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211화 (209/212)

211화 검신 (2)

철혈검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극한의 위력으로 전개된 철혈일의검이 완전히 파훼되었다.

에르나스가 엄청난 의념이 실린 일격을 날렸다는 건 알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은 파악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일격은 철혈일의검의 참격을 파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철혈검제의 몸을 덮쳤다.

“……!”

철혈검제는 이중으로 육체를 보호하고 있다.

하나는 몸 전체를 둘러싼 구체의 방어벽, 또 다른 하나는 표면에 전개된 강화판 호신기다.

그런데 에르나스의 일격은 그 모든 것을 가르고 철혈검제의 육체에 도달했다.

건조된 시체처럼 메마른 철혈검제의 몸이… 두 동강 나려고 하고 있었다.

“크으으윽……!”

의념을 집중하여 버티려고 했다.

일생일대의 호신기를 전개하여 막아 내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아……!”

철혈검제는 뒤늦게 이해했다.

이 공격은 상대방을 단번에 베어 버린다는 개념 그 자체를 구현한 것이다.

상대방을 베어 버리겠다는 의념을 담는 것을 넘어서, 의념 자체를 현실에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그야말로 신역(神域)의 기예라 할 수 있었다.

“검신……!”

철혈검제가 절규한 직후.

에르나스의 일격은 철혈검제의 몸을 완전히 두 동강 내 버렸다.

* * *

나는 철혈검제의 육체가 상반신과 하반신으로 분리되어 추락하는 것을 확인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즉사할 수밖에 없는 부상이다.

하지만, 나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철혈검제가 이대로 끝날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오오……!”

철혈검제의 포효와 함께, 공간이 왜곡되는 것이 느껴졌다.

공간 전체에 철혈검제의 의념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철혈검제의 육체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

검이 돋아나고 있었다.

상반신의 절단면에서 피가 떨어지지 않고, 그 대신 무수히 많은 검이 돋아나고 있던 것이다.

하반신의 절단면도 마찬가지여서, 양쪽에서 돋아난 검이 서로 연결되고 있었다.

‘철혈(鐵血)……!’

철혈검제의 혈맥에는 피 대신 검이 흐른다.

역사가들이 철혈검제를 찬양할 때 그런 표현을 사용했다.

지금 철혈검제는 그것을 현실에서 구현하고 있었다.

“하아아아!”

새 살이 돋아나서 상처가 아물듯이, 수많은 검이 겹쳐지면서 철혈검제의 상반신과 하반신을 연결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철혈검제의 육체 표면에서도 수많은 검이 돋아나고 있었다.

그것은 검막이나 호신기를 대신하기 위한 새로운 방어 수단처럼 보였다.

“인정하겠다……!”

온몸에 검을 전개하면서, 철혈검제가 소리쳤다.

“너는 검신의 경지에 들어섰구나……!”

검신의 경지.

그것은 철혈검제가 줄곧 추구하던 경지다.

의념으로 심검을 펼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뜻대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영역이다.

나도 철혈검제도 검신의 경지에 근접한 상태였지만, 결정적인 무언가가 부족해 벽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철혈무량검의 영역에 감금되어 있는 동안 그 벽을 깨부수는 것에 성공했다.

나하고 다른 관점에서 세계를 이해하고 있던 에르나스의 영혼과 일체화되는 것으로.

“인정하겠다, 네가 나보다 먼저 검신이 되었다……!”

철혈검제의 육체에서는 계속해서 검이 돋아나고 있었다.

그 숫자가 너무 많아서, 철혈검제의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아니, 이제는… 저 무수히 많은 검이이말로 철혈검제의 육체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네가 아까 말했지!”

계속해서 검을 증식시키면서 철혈검제가 포효했다.

“나하고 싸운 덕분에, 내가 어떤 식으로 의념을 쓰는지 이해했다고 말이다! 그런 건…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 철혈검제는 수많은 검의 집합체가 된 상태다.

그야말로… 검의 화신이었다.

“네 덕분에 나도 깨달음을 얻어… 검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우우우우우웅!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 핏빛이 응집되면서 날카로운 검이 되었다.

무수히 많은 검이 허공에 출연하여 나를 겨냥했다.

“철혈파멸검(鐵血破滅劍)……!”

쿠쿠쿠쿠쿠쿠쿠쿵!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수없이 많은 검이 쏟아졌다.

하나하나가 방금 전에 내가 날린 ‘검신절기 일섬’과 같은 힘을 지닌 공격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두려워할 건 없어.’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저것을 뚫고, 철혈검제에게 도달해야 한다.

‘검신절기… 뇌혼(雷魂)!’

내 영혼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단순히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내 모든 것이 번개가 되었다.

육체도 영혼도 한 줄기의 번개로… 번개의 검으로 만들었다.

콰르릉!

거대한 천둥 소리를 발생시키며, 검의 폭우 사이를 질주했다.

빗나간 검이 바다에 떨어질 때마다 거대한 해일을 불러일으켰다.

섬에 추락한 검은 섬 자체를 소멸시키기도 했다.

그런 어마어마한 위력의 철혈파멸검을, 한 줄기 번개의 검이 되어 돌파한다.

“……!”

이제는 거대한 검의 괴물이 되어 버린 철혈검제와의 거리를 최대한 좁혔다.

철혈검제는 계속해서 검을 날리는 한편, 몸을 움직여 나한테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검신절기… 무궁(無窮)!’

흑천검과 백인검을 동시에 움직였다.

내가 펼치는 건 양쪽 합쳐서 32개의 공격이다.

하지만 연속해서 이루어지는 공격이 아니다.

32개의 공격이 시간 차 없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물리법칙을 초월한 검신의 경지에 도달했기에 가능한 공격이었다.

“아……!”

콰콰쾅!

철혈검제의 거대한 검이 분쇄되었다.

내 배후를 노렸던 무수히 많은 검도 소멸했다.

나는 그대로 기세를 늦추지 않고 철혈검제의 오른팔로 추측되는 부위를 파괴했다.

“소용없다……!”

다시금 검이 증식하면서 철혈검제의 오른팔이 재생되었다.

철혈검제는 이미 의념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검신급에 도달한 존재! 그러니 서로 동급!”

철혈검제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나를 계속 공격했다.

“그렇기에… 검사로서의 기량이 우수한 내가 승리할 수밖에 없다!”

“확실히, 그런 부분에서는 당신이 우위에 있겠지.”

철혈검제의 공격을 대응하면서 냉정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하지만 내가 우위에 있는 부분도 있어.”

“뭐라고?”

“당신은 철혈검제야. 항상 최강의 검사였지.”

기록에 의하면, 철혈검제는 패배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언제나 압도적인 힘으로 적대자들을 쓰러뜨려 왔다.

“그렇기에 당신은 한 가지 관점에서밖에 세계를 이해하지 못해.”

“한 가지 관점?”

“강자의 관점으로만 세계를 이해하고 있는 거지.”

하지만, 에르나스는 다르다.

에르나스는 항상 약자였다.

약자의 몸으로 승리를 얻어 내기 위해, 항상 발악하고 있었다.

그 눈높이에서 보는 세계는… 철혈검제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약자의 관점에서도 세계를 볼 수 있으니… 에르나스 란즈슈타인이 세계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어.”

“무슨 궤변을……!”

“궤변이라 생각하나?”

나는 웃었다.

절대 약자였던 에르나스가 절대 강자였던 철혈검제에게 대항하고 있는데,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증명해 주지.”

철혈검제가 검사로서 최강의 존재라면.

나는 그 최강을 꺾는 존재가 된다.

‘검신절기, 빙옥(氷獄).’

흑천검을 허공에 내던진 순간.

칼날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수없이 많은 빙검이 되었다.

그 직후, 철혈검제가 전개했던 수많은 검이 얼어붙었다.

“이건……!”

단순히 온도를 낮춘 것이 아니다.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공간 자체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철혈검제가 몸집을 키운 것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몸집이 커진 만큼, 넓은 영역이 얼어붙게 되었으니까.

움직임이 굼떠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신전령(全身全靈).

내 모든 것을 집중하여, 궁극의 일격을 펼쳐야 한다.

무수히 많은 검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절대 강자를 분쇄하여, 승리를 거둬야 한다.

‘검신절기, 무극(無極)……!’

무아지경(無我之境).

모든 잡념을 지워 버리고, 나 자신조차 잊은 채 솟구쳤다.

얼어붙은 공간을 뚫고, 무수히 많은 검으로 보호받는 철혈검제의 심장부를 향해.

“네놈……!”

수많은 검이 나를 가로막았다.

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온몸에 수많은 상처가 새겨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나는 지금 이 공격에 내 모든 것을 쏟고 있으니까.

“하아아압……!”

백인검 한 자루를 들고, 거대한 철혈검제의 정중앙으로 파고든다.

내 감각대로라면 이곳이 놈의 약점이다.

“크으으윽!”

절대강자인 철혈검제는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하는 구차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철혈검제가 아니다.

남의 약점을 공략하는 비겁한 술수로 승리를 거둬 온 에르나스 란즈슈타인이다.

“하아압!”

그리고 나는 마침내 포착했다.

거대한 검의 괴물 속에 숨겨져 있던, 살아 있는 인간의 육체.

시체가 되기 직전인, 말라비틀어진 노인의 몸을.

“……!”

소리 없이 경악하는 노인을 향해, 나는 전력을 다하여 돌격했다.

* * *

철혈검제는 에르나스의 돌격을 가까스로 막아 냈다.

하지만 에르나스의 돌진력은 조금도 감쇄되지 않았다.

검과 검을 충돌시킨 채, 철혈검제는 뒤로 밀려났다.

계속해서 밀어붙이는 에르나스의 기세를 조금도 멈출 수 없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 철혈검제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검의 집합체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

칼날을 서로 맞댄 채, 하늘을 가로지른다.

철혈검제가 할 수 있는 건 전력을 다해 버티는 것뿐이었다.

여기서 다른 생각을 하면 에르나스의 칼날이 자신을 일도양단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모든 의념을 집중하여 에르나스의 칼날을 밀어내야 했다.

“아……!”

대체 어디까지 올라온 걸까.

파랗기만 하던 주위의 하늘 색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공기가 희박해져 숨을 쉬는 것도 어려워졌다.

게다가 온도가 너무 많이 낮아서 온몸이 얼어붙고 있었다.

물론, 검신의 경지에 도달했기 때문에 이런 걸로 목숨을 위협받지는 않는다.

의념의 힘을 사용해 버티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지금 철혈검제는 모든 의념을 집중해 에르나스의 검을 막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약간의 빈틈이라도 생기면 에르나스의 검이 철혈검제를 일도양단할 것이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으아아아아……!”

그 순간, 철혈검제는 포효했다.

검신이 되어 모든 평행세계를 정복해야 할 본인이 이런 곳에서 쩔쩔매고 있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 분노가 철혈검제를 더 높은 경지로 인도했다.

“하아아압!”

파파파팟!

철혈검제의 온몸에서 다시 검이 돋아났다.

아니, 온몸이 검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삐죽삐죽한 검으로 구성된, 이름을 붙일 수도 없는 무언가가 되었다.

숨을 쉬기 힘든 것도, 몸이 얼어붙고 있는 것도, 이제는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이미 철혈검제는 검 자체였다.

“하하……!”

푸욱!

온몸에서 튀어나온 검이 에르나스를 꿰뚫었다.

에르나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공중에서 얼어붙는 모습이 보였다.

“봐라, 에르나스……!”

철혈검제는 웃음을 터뜨렸다.

“진정한 검신은 나다……!”

에르나스는 아직도 전력을 다해 철혈검제를 밀어붙이고 있었지만, 그것도 곧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결국 철혈검제가 승리하는 것이다.

“아니, 당신은 검신이 아니야.”

하지만, 에르나스는 철혈검제의 말을 부정했다.

“지금 당신의 모습을 확인해 봐.”

“뭐라고?”

“당신은 인간으로서 신이 되고 싶은 것 아니었나?”

“…….”

그 말을 듣고, 철혈검제는 자신의 육체를 확인했다.

인간의 형태를 잃어버린… 무수한 검의 집합체를.

“대체 누가 당신을 보면서 ‘인간으로서 신이 된 존재’라고 인정해 줄까?”

“…….”

“당신은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 검의 세계의 정점에 오르려고 하지 않았나?”

피투성이가 된 채, 에르나스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지금 당신의 추한 모습을 봐. 당신은 인간이 아닌 데다가… 전혀 신성한 모습이 아니야.”

“…….”

“굳이 당신에게 이름을 붙이자면, 검의 신이 아니라 검의 악마… 검마(劍魔)겠지.”

검마.

그 말을 들은 순간, 철혈검제는 허탈감을 느꼈다.

천 년이 넘은 시간을 기다려서 도달한 경지가, 그런 것이란 말인가?

“…….”

철혈검제의 의념이 흔들렸다.

그런 반면, 에르나스의 의념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공기가 희박하고 온도가 낮은 공간에서, 온몸이 검에 꿰뚫려 피를 흘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반드시 승리하고야 말겠다는, 이 세상 누구보다 강렬한 의지의 발현이었다.

“아…….”

에르나스의 칼날이 철혈검제의 칼날을 파고들었다.

이윽고 에르나스는 철혈검제의 검을 완전히 절단했고, 그대로 검을 뻗었다.

철혈검제는 이미 검 자체가 된 상태였지만, 에르나스의 검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에르나스의 검이 철혈검제를 일도양단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