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진정한 명품
32. 아카데미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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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빠!”
강하온은 나래의 목소리에 눈을 떴고, 반사적으로 시계를 확인했다.
숫자 6을 가리키고 있는 시침, 무척이나 이른 시간이었다.
평소 잠꾸러기인 나래가 이렇게 일찍 일어난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나래, 일찍 일어났네?”
“네! 오늘 나래 옷 찾으러 가는 날이에요!”
바로 오늘은 이정현한테 제작을 맡긴 아카데미 교복이 완성되는 날이었다.
“알았어, 그런데 아직 문 안 열었으니까 밥부터 먹자.”
강하온은 신나서 눈을 반짝이는 나래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나래, 먹고 싶은 거 있어요?”
“톡톡 젤리!”
나래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톡톡 젤리, 바로 ‘아라크네의 내단’을 말하는 ‘나래어’였다.
야구공만 한 ‘아라크네 퀸의 내단’과 다르게, 일반적인 ‘아라크네의 내단’은 작은 사탕 크기였다.
그런데 그 내단의 식감이 젤리 같았다.
게다가 맛은 새콤달콤한 맛이 났고, 중간중간에 톡톡 터지는 식감도 있다 보니 ‘톡톡 젤리’라고 부르고 있었다.
“알았어, 그럼 하나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어.”
“네!”
강하온은 아공간에서 ‘아라크네의 내단’을 하나 꺼내서 나래에 입에 넣어줬다.
‘아라크네의 내단’은 다른 영약이랑 다르게, 마나 보다는 독 저항을 올려주는 효과가 대부분이어서, 이렇게 간식으로 먹이기가 좋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먹다 보면 만독불침이 되는 거 아닌가 몰라.’
강하온은 순간적으로 든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지금 그의 아공간 안에는 엄청난 양의 ‘아라크네의 내단’이 존재했다.
“아빠, 우서?”
“나래가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강하온은 나래의 머리를 쓰다듬고, 아침밥 준비를 하기 위해서 부엌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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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나도 드디어 ‘아라크네 실’을 사용해보는구나.”
이정현은 옷을 만들기에 앞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도 그럴 게, 이정현같이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옷쟁이에게 ‘아라크네의 실’은 꿈의 재료였다.
“과연 진짜 소문이 사실일까?”
‘아라크네 실’에 대한 소문은 옷쟁이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구름 같은 촉감과 무게, 뛰어난 신축성과 질긴 내구성까지.
천상의 재료라 불리며 유명했다.
이정현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라크네의 실샘’에서 실을 뽑아냈다.
“오! 오! 오!”
실을 뽑아내서 만져온 이정현은 격하게 감탄했다.
손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은 이 세상 촉감이 아니었고, 분명 자신의 손에 실이 들려 있었는데 아무런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거기에 신축성은 물론, 내구성까지 엄청났다. 그녀는 소문이 오히려 못하다고 생각했다.
이정현이 이렇게 느낀 이유는 있었다. 바로 그녀가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아라크네의 실’이 아닌, ‘아라크네 퀸의 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라크네의 실’을 처음 써보는 그녀로서는 모를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이정현은 자신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건져 올려주고, 이번에는 꿈의 재료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해준 강하온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나래의 교복 제작에 들어갔다.
“와······, 색도 잘 먹는구나? 어떻게 이런 재료가 존재할 수가 있는 거지?”
이정현은 단번에 천연 색소의 색을 그대로 흡수해버리는 실을 보며 감탄했다.
“이건 뭐지? 통풍이 잘돼서 시원한데, 보온이 잘 돼서 따뜻해?”
그녀는 옷을 만들 때마다 ‘아라크네 퀸의 실’에 감탄하며 옷을 제작했다. 그리고 천상 옷쟁이였던 그녀는 재료의 매력을 느끼며, 점점 더 옷의 완성도를 위해서 잠까지 줄여가며 옷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 때문인지, 예상했던 시간보다 조금 시간이 딜레이 되기는 했다.
“후······, 끝났다.”
결국, 그녀는 나래의 입학식 당일까지 옷을 만들어야 했다.
다행히 늦지 않게, 7시까지 옷을 완성할 수 있었다.
시간 안에 맞추기 위해서 잠을 못 자서 당장에라도 쓰러질 거 같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뿌듯하면서도 행복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만든 그 어떤 옷보다 뛰어난 옷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럴 때가 아니지, 빨리 나래 아버님한테 전화를 드려야지.”
이정현은 곧바로 강하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마침 오셨네요? 이제 막 완성을 해서 전화를 드리고 있었는데.”
가게 안으로 강하온과 나래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그래, 나래도 안녕?”
이정현은 신나서 눈을 반짝이는 나래를 보자, 있던 피로가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정현 씨, 옷은 완성됐나요?”
“네, 방금 완성됐어요.”
이정현은 강하온의 물음에, 환하게 웃으면서 샘플인 ‘샤르메스’의 교복과 자신이 만든 교복을 둘 다 들어서 보여줬다.
“이야, 확실히 다르네요.”
두 옷을 본 강하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분명 같은 디자인에 색까지, 그리고 단추 같은 디테일도 거의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똑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두 옷의 느낌은 전혀 달랐다.
이정현이 만든 옷에서는 기품이 느껴졌다. 이건 단순히 재료의 차이가 아니었다.
강하온은 판게아에서도 이런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왜 그런지 알고 있었다.
‘장인의 경지에 올라섰구나.’
경지에 오른 장인이 진심으로 만들면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녀한테서는 아직은 미약하지만, 은은하게 장인의 아우라가 풍기고 있었다.
‘앞으로도 나래 옷은 여기서 만들어야겠어.’
강하온은 늦은 밤, 잠까지 줄여가며 재료를 구해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우와! 엄청 예뻐요!”
진정한 명품은 남녀노소의 눈을 가리지 않았다.
사람의 내면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나래도 이정현이 만든 옷이 마음에 들었는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어머! 너무 귀여워!’
이정현은 나래의 모습을 보고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요 며칠 고생했던 고생을 전부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어차피 입학식 가셔야 하니까, 지금 입어 보는 게 좋겠죠?”
그녀는 빨리 나래가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고 싶어 넌지시 물었다.
“그럽시다.”
강하온은 거절하면 큰일 날 거 같은 이정현의 눈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빨리 입혀보고 나올게요. 나래야, 이모랑 갈까?”
“네!”
이정현은 곧바로 나래를 탈의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참,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네.”
강하온은 명품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옷을 봐서 그런지, 나래를 기다리는 데 긴장이 됐다.
차라락-!
잠시 후, 탈의실의 커튼이 쳐지고 교복을 갈아입은 나래가 나왔다.
“어때요? 완전 잘 어울리죠?”
이정현은 아주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네요, 나래 맞춤 교복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강하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블랙 앤 화이트의 교복은 나래 맞춤처럼 너무 잘 어울렸다.
게다가 옷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품은 나래를 한껏 더 품격있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패션의 진리는 패완얼이었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 나래의 얼굴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었다.
“아빠, 나래 예뻐요?”
“우리 나래, 너무너무너무 예쁘네.”
“헤헤.”
나래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달려와 강하온의 품에 안겼다.
“고생 많으셨어요, 보수는 얼마나 드리면 될까요?”
강하온은 곧바로 이정현한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완성된 옷과 그녀의 얼굴을 보면, 그녀가 옷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한 지 느낄 수 있었다.
“아, 괜찮아요. 저번에 절 도와주신 것도 있고, 덕분에 옷쟁이들 사이에서 꿈의 재료도 사용하게 됐으니까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래도 보수는 드려야죠.”
“아닙니다! 이번에는 진짜 괜찮습니다. 재료를 직접 구해다 주셔서 제 인건비 말고는 들어간 게 없거든요. 혹시라도 너무 신경 쓰이시면, 나중에 맛있는 밥이라도 한 끼 사주세요.”
“그럼 어쩔 수 없죠, 나중에 시간이 되면 밥이라도 대접하겠습니다.”
강하온은 이정현의 너무 완곡한 거절에 보수를 줄 수 없었다.
앞으로 나래의 전속 디자이너가 될 사람이었는데, 불편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냥 맨입으로 있을 수는 없지.’
강하온은 최소한의 보답을 하기 위해서 아공간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냈다.
“대신 이건 받으세요, 피로 회복제니까 부담 가시지도 않아도 됩니다.”
“넵! 이 정도라면 받을게요.”
이정현은 더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강하온이 건네는 작은 병을 받았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래야, 인사해야지.”
“이모,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잠깐만요!”
이정현은 인사를 하고 떠나는 강하온과 나래를 붙잡았다.
“무슨 일이시죠?”
“이거 가져가셔야죠, 반은커녕 10분의 1도 못 썼거든요.”
이정현은 재산 테이블 위에 있는 ‘아라크네 퀸의 실샘’을 가리켰다. 저 정도 크기의 실샘이라면 수억은 가뿐하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이정현의 생각이었고, 실제로 값을 매긴다면 수백억은 넘어갔을 것이다.
지금 이정현이 가리킨 것은 일반적인 ‘아라크네’가 아닌 ‘아라크네 퀸의 실샘’ 이었으니까.
“아, 그건 그냥 놔두고 갈게요. 앞으로도 나래 때문에 자주 옷을 만들러 올 거 같아서요. 그때마다 그걸로 만들어주세요.”
강하온은 교복을 이곳저곳 만지며 웃는 나래를 보며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잘 보관하게 있을게요.”
내심 또 ‘아라크네의 실’을 가지고 옷을 만들고 싶었던 이정현은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강하온과 나래는 ‘신화 아카데미’ 입학식을 위해서 가게를 나왔다.
“참, 좋은 사람이라니까.”
이정현은 나가는 강하온을 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강하온이 준 피로 회복제를 마셨다.
“응?”
그 순간, 그녀는 모든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스무 살 때의 파릇파릇했던 때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강하온이 건네준 피로 회복제는, 단순한 피로 회복제가 아니었다.
판게아 최고의 연금술 길드, 알케미스트에서 만든 최고급 피로 회복제였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귀물이었다.
“대체 정체가 뭐지······.”
이정현은 이 모든 게, 강하온이 준 피로 회복제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강하온이 나간 문을 멍하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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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아카데미’ 입학식.
사실 입학식이라는 거창한 말은 했지만, 별로 특별한 것은 없었다.
각성이 전부 불규칙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그냥 매주 월요일에 열리는 정기적인 행사일 뿐이었다.
그냥 신입생 환영회라고 보면 편했다.
그리고 그냥 부모님, 정확히는 엄마들의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라고 보면 편했다.
“영기 엄마, 이번에 그 소식 들었어요?”
“당연히 들었죠, 마석도 씨의 아들이 입학한다면서요. 재능이 아주 뛰어나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민준이한테 친하게 지내라고 해야겠어요.”
“안 그래도 영기한테 말해놨어요.”
엄마들의 관심은 전부 마하늘한테 집중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신화’라는 최고의 명문 아카데미에 아이를 입학시킨 이유는 하나다.
각성자로서 좋은 교육을 받는 것도 있었지만, 바로 인맥이었다.
물론, 강하온처럼 단순히 아이의 즐거운 아카데미 생활을 생각하는 학부모도 있기는 했지만, 그건 굉장히 드물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입학식의 주인공은 바로 마하늘이었다.
“잠재력이 무려 S급이래요? 그런데 생긴 것도 잘 생겼네.”
“어머, 엄마를 쏙 빼닮아서 다행이네.”
마하늘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자, 엄마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방 시선은 문 쪽으로 향했다.
“어머머, 저 아이 좀 봐봐요. 이번에 들어온다는 신입생인가 봐요. 어쩜 저렇게 예쁠까?”
나래가 교실로 들어온 것이다. 입학식의 주인공은 뒤바뀌었다.
“그나저나 교복 좀 봐봐요, 분명 아카데미 교복이 맞는데 뭔가 다르지 않아요?”
“그러게요? 뭔가 기품이 흐르네.”
“명품인가? 대체 어디 옷일까요? 샤르메스는 아닌 거 같은데······.”
그러면서 엄마들은 자연스레 나래가 입은 교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치마 아랫단에 보니까 P.M이라고 적혀 있는 데, 아는 브랜드에요?”
‘프린세스 메이커’가 ‘신화 아카데미’ 학부모들 사이에서 알려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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