애는 강하온이 만든 파스타였다.
‘세 살 때 일을 기억하다니!’
그리고 강하온은 나래의 기억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안녕하세요, 포르시따입니다. 자리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다행히 이제 막 점심시간이 시작해서 그런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통삼겹 크림 파스타 하나랑 카프레제 샐러드, 고르곤졸라 피자로 주세요, 그리고 아이가 먹을 거라서 간도 조금 약하게 해주시고, 향신료는 전부 빼주세요.”
강하온은 새로운 메뉴도 많이 생겼지만, 구관이 명관이라고 새로운 시도보다는 한빛나와 항상 먹던 메뉴로 시켰다.
‘빛나도 그랬겠지.’
강하온은 한빛나가 나래와 여기 왔을 때도 같은 메뉴를 시켰을 거로 생각했다.
“주문한 음식 나왔습니다, 말씀해주신 대로 향신료는 빼고 간은 약하게 해드렸습니다.”
잠시 후, 음식이 나왔다.
‘직원 교육은 여전하신가 보네.’
강하온은 직원을 보면서 옛 생각이 났다.
이곳의 사장은 서울의 유명 호텔인 신화 호텔의 주방장 출신이었는데, 직원의 태도에 상당히 신경 쓰는 사람이었다.
‘음식을 파는 데 있어서 음식의 맛과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당연한거라고 했지.’
그래서 그런지 웬만한 고급 음식점보다 직원들의 태도가 좋았다.
“나래야, 먹어 볼까?”
“네!”
나래는 빨리 먹고 싶은지, 음식을 보고는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잠깐만.”
강하온은 비싸게 주고 산 카메라를 꺼내서 음식과 나래가 같이 나오게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한빛나가 돌아오면 보여줄 추억이었다.
“이제 먹자.”
강하온은 나래가 먹기 좋게 음식을 덜어주고, 뒤늦게서야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강하온은 샐러드부터 맛봤다.
“산뜻하고 좋네, 재료의 맛을 잘살렸어”
샐러드는 직접 만든 발사믹 드레싱만 간단하게 올라갔는데, 상큼한 맛은 거들기만 할 뿐, 어린잎과 토마토, 생 모짜렐라 치즈의 본연의 맛을 잘 살렸다.
다음은 통삼겹 크림 파스타였다.
“아직도 두부를 쓰시는구나.”
이곳은 특이하게 크림에 순두부를 곱게 갈아서 넣었는데, 그 때문에 크림 자체가 다른 곳보다 훨씬 고소했다.
“고기도 살살 녹네.”
파스타에 통삼겹 같은 경우는 수비드로 익힌 다음에 한 번 기름에 튀긴 거라서 겉은 바삭하면서도 안은 부드러웠다.
수비드를 해서 그런지, 담백해서 크림이랑도 잘 어울렸다.
“피자는 화덕으로 바꾸셨네.”
게다가 피자는 강하온이 먹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오븐이 아닌, 화덕 피자로 바뀌어 있었다.
도우가 쫄깃한 게 예전보다 더 맛있었다.
“역시 맛있네.”
오랜만에 추억의 음식을 먹어 본 강하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판게아에서 각종 진귀한 음식을 먹어 본 그의 미각에도 인정할 만한 맛이었다.
“잘 먹네.”
나래도 맛있는지, 쉬지 않고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하온은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나래야, 아빠가 해준 거랑 지금 먹는 거랑 어떤 게 더 맛있어?”
“아빠!”
나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이는 거짓이 아니었다.
지금 먹는 파스타도 수준급 음식이기는 했지만, 강하온의 음식 솜씨는 시스템도 인정할 정도였다.
‘투신의 요리’는 EX급 판정을 받았으니 말이다.
“그러면 엄마가 해준 거랑은?”
강하온이 진짜 궁금한 것은 이거였다.
“아빠, 나래 우유 먹고 싶어요!”
나래는 눈을 피하면서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에 승리감을 느꼈다.
“우유? 알았어.”
강하온는 나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곧바로 우유를 시켰다.
그리고 이 사실을 한빛나한테도 알려주기 위해서 자기 전에 일기에 적겠다고 생각했다.
“나래, 잘 먹었어?”
“헤헤, 배불러요.”
나래는 기분이 좋은지, 작은 배를 쓰다듬으면서 대답했다.
강하온은 그 모습에 이곳으로 데려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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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끝내고 강하온이 향한 곳은 아쿠아플라넷이었다.
한빛나와 여수를 온 곳은 총 세 번이었는데, 일종의 여행 코스였다.
특히 동물을 좋아하는 한빛나가 정한 코스였다.
“물고기!”
나래는 한빛나와 이곳도 와본 기억이 있는지, 아쿠아플라넷 입구만 보고 말했다.
“빨리 물고기 보러 갈까?”
“네! 물고기랑 벨루가도 있어요!”
나래 역시 한빛나를 닮아서 동물을 좋아했다.
“나래, 벨루가도 알아?”
“네! 흰고래! 엄마가 말해줬어요!”
강하온은 좋아하는 나래와 함께 아쿠아플라넷으로 들어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우와! 아빠, 저기 물고기! 엄청 커요!”
나래는 들어가자마자, 바닷속 같은 조명으로 꾸며진 통로에서 보이는 물고기들을 보며 좋아했다.
“아빠, 아빠!”
그때, 나래가 하고 싶은 게 생겼는지 강하온의 옷을 잡았다.
“나래, 뭐 하고 싶어?”
“저기! 아가 물고기 하고 싶어요!”
나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아이가 몰려 있었는데, 낮은 수조 안에 있는 작은 물고기들한테 먹이를 주는 곳이었다.
“나래, 위에서 이렇게 뿌려주면 돼.”
“아가 물고기야, 많이 먹어.”
나래는 강하온이 보여준 시범대로 잘 따라서 물고기한테 먹이를 줬다.
“으아앙! 물고기가 밥 안 먹어!”
“물고기가 다 도망가요······.”
그때였다, 주위에 물고기한테 먹이를 주고 있던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다.
“어머, 물고기들이 왜 저러지.”
“다 저쪽으로 몰리고 있는데?”
갑자기 물고기가 나래가 있는 쪽으로 전부 몰렸기 때문이다.
강하온은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엘라임의 축복 때문이구나.’
물의 정령왕이 내려준 축복이었다.
물에 대한 친화력이 극도로 올라라고, 그로 인해서 물에 사는 생물들과의 친화력도 높아졌다.
“나래야, 이제 펭귄 보러 갈까?”
강하온은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굳이 볼 것도 많은데 이런 일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으로 여행을 나래와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네! 펭구!”
다행히 나래는 펭귄을 더 보고 싶었는지, 손에 든 먹이를 한 번에 주고는 강하온에게 안겼다.
“어? 이제 괜찮은데?”
“저 먹이가 유독 맛있었나 봐.”
“진호야, 그만 울고 물고기 밥 줘봐.”
나래가 작은 수조에서 떨어지자, 그제야 물고기들은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빠, 물고기가 엄청 많아요!”
그 뒤로도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들은 나래가 가까이 다가가면 물고기들이 몰려왔다.
그래도 먹이를 줄 때랑은 다르게, 거대한 유리로 막혀 있어서 수족관에 있는 모든 물고기가 몰려오는 일은 안 생기지 않아서 편하게 내부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펭구다!”
나래가 좋아하는 펭귄도 구경하고, 그 외에도 마술이나 해양생물 박물관, 기념품 가게 같은 볼거리가 아주 많았다.
“나래야, 이제 벨루가 보러 갈 시간이네?”
그렇게 아쿠아플라넷 내부를 전부 돌았고, 어느새 흰 돌고래 공연을 하는 시간이 됐다.
“벨루가!”
귀엽게 생긴 가오리를 보고 있던 나래는 눈을 번쩍 떴다.
흰 돌고래 벨루가는 아쿠아플라넷에서 나래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었다.
“빨리 가보자.”
“네!”
흰 돌고래 벨루가는 워낙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마술 공연 때와는 다르게 엄청난 수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잠시 후, 관객석에 사람들이 가득 차고, 사육사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나래야, 이제 시작하나 봐.”
“······.”
강하온은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옆을 봤다.
그리고 이미 입술을 모아서 내밀고 집중해서 무대를 보는 나래를 보고 웃었다.
조련사는 무대를 관객석을 한 번 둘러보고는 공연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벨루가 호이를 부를 건데, 어린이 친구들이 호이를 불러볼까요?”
“호이야!”
조련사의 말에 어린아이는 전부 벨루가의 이름을 외쳤다.
그중에는 나래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시 한번 불러볼까요?”
“호이야!”
아이들의 외침에 수조 한쪽에 연결된 문이 열리면서 흰 돌고래 벨루가 호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이야! 안녕!”
“어머, 너무 귀엽네.”
“꼭 만화 캐릭터처럼 생겼다, 그치?”
벨루가의 등장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관객석에 있는 모든 사람은 좋아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으음, 저 돌고래······ 곧 죽을 수도 있겠어.’
바로 강하온이었다.
그는 엘라임의 축복 때문에 벨루가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벨루가 호이한테서 느껴지는 힘도 너무 미약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때문인가?’
강하온은 스쳐 지나가면서 봤던 기사가 떠올랐다.
지능이 높은 동물은 동물원에 있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라고 했다.
그런데 흰 돌고래 벨루가는 어린아이의 수준을 가졌을 정도로 동물치고는 지능이 높았다.
게다가 넓은 바다를 무대로 움직이는 개체였기 때문에, 아무리 넓은 수족관에 있다고 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무엇보다 돌고래는 초음파를 사용했는데, 수족관에서는 그 초음파가 멀리 퍼지지 못해서 자신의 귀에 계속 들린다고 했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쌓여서 극심한 자폐 증상에 원래 수명에 반도 채우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수족관이 벨루가의 무덤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던 기사였다.
그리고 벨루가의 등장에 웃지 못하는 사람은 강하온 혼자가 아니었다.
“호이가 아파요······.”
나래는 벨루가가 등장하고부터,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처럼 눈이 그렁그렁했다.
나래 역시 강하온과 마찬가지로 엘라임의 축복을 받았다.
강하온처럼 벨루가의 상태를 정확히는 파악하지 못해도, 지금 힘들다는 힘들고 괴로워한다는 것은 전부 느끼고 있었다.
“아빠······, 호이 도와줄 수 있어요?”
“아니.”
강하온은 마음은 아프지만, 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강하온은 그 이유를 설명해줬다.
“호이를 도와주려면 바다로 돌려 보내 줘야 하는데, 호이는 수족관 거라서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벨루가는 수족관의 소유였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서 강하온과 나래가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것은 없었다.
그런데 단순히 그 동물이 안타깝다는 이유로 돕는다면, 전 세계에서 모든 동물을 해방해줘야 했다.
그는 나래가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주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줄 생각이었지만, 이런 일은 아니었다.
단순히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것을 자꾸 해결해주다 보면, 결국 나래가 망나니처럼 변할 수도 있었다.
그건 좋은 아빠로서 올바른 육아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어.’
강하온은 마음이 찢어질 거 같았지만 단호하게 마음을 먹었다.
“······아빠, 나래 소원 있어요.”
“······소원?”
나래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고, 강하온은 멈칫했다.
“저번에 달리기 시합 이겨서 아빠가 나래 소원 들어준다고 했어요.”
“······호이 도와줄까?”
“네!”
강하온의 단호한 마음이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도 소원은 어쩔 수 없었다, 나래와 한 약속이었으니까.
“헤헤, 아빠 최고!”
그제야 나래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났다.
‘후······, 수족관 측에는 보상이라도 줘야겠네.’
강하온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나래가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것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몇 시간 뒤, 아쿠아플라넷에는 벨루가 호이가 사라졌고, 호이가 있던 자리에서는 100억 상당의 금괴가 남아 있었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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