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나래와 마트가기
8. 나래와 마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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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강하온이 나래와 살 집을 확인했을 때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다.
집이 당장 들어갈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기본적인 가구도 전부 준비되어 있기는 했지만, 그 외 밥이나 몇몇 물건은 당장 사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하온은 오늘 저녁을 나래한테 직접 해줄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래가 좋아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아빠! 나래가 갑자기 뿅 했어요!”
나래는 마트 앞으로 갑자기 이동됐다는 것을 확인하자, 신나서 강하온에게 떠들었다.
‘마음에 든 거 같네.’
강하온은 그런 나래의 모습을 보면서 만족스러워했다. 자신의 의도대로 됐기 때문이다.
강하온은 마트로 이동하던 중, 나래를 신나게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떠오른 게 마법이었다.
강하온이 지금까지 나래 앞에서 마법을 사용한 건 두 번이었는데, 그 두 번 다 나래가 관심을 가지고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강하온의 예상은 정확히 적중한 것이다.
“나래가 뿅 했어?”
“웅! 나래가 눈 떴는데 뿅 했어요!”
강하온은 자신에게 신나서 설명하는 나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뿅이라, 기억해놔야겠네.’
그리고 나래가 한 말을 기억했다. 강하온은 자세한 뜻은 모르지만, 갑자기 이동했다는 뜻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뿅이지? 나라면 슝이라고 할 거 같은데······.’
그는 대체 왜 이동한 것이 뿅인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뿅이 더 고급스러운 거 같기도 하고, 역시 나래는 센스가 좋네.’
하지만 나래가 정했다는 사실에 금방 수긍하는 딸바보 강하온이었다.
“아빠가 나래랑 가려고 했던 곳이 바로 저기야. 어딘지 알겠어?”
강하온은 나래를 품에 안으면서 대형마트를 가리켰다.
“응! 마트에요! 나래, 엄마랑 간 적 있어요.”
나래의 말에 강하온은 멈칫했다. 나래의 입에서 엄마인 한빛나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나래는 아직 모른다고 했지······.’
강하온은 마가렛 수녀한테 사전에 나래에 대해서 들었다. 아직 나래가 아내인 한빛나의 사고를 모르고 있다는 거였다.
현재, 나래는 한빛나가 멀리가 있어서 오지 못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나래가 상처받을까 봐, 더 크기 전까지 특정 시기마다 엄마인 한빛나가 편지를 보낸 것처럼 보냈고, 그 때문에 나래는 이 사실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고 했다.
“응? 아빠.”
“어, 나래야. 아빠 불렀어?”
생각에 빠져있던 강하온은 자신을 부르는 나래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아빠, 기부니가 안 좋아요?”
나래는 강하온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말에 강하온은 움찔했다.
‘내가 생각을 너무 깊게 했나 보네.’
강하온은 재빨리 웃으면서 답했다.
“아니, 엄청 기쁜데? 아빠는 나래랑 같이 마트에 와서 너어어무 기뻐!”
강하온은 바로 웃으면서 나래에게 말했다.
“헤헤, 나래도 너무너무 좋아요!”
강하온이 웃자, 나래도 좋아했다.
‘앞으로는 항상 웃자, 강하온.’
강하온은 다시는 나래를 앞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시는 나래가 자신을 걱정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아빠, 나중에 엄마도 같이 왔으면 좋겠어요.”
“꼭 그러자!”
강하온는 한빛나가 살아있을거라고 생각, 아니 확신했다.
그의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고, 뭇엇보다 큰 폭발이기는 했지만 그녀의 흔적이 1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래는 엄마 안 보고 싶어?”
강하온은 문득 든 생각을 나래한테 물었다.
나래가 엄마인 한빛나를 말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기 했고, 분명 엄마가 보고싶을텐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가렛 수녀가 말하길, 나래는 비슷한 상황에 아이들과 다르게 엄마를 보고 싶다는 말도 잘 안했다고 했다.
“아니요······.”
‘이런, 역시 괜히 물어봤나······.’
강하온은 힘없이 고개를 젓는 나래의 모습에 바로 후회했다. 하지만 나래의 이어지는 말을 듣고는 차라리 묻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래는 괜찮아요!”
나래는 고개를 들더니 씩씩하게 말했다.
“엄마는 나래랑 한 약속 꼭 지키는데, 그날도 갈 때 엄마 갔다가 온다고 했어요!”
강하온은 나래가 특정하지 않았지만, 그날이 언제인지 알았다.
2년 전, 한빛나가 게이트 붐 사고를 당한 그날이었다.
“엄마가 아빠도 꼭 온다고 했는데, 아빠도 왔잖아요.”
“맞아, 엄마가 약속은 꼭 지키잖아.”
강하온은 나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가 아는 한빛나는 했던 말을 꼭 지키는 여자였으니까.
“아빠, 나중에 엄마가 돌아오면 같이 여기 또 와요!”
“그럴까?”
“응! 약속.”
“그래, 약속! 나중에 꼭 같이 오자”
강하온은 나래의 내민 새끼손가락에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싸인, 복사까지 끝!”
강하온 역시 나래와 한 약속은 무조건 지킬 생각이었다. 그는 한빛나를 찾아서 나래와 함께 이곳에 오겠다고 다짐했다.
‘나래가 잠든 이후에 움직이자.’
마가렛 수녀한테 듣기로, 나래는 빛나가 사라진 이후로 혼자 있는 거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강하온은 나래가 잠든 이후, 한빛나를 찾아 움직이기로 했다.
“그럼, 나래야 갈까?”
“응!”
“웃차, 가자.”
강하온은 나래를 품에 안고,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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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이 마트에 들어오자마자 처음으로 한 것은 바로 쇼핑 카트를 끄는 것이었다.
‘한빛나야, 나 약속 지켰다.’
과거, 한빛나와 연애 시절 한 약속이 있었다.
쇼핑 카트에 앉혀서 지나가는 부모와 아이를 보고, 자신들도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꼭 그러자고 약속했었다.
‘다음에는 셋이 같이 오자.’
강하온은 비록 이번에는 혼자였지만, 다음에는 같이 오기를 소망했다.
“나래야, 출발할까?”
“네!”
“위험하니까 일어나지 말고, 앞에 꽉 잡고 있어. 알았지? 출발할게.”
나래는 카트에 타는 것이 기분이 좋은지, 조금 전보다 더 들떠 있었다.
나래한테 듣기로는 빛나가 사고를 당하기 전에는 자주 마트에 같이 왔었다고 했다.
그때 빛나가 카트를 태우고 다녀서였을까? 나래는 유독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럼, 출발할게.”
강하온은 나래를 태운 카트를 밀면서 출발했다.
“나래는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해?”
“나래? 우웅······.”
나래는 특유의 입을 모은 버릇과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자주 생각하게 만들어야겠어.”
강하온은 그 모습을 보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사탕! 나래는 사탕이 제일 좋아요!”
결국, 고민 끝에 나래가 생각한 것은 사탕이었다. 그 모습이 강하온은 귀엽기는 했지만, 조금 어이가 없으면서도 이해가 됐다.
‘누가 한빛나 딸 아니랄까 봐.’
강하온은 나래가 엄마를 쏙 빼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연애 시절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만나서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한빛나가 밥을 가져왔다고 가방에서 꺼낸 것이 사탕이었다.
‘사탕은 칼로리가 높아서, 이것만 먹어도 살 수 있다고 했나? 거기에 당분은 기분을 좋게 한다고 아침밥으로 이만한 게 없다고 했었지······.’
강하온은 한빛나 한정 기적의 논리때문에 아침밥으로 사탕을 먹는 생소한 경험을 했었다.
“나래야, 사탕은 간식으로 먹어야지.”
하지만 강하온은 이번에는 한빛나 때처럼, 식사를 사탕으로 때울 생각은 없었다.
물론 나래가 좋아한다면 해주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건 나래를 위한 일이었다.
‘한창 성장할 나이에 제대로 먹여야지.’
게다가 나래는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 성장이 더딘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부분은 나래가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강하온은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지······.’
강하온은 마음은 아프지만, 그래도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나래가 제일 좋아하는 건 사탕인데······.”
“그래도 안되는 건 안돼.”
순간 슬퍼하는 나래를 보자 마음이 흔들렸지만, 강하온은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데 아빠가 나래가 제일 좋아하는 거 물어봤어요······.”
하지만 나래는 강하온의 말에도 소심하게 대꾸했다.
그만큼 사탕이 먹고 싶은 나래였다.
‘으음, 이거 마음은 아프지만 충격요법으로 가야겠어.’
강하온은 마지막 방법을꺼냈다.
“나래, 자꾸 밥 대신에 사탕을 먹으려고 하면, 이제 맛있는 사탕 그만 줘야겠다.”
사실, 아이에게 충격요법이 좋지 않다는 걸 아는 강하온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강하게 나갔다.
애초에 사탕이 건강에 좋은 것도 아니고, 나래는 사탕을 너무 많이 먹었다.
아까 강하온이 선물해준 사탕을 벌써 다 먹어버렸가.다.
이대로 가면 건강에도 안좋을 수 있었기에확실히 사탕은 간식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줄 생각이었다.
강하온은 이게 자신의 욕심이 아닌, 나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허억! 안 돼요!”
나래는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면 나래, 앞으로 사탕은 간식으로만 먹을 거야? 아빠랑 약속하면 또 맛있는 사탕 줄게.”
“······네, 간식으로만 먹을 거예요.”
나래는 힘없이 손가락을 걸었다.
사탕을 밥처럼 못 먹는 건 싫은 나래였지만, 맛있는 사탕을 완전히 못 먹는 것은 더 싫었기 때문이다.
“약속했으니까, 나래는 앞으로 밥 먹고 난 뒤에만 사탕 먹어야 해, 알았지?”
“······네.”
“······.”
강하온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됐지만, 풀이 죽어 있는 나래를 보니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더니······,’
강하온은 옛 어른들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나래야, 아 해봐.”
시무룩한 나래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강하온은, 결국 사탕 하나를 아공간에서 꺼냈다.
“아~”
풀이 죽어 있던 나래는, 강하온이 꺼내 든 사탕을 보더니 금세 기운을 차리고 입을 벌렸다.
“나래, 이러는 거 오늘만이야. 알았지?”
“네! 아빠, 고맙습니다.”
강하온은 인사를 하고 맛있게 사탕을 먹는 나래를 보자, 웃음이 나왔다.
“당장은 안 되겠네.”
강하온은 너무나 행복해하는 나래를 보고, 조금씩 줄여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래,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생각했어?”
“네!”
나래는 그 사이에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나래가 먹고 싶은 음식이 뭘까? 말 만해, 아빠한테 말하면 다 해줄게.”
강하온은 자신 있게 말했다. 다른 것도 다 자신이 있지만, 요리는 특히나 더 자신이 있었다.
판게아에 가기 전에도 요리사로 일했었고, 판게아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노리는 미친놈들 때문에 밥을 직접 다 해 먹었다.
“스파게티요!”
나래가 정한 음식은 스파게티였다. 과거에 엄마가 해준 음식 중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러면 아빠가 솜씨 좀 발휘해 봐야겠네.”
강하온은 나래가 탄 카트를 힘차게 끌고 앞으로 나갔다.
그렇게 두 부녀의 본격적인 장보기가 시작됐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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