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여, 역시 나래는 천재야!
18. 여, 역시 나래는 천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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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유심히 나래를 지켜봤다. 어느 순간 나래의 주위에서 힘이 모이는 게 느껴졌다.
“각성도 마나인가?”
강하온은 지구만의 특별한 힘, 각성해서 얻은 힘도 마나를 베이스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이참에 나래의 몸을 꿰뚫어 봤다.
현재 나래가 가진 힘과 각성의 메커니즘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역시 내 딸이야.”
나래 몸 안에 있는 힘을 본 강하온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작은 몸이지만, 느껴지는 힘은 상당했다.
아직 투박하기는 하지만, 마치 원석으로 치면 다이아몬드 같은 느낌의 아주 훌륭한 힘이었다.
“으음,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강하온은 나래의 몸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마나를 조절한다면 자신 또한 각성하는 게 가능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하지만 강하온은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는 각성하지 않아도 강했고, 당장은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과연 몇 개나 올리려나.”
바로 나래가 힘 컨트롤 어느 정도 수준일까였다.
“세 개? 아니 두 개만 올려도 대단한 거지.”
강하온은 두 개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강하온이 꺼낸 공의 정체를 아는 자들이 있다면, 그를 팔불출 아빠라고 욕할 것이다.
그도 그럴게, 강하온이 꺼낸 쇠공은 특수 제작된 기물이었다.
기본적으로 마나를 빨아들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단순히 공을 띄우는 것조차 한 달이 넘게 걸리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그런데 힘을 각성한 지 하루, 게다가 다섯 살 어린 여자아이가 두 개의 공을 올린다?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진짜 희대의 천재가 아닌 이상에야 말이다.
하지만 그런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다.
“허억!”
웬만한 것에는 놀라지도 않은 강하온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입이 떡 벌어졌다.
“두둥! 두둥!”
나래 주위에 떠 있는 쇠공은 네 개, 강하온이 예상한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는 나래를 보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여, 역시 나래는 천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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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는 그 뒤로도 염동력으로 쇠공을 띄우는 것이 재미가 있었는지, 이리저리 쇠공을 움직이는 놀라운 일까지 벌이면서 놀았다.
강하온은 그런 나래의 모습을 보면서 아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나는 무한하지 않고, 마나를 컨트롤하기 위한 정신력도 무한하지 않았다.
이는 마나를 사용하는 인간이라면 모두가 적용되는 명제였다.
물론, 그것에 벗어난 인간도 존재하기는 했지만.
하여튼 그래서 마나를 숙련시키는 제일 좋은 방법은 한계까지 마나를 사용하고, 그 힘을 컨트롤해서 정신력까지 모두 소모하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되면 마나와 정신력의 그릇이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알아서 저렇게 최고의 훈련법을 본능적으로 찾기까지 하고, 나래는 역시 천재가 분명해.”
나래는 그저 이것이 놀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거였지만, 이미 제대로 콩깍지가 씐 강하온의 눈에는 모든 게 의미 있게 보였다.
아빠란 그런 존재였다.
“아빠, 나래 졸려요.”
나래는 그 뒤로 한참을 쇠공을 가지고 놀다가 강하온한테 다가왔다. 그는 나래의 몸속에 마나가 거의 다 소모된 것을 확인하고는 감탄했다.
마나가 회복되면서 그릇이 넓어질 정도로 많은 양을 소모했기 때문이다.
‘대단해······, 단숨에 극한의 집중 상태까지 접어든 건가?’
마나나 정신력은 그릇을 넓히려면 전부 비워야 한다. 하지만 이 비운다는 것은 쉬우면서도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한계선을 걸어 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들 말하는 무아지경에 빠지지 못하면, 그릇을 넓힐 정도로 마나를 소모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런데 지금 나래는 첫 훈련에서 그걸 해낸 것이다.
하지만 이건 강하온의 오해였다.
일단 첫 번째는 나래가 어려서 생긴 것이다.
지금 한 것을 훈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놀이라고 생각했기에 즐기면서 했기 때문이다.
보통은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애초에 시작이 놀이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딸 바보인 강하온의 지극한 주관적인 시선 때문이었다.
평소 냉정했던 강하온이었다면 단숨에 이유를 파악했겠지만, 지금 강하온은 그냥 나래가 천재라고 확신하고 봤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래의 재능이 없다는 말은 아니었다.
괜히 유전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명문가가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했을 때, 나래는 투신이라 불리는 절대자의 유전자를 이어받았다.
당연히 천재라고 불릴 재능을 소유하고 있었다.
단지, 강하온의 콩깍지는 그 이상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래 졸리구나?”
“응······.”
“가서 조금 자자.”
강하온은 반쯤 눈이 감긴 채,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나래를 품에 안고 집으로 들어갔다.
“······당분간은 나래한테 집중하자.”
강하온은 한빛나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래가 조금 더 혼자 있는 것에 대해서 안정을 찾기 전까지는 나래의 곁에 붙어 있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한빛나도 그러기를 바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럴 때 은순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강하온은 판게아에 있는 자신의 친구, 실버 드래곤 아이실리스를 생각하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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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는 엄청 피곤했는지, 그날 저녁이 돼서야 깨어났다.
다행히 강하온이 걸어준 회복 마법 때문에 시름시름 앓는 일은 없었다.
“아빠, 배고파요······”
하지만 회복 마법으로도 배가 고픈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나래는 고개를 숙이고는 양손으로 배를 만지면서 말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귀여울까?’
강하온은 그 모습에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우리 나래 배고프면 안 되지, 얼른 밥 먹자.”
강하온은 미리 준비해둔 밥을 꺼내왔다, 정보의 바다라 불리는 인터넷을 뒤져서 아이에게 제일 좋은 영양 비율을 맞춘 식단으로 맛은 물론, 영양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강하온의 특별 식단이었다.
“헤헤, 마이떠요!”
강하온의 노력이 통했는지, 나래는 맛있게 먹었다.
“나래, 꼭꼭 씹어서 먹어야지.”
“꼭꼭.”
나래는 강하온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음식을 꼭꼭 씹어서 먹었다.
“잘 먹었습니다.”
나래는 배가 아주 고팠는지, 밥을 반 공기나 더 먹고 나서야 식사를 끝냈다.
“나래야, 아빠랑 잠깐 얘기 좀 할까요?”
“네!”
나래가 밥을 다 먹기를 기다렸던 강하온은 나래와 하려던 얘기를 꺼냈다.
강하온이 꺼낸 얘기는 각성자 아카데미에 대한 얘기였다.
마가렛 수녀의 말과 아까 낮에 나래가 염동력을 사용하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나래가 각성자 아카데미에 가도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나래가 마음이 제일 중요하지.’
강하온은 나래가 싫으면 보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래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헤헤, 나래는 좋아요! 두둥하는 친구들 보고 싶어요!”
하지만 강하온의 걱정과는 다르게 나래는 각성자 아카데미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하긴, 빛나 성격을 닮았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가?’
좋아하는 나래를 보며 강하온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한빛나는 강하온과 다르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빛나의 외모는 물론, 성격까지 쏙 빼다 닮은 나래 역시 당연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 진짜 가고 싶어? 아빠는 나래가 가기 싫으면 안 가도 괜찮아요.”
강하온은 그대로 다시 한번 물었다.
아직 어린 나래가 자신의 눈치를 보느라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했을까 봐서였다.
하지만 강하온의 걱정은 기우였다.
“아니에요, 나래도 친구들 보고 싶어요!”
나래는 여전히 같은 대답을 했다, 오히려 조금 전보다 더 의욕적인 태도를 보였다.
“두둥, 파악, 파박, 하는 친구들도 보고 싶어요.”
강하온은 새로운 ‘나래어’를 해석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나래가 각성자 아카데미를 가고 싶다는 의지는 정확히 전달받았다.
‘하긴, 나래가 홧김에 한 선택이면 어때.’
원래 각성자 아카데미는 한 번 입학하면 졸업하기 전까지 다녀야 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강하온에게 그런 원칙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래한테 피해가 가고, 나래가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타협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럼 날을 확인해봐야겠네.”
각성자 아카데미에 입학하려면, 아니 각성자가 되면 일단 각성자 검사를 해야 했다.
강하온은 곧바로 인터넷으로 각성자 검사 날짜를 확인했다.
각성자 검사는 매주 한 번 정해진 날짜에 할 수 있다고, 마가렛 수녀한테 얼핏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 각성자 검사하는 날은 내일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나래야, 그러면 내일 아빠랑 각성자 검사를 하러 갈까?”
“검사요······? 나래 주사 맞아요······?”
검사라는 말에 겁을 먹은 나래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강하온은 나래가 왜 그러는지 단번에 파악하고는, 나래에게 제대로 상황을 설명했다.
“이건 병원에 가는 게 아니고, 그러니까······ 우리 나래 두둥이 얼마나 좋은지 확인하러 가는 거야.”
강하온은 자신이 설명하고 뿌듯해했다. 나래가 겁을 먹지 않게, 아주 센스있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두둥 검사? 좋아요!”
강하온의 의도는 제대로 먹혀들었고, 나래의 얼굴에서는 금방 웃음이 떠올랐다.
“그럼, 다음날 검사하러 가야 하니까, 얼른 자자.”
“아빠, 동화책!”
“그래, 오늘은 뭘 읽어 볼까나?”
강하온은 내일 각성자 검사를 위해서, 동화책을 꺼내 들었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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