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빌어먹을 최고는 최고인 이유가 있네.
28. 빌어먹을 최고는 최고인 이유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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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조판수가 보낸 파일을 열어봤다.
그리고 아주 깔끔하게 정리된 PPT 파일을 확인한 강하온은 멈칫했다.
“설마 직접 한 건 아니겠지?”
그는 함부로 막 생긴 조판수의 외모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분명, 그의 부하 길드원이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하온의 생각과 달리, 이 모든 건 조판수가 직접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정리한 거였다.
조판수는 생긴 건 그래도 서울 유명 소재의 미디어 학과 졸업생이었다.
『조판수의 첫 번째 pick! 세계적인 명문 각성자 아카데미인 신화 아카데미입니다!』
강하온은 PPT 파일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역시 첫 번째는 신화인가?’
강하온은 첫 번째 픽이 신화 아카데미라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조금씩 찾아보기는 했지만, 확실히 신화 아카데미에 대한 평은 좋았다.
거기에 조판수가 만든 PPT에는 대략적인 아카데미 내부 분위기도 적혀 있었다.
전체적으로 교수진부터, 아카데미 분위기가 최고라고 적혀 있었다.
다음으로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각성자 아카데미에 대한 정보들이 세세하게 나와 있었다.
“아빠, 나래 어디 가요?”
강하온이 뭔가를 중얼거리는 모습에, 밥을 먹던 나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오늘 나래가 갈 각성자 아카데미를 가볼까 했지.”
강하온은 그런 나래의 귀여운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카데미? 그러면 하늘이도 볼 수 있어요?”
나래는 순간, 각성자 검사 때 봤던 마하늘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놀았던 놀이 중에서, 마하늘과 했던 놀이가 제일 재밌었기 때문이다.
강하온은 순간 움찔했다.
나래의 입에서 다른 남자아이의 이름이 나오자 생소한 감정이 들었다.
“그 버릇 없······아니, 그 두둥 했던 애?”
“네, 하늘이!”
“글쎄? 아빠도 잘 모르겠네.”
강하온은 나래가 원하는 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불손한 생각을 하는 덩치 놈이 뭔 짓을 꾸밀지 모르니까.’
강하온은 웬만하면 나래를 마하늘이 있는 아카데미로 보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강하온은 굳은 결심은 금방 꺾여버렸다.
“하늘이랑 두둥 또 하고 싶었는데······.”
“아빠가 나중에 한 번 하늘이 아빠한테 물어봐 볼게.”
시무룩해 하는 나래의 모습에, 강하온은 어쩔 수 없이 뜻을 굽혔다.
“진짜요?”
“응. 진짜지! 만나게 되면 물어볼게.”
강하온은 물론, 직접 찾아갈 생각은 없었다.
우연히라도 만나게 되면 물어볼 생각이었다.
‘뭐, 그리고 굳이 같은 곳을 보낼 필요는 없으니까.’
강하온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강하온이 찾은 아카데미는 명문이라기보다는, 그냥 나래가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아카데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마석도가 마하늘을 명문 아카데미에 보낼 거로 생각했다.
그게 일반적인 부모 마음이었으니까.
“헤헤.”
나래는 강하온의 생각은 모른 채, 기분이 좋아져서는 해맑게 웃었다.
강하온도 그 모습에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잘 먹었습니다! 나래, 치카치카하고 올게요!”
나래는 빨리 아카데미를 보고 싶은지, 다 먹은 그릇을 싱크대에 넣고는 양치를 하러 욕실로 걸어갔다.
“두둥~ 바오 두둥~.”
그 와중에 아기 팬더 인형을 염동력을 사용해서 공중을 뜨게 만들었다.
“그새 컨트롤이 늘었네, 역시 나래는 천재란 말이지.”
강하온은 그 모습을 보면서 감탄하며 기뻐했다.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나래가 팬더를 움직이는 게 꼭 살아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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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야, 준비 끝났어요? 이제 아카데미 가볼까?”
“······.”
강하온은 나래를 씻기고, 샤워하고 나왔는데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그는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방으로 가봤다.
“······.”
“벌써 약효가 도나 보네.”
나래는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만드라고라 때문이었다. 몸속에 든 약 기운을 흡수하기 위해서, 몸이 가장 효율적인 상태에 접어든 것이다.
“이왕이면 더 좋게 흡수하는 게 좋겠지.”
강하온은 오랜만에 자신의 친구를 소환했다. 그의 주위에 물방울이 모여들면서 아름다운 여자 형상을 이뤘다.
“오랜만이네, 엘라임.”
『드디어 원래 사는 곳으로 돌아왔군요, 하온.』
그가 소환한 친구는 물의 정령왕, 엘라임이었다.
강하온이 판게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배운 것에는 정령술도 포함되어 있었다.
『응? 설마 이 어린아이가 하온이 말했던 아내는 아니겠죠?』
엘라임은 잠든 나래를 보고는, 강하온을 경멸이 담긴 눈으로 쳐다봤다. 사실 정령에게 나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하지만, 엘라임은 오랜 세월을 살면서 인간 세상에 대한 개념을 많이 알고 있었기에 나온 행동이었다.
“무슨 소리! 이 애는 내 딸이야.”
엘라임의 말에 강하온이 기겁하며 대답했다.
『딸이요? 하온 딸도 있었나요? 분명 저한테는 아내밖에 없다고 했던 거 같은데······.』
정령은 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듣는 사실에 엘라임은 고개를 갸웃했다.
“나도 몰랐는데 오니까 사랑스러운 딸이 있더라고, 내가 좀 대단해서 나도 모르게 생겼나 봐.”
『하온, 허언은 여전하시네요.』
“······.”
엘라임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강하온은 말문이 턱 막혔다.
『농담입니다.』
“너 농담 그렇게 살벌하게 하는 거 아니라고 했지?”
『들은 기억이 없어요,』
“너는 불리할 때만 기억이 안 난다고 하냐.”
『딸 아이 이름은 뭔가요?』
엘라임은 못 들은 척하며 나래의 이름을 물었다, 그 모습에 강하온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나래, 강나래야.”
『느낌이 좋은 이름이네요, 하온을 닮지 않아서 귀엽기도 하고요. 이건 농담 아닙니다.』
“······나도 알아.”
강하온은 듣자마자 농담이 아닌 걸 알아서 마음이 더 아팠다.
『하온.』
“왜?”
강하온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많이 달라지셨네요.』
엘라임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치 동생을 보는 누나의 눈 같았다.
“······그런가?”
강하온은 멈칫했다. 엘라임이 어떤 의미로 말했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판게아에서 그는 인간이 아닌 투신이었다, 항상 날카롭게 날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저 아이 때문이겠군요?』
“그렇지, 전부 나래 덕분이지.”
강하온은 자는 나래를 보고는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부르신 건가요?』
“참, 나래가 몸속에 있는 약효 좀 제대로 흡수시켜달라고.”
『그 정도는 하온이 직접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 이왕이면 더 좋은 효과를 보면 좋잖아.”
사실 강하온은 이렇게 말했지만, 오랜만에 엘라임을 보고 싶어서 불렀을 뿐이다. 엘라임은 판게아에서 믿을 수 있는 몇 없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따로 원하는 것도 있었다.
“온 김에 나래한테 축복도 걸어주면 좋고.”
강하온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거였다.
물의 정령왕이 내려주는 물의 축복.
받는 순간 물에 대한 친화력 상승하게 되는데, 물이 꼭 필요한 인간에게는 도움이 되는 축복이었다.
그리고 대상이 위험할 때, 엘라임이 나타나 도움을 줄 수도 있었다.
『생각해보죠.』
강하온은 엘라임의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해줄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엘라임은 모든 약효를 몸에 흡수시키고, 물의 축복까지 내려줬다.
『하온, 아직 찾지 못했나요?』
강하온이 부탁한 일을 끝낸 엘라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신이 나랑 빛나가 만나는 걸 싫어하나 봐, 그래도 금방 찾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강하온은 마음이 아팠지만,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오랜만에 본 엘라임을 걱정시키기 싫어서였다.
하지만 계약 관계인 엘라임은 강하온의 감정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슬픔을 느꼈다.
『걱정하지 않아요, 하온은 한 말을 꼭 지키니까요.』
“고맙다.”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할게요,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하온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조만간 기회가 되면 부르도록 할게. 알다시피 너희 부르려면 꽤 부담되잖아.”
『그렇군요, 그러면 저라도 많이 불러주세요.』
“알았어.”
강하온은 엘라임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렇게 엘라임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정령계로 돌아갔다.
“종종 불러야겠네.”
강하온은 오랜만에 친구를 봐서 그런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럼, 나는 나래가 깨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겠네.”
강하온은 곧바로 집을 나섰다, 나래가 깨기 전까지 아카데미 10곳을 돌라면 시간이 빠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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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각성자 아카데미는 국가 소속의 기관이었다.
길드나 기업 같은 자본이 들어올 경우, 한쪽으로 힘이 집중될 위험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 전 세계는 아카데미를 오로지 공공 교육 기관의 역할만을 하는 곳으로 지정했다.
그렇게 아카데미가 생겨나고, 당연하다는 듯 아카데미의 수준이 나뉘었다.
교육 기관인 학교도 급이 나뉘는데, 아카데미라고 안 그럴 리가 없었다.
그렇게 아카데미가 운영된 지, 4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소위 명문이라는 아카데미가 생겨났다.
“신화 아카데미.”
강하온은 그런 곳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신화 아카데미부터 찾았다.
“괜찮긴 하네.”
강하온은 하늘에서 신화 아카데미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전통과 현대의 적절하게 퓨전 된 형식의 건물. 푸른 잔디가 가득한 운동장, 그 외에도 각종 최고급 시설이 가득했다.
그는 왜 ‘신화 아카데미가’ 좋은 환경이라는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직접 내부를 다 돌아봐야 알겠지.”
강하온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속은 별로일 거로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이곳은 최고의 각성자 아카데미였다.
최고의 각성자가 되려는 애들이 많을 텐데, 그런 곳에서는 경쟁이 일어나는 게 자연스러운 거였기 때문이다.
“과연 나래한테 맞는 곳일지.”
강하온은 경쟁이 잘못됐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나래는 굳이 경쟁하면서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스르륵-!
강하온은 투명 마법과 은신술을 동시에 사용해서, 완전히 모습을 감춘 뒤 아카데미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내부를 돌아다닌 강하온은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아이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대부분 아이는 경쟁보다는 그냥 학생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교수진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았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주고 있었다.
“나래한테 딱 어울리겠어.”
강하온은 다른 곳을 더 볼 것도 없이, 신화 아카데미라면 나래를 믿고 다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익숙한 덩치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마하늘 학생은 저희 아카데미에 등록하시겠다는 거죠?
“하하하, 물론이죠.”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하온은 그곳에서 마석도를 볼 수 있었다.
마석도는 당연히 나래가 ‘신화 아카데미’에 등록할 거라는 생각에 마하늘을 입학시켰다.
“······다른 곳을 찾아봐야겠군.”
강하온은 곧바로 다른 아카데미를 찾기로 했다
불손한 마석도와 접점을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뭐, 명문이 한두 곳도 아니고.”
강하온은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아직 조판수가 추천한 곳은 아홉 곳이나 남았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남은 곳 중에서 더 좋은 곳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머지 각성자 아카데미를 돌아본 결과, 신화 같은 곳은 하나도 없었다.
좋은 성적을 바라는 교수진, 아득바득 강해지려는 각성자.
강하온이 원하는 환경이랑은 정반대였다.
“빌어먹을 최고는 최고인 이유가 있네.”
강하온은 결국 ‘신화 아카데미’에 나래를 입학시키기로 했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나래를 안 좋은 곳으로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강하온은 잠에서 깬 나래한테 혼나야 했다.
나래는 볼을 부풀리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강하온늘 노려봤다.
‘웃으면 큰일 나겠어.’
강하온은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억지로 참으며 사과했다.
어차피 각성자 아카데미 입학을 위해서는 입학 시험을 치르러 가야했다.
“아빠가 미안, 대신 내일은 꼭 같이 가자.”
“······.”
“나래 사탕 먹을까?”
“······응, 다음부터 그러면 안 돼요.”
“알았어.”
강하온은 사탕을 꺼내고 나서야 사과를 받아주는 나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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