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잔혹동화를 행복한 동화로.
31. 잔혹동화를 행복한 동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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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수도, 멕시코 시티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는 이달고 파추카라는 도시가 있다.
벽화 마을로 유명한 이 작은 도시는 동화 같은 도시라고 불렸지만, 동화가 잔혹 동화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2년 전 나타난 S급 게이트 아라크네 둥지 때문이었다.
게이트에서 몬스터 튀어나올 확률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도시에 살던 사람과 관광객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게다가 보통 게이트도 아닌 S급 게이트, 거미 인간형 몬스터인 아라크네 한 마리만 튀어나와도 도시는 괴멸할 정도였다.
이러니 대부분 사람은 전부 도시를 떠났고, 진짜 살 곳 없는 사람들만 도시에 남게 됐다.
“스산하군.”
멕시코와 한국의 시차는 14시간 차이였다.
지금 멕시코는 점심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구름에 해가 가려져서 그런지, 한때 동화 마을이라 불리게 해준 벽화는 섬뜩하게만 느껴졌다.
그뿐만 아니라, 가끔 보이는 사람들은 전부 눈동자에 힘이 없었다. 전부 죽은 사람처럼 말이다.
“마치, 마굴 같네.”
강하온은 판게아에 있는 최대의 빈민가, 마굴이 떠올랐다.
그곳에 사람들의 눈이 지금과 같았다. 전부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빨리 돌아가야겠군.”
감정은 전염이 된다.
한빛나와 나래가 주변을 밝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이 도시는 죽어가고 있었다.
강하온은 이런 곳에 1초라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강하온은 게이트로 향하려는 발걸음을 멈췄다.
갑자기 뒤쪽에서 달려오는 기척 때문이었다.
“배고파요!”
“도와주세요!”
나래 또래로 보이는 어린애들이었다.
삐쩍 마른 아이들은 양손을 내밀었다.
‘어린애들이 더 강하군.’
이미 죽음을 받아들인 어른들과는 다르게, 어린애들의 눈에는 아직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가득했다.
‘나래 때문인가?’
강하온은 자신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판게아에서의 그였다면,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쳤을 그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특히, 나래와 또래로 보인다는 것은 그의 발목을 가장 붙잡았다.
“맛있게 먹어라.”
강하온은 나래 때문에 항상 챙기고 다니는 과자나 빵 같은 음식, 그리고 물과 음료를 꺼내서 아이들한테 줬다.
“저도 배고파요!”
“나도 주세요!”
근처에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도, 강하온이 음식을 꺼내는 것을 보자 달려들었다.
“많으니까 욕심부리지 말고, 나눠 먹어라.”
강하온은 아이들한테 넉넉할 정도로 충분히 음식을 나눠줬다.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아이들은 배가 고팠는지, 정신없이 강하온이 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많이 배고팠나 보군.”
강하온은 그런 아이들을 뒤로하고, '아라크네 둥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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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시야, 쿰쿰하면서 습한 공기.
강하온이 들어온 ‘아라크네의 둥지’는 동굴이었다.
그것도 아주 거대해서, 동굴이라고 불리기도 민망할 정도의 큰 동굴.
“기분 나쁜 냄새네.”
동굴 안에서는 독인지 뭔지, 시큼한 냄새가 가득했는데 묘하게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빨리 실샘만 구하고 나가봐야겠군.”
강하온은 기분 나쁜 냄새에 빠르게 아라크네를 찾기 위해서 움직였고, 금방 한 마리를 만날 수 있었다.
“이름 하나 잘 지었군.”
강하온은 왜 몬스터의 이름을 아라크네라고 지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상체는 인간 여자의 형상, 하체는 거미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꼭 신화 속에 나오는 아라크네를 연상케 했다.
동굴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아라크네는 강하온을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크크큭, 오랜만에 보는 맛있는 인간이야.”
“한국인 각성자를 먹었나 보군.”
아라크네는 인간의 뇌를 먹으면, 그 뇌 주인의 기억을 흡수해서 인간의 언어를 할 수 있었다.
“너랑은 다르게 인간 여자였다, 살결이 아주 부드러웠지. 그래도 나는 네가 더 좋아, 나는 조금 질긴 고······.”
먹이를 먹을 생각에 흥분하면서 말하던 아라크네는 갑작스럽게 터지는 머리 때문에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지저분한 얘기를 아주 신나서 떠들고 자빠졌네.”
아라크네의 얘기를 듣기 싫었던 강하온이 그냥 머리를 터트린 것이다.
서걱-! 쿵-!
강하온은 머리가 사라진 아라크네의 거미줄을 베어버렸고, 제법 무게가 나가는지 큰 소리를 내며 떨어진 아라크네의 사체를 도축했다.
가장 필요했던 실샘을 우선으로 도축하고, 쓸모 있는 것들도 전부 도축해냈다.
“내단은 역시 없나?”
간혹 내단을 가진 아라크네가 있다고 했는데, 이번에 강하온이 잡은 아라크네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래의 영약으로 쓸 생각이었는데, 없어서 아쉬운 강하온이었다.
“이만 가야겠군.”
원하는 목적인 실샘을 달성한 강하온은 왔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나래를 보러 간다는 생각에 가벼워야 할 강하온의 발걸음은 왠지 무거웠다.
“찝찝하네······.”
바로 아까 밖에서 봤던 아이들 때문이었다. 예전에 강하온이었다면 굳이 남을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강하온은 나래한테 힘들고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도와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런데 지금 자신은 충분히 그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찝찝함에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을 내렸다.
“나래한테 떳떳한 아빠가 돼야지.”
강하온은 아름다웠던 도시의 동화를 잔혹 동화로 바꾼 ‘아라크네의 둥지’를 없애기로 했다.
세상에 모든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도울 생각은 없었지만, 적어도 눈앞에 보인 것은 모른척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앞으로도 나래 옷을 만들 텐데, 기회가 있을 때 실샘을 많이 구해놔야지.”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강하온의 발걸음은 가벼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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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쿵-!
강하온의 손짓 한 번에 S급 몬스터라 평가받는 ‘아라크네’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이래서 놔뒀던 건가?”
인터넷에서의 정보는 단편적이다, 그가 찾은 정보로는 ‘아라크네 둥지’의 위치, 그리고 나오는 몬스터 정도가 전부였다.
어째서 지금까지, 수도인 ‘멕시코 시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하는 게이트를 공략하지 않고, 방치에 가깝게 놔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강하온은 동굴 깊숙이 들어가 보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었군.”
강하온은 조금 전 죽인 ‘아라크네’를 봤다.
처음에 봤던 ‘아라크네’와 달리 검은 갑옷 같은 피부가 존재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병사나 기사 같은 ‘아라크네’가 존재했다.
이 거대한 동굴을 하나의 왕국이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왕국.
“결국에는 대가리만 잡으면 된다는 말이군.”
강하온은 ‘아라크네 둥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우두머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왕일 테니 아라크네 퀸이라고 해야 하나?”
그 우두머리가 여왕이라는 것을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타난 아라크네의 모든 성별은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여왕하고는 다르게 겁이 너무 많네.”
강하온은 판게아에서 봤던 여왕이 생각났다.
하이 엘프 퀸, 그녀는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며 백성을 지키는 용맹한 여왕이었다.
그런데 지금 ‘아라크네 퀸’은 아주 동굴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다.
“그렇다면 제 발로 나오게 만들어줘야지.”
강하온은 땅에 손을 짚었다.
그리고 한때는 많이 사용했던 주특기 마법을 사용했다.
“어스퀘이크.”
그 효과는 대단했다.
그가 서 있던 동굴 바닥이 쩌저적-! 갈라지기 시작했고, 동굴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장에서는 동굴이 무너지면서 돌덩이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제야 튀어나오는군.”
강하온은 잠시 후, 동굴 안쪽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기척을 느끼고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강하온 그 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렸다.
어차피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그가 있는 길을 무조건 지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파사삭-!
그의 머리 위로 돌덩어리가 떨어졌지만, 그의 기운에 닿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잠시 기다리고 있자, ‘아라크네’들이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듯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발이 많아서 그런가? 달리기가 빠르네.”
강하온은 달려오는 ‘아라크네’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여덟 개 다리를 정신없이 움직이는 것이 꽤 웃겼기 때문이다.
“인간? 설마 네 놈이 한 짓이냐!”
‘아라크네’들은 강하온을 보더니 전부 멈췄다, 그리고 가장 선두에 있던 ‘아라크네’가 강하온에게 분노하며 소리쳤다.
“무슨 귀족이라도 되는 건가?”
강하온은 그러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고, 소리치는 ‘아라크네’를 봤다.
형형색색인 옷을 입은 듯한 피부를 한 것이, 꼭 귀족들이 입은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당장 저 인간······.”
강하온을 향해서 다시 소리치던 ‘아라크네’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서걱-! 펑-!
뒤에 있던 ‘아라크네’도 목이 베이거나, 머리가 터져나가면서 순식간에 전멸당했다.
“거참, 시끄럽네.”
강하온은 모든 ‘아라크네’를 처리하고, 귀를 후볐다.
그는 수많은 ‘아라크네’ 사체를 도축하면서, ‘아라크네 퀸’을 기다렸다.
그렇게 모든 도축을 끝냈을 때쯤, ‘아라크네 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야, 확실히 대가리는 다르네.”
강하온은 ‘아라크네 퀸’을 보고 감탄했다.
일단 겉모습부터 달랐다.
‘아라크네 퀸’은 얼마나 큰지, 거대한 동굴의 통로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
기존의 ‘아라크네’보다 얼추 봐도 열 배는 더 커 보였다.
게다가 느껴지는 힘도 상당했다.
“그 정도면 웬만한 해츨링 정도는 되겠는데?.”
해츨링.
생물의 정점이라 불리는 최상위 포식자, 유년기 드래곤을 부르는 명칭이었다
‘아라크네 퀸’ 한테서 느껴지는 힘은 그 정도였다.
해츨링만 해도 S급 헌터 수십이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을 정도이니, ‘아라크네 퀸’은 무척이나 강한 거였다.
『인간! 감히 나의 왕국을 무너트리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그때, ‘아라크네 퀸’은 강하온을 보며 분노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머릿속에 직접 들리는 거 같았다.
이 현상에 강하온은 제법 놀랐다.
“의지를 담아? 종을 초월하기 시작한 건가?”
지금 ‘아라크네 퀸’이 보여준 것은 목소리에 의지를 담은 것이었다.
그리고 강하온은 판게아에서도 저런 존재를 몇 번 본적이 있었다. 종을 초월하고 드래곤 같은 초월종이 된 존재들이었다.
물론, 아직 완벽하게 초월은 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충분히 대단한 것이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난다면, 자연스럽게 종을 초월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만 된다면 드래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용언’처럼 말에 의지를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수가 없군, 나를 만났으니까.”
『죽어······.』
강하온을 공격하던 ‘아라크네 퀸’의 머리는 강하온의 손짓 한 번에 터져버렸다.
종을 초월하려 했던 ‘아라크네 퀸’의 허무한 죽음이었다.
“덩치가 커서 실샘도 크겠어.”
강하온에 눈에 ‘아라크네 퀸’은 큰, 실 주머니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강하온은 농구공만 한 크기의 실샘과 야구공만 한 초록색 내단을 들고 게이트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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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게이트를 보고 있던 남자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행복했던 마을에 악몽을 선사한 게이트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게, 게이트가 사라졌다.”
남자는 마을 곳곳을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남자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와서 게이트를 확인했다.
“드, 드디어 악몽이 사라지고 있구나······.”
그리고 사람들은 진짜 게이트가 사라지고 있는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그간 그들을 괴롭히던 악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
게이트를 해결한 장본인, 강하온은 멀리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도시 사람들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강하온은 그런 사람들을 보며, 마지막 선물을 주기로 했다.
딱-!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하늘을 가리고 있던 우중충한 먹구름이 전부 흩어지며 사라졌다.
그러자 찬란한 햇빛이 도시의 벽화를 비추기 시작했고, 잔혹했던 동화는 다시 아름다웠던 동화로 바뀌었다.
“지, 진짜 악몽이 끝났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기뻐하며 환호했다.
“나래도 좋아하겠어.”
강하온은 진짜 동화 같은 마을을 보며, 나래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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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건 어디서 구하신 거지?”
‘프린세스 메이커’의 이정현은 강하온이 이른 아침에 갖다준 ‘아라크네의 실샘’을 보며 신기해했다.
당장에 돈이 있다고 구할 수도 없는 물건을 떡하니 구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이렇게 큰 거지?”
게다가 그가 원래 알던 ‘아라크네의 실샘’ 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좋은 재질을 자랑했다.
그녀가 ‘아라크네의 실샘’을 궁금해하고 있을 때, 티비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긴급 속보입니다, 멕시코에 있던 S급 게이트, ‘아라크네의 둥지’가 오늘 새벽 사라졌다는 소식입니다. 갑작스러운 현상에 세계 헌터 협회는······.』
뉴스를 본 이정현은 순간 멈칫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순간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떠올랐다.
“에이, 설마 아니시겠지.”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아는 강하온은 비각성자 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각성자라고 해도, 세상에 S급 게이트를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어디서 구한 게 뭐가 중요해, 지금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빨리 옷이나 만들자.”
그녀는 곧바로 나래의 교복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래의 입학이 있는 5일 뒤까지 옷을 만들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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