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딱밤 한 대만 맞자
42. 딱밤 한 대만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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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각성자 수준은 한국보다 높았으며, 인프라도 잘 형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것은 바로 초창기, 세계 각국의 각성자를 좋은 조건으로 영입한 호토 길드 때문이었다.
이러한 호토 길드의 행보로 일본 각성자의 수준은 높아졌고, 호토 길드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강해졌다.
이 때문에 호토 길드, 정확히는 호토 가문은 한때 4대 명가에서 몰락한 가문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일본 최고의 가문이라 평가받고 있었다.
“저긴가 보네.”
그리고 현재, 강하온은 일본 도쿄 상공에서 호토 길드의 건물을 보고 있었다.
도쿄에서 제일 높은 건물로, 건물 맨 위에는 호토 가문의 문양인 소용돌이를 문 까마귀가 동상이 있었다.
“다행히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주고 있군.”
강하온은 늦은 밤이 됐는데도 꺼지지 않는 꼭대기 층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싸늘했다.
번쩍-!
강하온은 처음 도쿄에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빛과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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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토 길드의 마스터, 호토 요쿠바는 아주 원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 새로운 EX급의 약점을 잡아서 일본으로 귀화시킨 뒤, 과거 대 일본제국의 영광을 다시 찾겠다는 꿈이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그의 직속 부하인 S급 각성자인 그림자 셋이, 목적지에 도착한 뒤로 연락이 두절 됐기 때문이다.
절대 배신할 리는 없었고, 임무를 실패한 것이다.
“빌어먹을 놈들, 그깟 애새끼 하나 데려오는 것조차 하지 못하다니!”
그 때문에 요쿠바는 분노하고 있었다.
“그 새끼들한테 들어간 돈이 얼만데! 쓸모없는 새끼들!”
요쿠바에게는 부하는 도구일 뿐이었다.
“그나저나 그 새끼는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분노하던 요쿠바는 갑자기 강하온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강하온을 탐하는 마음은 더욱 커졌다.
그도 그럴 게 요쿠바가 보낸 그림자들은 전부 S급 각성자였다.
게다가 암살에는 극에 달했다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강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직접 상대도 아니고, 단순히 어린 여자아이를 납치조차 못 했다는 것은 강하온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다는 거였다.
“차라리 그놈의 딸년이 다니는 아카데미에 첩자를 심어 놓은 게 더 괜찮겠군, 그 돈독 오른 돼지 새끼가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요쿠바는 강하온의 강함을 알았음에도 두려워하기는커녕, 이 상황에도 그 힘을 손에 넣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가 이럴 수 있는 이유는 강하온에게 자신의 정체가 전혀 들키지 않는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림자에 대한 신원을 알 수 있는 기록은 아무것도 없었으며, 그림자의 존재를 아는 것은 오로지 자신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한 게 있었는데 그거였구나.”
“!!!”
요쿠바는 혼자만 있을 방에서 말소리가 들리자, 재빨리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사람을 보고는 눈을 부릅뜨고 마른 침을 삼켰다.
“어, 어떻게 당신이 여기에······.”
그의 눈에 보이는 사람은, 조금 전까지 자신이 보던 사진 속에 있던 강하온이었다. 그는 너무 놀라서 자신이 존칭을 쓴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했다.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온 건가? 너는 나한테 암살자를 셋이나 보냈는데.”
“······.”
요쿠바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강하온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야, 그 돈독 오른 돼지 새끼가 누구를 말하는 거지?”
강하온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요쿠바가 보낸 그림자가 너무 일찍 도착했다는 것이다. 실제 그림자 중 하나의 기억을 읽었을 때, 요쿠바는 협회의 발표가 있기도 전에 명령을 내렸다.
인제 보니 한국 협회에 프락치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때 그 머저리 중 하나겠군.’
그리고 강하온은 자신의 정보를 팔아넘긴 머저리를 가만둘 생각이 없었다.
“이봐, 내 말이 안 들리나? 한국어를 못 알아먹는 건가?”
강하온은 이미 번역 마법을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통역 마법은 쓰지 않은 상태였다.
“그나저나 이상하네, 조금 전에 내 말을 알아들었던 거 같은데.”
강하온은 요쿠바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뭐, 사실 네가 알아듣든 말든 상관없어. 죽기 싫으면 내가 원하는 대답을 어떻게든 대답하겠지.”
강하온은 요쿠바를 싸늘한 눈으로 보며 말했다.
그가 겪어본 봐, 사람은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면 살기 위해서 자신의 잘못을 뭐든 말했다. 없는 잘못까지 만들어내며 말이다.
“우선은 팔부터······.”
“마, 말하겠습니다!”
강하온은 요쿠바의 능숙한 한국어에 멈칫했다.
“말을 알아들은 게 맞았구나.”
요쿠바는 한국어, 일본어, 영어, 중국어까지, 4개 국어에 능통할 정도로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나쁜 짓도 머리가 똑똑해야 하는 법이었다.
“그래서 그 돼지 새끼는 누구지?”
“마, 말하면 살려······크악!”
말을 하던 요쿠바는 허전해진 한쪽 어깨를 부여잡고,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굴렀다.
“어떻게 매번 똑같지? 나는 거래가 아닌 대답할 기회를 준 것뿐인데.”
강하온은 매번 똑같은 반응에 장하룡이나 요쿠바나, 그리고 판게아에서도 그랬던 놈들을 생각하며, 똑같은 학원에 다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묻지, 그 돈독 오른 돼지 새끼가 누구야?”
강하온은 요쿠바가 순순히 대답할 거로 생각했지만, 요쿠바의 행동은 그의 생각과 달랐다.
“꺼져!”
요쿠바는 죽음을 직감했고, 굴복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을 아마테라스라고 불리게 한, 모든 것을 불살라버리는 검은 화염으로 강하온을 공격했다.
요쿠바는 알려진 것과 다르게 SS급에 거의 근접한 강자였기에, 그의 공격은 위력적이면서도 매서웠다.
물론, 강하온에게는 전부 어린애들 장난처럼 보였다.
“자존심이 강한 놈이었나”
간혹 있었다, 죽음보다 자존심이 더 중요한 사람이.
“연기에 재능이 있네, 차라리 그쪽으로 빠졌으면 일찍 죽지는 않았을 텐데.”
그는 요쿠바가 조금 전 보여줬던 모습이 전부 연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그냥 좀 넘어가고 싶었는데.”
강하온은 검은 화염을 보면서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기억을 읽는 것 자체는 뇌에 큰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기억이라는 것은 특정 부분만 뽑아낼 수가 없었다.
그 말은 한 사람의 인생을 짧은 시간에 모두 겪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애초에 기억을 읽는 마법은 종 자체가 다른 드래곤의 마법이었다.
강하온의 정신력은 이미 인간을 초월했지만, 육체는 아니었다.
한빛나를 생각해서 인간으로 남기 위해, 육신의 틀을 벗어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본 판은 인간이었기 때문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냥 넘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래를 건드린 놈은 살려둘 생각은 없었다.
사르륵-.
강하온이 손을 가볍게 휘젓자, 검은 화염은 힘없이 사라졌다.
“무, 무슨······.”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본 요쿠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강하온은 그런 요쿠바를 보며, 무심한 눈으로 천천히 요쿠바에게 걸어갔다.
저벅-! 저벅-!
공포로 잠식되어가는 요쿠바에게 강하온의 발걸음 소리는 천둥처럼 크게 들려왔다.
그렇게 죽는다는 공포는 그의 생존본능을 자극했고, 무의식적으로 걸어놨던 한계가 부서졌다.
화르륵-!
그 순간, 요쿠바의 몸에서는 조금 전보다 훨씬 더 강한 이글거리는 흑염이 뿜어져 나왔다.
“크하하하! 죽어!”
순식간에 주변에 있는 물건이 녹아버릴 정도로 강력한 열기에 요쿠바는 자신이 생겼다.
눈앞에 강하온을 이길지도 모른다는 자신이.
“커억!”
하지만 그의 희망이 사라지는 것 역시 순식간이었다.
모든 화염이 꺼졌고, 요쿠바는 자식의 목을 부여잡았다.
강하온이 일대를 진공상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끝까지 귀찮게 하는 놈이군.”
강하온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는, 고통스러워하는 요쿠바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요쿠바는 눈을 까뒤집고, 바르르 전신이 떨더니 실 끊어진 인형처럼 멈춰버렸다.
일본의 자랑이자, 세계적인 헌터치고는 허무한 죽음이었다.
“역시 최근에 너무 무리했나?”
강하온은 기억을 읽은 부작용으로 코피가 흘렀고, 지끈거리는 두통도 느꼈다.
“그나저나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쓰레기였군.”
강하온은 요쿠바의 기억에서, 그가 얼마나 쓰레기였는지를 볼 수 있었다. 성 상납, 인신매매, 게다가 이 녀석도 어린아이들을 납치하는 일부터 온갖 불법적인 일을 벌이고 있었다.
간접적으로 느끼는 기억이었지만, 그 감정마저 느껴졌기에 강하온은 역겨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래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얻었기에 그는 만족했다.
“제법 쏠쏠한 정보를 얻었어.”
그는 두 가지 쓸만한 정보를 얻었다.
하나는 자신의 정보를 팔아먹은 돼지 새끼의 정보와 다른 하나는 닥터 드웰과 연관된 정보였다.
놀랍게도 요쿠바와 닥터 드웰은 연결고리가 있었다.
그는 조금 피곤하긴 해도, 기억을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지하 경매장이라.”
닥터 드웰이 실험을 해서 보낸 아이들을 팔리는 곳이었다.
그리고 요쿠바는 그곳의 고객 중 하나였다.
“빨리 열렸으면 좋겠군.”
다음 경매가 열리는 날은 보름 뒤였다.
“그나저나 이제 돼지 새끼나 잡으러 가야겠네.”
강하온은 나래의 정보를 넘긴 놈을 심판하러 갈 생각이었다.
“그 전에 챙길 건 챙겨야지.”
그가 한쪽 벽에 있는 책장을 뜯자, 그곳에 금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태 요쿠바의 돈을 받은 쓰레기들의 정보가 들은 곳이었다.
물론, 이곳에는 나래의 정보를 판 돼지 새끼의 정보도 있었다.
우드득-!
강하온은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금고를 가볍게 뜯어 서류를 챙기고 텔레포트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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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한국, 부자들이 모여 산다는 평창동 상공이었다. 그는 다른 곳보다 유독 좋아 보이는 저택을 내려다봤다. 부자들이 사는 부촌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화려한 것을 보면, 돈을 얼마나 쏟아부었는지 알 수 있었다.
“생긴 건 산적 같이 생겨서는 겁이 많은 놈이네.”
저택 주변에는 헌터인 경비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저택의 주인을 알고 있는 그로서는 웃길 뿐이었다.
스르륵-!
그는 은신으로 모습을 감추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굳이 죄 없는 경비들까지 공격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저들도 권력에 굴복해서 일하는 누군가의 가족이었으니까.
“허억, 허억.”
강하온은 저택 안에서 헐떡이는 숨소리를 듣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딸뻘 되는 여자 위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산적 같은 남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슬립.”
그는 일단 마법으로 여자를 재웠다.
“뭐야? 왜 반응이 없어?”
갑작스럽게 여자가 반응이 없자,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움직임을 멈췄다.
“왜 반응이 없기는, 네 물건이 잠이 올 정도로 지루했나 보지.”
“!!!”
남자는 여자와 자신, 단둘밖에 없는 공간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옆에 있는 대검을 집어 들었다.
덩치와는 다르게 남자의 움직임은 날렵했다.
역시 헌터 협회 부회장이라는 자리는, 엿 바꿔 얻은 자리는 아닌 듯했다.
“또 보네요, 정만식 부협회장.”
내래의 정보를 판 돈독 오른 돼지 새끼는 한국 헌터 협회의 부협회장이었다.
“가, 강하온 헌터.”
정만식은 강하온을 확인한 순간,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빌어먹을 새끼, 대체 뭘 했길래 걸린 거야······.’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목숨보다 돈이 더 중요했나? 이미 돈도 많은 거 같은데.”
정만식 같은 사람은 어딜 가나 있었다.
분명, 압도적인 힘으로 공포를 느꼈을 텐데도 재물에 눈이 멀어서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자들이.
“죄, 죄송합니다.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정만식은 요쿠바와는 달랐다, 그는 곧바로 엎드려서 빌었다.
그에게 자존심은 사치였다.
죽으면 그간 자신이 모은 재물은 쓰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거였으니까.
“누가 죽인데?”
“사, 살려주시는 겁니까?”
“내가 애초에 죽인다고 했나?”
“아, 아닙니다!”
정만식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혹시라도 강하온의 기분이 변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그래도 내 딸의 정보를 팔아먹은 죗값은 받아야 하잖아? 그치?”
“그, 그게······.”
정만식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죗값이라고 말하는 것이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아니야?”
“아, 아닙니다! 죗값은 당연히 받아야죠.”
강하온의 살짝 인상을 찌푸리자, 정만식은 놀라서 황급히 대답했다.
“나도 크게 뭐라 할 생각은 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 그렇습니까?”
강하온의 말을 들은 정만식의 표정은 조금 밝아졌다.
하지만 이어지는 강하온의 말에 정만식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밤 한 대만 맞자.”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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