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한빛나의 흔적
17. 한빛나의 흔적
#
한빛나가 사고당한 경위까지 전부 알아내는 것은 헌터 협회에 가야 했지만, 사고 위치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게이트 붐 현상이라는 게 흔한 것도 아니었고, 2년 전, 한국이라는 시간과 장소를 특정하면 금방 나왔다.
그렇게 찾은 곳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 근처에 있는 숲속이었다.
“상당히 큰 폭발이네.”
강하온이 도착한 곳은 터진 게이트가 있던 곳이었다. 그곳은 아직도 직경이 수십 미터가 넘는 구덩이가 있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상당히 큰 폭발이었다는 걸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일단 아무런 흔적도 없네.”
폭발이 상당했는지, 육안으로 보이는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흐른 탓도 있었다.
“그래도 여기를 안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강하온은 그 어떠한 흔적이 없어도, 한빛나가 사라진 이곳의 위치를 찾은 것만으로 만족했다.
“후······, 이럴 때 은순이가 있으면 좋으련만.”
강하온은 아쉬웠다.
실버 드래곤 아이실라스, 그녀는 드래곤 중에서도 마법에 조예가 깊었다.
반면 강하온은 가진 힘 중에서 마법이 가장 부족했다.
그래서 마법이 필요한 일에서는 항상 아이실라스가 대신 해결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직접 해야겠어, 언제까지 은순이한테 부탁할 수 없잖아. 녀석한테도 인생? 아니 용생이 있을 테니까.”
강하온은 직접 마법을 시전 하기로 했다.
그가 마법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그의 마법 수준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의 비교 대상이 마법의 종주라 불리는 드래곤이었을 뿐이다.
사실 비교 대상이 드래곤이 아니면 강하온의 마법 실력은 뛰어났다.
판게아에 있는 대마법사들과 마법 대결에서도 전부 압도했으니까, 물론 전투 마법 한정이었다.
고오오-!
강하온의 중심으로 마나가 모이기 시작했다.
지금 그가 사용하려는 것은 이 장소의 과거를 엿보는 일, 엄청난 마나와 집중력이 필요했다.
“과거를 비춰라.”
그가 마법을 영창 하자, 일대를 가득 채웠던 마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2년 전, 이곳의 과거 상황이 영상처럼 흘러나왔다.
마치, 그 모습은 홀로그램으로 영상을 재생시키는 것 같았다.
“빛나야······.”
강하온 영상 속에 나온 한빛나를 아련하게 쳐다봤다.
“여전히 똑같구나.”
한빛나는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특수한 장비들을 걸치고 있다는 거였다.
“미안해.”
강하온은 그런 한빛나의 모습을 보고 미안했다. 남들은 물도 안 묻히겠다고 하는 상황에 자신이 사라진 탓에 한빛나는 몬스터의 피를 묻혔으니까.
“다시 만나면, 꼭 손에 물도 안 묻히게 해줄게.”
강하온은 다시 만날 한빛나를 생각하며 다짐했다, 그리고 다시 재생되는 과거에 시선을 집중했다.
“분명 사고는 게이트에서 나오면서 일어났다고 했어.”
현재 재생되는 과거는 이제 막,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강하온은 재생되는 과거의 속도를 앞당겼다.
“응? 잠깐.”
영생을 앞으로 재생시키던 강하온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찰나였지만, 그의 눈에 게이트 안으로 무엇인가가 들어가는 것으로 보였다.
“역시, 뭐가 들어갔어.”
강하온은 과거를 뒤로 감으며 다시 확인한 결과, 게이트 안에 들어가는 검은 무언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재생되는 과거를 멈춰도 정체불명의 검은색은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마치, 누가 일부러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이즈가 끼어 있었다
저 물체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금 강하온이 한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과거를 보는 마법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강하온의 수준으로는 지금이 한계였다, 그가 주력한 것은 전투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그때 은순이가 말할 때, 마법을 더 열심히 배워놓을걸.”
-마법은 꼭 전투에만 사용하는 게 아니야, 그것처럼 무식한 짓도 없어. 그러니까 다각적으로 배우는 게 좋을 거야.
강하온은 아이실라스가 말할 때, 배워놓지 않을 것을 후회했다.
“일단 앞으로 당겨봐야겠어.”
강하온은 일단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것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게이트 붐이 일어나기 전을 확인했다.
“갑자기 뭐지?”
과거를 보던 강하온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갑자기 게이트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서 튀어나온 것이다.
그리고는 부리나케 도망가고 있었다.
“빛나는 없다.”
그중에 강하온은 나온 사람 중에서 한빛나가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걸 마지막으로 게이트가 폭발했다.
“역시 이상해······.”
강하온은 한빛나의 사고에 이상한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일단 한빛나가 혼자서 게이트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부터, 다른 헌터들이 겁에 질려 나왔다는 것도 있었다.
분명, 게이트 붐은 아무런 전조도 없이 일어난다고 했다.
그렇다는 건, 저 헌터들이 게이트 안에서 뭔가를 보고 도망갔다는 말이었다.
“일단 다른 흔적도 찾아보자.”
강하온은 이대로 흔적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과거를 더 엿봤다.
하지만 그때, 그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지지직-!
폭발의 연기가 모두 걷힐 때쯤, 갑자기 재생되던 과거에 노이즈가 생기면서 마법이 해제된 것이다.
강하온은 왜 마법이 해제된 건지 알 수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들이 장난질을 쳐놔?”
강하온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지금 이 순간, 딸 바보 강하온은 사라지고, 판게아의 투신이 있었다.
강하온은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볍게 그었다.
쩌저적-!
그 순간,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무엇인가 깨져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강하온의 마법을 방해한 힘이었다.
“과거를 비춰라.”
강하온은 다시 마법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무런 노이즈도 없이 과거가 재생됐다.
그곳에는 온몸이 검은 형체로 이루어진 존재가, 정신을 잃은 한빛나를 어깨에 둘러메고 있었고,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감추면서 사라졌다.
“감히! 저 새끼들이!
강하온의 분노했다.
그 순간, 그의 분노에 대기 중에 마나가 공명했다.
우르릉-, 쾅쾅-!
그리고 그의 분노를 대변하든 갑자기 마른하늘에서는 벼락이 내려치기 시작했다.
“만약에 빛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가는 네놈들의 차원을 전부 멸망시켜주지.”
강하온도 정확히 한빛나를 데려간 자들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판게아처럼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라는 것은 인식할 수 있었다.
“일단은 네놈들의 정체부터 밝혀주마.”
현재 한빛나가 지구에 없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런데 당장에 현실적으로 강하온이 모든 차원을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그의 마법으로는 차원을 열 정도로 수준이 높지 않았고, 무엇보다 나래를 혼자 둘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나래를 데려갈 수도 없었다.
차원을 넘는 것 자체는 강하온에게 조차 상당한 부담이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떻게든······.”
하지만 지구에는 게이트가 있었다.
분명, 게이트와 연결된 차원일 확률이 높았다.
놈들의 정체를 알아내고, 그 차원의 위치만 알아낸다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당장에 찾아······어! 나래야!”
당장에 검은 형체를 찾아서 움직이려던 강하온은 멈칫했다.
그리고 일순간 그의 분노가 가라앉았다.
바로, 나래에게 걸린 알람이 울린 것인데, 그 말은 나래가 깨어났다는 말이었다.
번쩍-!
강하온은 곧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
강하온은 집으로 돌아가자, 자신을 찾는 나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빠? 아빠······, 없어요?”
떨리는 목소리, 누가 들어도 불안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강하온이 모든 일을 멈추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온 이유이기도 했다.
현재, 나래는 혼자 있으면 굉장히 불안해하는 상황이었다.
마가렛 수녀의 말로는 한빛나가 사라지고, 잠시 동안 혼자가 됐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보육원에서도 절대 혼자 두는 일이 없다고 했었다.
“나래야, 일어났어?”
강하온은 재빨리, 나래가 자던 방으로 들어갔다.
“아빠!”
나래는 강하온을 발견하자, 달려와서 품에 안겼다.
“아빠, 어디 갔었어요······.”
강하온은 불안한지 몸을 떠는 나래를 꽉 안아줬다, 그리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마법도 걸었다.
그제야 나래는 떨림이 조금 잦아들었다.
“나래야, 미안해. 많이 놀랐어?”
“조금······.”
나래는 이제 많이 진정된 거 같았다.
“우리 나래 아가였구나? 혼자 있어서 무서웠어?”
“응, 나래 아가야······, 무서워요······. 그러니까 아빠는 나래랑 꼭 같이 있어야 해요······,”
강하온은 분위기를 환기할 겸 장난을 쳤다가, 나래의 반응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나래가 지금 상황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가 미안해, 다시는 나래 혼자 두지 않을 테니까, 걱정 하지 마, 알았지?”
“약속?”
“그래, 약속.”
“도장이랑 싸인이랑 복사도 해야 해요······.”
나래는 이번에도 제대로 약속 계약을 하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은 안정된 거 같았다.
“나래야, 얼른 자자.”
“잠이 안 와요······.”
나래는 놀라서 잠이 다 깬 상태였다.
“그러면 아빠가 나래 좋아하는 동화책 읽어줄까?”
“네!”
그제야 나래는 완전히 마음이 다 안정됐는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래야,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서 뿔나는데?”
“허억! 어떻게 해요? 나래 엉덩이에서 뿔나요?”
나래는 놀라더니 자기 엉덩이를 손으로 더듬었다.
강하온은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치······, 우서?”
그제야 나래는 강하온이 장난을 쳤다는 것을 알고, 입을 댓 발 내밀고 강하온을 노려봤다.
“오늘은 어떤 동화가 좋을까? 곰 세 마리 동화를 읽어줘야겠다.”
강하온은 그런 나래에 시선에 움찔하고는, 곧바로 동화책을 꺼내서 화제를 돌렸다.
잠시 후, 나래는 잠깐이지만 심적으로 힘들었는지, 동화를 중간 정도밖에 읽지 않았는데 다시 잠들었다.
“아빠 곰······,엄마 곰······, 아기 곰······, 다 행복하게······.”
“그래, 곰 세 마리처럼, 아빠랑 엄마랑 나래도 다 행복하게 살자.”
강하온은 잠꼬대하는 나래를 지켜보다가, 한참 뒤에 잠자리에 들었다.
#
다음 날.
강하온과 나래는 아침부터 일찍 푸른 잔디가 깔린 마당으로 나왔다.
그는 오늘 나래가 기본적으로 힘을 다룰 수 있게 훈련을 시킬 생각이었다.
훈련의 이유는 당연히 폭주의 위험성을 막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앞으로 입학하게 될 각성자 아카데미 때문도 있었다.
‘우리 나래가 그냥 아무 반에나 들어가게 할 수 없지.’
각상자 아카데미는 처음 들어가게 되면 레벨 테스트를 진행해서 반을 정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높은 레벨이 좋은 환경이 있는 반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강하온은 이왕이면 나래를 최고의 환경으로 보낼 생각이었다.
물론, 나래가 원하면 입학시킬 생각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헤헤. 두둥! 두둥!”
“저렇게 좋나?”
강하온은 염동력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 잔디 위를 방방 뛰어다니는 나래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마가렛 수녀의 말을 듣기를 잘했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마가렛 수녀가 말대로 힘을 억누르는 것 자체가 아이한테 안 좋다는 말이 떠올랐다.
“강나래, 이리 와봐.”
강하온은 평소와 다르게 진지하게 행동했다.
힘을 사용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 했기 때문이다.
“네!”
나래는 강하온의 부름에 재빨리 다가와서는 어설프게 차렷을 했다. 지금 상황을 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아빠가 하는 거를 따라 해보는 거야.”
“네!”
강하온은 아공간에서 500g 정도 되는 쇠구슬 10개를 꺼내서 바닥에 던졌다.
두둥-.
그러자 갑자기 마치 염동력을 사용한 것처럼 허공에 떠올랐다.
“어! 아빠도 두둥해요?”
나래는 강하온이 자신과 같이 염동력을 사용한다는 것에 눈이 커졌다.
“당연하지, 아빠는 못 하는 게 없어요.”
강하온이 사용한 것은 정확히 말하면 염동력은 아니었다.
극한의 깨달음을 얻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어검술의 일종이었다.
“우와! 아빠 최고에요!”
“당연······크흠, 그럼 이제 나래도 해봐. 아빠처럼.”
나래의 칭찬에 입꼬리가 올라가던 강하온은 헛기침하며 표정관리를 했다. 힘이라는 건 조심에도 모자람이 없기에 진지하게 임할 생각이었다.
“네!”
나래는 어설프게 차렷을 하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나래는 지금 이 상황이 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강하온은 차라리 저렇게라도 마음을 가짐을 갖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
강하온은 입술을 모으면서 집중하는 나래를 조용히 지켜봤다.
그리고 나래가 과연 몇 개나 올릴까 기대했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