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나래와 첫 여행
44. 나래와 첫 여행
한국은 아침부터 떠들썩했다.
바로 정만식에 대한 비리 게이트 때문이었다.
그간 국민의 정보를 외국에 팔아먹는 것은 물론이고,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실 마저 세세하게 전부 밝혀졌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새끼, 어쩐지 생긴 거부터 마음에 안 들었음.
-그러니까, 새끼가 생긴 게 꼭 도적질하는 산적 같이 생겼잖아.
-세금이 아깝다.
-전부 최고 형량으로 때려! 증거도 확실하니까!
-정·재계야 그런 줄 알았는데, 협회도 썩어 있었네. 그나마 협회장님은 깨끗해서 다행이다.
그리고 정만식뿐만 아니라, 정만식에게 로비한 정·재계 인사들의 리스트까지 공개되면서 국민은 분노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정만식에 관한 얘기로 가득했다.
-협회 앞에 있던 정만식 봤음?
-ㅇㅇ 출근하다 깜놀했다, 갑자기 옷 다벗고 있는 덩치가 하나 있어서. 그런데 작은 신문지 쪼가리 하나로 가려지는 거 보니까 덩치가 전부는 아닌 듯.
-ㅇㅈ! 원래 작은 고추가 큰 법이야.
-ㅁㅊ! 그러면 사진 짤 합성이 아니고 실화였네.
협회 앞에서 발가벗은 채로 발견된 정만식 때문이었다.
-뭔가 다크 히어로느낌 아님? 난 악당만 처벌한다.
-ㅇㅈ, 아는 형이 기자라서 들었는데 전 언론사에 정만식 비리 자료랑 증거까지 누가 몰래 갖다 놓고 갔다 들었음.
-소문으로는 정만식 각성 능력까지 없앴다는데?
-다른 쓰레기들도 전부 정리해줬으면 좋겠다.
이러한 상황에 놀란 사람도 많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새로운 영웅이 등장했다고 열광했다.
한국보다 일본의 상황은 더했다.
일본에서 호타 요쿠바의 위상은 한국의 정만식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호타 요쿠바는 헌터들의 아버지라 불렸으면, 신으로 추앙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호타 요쿠바가 그동안 저지른 끔찍한 범죄는 물론, 각종 비리에 관련된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거 전부 구라지?
-맞아, 우리 요쿠바님이 그럴 리가 없잖아.
-일본의 자랑이자 기둥인 요쿠바님을 음해하려는 거짓 기사다!
-당장 이 망할 기사를 내려라!
일본 국민들은 처음에 호토 요쿠바의 비리 기사를 믿지 않았다.
헌터 시대가 시작된 지 불과 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만큼 호투 요쿠바가 메이킹한 이미지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이 단번에 달라지는 일이 있었다.
“제 아버지인 호토 요쿠바는 금일 새벽에 집무실에서 자살하셨으며,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유서에 남기고 가셨습니다.”
바로 호토 길드의 부길드장이라, 호토 요쿠바의 아들인 김복남의 공식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복남은 일을 확실히 처리하기 위해서, 자신이 준비했던 호토 요쿠바의 비리까지 전부 까발렸다.
-개 같은 새끼!
-자살이라니! 너무 편하게 죽였어! 끓는 기름에 넣어버렸어야지!
믿었던 만큼, 일본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컸다.
그리고 그 배신감은 분노로 바뀌었다.
“저희 호토 길드는, 호토 요쿠바가 저지른 일에 대한 사죄로 길드 자금의 90%를 전부 사회 복지를 위해 사용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일본 국민의 안전과 헌터 수준의 정진을 위해서 앞장서겠습니다.”
하지만 김복남이 나서면서 분노는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민심을 사면서, 단번에 길드장 자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 와중에도 김복남은 강하온에게 받은 팔찌는 항상 팔에 차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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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몽롱한 느낌에 눈을 떴다.
그는 습관적으로 옆으로 고개를 돌려 나래를 확인했다.
“어? 나래······.”
그리고 나래가 없다는 사실에 놀랐던 강하온은 평소와 달리 금방 진정했다.
“꿈이구나.”
지금 이 상황이 꿈이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이네.”
강하온이 꿈을 꾸는 것은 정확히 9년 만이었다.
그의 정신이 인간을 초월한 순간 이후, 육신에 큰 무리가 가지 않으면 꿈을 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그가 마지막으로 꿈을 꾼 것은 진심으로 싸웠던 마신룡과의 전투가 마지막이었다.
“빨리 일어나야겠어.”
강하온은 꿈을 꾸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판게아에서 그의 꿈은 대부분이 한빛나에 대한 꿈이었지만, 전부 만날 수 없는 것을 암시하는 악몽이었기 때문이다.
꿈에서 깨어나려던 그는 멈칫했다.
“강하온! 너 자꾸 안 일어나고 자고 있을래!”
문밖에서 자신을 보며 언성을 높이는 한빛나가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혹시라도 잊지 않을까 하루도 빠짐없이 기억했던 한빛나의 모습 그대로였다.
“빨리 밥 먹고, 오늘 체육 대회 가야지!”
“아빠! 빨리 밥 먹고 체육 대회 가야 해요!”
그때, 갑자기 나래까지 나타나서 강하온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아, 알았어.”
강하온은 한빛나를 봤다는 감격을 느낄 새도 없이, 얼떨결에 일어나서 식탁으로 갔다.
“짜잔! 오늘은 자기가 좋아하는 된장찌개랑 소 불고기를 했지.”
“짜잔! 아빠 좋아!”
조금 혼란스러웠던 것도 잠시, 강하온은 사랑스러운 아내와 딸을 보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 모든 게 꿈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너무 행복했다.
“얼른 먹어봐, 오늘은 맛있을걸? 자기도 알지, 백 선생님? 내가 그 분 레시피 보고 만든거야.”
“알았어.”
잔뜩 기대하는 한빛나를 본 강하온은 수저를 안 들수 없었다.
“······.”
그는 곧바로 된장찌개 국물을 먹으려고 하다 멈칫했다.
“너······, 맛없을까 봐 그러지? 이번에는 진짜 맛있게 만들었다니까?”
한빛나는 그런 강하온을 보고는 서운함과 억울함을 담아서 말했다.
“그런 거 아니야.”
강하온은 그런 한빛나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뭔데?”
“다음에······, 네가 진짜로 해준 음식으로 먹으려고.”
“······알았어, 꼭 약속이야!”
한빛나는 살짝 멈칫했다가, 웃으면서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아빠, 엄마, 약속!”
“그래, 약속!”
강하온은 한빛나와 나래와 약속을 했고, 그렇게 꿈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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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떠들썩할 때, 정작 이 일의 발단이 됐던 강하온은 일상은 별다를 게 없었다.
나래보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준비했고, 나래와 맛있는 아침 식사를 끝냈다.
“나래야, 하고 싶은 거 있어?”
“우웅······.”
나래는 하고 싶은 게 많은지, 집중하느라 입술을 모으고 고민했다. 강하온은 그런 귀여운 나래의 모습에 행복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하지만 꿈속에서 봤던 한빛나 생각에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다.
분명 꿈속에서는 셋이었지만, 지금은 둘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한빛나는 편지에 기다리고 있으면 돌아온다고 했지만, 강하온은 그때까지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 열리는 지하 경매장에서 어떻게든 빛의 교단의 꼬리를 잡아서라도 빨리 한빛나를 찾으러 가겠다고 다짐하며 힘을 냈다.
“어!”
그때였다, 나래는 하고 싶은 것이 생겼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래, 하고 싶은 거 생겼어?”
“네!”
나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은 방으로 뛰어갔다.
그리고는 애지중지 챙기는 자신의 꽃무늬 보물 상자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는 강하온을 쓸쩍 한 번 보고는 돌아서서 상자를 뒤적거렸다.
‘으음, 대체 저 상자 안에는 뭐가 들었을까?’
강하온은 그런 나래를 보며 궁금해했다.
“아빠! 여기!”
나래는 상자 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왔다.
사진에는 한빛나와 나래가 반짝이는 다리와 밤바다를 배경으로 찍혀 있었다.
그리고 유독 날이 맑았는지, 밤 하늘에는 별빛으로 가득했다.
“여수 밤바다네?”
강하온은 사진의 장소가 어딘지 단번에 알아봤다. 그리고 그 장소까지도.
잊을 수가 없었다.
한빛나와 처음으로 여행을 갔던 곳이었으니까.
“나래, 여기 가고 싶어?”
“네!”
“그럴까?”
강하온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나래한테 엄마와 아빠의 추억이 담긴 장소를 보여주는 것을.
“가고 싶어요!”
“그러면 빨리 갈 준비를 해볼까? 나래, 얼른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오자.”
“네!”
신나서 방으로 뛰어가는 나래를 보고, 강하온은 스마트 폰을 꺼내서 기차표를 예매했다.
“이왕 가는 거 제대로 추억이나 살려봐야지.”
강하온은 텔레포트로 간단하게 갈 수도 있었지만, 나래와 제대로 된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다행이네.”
그는 제일 빠른 시간으로 딱 2자리가 남은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표를 예매했다.
“아빠, 나래 예뻐요?”
잠시 후, 나래는 옷을 갈아입고 와서 강하온한테 물었다.
“······.”
하얀 원피스, 거기에 챙이 넓은 밀짚모자까지.
공교롭게도 한빛나가 여수를 갈 때 입었던 옷이랑 비슷한 옷이었다.
“아빠, 나래 안 예뻐요?”
강하온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나래는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아니! 너무 예쁜데? 예전에 엄마도 아빠랑 바다에 갔을 때 나래같은 옷 입었거든, 우리 나래 엄마랑 똑 닮았네.”
“헤헤.”
나래는 기분이 좋은지 배시시 웃었다.
나래는 엄마인 한빛나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기에, 한빛나를 닮았다는 말은 아주 좋은 말이었다.
“그럼 기차 타러 가자.”
“칙칙폭폭!”
나래는 기차를 탄다는 말에 신났는지, 기차 소리를 내면서 강하온의 주위를 돌았다.
“칙칙폭폭 타러 가자.”
강하온은 그런 나래를 품에 안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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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는 천재가 틀림없어.’
서울역으로 오는 길, 강하온은 나래가 천재라는 것을 더욱 확신했다. 세 살에 한빛나와 있던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칙칙폭폭!”
나래는 한빛나와의 기차를 타러 왔던 기억이 좋았는지, 잔뜩 기분이 좋아져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서울역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시선이 집중됐다.
물론, 강하온 때문은 아니었다.
강하온의 얼굴이 전 세계에 알려지기는 했지만, 인식 장애 마법을 걸어놨기 때문에 나래를 제외하고는 강하온의 얼굴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다.
만약 인식할 수 있다면 강하온보다 강하거나 마법의 법칙을 벗어나는 특수한 힘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그 말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인데, 강하온은 이곳이 공공장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래야,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조용히 해야지.”
“네, 칙칙폭폭.”
강하온의 말에 나래는 곧바로 조용히 소곤거렸다.
하지만 강하온은 자신들한테 시선이 집중된 게 시끄러워서 그런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어머머, 무슨 애가 저렇게 예뻐?”
“순간 포카리 광고인 줄······, 왜 뒤에 배경이 보이는 거 같냐?”
“아역 모델인가? 아우라가 다르네.”
“기차 탄다고 신난 것 좀 봐, 어떡해······너무 귀여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나래의 미모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람은 점점 더 모이고 있었다.
번쩍-!
그때, 서울역 안에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나타났고,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빛에 눈을 감았다.
“깜짝이야, 뭐야?”
“어? 그 애가 사라졌다.”
“뭐지? 진짜 천사였던 거 아니야?”
그리고 사람들이 눈을 떴을 때, 나래가 사라진 것을 보고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첫 여행인데 방해 받을 수는 없지.’
강하온은 다른 사람들이 나래를 보고 칭찬해주는 것이 좋기는 했지만, 나래와 가는 첫 여행은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래한테도 인식 장애 마법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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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탄 강하온은 남들이 다 하는 것처럼 나래와 계란과 사이다도 먹고, 잠깐 정차하는 역에 내려서 국수 같은 간식을 사먹기도 했다.
그 와중에 기차를 놓쳐서 텔레포트를 사용해서 돌아오는 일 도 있었다.
‘기차 타고 오기를 잘했네.’
만약 텔레포트를 사용해서 여수를 갔으면 쌓지 못했을 나래와의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중에 한빛나에게 보여줄 일기에 붙이기 위한 사진도 많이 찍었다.
“나래야, 이제 내리자.”
“도착했어요!”
그렇게 강하온과 나래는 점심 정도에 여수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빠! 사람이 대따 많아요.”
“그러니까, 사람이 엄청 많다.”
주말이고, 날씨도 화창해서 그런지 여수역에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아빠, 이제 바다 보러 가요?”
“바다는 아직? 이따가 밤에 되면 보고, 지금은 엄마랑 아빠랑 갔던 곳을 가볼까?”
“좋아요!”
강하온은 나래를 데리고 여수역을 나왔다.
“······.”
역을 나온 강하온은 잠시 하늘을 보고 멈칫했다, 뭔가 이상한 마나의 흐름이 보였기 때문이다.
‘별일 없겠지.’
하지만 신경을 쓰지 않고, 한빛나와 데이트했던 코스를 생각하며 이동했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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