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래와 장보기
9. 나래와 장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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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나래의 대답에 문득, 과거 한빛나의 연애 시절이 떠올랐다. 그녀가 자주 했던 요리가.
“혹시 나래가 좋아하는 스파게티가 엄마가 해준 스파게티야?”
“네!”
나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으음, 빛나가 해준 스파게티면······.”
혼자 중얼거리던 강하온은 옆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나래가 반짝이는 눈으로 강하온을 보고 있었다.
강하온은 나래가 왜 저러는지 알 거 같았다.
‘말해주고 싶은 건가?’
‘나래가 알려줘야지!’
강하온의 생각은 정확했다.
나래는 강하온이 모르면 말해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저렇게 기대하는데 그냥 들어봐야겠네.’
강하온은 나래가 어떤 스파게티를 좋아할지 예상하고 있었다.
한빛나는 요리를 잘못했는데, 유일하게 파스타 하나는 잘했다.
그것도 한 종류의 파스타, 그래서 강하온은 연애 시절 질리도록 한빛나가 해준 파스타를 먹었다.
“나래는 어떤 스파게티가 좋아? 빨간색? 주황색? 하얀색?”
강하온은 나래가 원하는 대로 물어보기로 했다.
주먹을 쥐고 엄청 기대하는 눈으로 보는 나래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얀색이요! 엄마가 해준 거는 하얀 색이었어요! 까나리······.”
나래는 신이 나서 말했다. 그런데 음식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강하온은 그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으음, 까나리면 큰 일인데? 까르보나라 아닐까?”
“네! 그거 까나······보나라?”
나래는 어려운 발음이라 그런지, 말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그 모습에 강하온은 천천히 발음하면서 말을 했다.
“천천히 해봐 까, 르, 보, 나, 라.”
“까르보나라.”
나래는 그제야 제대로 발음하고 좋아했다.
“그러면 나래가 좋아하는 까르보나라를 만들 재료를 사러 가봐야겠다.”
본격적인 강하온과 나래의 장보기가 시작됐다.
유제품을 파는 곳이었다.
까르보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 베이스는 소스를 만들기 위해서 생크림과 우유부터 구매했다.
“일단 우유는 아이들 성장 발달에 좋은 거로······.”
안그래도 또래보다 조금 작아보이는 나래가 걱정 됐던 강하온이었다.
그는 나래한테 가장 좋은 음식을 먹이기 위해서 일일이 성분표를 비교하며 영양분이 많이 들어 있는 우유를 골랐다.
“이것 신선도가 별로고······, 이건 속이 썩어 있네.”
심지어는 다른 재료 선별에는 생명력을 볼 수 있는 마법에 투시 마법까지 썼다.
고작 식재료 고르는데 고난이도 마법을 쓰는 것을 보면 판게아의 마법사들이 기겁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래에게 먹을 음식의 재료를 허투루 고를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신제품인데, 한 번 먹어 보고 가요”
그렇게 한창 음식 재료를 사러 다니던 중, 한 아줌마가 강하온에게 말을 걸었다.
치즈를 파는 식품 판매대의 마트 직원이었다.
“어머, 애가 아빠를 닮아서 그런지 너무 이쁘네. 인형이 따로 없네, 따로 없어.”
평소였다면 그냥 안 산다고 말하고 무시하고 지나갔을 강하온이었지만, 그의 귀를 사로잡는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방금 뭐라고 하셨죠?”
강하온은 천천히 카트를 뒤로 끌면서 조금 전 말했던 마트 직원 아줌마한테 물었다.
“네?”
“제가 지나갈 때 하셨던 말이요.”
마트 직원은 갑작스러운 강하온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강하온은 신경 쓰지 않고 할 말을 했다. 지금 그는 조금 전 들었던 말을 다시 듣고 싶었을 뿐이다.
“새로 나온 신제품인데, 한 번 먹어 보고 가라는 거요?”
마트 직원은 강하온의 행동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원하는 대로 말했다. 세상에 미친놈은 많지만, 그 미친놈도 그녀에게는 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아니요, 그거 말고 다음에 했던 말.”
“애가 아빠를 닮아서 그런지 너무 이쁘다고······.”
“맞아요.”
강하온이 발걸음을 멈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그는 나래가 자신의 닮았다는 말에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아졌다.
“그 뒤에도 더 말해주세요.”
“인형이 따로 없네, 따로 없어?”
마트 직원은 갑자기 실실 웃는 강하온이 정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그가 원하는 대로 해줬다.
“아주머니께서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기분이 좋아진 강하온은 치즈를 사고 싶은 생각이 샘솟았다. 저런 뛰어난 안목을 가진 마트 직원이 파는 치즈라면 훌륭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거 시식해 봐도 되나요?”
“네, 네! 가능해요. 시식해 보시겠어요?”
“여기 인형 같은 나래한테 하나 주시고, 저한테도 하나 주세요.”
“하하······, 네.”
마트 직원은 나사 하나 빠진 사람처럼 실실 웃고 있는 강하온의 행동에 나래를 측은하게 보고는 시식 치즈를 건네줬다.
‘으음, 그냥 쏘쏘하네.’
강하온은 치즈를 먹고 평가했다. 맛이 있는 것도, 딱히 없지도 않은 무난한 치즈였다.
“나래는 어때?”
“맛있어요! 하나 더 먹어도 돼요?”
하지만 나래는 강하온과 다르게 입맛에 맞았는지 좋아했다.
“그럼, 여기 하나 더 먹어보렴.”
강하온이 딸아이한테 정신을 못 차리는 아빠라는 것을 파악한 마트 직원은 재빨리 치즈 하나를 더 나래한테 줬다.
“고맙습니다!”
“예의도 바르네. 맛있게 먹어요.”
나래는 마트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치즈를 먹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으음, 그러고 보니 치즈 향이 고급스럽고 부드럽기도 했던 거 같기도 하고, 이거 한 봉지만 주세요.”
나래가 좋아하는 모습에 자신의 기억까지 왜곡하는 강하온이었다 그렇게 강하온은 예정에는 없던 치즈를 사게 됐다.
하지만 예정에 없던 물건은 사는 건 치즈뿐만이 아니었다.
“어머, 딸이 너어무~ 이쁘네. 천사가 따로 없네.”
“천사요?”
“네, 천사요. 아빠를 쏙 빼다 닮아서 그런가봐요?”
“흐흐, 그렇죠. 우리 나래가 저를 닮기는 했죠.”
“그런데 애가 좀 마르긴 했네, 그럴 땐 한우로 몸보신하는 것도 좋은데······. 마침, 오늘 들어온 물건이 아주 좋거든.”
“그래요? 그럼 한 팩만 주세요.”
마트 직원 아줌마들은 눈치가 빨랐다.
강하온이 치즈를 사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고, 정확히 강하온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했다.
“딸이 아역 배우예요?”
“어머머, 너무 귀여워라.”
강하온은 행사 코너를 지나갈 때마다 걸음을 멈췄고, 예상에도 없던 물건을 사게 됐다. 생각보다 많은 물건을 샀지만, 강하온은 후회하지 않았다.
“나래야 맛있었어?”
“네! 마이떠요!”
나래는 소시지를 오물오물 씹으면서 대답했다.
전부 나래가 맛있게 먹었기 때문에 전혀 후회되지 않았다.
모든 재료를 다 사고, 위층으로 가려고 했던 강하온의 시선은 나래에게로 향했다.
“이제 가볼······, 저걸 먹고 싶은 건가?”
나래는 한 곳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래의 시선에 끝에는 빵을 파는 베이커리가 있었다.
“나래, 빵이 먹고 싶어?”
강하온의 말에 나래는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에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나래가 빵 먹고 싶은 거 같은데? 빵 살까?”
강하온은 놀란 토끼 눈을 한 나래에게 다시 한번 물었고, 나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래도 돼요?”
“아빠는 나래 아빠인데? 당연히 되지! 그러니까 앞으로도 갖고 싶은 게 있으면 꼭 말해야 해, 알았지?”
강하온은 일부러 더 과장되게 말했다. 앞으로 나래가 자신을 더 편하게 대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래 어떤 빵 먹고 싶어?”
“나래가 고를래요!”
나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고르고 싶은지, 강하온에게 들어달라고 양팔을 내밀었다.
‘으윽, 치명적인 귀여움이야······.’
강하온은 심장이 쿵 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심장 단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강하온이었다.
“나래가 먹고 싶은 걸로 가져와.”
강하온은 나래를 번쩍 들었다가,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
나래는 씩씩하게 대답하고는 총총걸음으로 빵이 파는 곳으로 걸어갔고, 강하온은 카트를 끌고 뒤를 따라갔다.
“식빵을 좋아하나?”
뭔가 케이크나 달콤한 빵 같은 걸 고를 거 같았는데, 의외로 나래가 고른 것은 그냥 우유 식빵이었다.
“웃차.”
나래는 식빵을 가지고 카트에 넣고는 다시 또 움직였다.
이번에 나래가 간 쪽은 잼을 파는 곳이었다.
“안녕하세요, 아줌마.”
나래는 한참 잼이 파는 곳을 돌아다니다가, 찾고 있는 것이 없는지 빵집 직원한테 다가갔다.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머, 너무 귀여워서 인형인 줄 알았네. 예쁜 꼬마 아가씨 뭘 도와드릴까요?”
직원은 나래의 귀여운 외모에 잠깐 놀랐던 직원은 나래와 눈높이를 맞추며 물어봤다.
“딸기 저거, 이렇게 있는 거 어디 있어요?”
나래는 손을 움직이면서 찾고 싶은 물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모르면 물어볼 줄도 알고, 나래는 천재가 아닐까?”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강하온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이거 말하는 거구나.”
직원은 나래의 말을 듣고, 뭘 찾았는지 알았는지 일어났다.
“이거 찾는 거 맞지?”
그리고 카운터 앞쪽으로 가서 스틱으로 된 딸기잼을 가지고 왔다.
“네! 딸기 이거 맞아요!”
“여기 있어요.”
신나서 대답하는 나래를 본 직원은 딸기 잼을 나래에게 건넸다.
“고맙습니다!”
나래는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는 강하온한테 총총 다가왔다.
“나래, 다 샀어?”
“네! 다 샀어요.”
강하온은 나래를 다시 카트에 올렸다.
“아빠, 이제 가요?”
“아직, 혹시 나래 피곤하니?”
강하온은 이곳에 왔을 때, 나래와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아니요! 아빠랑 있으면 너무 좋아서 하나도 안 피곤해요!”
“아빠도 나래랑 있으면 너무 좋아서 하나도 안 피곤한데, 똑같네?”
“헤헤, 나래랑 똑같아.”
강하온은 기분 좋게 웃는 나래와 함께 마트를 나와서 미리 알아 본 곳으로 향했다.
“도착했다!”
강하온과 나래가 도착한 곳은 아동복을 파는 거리였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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