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나래의 각성자 검사
19. 나래의 각성자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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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게 되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있다.
각성자로 인한 범죄 예방을 위해서 각성자 검사를 받고, 각성 사실을 등록한다.
실제 이러한 법안으로 각성자 범죄율은 거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각성자를 등록만 해도, 나라에서 지원금이 나오는 탓이었다.
그리고 각성자 검사는 매주 월요일, 헌터 협회에서 이뤄졌기에 강하온과 나래는 서울 강남 중심지에 있는 헌터 협회로 향했다.
“아빠! 대따 높아요!”
강하온의 품에 안긴 나래는 하늘 높이 치솟은 건물을 신기해하며 말했다.
“그러게, 건물이 엄청 높네.”
강하온도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 높이 치솟은 건물을 봤다.
그의 기억 속에 있는 가장 높은 건물은 99빌딩이었는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건물은 그보다 더 높았다.
헌터 협회의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는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들어갈까?”
“네.”
각성자 검사가 무서운 병원 검사 같은 것이 아닌, 놀이라고 생각하는 나래는 신나 있었다.
“응? 오늘 무슨 일이라도 있나?”
헌터 협회 안으로 들어가려던 강하온은 고개를 갸웃했다.
협회 앞에는 기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들도 북적거렸다.
그가 사전에 찾았던 정보와는 달랐다.
각성자 검사를 매주 한 번만 시행하는 이유는 각성자의 수가 적기 때문이었다.
각성자의 수는 인류의 0.5%도 채 되지 않는 수준, 그 말은 한 주에 각성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는 거다.
반면에 각성자 검사를 하기 위한 절차에는 많은 인력과 돈이 필요했다.
그런 검사를 상시 유지하는 것은 손해였기에, 매주 한 번을 정해서 이뤄지고 있는 거였다.
“도착했다!”
“저기 도착했네! 사진 찍어!”
“비켜봐! 카메라 좀 가리지 말아봐!”
강하온과 나래가 헌터 협회 안으로 들어온 그때였다, 뒤에서 기자들이 소란스러워졌다.
번쩍-! 찰칵-!
그리고는 수많은 플래시 소리와 카메라 찍히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 스타라도 왔나 보군.’
강하온은 슬쩍 입구 쪽을 보고는 각성자 검사 등록을 위해 줄을 섰다. 그는 지금 저곳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가 왔든, 대통령이 왔든 궁금하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나래의 각성자 검사를 끝내고, 나래랑 미리 찾아놓은 아이스크림 맛집을 갈 생각뿐이었다.
“아빠, 반짝! 반짝!”
하지만 나래는 궁금한지, 강하온의 품에 안겨서는 기자들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나래가 궁금해하자, 강하온도 약간의 궁금증이 생겼다.
그는 청력을 끌어올려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마석도 헌터! 이번에 각성자 검사를 받는 막내 아드님이 태산의 역대급 유망주라는 사실이 맞습니까?”
“각성한 힘이 염동력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이신가요? ”
“막내 아드님의 등급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
“이번에 아드님이 들어갈 아카데미는 정해지셨습니까? 역시 한국 최고 명문인 신화 아카데미입니까?”
강하온은 하루 만에 지금의 지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인터넷을 통해서 한빛나를 납치해간 검은 형체에 대한 정보, 그리고 나래를 위해 헌터와 각성자 아카데미에 대해서 검색하게 생긴 변화였다.
그래서 지금 밖에 상황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판게아에서 가문이나 길드를 중심으로 뭉치는 것처럼, 지구도 그랬다.
지구의 헌터는 뜻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길드를 이뤘다.
그리고 한국에는 강력한 다섯 곳의 길드, 5대 길드라 불리는 길드가 존재했는데 태산은 그곳 중 하나였다.
그런데 태산의 마스터, 마석도의 막내아들이 각성자 검사를 받으러 와서 사람들이 저렇게 몰린 거였다.
‘지구나 판게아나 사람 사는 곳은 전부 비슷하네.’
강하온은 이런 모습을 판게아에서도 많이 봤었다.
명문가의 자제들이 아카데미에 입학했을 때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그나저나 염동력이라······.’
공교롭게도 오늘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마석도의 아들은 나래와 같은 힘을 각성했다.
‘쯧쯧, 날을 잘못 잡았네.’
강하온은 이름 모를 마석도의 아들이 안타까웠다, 대충 말하는 것을 보니 제법 장래가 촉망되는 아이인 거 같은데, 재수도 없게 오늘은 나래가 검사받았기 때문이다.
강하온은 이번 시험에서 그 어떤 뛰어난 재능을 가진 각성자가 나와도 나래에게 비빌 수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나래의 재능은 자신조차 놀라게 했으니 말이다.
‘그 스포트라이트는 당연히 우리 나래한테로 옮겨지겠구나.’
강하온은 지금 저 스포트라이트가 나래한테 쏟아지게 될 거라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빠, 왜 우서요?”
“아니야, 우리 나래 1등······.”
강하온은 1등 해야 한다는 말을 하려다 멈칫했다.
‘굳이 나래 같이 착한 아이를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스템에 둘 필요는 없지.’
그는 나래가 과거 자신처럼, 경쟁하며 치열하게 살아가지 않았으면 했다.
“1등?”
“아니야, 나래는 그냥 두둥 검사 재밌게 하면 돼요.”
강하온은 고개를 갸웃하는 나래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조금 전 나래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네!.”
강하온은 나래가 지금 환하게 웃는 것처럼, 계속 순수하고 맑게만 자라줬으면 했다.
‘으음, 각성자 아카데미는 직접 잘 알아봐야겠네.’
강하온은 원래 최고의 시설에서 다니게 하려고 했던 생각도 바뀌었다, 나래가 경쟁이 아닌, 즐겁게 다닐 수 있는 아카데미를 선택할 생각이었다.
“대기 번호 77번 대기자분.”
“네, 갑니다.”
강하온은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래를 데리고 헌터 협회 직원의 앞으로 가서 앉았다.
“안녕하세요.”
나래는 협회 여직원한테 인사를 했다. 그 모습에 강하온은 한빛나가 참, 교육을 잘 시켰다고 생각했다.
“어머,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인형 같다.”
여직원은 그런 나래를 보고는 눈에서 하트가 나올 거 같이 변했다.
“보는 눈이 있으시네, 나래가 귀엽고 예쁘기는 하죠.”
자기 딸이 예쁘다는데 싫어할 부모는, 특히 아빠는 없었다.
강하온은 웃으면서 화답했다.
“이름이 나래에요? 어머, 이름도 너무 이쁘네. 그런데 오신 이유는 나래 각성자 검사 때문인가요?”
“네! 나래 두둥 검사하러 왔어요!”
눈에서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여직원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나래가 직접 말했다.
“두둥?”
“각성자 검사를 말하는 겁니다, 나래가 염동력을 각성했거든요.”
강하온은 ‘나래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직원한테 직접 말해줬다. 그의 말에 여직원의 눈이 커졌다.
“염동력이요? 대단하네요.”
염동력은 각성하는 힘 중에서도 불이나 얼음, 벼락같은 자연계열 힘과 버금갈 정도로 최상위로 분류된 힘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나래가 대단하기는 하죠.”
강하온은 큰 소리로 웃었고, 그 모습에 여직원은 강하온이 지독한 딸 바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럼, 바로 각성자 검사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빠르게 나래의 각성자 검사를 도왔다.
“잠시 후에 일괄적으로 각성자 시험을 진행될 예정이니, 잠시 만 앉아서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나래야, 그러면 홧팅!”
“홧팅!”
강하온과 나래는 여직원의 응원을 받으며, 자리로 돌아가 각성자 검사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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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검사는 남녀노소는 구분하지 않지만, 각성한 힘의 종류는 구분했다.
힘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몸을 강화하거나 변화시키거나 하는 육체계.
몸보다는 나래가 가진 염동력이나, 불을 다루는 자연계열과 같은 이능계.
소환이나 그 외에 육체와 이능에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거나, 그게 아니면 육체, 이능에 둘 다 힘을 쓸 수 있는 특수계가 있었다.
셋은 각각의 시험 내용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에 분류시켜서 시험을 진행했고, 현재 강하온과 나래는 이능계 시험 감독관을 따라서 시험장에 와 있었다.
“우와! 아빠 엄청 넓어요!”
놀이를 생각해서 신난 나래의 말대로, 시험장은 넓은 빌딩 한 층을 다 사용해서 무척이나 넓었다.
“시험을 시작하기에 앞서, 일단 본인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그때, 감독관이 앞으로 나오며 참가자들을 하나씩 호명하기 시작했다.
“12번 각성자, 이름 박지훈, 나이는 스물셋, 각성한 힘은 염동력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가장 먼저 호명한 각성자는 평범한 남성이었다. 감독관은 손에 든 태블릿과 남자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다음 각성자를 호명했다.
“77번 각성자, 이름 강나래, 나이는 다섯 살, 각성한 힘은 염동력 맞습니까?”
“네!”
다음 호명한 각성자는 나래였고, 나래는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힘차게 대답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태블릿과 나래를 번갈아 보더니, 다음 각성자 호명을 했다.
“79번 각성자, 이름 마하늘, 나이는 다섯 살, 각성한 힘은 염동력 맞습니까?”
“네에!”
장난기 가득한 얼굴의 남자아이는 아주 악을 지르듯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나래를 보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나래를 신경 쓰는 건가? 하긴, 나이도 같은 데다 같은 염동력을 사용하니 신경이 쓰이겠지. 저 꼬맹이는 항상 최고가 되라고 들으면서 자랐을 테니까.’
강하온은 단번에 아이의 의중을 파악했다.
“헤헤, 두둥! 두둥! 해야지!”
하지만 정작 나래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뭐, 저 꼬맹이가 노력해봤자 나래를 이길 수는 없겠지.’
그런 강하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마하늘이 나래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강하온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강하온은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마석도한테 향했다.
‘한국에서 열 손가락에 들 정도로 강하다고 했었나? 강할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네.’
강하온은 각성이라는 메커니즘에 흥미가 생겼다.
대체 어떤 힘이길래, 판게아에서는 평생을 수련해도 도달하기 힘든 마스터의 경지를 고작 5년 만에 도달한 것인지를.
‘하지만 딱 거기까지군.’
강하온에게 흥미,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신경을 쓰지 않고, 감독관의 설명에 집중했다.
“세 사람 모두 확인이 끝났으니, 간단하게 검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해주겠습니다.”
이능계는 세 가지를 검사했다.
첫째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 평가한다.
둘째는 힘을 얼마나 정교하게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셋째는 힘을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
‘힘을 평가하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네.’
강하온은 각성자 검사의 방식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런 우연이 있을 수도 있나?’
강하온은 지금 이 상황이 재밌었다.
검사를 받는 사람이 세 명이 전부인데, 공교롭게도 세 명이 전부 염동력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설명이 끝났으니, 검사 시작하겠습니다. 12번 각성자 앞으로 나와주세요.”
감독관의 호명으로 검사가 시작됐다.
“저기 보이는 벽을 염동력으로 강하게 밀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첫 번째는 특수 제작된 벽에다 힘을 사용해서, 그 힘의 수치를 재는 것이었다.
“오오! 아빠, 이제 시작해요.”
나래는 옆에서 그 모습을 기대하며 쳐다봤지만, 강하온은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너무 약해.’
12번 각성자의 힘은 너무 약했다, 나래는 물론, 마석도의 아들인 마하늘과도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쿵-!
뭔가 부딪히는 작은 소리와 함께, 검은 벽 위에 있는 전광판에 숫자가 떠올랐다.
『12』
염동력의 경우, 전광판에 표시된 숫자만큼의 무게를 들 수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
12번 각성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최상위로 분류되는 염동력을 각성했지만, 힘이 너무 약했기 때문이다.
“기회는 두 번 있습니다, 각성자가 원한다면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습니다. 도전하시겠습니까?”
“네.”
12번 각성자는 아쉬웠는지 다시 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 증가한 13이었다.
“77번 각성자, 앞으로 나와주세요.”
다음은 나래의 차례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방해로 바로 시작할 수가 없었다.
“내가! 내가 먼저 할래!”
바로 마석도의 아들 마하늘이, 자신이 먼저 하겠다고 앞으로 튀어 나간 것이다.
“후······, 77번 각성자, 순서를 양보해줄 수 있으시겠습니까?”
감독관은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마석도를 보고 숨을 내쉬더니 강하온에게 다가와 말했다.
“네! 나래가 양보해줄게요!”
“77번 각성자, 고맙다.”
그리고 나래의 양보로 마하늘이 먼저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럼 79번 각성자가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앞에 벽에 염동력을 사용해주세요.”
“합!”
마하늘은 나래를 슬쩍 쳐다보고는 기합소리와 함께 염동력을 사용했다.
쾅-!
조금 전과는 다른 큰 소리가 들렸다.
『173』
그리고 소리 만큼이나 숫자도 높게 표시됐다, 무려 173kg의 무게를 염동력으로 들어낼 수 있다는 거였는데, B급 헌터에 버금가는 힘이었다.
다섯 살 아이라는 걸 고려하면 엄청난 결과였다.
“오······.”
감독관 역시 놀라고 있었다.
“역시, 내 아들이군.”
마석도는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뿌듯하게 웃고 있었다.
“훗!”
마하늘은 남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나래를 보고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79번 각성자, 한 번 더 도전하겠습니까?”
“응!”
마하늘은 다음 기회도 사용했고, 이번에는 1차 도전보다 높은 184가 나왔다. 거의 B급 헌터에 버금가는 힘이었다.
“헤헤, 재밌겠다!”
하지만 나래는 마하늘이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도 빨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77번 각성자, 앞으로 나와주세요.”
마지막으로 나래의 차례가 다가왔다.
“네!”
나래는 빨리하고 싶은지 총총걸음으로 앞으로 튀어 나갔다.
“얍!”
나래는 앞에서 한 각성자처럼 염동력을 사용했다.
콰앙-!
그리고 조금 전 두 사람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소리가 검사장 내부를 가득 채웠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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