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진짜, 진짜, 진짜요?
6. 진짜, 진짜, 진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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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신분을 살리기 위해서 인근 동사무소로 향했다.
돈이 있어도 신분이 없으면 집을 살 수 없었고, 나래와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을 받을 수도 없었다.
“그나저나 진짜 지구에 돌아왔구나.”
강하온은 이곳이 판게아가 아니라는 것을 점점 더 실감하고 있었다. 만약 판게아였다면, 모든 것이 말 한마디로 모두 해결됐을 테니 말이다.
“좋네.”
하지만 강하온은 편했던 판게아보다 조금은 귀찮아도 나래가 있는 지구가 좋았다.
“빛나, 너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옆에 사랑하는 아내 한빛나가 없다는 거였다. 그래도 강하온은 실망하지 않았다.
“내가 꼭 찾아낼게.”
그는 한빛나가 죽지 않았다고 믿었고, 꼭 찾아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내가 나래 행복하게 잘 키우고 있을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강하온은 어딘가에 있을 한빛나가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강하온은 슬픔에 빠질 시간에, 나래를 위해서 살겠다고 결심했다.
“에구, 깜짝이야.”
“엄마, 저 아저씨가 갑자기 하늘을 보고 소리 지르고 있어!”
“성학아, 저런 아저씨들을 가까이하면 안 돼요.”
“쯧쯧, 젊은 친구가 왜 저럴꼬.”
“······.”
강하온은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에 재빨리 움직였고, 금방 인근 동사무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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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동사무소 안으로 들어가자,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다가왔다.
“신분 살리러 왔······습니다.”
말을 하다 마지막에 ‘습니다’를 붙였다.
나래한테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했는데, 모르는 사람한테 전부 반말을 찍찍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나래가 보고 배울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었다.
“네?”
“실종 신고가 돼 있어서, 신분을 살리려고 왔······습니다.”
아까 그 수녀같이 나이가 많으면 모르겠는데······, 습관이 참 무섭네.
너무 오랜 시간 판게아에서의 생활이 적응이 된 탓이었다.
그래서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그래도 노력할 생각이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아! 그러시군요. 저쪽에서 번호표를 뽑으시고 기다리려 주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이건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나는 번호표를 뽑고 빈자리에 가서 기다렸다.
『엄마와 함께 만드는 헝겊 인형
수요일, 오후 2:00
무료 진행』
기다리던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 한 가지 포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빠는 안 되나?”
나래한테 선물을 해주고 싶었는데, 단순히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닌 내가 직접 만들어 주면 좋을 거 같았다.
“직접 물어봐야겠네.”
“72번 고객님.”
때마침, 내 번호가 호명됐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을 도와드릴까요?”
나는 현재 내 상황을 말하고, 신분을 살리려 한다는 것을 공무원에게 말했다.
“그러시군요, 혹시 실종되기 전에 신분증을 가지고 계신가요?”
“없죠.”
당연히 있을 리가 없었다. 내가 판게아를 넘어가면서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유일하게 빛나의 머리카락뿐이었다. 그건 내 목숨보다 소중하게 생각했으니까.
그 외의 물건은 모두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러시군요, 그러면 이곳에 신상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사람 기억이라는 게 참 웃겼다. 그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주민등록번호와 당시 사용했던 전화번호, 그리고 빛나와 살았던 집 주소는 잊어먹지 않고 있었다.
곧바로 내 정보를 적어서 여자 공무원에게 넘겼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여자 공무원은 내 정보가 적힌 종이를 보고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모니터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멈칫했다.
여자 공무원이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그거 저 맞습니다.”
보나 마나 예전 사진과 다른 내 얼굴 때문이다.
“성형한 겁니다.”
그리고 귀찮은 설명을 줄이기 위해서 그럴싸한 핑계를 둘러댔다.
“아, 어쩐지! 그런데 어디 병원에서 했어요? 너무 잘 빠지셨다, 난 또 사진 오륜지 알았잖아요.”
분명 귀찮은 일은 넘겼는데, 기분이 좋지 않은 건 내 착각일까?
뭔가 묘하게 기분이 더러웠다.
그래도 그 덕에 내 신분 회복은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예전의 동사무소와도 다르게, 자리에서 바로 사진을 찍어서 주민등록증까지 받을 수 있었다.
게이트 때문에 실종되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까 생긴 시스템이라고 했다.
그리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까지 제공해줬다.
“좋은 하루 되세요.”
“아, 저거 아빠들도 참여할 수 있습니까?”
신분을 살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나는 아까 봤던 포스터를 가리키며 물었다.
“엄마와 함께 만드는 헝겊 인형 강좌 말씀이신가요? 아빠들도 가능합니다. 마침, 자리가 남아 있는데 신청해드릴까요?”
“그렇게 해주세요.”
“네, 신청해드렸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나래의 아빠가 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조건이 해결됐다.
“신분은 끝났고, 이제는 돈인가?”
나는 집과 경제력을 해결하기 위해서 종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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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아빠의 조건을 해결하는 것은 강하온에게 어렵지 않았다.
현재 그의 아공간에는 엄청난 양의 금은보화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지구를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아내인 한빛나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모은 건데,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판게아 사람들은 강하온을 보고 투신의 탈을 쓴 드래곤이라 불렀다.
몇몇 금은보화에 환장하는 악룡들 때문에 드래곤이 금은보화를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를 빗대서 표현한 별명이었다.
그만큼 강하온은 많은 금은보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게이트의 등장으로 헌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금을 거래하는 것이 쉬워졌다. 바로, 게이트 안에서 나오는 각종 광물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강하온은 가진 금은보화 일부만으로도 엄청난 돈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강하온은 광물 환전 거래소 몇 곳을 돌면서 환전한 명세서를 확인했다. 0의 숫자가 한눈에 봐도 세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강하온은 단번에 수백 억대 자산가가 돼버렸다.
이러한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환전한 금은보화는 가진 양의 아주 티끌이라는 거였다.
강하온이 사랑하는 아내, 한빛나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악룡들의 레어를 순회하며 빼앗은 탓이었다.
“웃돈을 줘도 괜찮으니까, 바로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집으로 빠르게 부탁합니다.”
돈이 생긴 순간, 집을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특히, 이런 쪽은 강하온의 전문 분야였다. 그는 판게아에서 아주 화끈하게 돈을 잘 쓰고 다녔으니 말이다.
“최대한 빠를수록 보수를 하죠.”
강하온은 아공간에서 5만 원짜리 다발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지금 말씀하신 조건에 부합하는 집을 찾았습니다, 가보시겠습니까?”
돈을 확인한 부동산 업자는 이곳저곳 전화를 돌리며, PC 키보드를 두드렸고, 불과 20분도 되지 않아서 매물을 찾아냈다.
역시 일을 빠르게 해결할 땐, 돈만 한 게 없었다.
돈은 곧 시간이었고, 이 진리는 지구나 판게아니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갑시다.”
“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강하온은 부동산 업자가 모는 차를 타고, 넓은 마당이 있는 고급스러운 집에 도착했다. 집도 깨끗했고, 안에 가구도 전부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어떻습니까? 마당에서 간단한 파티를 즐기기도 좋고, 애완견을 키우는 것도 좋습니다.”
부동산 중개 업자의 말에 강하온은 나래와의 일상을 떠올려봤다.
나래와 같이 고기를 구워 먹고, 나래가 좋아한다면 애완동물도 키우고, 같이 식물을 심거나 하는 상상을 말이다.
‘행복 그 자체네’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 강하온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었다.
“바로 계약합시다.”
강하온은 곧바로 집을 계약했다.
강하온은 원래 시세보다 2배는 비싸게 산 집이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나래야! 아빠가 갈게.”
그에게는 나래와 같이 보낼 시간이 돈보다 훨씬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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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었던 나래가 눈을 비비며 깨어났다. 한동안 멍하니 있던 나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울.”
나래는 비몽사몽 한 상태로 정수기로 걸어갔다.
그리고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하얀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컵을 꺼내서 물을 받았다.
“앗! 차거!”
나래는 손에 묻는 차가운 물에 닿자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래는 졸린 눈으로 했다. 그렇게 비몽사몽 한 채로 물을 다 받은 나래는 꼴깍꼴깍 물을 마셨다.
“캬아······, 시원해.”
찬물을 마신 나래는 그제야 잠에서 완전히 깼다. 잠에서 깬 나래는 다른 친구들이 자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낮잠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
나래는 순간 고민했다. 아직 더 자야 했는데 낮잠 시간 전에 잠든 탓에 더는 잠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나래는 잠 대신에 보육원 건물 앞에 있는 그네를 타기로 했다.
“쉿, 조용······.”
나래는 친구들이 잠에서 깰까 봐,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살금살금 밖으로 걸어 나왔다.
“파아······.”
밖에 완전히 나온 나래는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헤헤, 나래가 타야지.”
나래는 비어있는 그네 의자 두 개를 보고 웃었다.
바스락-.
그네를 타려고 뛰어가던 나래는 주머니에서 나는 소리에 멈춰서, 주머니를 뒤져서 꺼낸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손에 들린 것을 확인한 나래의 표정은 밝아졌다.
“사탕?”
나래에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강하온이 안을 때 넣어준 사탕이었다.
“고맙습니다.”
나래는 사탕을 준 것이 강하온이라는 것을 알고, 지금 이 자리에는 없지만, 인사를 하고 먹었다.
“마이떠!”
사탕을 먹는 나래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사탕을 먹다 보니 나래는 사탕을 준 강하온이 한 말이 떠올랐다.
“왜 나래 아빠라고 했찌?”
나래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아빠는 강하온처럼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딸칵-!
나래는 아빠 얼굴을 보기 위해서 목에 건 팬던트를 눌렀다. 그러자 그 안에서는 나래와 한빛나, 과거의 강하온의 모습을 붙여놓은 사진이 있었다.
“나래 아빠 아니야.”
나래는 과거 강하온의 사진을 유심히 봤지만, 역시 다른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만큼 강하온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만약, 한빛나가 있었어도 못 알아봤을 게 분명했다.
“······.”
강하온이 아빠가 아니라고 말한 나래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사실 나래의 본심은 강하온이 아빠였으면 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게, 오로지 사진으로 만 본 아빠와 자신이 아빠라고 하면서 잘해준 강하온이 더욱 아빠가 됐으면 했다.
게다가 강하온은 마법도 보여주고, 맛있는 사탕도 주지 않았는가.
“안돼!”
잠깐이나마 강하온이 아빠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했던 나래는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엄마가 슬퍼해······.”
나래는 항상 엄마한테 들었었다.
아빠는 엄청 착한 사람이고, 엄마가 엄청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자신이 강하온이 아빠였다고 한다면, 진짜 아빠가 슬퍼할 것이고, 그러면 엄마가 슬퍼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래야, 뭐 하고 있어?”
그때, 나래에 뒤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바로 아빠가 되기 위한 준비를 순식간에 끝내고 온 강하온이었다.
“아빠······읍!”
자신도 모르고 강하온이 보고 싶었던 나래는 아빠라는 말을 뱉다가 황급히 입을 막았다. 그리고는 재빨리 강하온과 같이 온 마가렛 수녀의 뒤로 숨었다.
“나래야, 지금 아빠라고 했지? 수녀님 들었어요? 지금 나래가 저한테 아빠라고 했다니까요?”
강하온은 나래가 아빠라고 한 말을 듣고는, 그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었다.
“······.”
나래는 다시 강하온을 보자, 진짜 강하온이 자기 아빠가 됐으면 한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다.
그래서 나래는 확인해보기 위해서 마가렛 수녀의 옷 끝을 당겼다.
“우리 나래 왜?”
“······저 아저씨, 나래 아빠 맞아요?”
나래는 긴장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마가렛 수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 좀 이상하긴 하지만, 나래 진짜 아빠가 맞아. 수녀님이 다 확인해봤지.”
마가렛 수녀는 그네 기둥을 안으면서 아직까지 감격에 빠져있는 강하온을 보며 말해줬다.
“그러니까 나래가 가서 아빠한테 물어봐봐.”
“······그래도 돼요?”
나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까지 아빠가 없던 나래에게 아빠는 항상 있었으면 했지만, 어려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되지, 나래 아빠잖니.”
“응! 나래 아빠.”
마가렛 수녀의 말에 힘을 얻은 나래는 그제야 천천히 강하온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네 기둥을 안고 있는 강하온의 옷자락을 잡았다.
“나래 아빠 맞아요?”
“그래, 나래 아빠 맞아.”
강하온은 자신의 옷을 잡은 나래를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진짜 나래 아빠 맞아요?”
나래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재차 물었다. 아빠였으면 했던 강하온이 진짜 자신의 아빠가 맞았기 때문이다.
“응, 맞아.”
“진짜요?”
“응! 내가 우리 나래 아빠인 강하온.”
“진짜, 진짜, 진짜요?”
나래는 강하온이 아빠가 맞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계속해서 물었다.
처음으로 아빠가 생겨서 좋은 기분을 계속 확인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응! 진짜, 진짜, 진짜지!”
강하온은 그런 나래의 물음에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대답했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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