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입학시험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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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일.
그는 빙결계 힘을 각성한 S급 각성자이자, 헌터였다.
하지만 전투보다는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분석하는 것이 적성에 맞았던 그는, 마침 제안이 왔던 ‘신화 아카데미’ 이능계 학과장 자리에 앉았다.
‘어떨지 궁금하네.’
그는 기본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새로운 힘을 보는 것도 좋아했다.
과연 SS급 잠재력의 염동력은 어떨지 궁금했고, 또 나래의 염동력은 어떨지 궁금했다.
같은 힘을 각성했더라도, 사람에 따라서 사용하는 방법이나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각성한 힘이라는 것은 도구일 뿐이고, 결국 그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각성자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하늘이와는 어떻게 다르려나?’
김규일은 자연스럽게 전날 시험을 봤던 마하늘을 떠올렸다.
그가 느끼기에 마하늘의 염동력은 날카로운 검 같았다.
힘보다 컨트롤이 월등히 뛰어났고, 반면에 힘의 총량은 보통인 느낌이었다.
‘잠재력이 높기는 해도, 하늘이보다는 느낌이 없을 거 같기도 하고.’
김규일은 나래가 마하늘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순수 염동력의 힘 자체는 나래가 조금 더 높을지 몰라도, 마하늘의 센스는 아주 뛰어났기 때문이다.
‘범의 새끼는 범이라는 걸 제대로 보여줬지.’
고작 다섯 살짜리 아이가 S급 헌터인 자신을 순간이나마 놀라게 할 정도였다, 한국 최고의 각성자인 마석도의 피를 제대로 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 누구한테 지기라도 한 것인지, 아주 눈에 승부욕이 대단했다.
김규일은 반면에 나래한테는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했다.
‘딱 나이 또래에 귀여운 여자아이군.’
그래서 순수하게 센스보다는, 그냥 나래가 가진 원석이 얼마나 큰지가 궁금했다.
“두둥!”
하지만 그는 나래가 염동력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과연 잠재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구나······.’
김규일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나래의 염동력을 느끼며 감탄했다.
‘속도로 빠르고, 나를 목표로 다가오는 것도 정확해, 무엇보다 느껴지는 힘이 하늘이보다 배는 강하군. 센스가 없으면 할 수 없는 힘의 운용이야.’
김규일은 단번에 나래가 센스도 있다는 것을 간파할 수 있었다.
‘과연 정밀한 조작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군.’
김규일은 욕심이 생겼다, 나래가 얼마나 센스가 뛰어난지, 염동력을 조작하는 능력이 뛰어난지 확인하고 싶었다.
쩌저적-!
그는 자신에게 닿으려는 염동력을 얼려서 막아냈다.
김규일은 나래를 흥미롭게 쳐다봤다.
마하늘은 이렇게 힘이 막혔을 때, 곧바로 밀어붙이는 척하면서 힘을 분산시켜서 사방에서 동시에 공략했다.
그리고 그를 놀라게 했던 것은, 사방은 전부 미끼였고 진짜는 밑을 노리는 거였다.
‘과연 너는 어떻게 나올 거니?’
김규일은 기대하며 다음 나래의 행동을 기다렸다.
‘그냥 힘으로 밀어버리는 건가? 하늘이 만큼의 센스는 없나 보군.’
김규일은 나래의 선택이 살짝 아쉬웠다.
힘 대 힘 싸움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S급과 A급은 한 단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 힘 차이는 명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무, 무슨 힘이······.”
김규일은 생각보다 강한 나래의 힘에 당황했다.
그래서 김규일은 몸이 떠오르는 것을 막으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는 지면에서 느껴지는 중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지.”
김규일은 전력을 끌어올렸다.
이 상태로 시험이 끝난다면, 시험을 치르는 시험관으로 제대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거였다.
시험관은 입시생의 어떤 부분이 강점이고,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이제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한테 힘으로 질 수는 없어······.’
무엇보다 학과장으로서 체면이 있었다.
쩌저적-!
김규일은 빙결로 지면과 떨어지려는 자신의 다리를 얼려서 버티고, 나래의 염동력 자체를 얼려버렸다.
염동력을 얼려 버리자, 허공에는 얼음이 생겨났다.
이것만으로 염동력은 쉽게 사용할 수 없었다.
‘제법이기는 하다만, 아쉽지만 아직 이 선생님한테는 부족하단다.’
그는 나래의 힘이 대단하기는 했지만,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자신의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두둥!”
나래는 염동력을 막는 무언가가 느껴지자, 한 번 더 힘을 끌어 올렸다.
쩌저적-! 후드득-!
그 순간, 그의 모든 얼음이 깨지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이, 이게 무슨!”
김규일은 나래의 힘이 자신의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그것을 파악했을 때는, 그의 몸은 빠르게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당연한 결과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강하온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래는 검사를 제대로 받지 않아서 그랬지, 이미 처음부터 S급의 각성자였다.
거기에 최근 하는 놀이, 만드라고라의 약효까지 더해지면서 나래의 염동력은 더욱 강해졌다.
애초에 두 사람의 힘 차이는 크게 나지 않았다, 그런데 김규일은 처음에 방심까지 했으니 예상된 결과였다.
“머, 멈춰!”
김규일은 엄청난 속도로 가까워지는 천장에 다급하게 외쳤다.
“헤헤, 두둥이다.”
하지만 그의 다급한 목소리는 신난 나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으음, 그래도 선생님인데 가만히 놔둘 수는 없었지?”
강하온은 순식간에 김규일의 뒤로 이동했고, 나래의 염동력을 전부 없애버렸다.
‘이, 이분은 대체······.’
안 그래도 나래의 예상을 벗어나는 힘에 놀라고 있던 김규일은 강하온의 모습을 보고 더욱 놀랐다.
분명 아래 서 있던 사람이 갑자기 자신의 뒤로 나타나지를 않나, 단번에 강력한 염동력을 풀어버리기까지 했다.
이 모든 게 불과 1초도 되지 않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강하다······, 그것도 아주 격하게······.’
그는 강하온이 엄청난 강자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가 아는 그 어떤 헌터보다도.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습니다.”
어느새 땅으로 내려온 김규일은 강하온의 말에 정신을 번쩍차렸다. 하지만 아직도 놀란 심장은 진정이 되지 않는지, 목소리는 떨렸다.
“다행이시네요, 그런데 나래 입학시험은 어떻게 된 건가요?”
“그, 그야 당연히 합격이죠.”
합격이 아니면 이상했다, 무려 S급 헌터인 김규일을 단번에 들어 올렸으니 말이다.
“아빠, 나래가 두둥했어요!”
“아빠도 봤지, 우리 나래 엄청 잘했네?”
강하온은 곧바로 나래에게 다가가서 안아 들었다.
“······이거 맞나?”
그 모습을 지켜보는 김규일은 혼란스러웠다.
해맑게 웃는 두 사람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이 말이다.
그는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후······, 다른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네.”
시험장 안에는 강하온, 나래, 김규일, 세 사람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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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H백화점.
1층에 있던 사람들은 입구로 시선이 몰리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머! 저 애좀 봐, 너무 예쁘다.”
“키즈 모델 아냐? 진짜 인형 같이 생겼네.”
“나도 어릴 때는 인형 같았는데.”
“못난이 인형?”
“······죽어.”
사람들이 이러는 이유는 바로, 백화점 안으로 들어온 강하온과 나래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나래 때문이었다.
“아빠, 사람들이 나래 쳐다보고 있어요······.”
나래는 갑작스러운 시선이 몰려서 그런지, 강하온의 품으로 더 안기면서 속삭이듯 말했다.
“나래가 귀여워서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고, 빨리 입학 준비물 사러 갈까?”
강하온이 백화점을 찾은 이유는 아카데미 입학에 필요한 준비물을 사기 위해서였다.
“네!”
나래는 입학 준비물을 산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은지 웃었고, 그 모습에 나래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어머! 웃는 모습 좀 봐.”
“벌써 완성형 외모네.”
“그러게 난 아직도 미완성인데······.”
사람들이 자기 딸을 칭찬하는 데 기분이 안 좋을 아빠는 없었다.
강하온은 나래를 보고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준비물을 사기 위해 움직였다.
강하온은 가장 먼저 온 곳은 아동복 명품 브랜드가 모여있는 층이었다.
“이렇게 브랜드가 많았나?”
아동복매장이 있는 층에는 엄청난 수의 브랜드가 있었다.
하지만 강하온이 갈 매장은 정해져 있었다.
아동 명품 브랜드, 샤르메스.
‘신화 아카데미’와 제휴가 된 매장이었다.
그곳에서 아카데미 교복을 구매할 생각이었다.
물론, 백화점이 아닌 곳에서도 구매할 수 있었지만, 강하온은 나래한테 최고로 좋은 옷과 가방을 입히고 싶었다.
‘은근히 무시할 수도 있으니까.’
보육원 출신이었던 강하온의 자격지심 같은 거였다.
과거, 그는 물려받은 교복 때문에 무시당하고, 놀림당한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항상 나래는 최고를 입혀주고 싶었다.
“여기군.”
‘샤르메스’ 매장을 찾은 것은 어렵지 않았다.
현재 있는 층에서 가장 메인 자리, 그리고 가장 큰 매장이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최고의 품격으로 모시는 샤르메스입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한눈에 봐도 귀티 나는 제복을 입은 직원들이 나와서 인사했다.
그리고는 매장문을 닫았다, ‘샤르메스’는 한 손님씩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요하신 물건이 있으십니까?”
“신화 아카데미 교복 좀 사려고요.”
확실히 한국 최고의 아카데미여서 그런지, ‘신화’라는 말을 들은 직원은 살짝 놀랐다.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바로 안내를 시작했다.
“이쪽에 있는 제품이 신화 아카데미의 교복입니다.”
직원이 보여준 교복은 블랙 앤 화이트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것이 아름다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확실히 ‘신화 아카데미’에 어울리는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강하온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럽게 비싸기만 하네.’
바로 가격 때문이었다.
교복은 1,000만 원이었다.
강하온이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 역시 값어치 없는 물건을 산다면 아까웠다.
그런데 지금 교복이 그랬다.
옷감이나 전체적인 퀄리티가 나래의 옷을 샀던 ‘프린세스 메이커’ 보다 훨씬 못했다.
이 모든 게 브랜드 값이었다.
‘잠깐! 프린세스 메이커?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강하온은 순간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마음에 안 드시나요. 손님?”
“아니요, 바로 결제해주세요.”
1,000 만 원짜리 교복이 샘플이 되는 순간이었다.
강하온은 교복을 사고, 곧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해서 ‘프린세스 메이커’로 향했다.
그는 교복을 보여주고, 훨씬 더 좋은 옷감으로 직접 만들어 달라고 의뢰할 생각이었다.
“마침 계시네.”
강하온은 가에 앞에 나와 있는 이정현에게 ‘신화 아카데미’ 교복을 보여주며 부탁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래 아버님 부탁인데 당연히 가능하죠.”
이정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강하온의 부탁을 수락했다.
“혹시 필요하신 재료가 있으면서 저한테 말씀해주세요.”
“재료요?”
“네, 옷을 만드는 데 있어서 최고로 좋은 재료가 있으시면 말입니다.”
“최고로 좋은 재료라면······. 아라크네의 거미줄?”
“아라크네의 거미줄이요?”
“아, 농담이에요. 저 같은 옷쟁이들 사이에서는 꿈의 재료거든요. 마침, 보석 누에고치의 실이 있으니까 그걸로 만들어 드릴게요. 이것도 충분히 좋은 재료거든요.”
이정현은 농담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강하온 한테는 농담이 아니었다.
“일단 내일 다시 올 테니까, 그때부터 만들어 주실 수 있을까요?”
“네? 오늘부터가 아니고요?”
“준비 할게 있어서요.”
“아, 알았어요. 아침 일찍부터 여니까 편하실 때 와주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나래도 인사해야지.”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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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
나래가 잠든 늦은 밤, 강하온은 잠깐 집을 나왔다.
그가 향하는 곳은 멕시코, S급 게이트 아라크네의 둥지가 있는 곳이었다.
“나래한테는 뭐든 최고로 해줘야지.”
강하온은 나래한테 뭐든 최고로 해줄 생각이었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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