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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207화 (206/212)

207화 철혈검제의 영역 (2)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니…….’

의념의 검으로 차원의 문을 열어 다른 평행세계로 넘어간다?

그런 건 소설에서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이게 결코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지금 나는 검신급에 근접하여 세계의 이치를 보다 깊게 이해하게 된 상태니까.

‘그래, 가능할 거야.’

애초에 소설 세계에서도 평행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게 암시되어 있었다.

주인공 아칸델부터가 평행세계에서 온 존재였으니까.

그리고 나 자신도 평행세계에서 온 존재라 할 수 있다.

소설에서는 명확히 언급한 적이 없지만, 그런 식으로 평행세계를 이동하는 현상은 분명 존재한다.

검신급이라면… 그걸 인위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우주는 정말로 광활하다.”

철혈검제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차원의 문을 연다고 하더라도, 다른 평행세계로 도달할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자칫하면 시공의 틈새로 빨려 들어가 우주의 미아가 될 수도 있겠지.”

“…….”

“하지만 너라는 안내역이 있다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네 영혼의 파장에 의지해 길을 찾는다면, 네 고향 세계를 찾아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옥좌에 앉은 채, 철혈검제가 나를 향해 계속해서 말했다.

“그렇게 하면, 너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

“이것은 너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천 년 동안 영묘에 잠든 채 평행세계 이동의 방법론을 고민한 내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100%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방금 철혈검제가 말한 대로 시공의 틈새로 빠져 우주의 미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철혈검제와 손을 잡는다면… 정말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철혈검제…….”

나는 침을 삼키면서 말했다.

“말해 두지만,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는 검사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

“그 세계는 문명이 훨씬 발달한 세계야. 검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를 들고 싸워. 그러니 검사 대 검사의 싸움을 경험할 일은 없을 거야.”

그렇게 말하자 철혈검제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관없다.”

“…….”

“내가 검사로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가 검사일 필요는 없다.”

하긴… 마인이나 엘더 드래곤하고 싸웠을 때도 검을 맞대고 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네 고향 세계에 검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가 있다면, 내 검으로 맞서 싸우면 된다. 그들을 상대로 승리하는 건 매우 보람 있는 일이 되겠지.”

“…….”

철혈검제가 평범한 그래듀에이트라면 현대 병기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철혈검제는 검신급의 존재로서 그 세계에 강림하게 된다.

의념의 힘으로 차원조차 베어 버릴 수 있는 철혈검제의 출현은… 현대 인류가 대항할 수 없는 재앙일 것이다.

“그 세계를 완전히 제압하면, 그 뒤에는 어떻게 할 거지?”

“다음 세계로 이동할 것이다.”

“…….”

“걱정 마라. 그쯤 되면 안내역도 더 이상 필요 없을 테니, 너는 고향에 남아도 된다.”

상상해 봤다.

철혈검제의 침략으로 현대 문명이 멸망하고, 새로운 검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철혈검제는 나에게 뒷일을 맡긴 뒤 다음 세계를 침략하러 갈 것이다.

“너는 고향에서 절대 군주로서 군림하면 된다.”

“내가 그 세계의 힘을 이용해… 당신의 적으로 돌아서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어리석은 질문을 하는군.”

철혈검제가 미소를 지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강적이 출현한다면 나한테는 무척 환영할 만한 일이다. 기꺼이 도전을 받아들이지.”

“…….”

그럴 것이다.

철혈검제는 오로지 싸움만을 원하는 존재다.

강적이 나타나면 반가워할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도전하는 나를 쓰러뜨린 뒤, 더 강한 존재가 되어서 다른 평행세계를 침략할 것이다.

그런 일을 반복하면서… 모든 우주를 피로 물들이는 우주적 재앙이 될 것이다.

“후우…….”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로서의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미래를 예상해 보니, 정말 암담한 미래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내가 승낙하면 코즈믹 호러 엔딩인 거군…….”

“코즈믹 호러……?”

생소한 단어를 듣고, 철혈검제가 의문스러워했다.

하지만 굳이 설명해 줄 필요는 없었다.

“철혈검제, 미안하지만 그런 엔딩은 수용할 수 없어.”

“무슨 소리지?”

“거부한다는 얘기야.”

나는 철혈검제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에게 협력해 줄 수는 없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건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있어. 하지만, 당신 같은 재앙을 데리고 돌아갈 수는 없지.”

철혈검제를 데리고 돌아가면, 내가 살던 세계는 피바다가 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까지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나는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걸 포기하고 있었으니까.

“돌아가 봤자 예전처럼 살 수 있을 리도 없을 테고 말이야. 당신 같은 존재가 나타나면 아무도 웹소설 같은 건 읽지 않게 될 테고.”

“웹소설……?”

“뭔지 궁금해?”

나는 피식 웃었다.

마치 지금 여기서 웹소설이 뭔지 설명해 줄 듯한 태도로.

“알려 주지.”

그 순간.

나는 전신의 마력을 개방했다.

‘창뢰검형 절기… 뇌신!’

청월검과 무극공을 쓰러뜨렸던 최강 기술에, 란즈슈타인 무극검술의 원리까지 적용했다.

한 줄기 번개가 되어 상대를 꿰뚫는 기술에 극강의 절단력까지 부여된 것이다.

“……!”

나는 이미 검신급의 경지에 근접한 상태.

그렇기에 내 심검은 단순히 정신세계의 속도를 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의념이 실린 검은 물리법칙을 초월한 날카로움으로 철혈검제를 덮칠 것이다.

철혈검제의 전신에 호신강기 이상의 방어막이 전개되어 있다고 해도, 꿰뚫을 수 있을 터……!

“소용없다.”

쿠웅!

주위에 충격파가 발생했다.

내 공격이 중간에서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철혈검제 주위에 둥근 구체 형태의 방어벽이 전개되어 있었다.

그 방어벽에 가로막혀 칼끝이 철혈검제의 몸에 닿지 못했다.

“검막(劍幕)……!”

내가 염옥공과의 싸움에서 개발한 검막과 똑같았다.

철혈검제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검막을 전개해 내 공격을 막은 것이다.

“훌륭한 기습이었다. 하지만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다.”

“큭……!”

그래도, 이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아까도 철혈검제는 내가 기습할 생각이라는 걸 눈치채고 있었으니까.

결국 정면 대결로 승부를 내는 수밖에 없다.

‘백화검형……!’

뒤로 몸을 날리면서 백화검형을 전개했다.

무수히 많은 백색의 검기가 전개되면서, 실내에 눈보라가 불기 시작했다.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장치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곳의 장치들은 나에게 원초(原初)의 생명력을 공급하고 있었지. 공급이 끊기면 나는 금방 말라붙은 시체가 될 것이다.”

철혈검제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끝내면 되는 일이다.”

“……!”

마침내 철혈검제가 옥좌에서 일어섰다.

육체에 연결되어 있던 튜브들이 모조리 뽑혔다.

“덤벼 봐라, 다른 세계의 방문객이여.”

철혈검제가 손을 치켜들자, 허공에서 검붉은 칼날의 대검이 출현했다.

“이 철혈검(鐵血劍)으로 너를 굴복시켜 주겠다.”

“……!”

나는 백화검형의 눈보라 속에서 번개처럼 움직였다.

창뢰검형으로 순식간에 철혈검제의 측면을 포착한 뒤, 즉각 자뢰검형으로 전환했다.

흑천검과 백인검, 두 검을 들고 철혈검제를 노렸다.

‘자뢰검형 절기, 자천……!’

본래 자뢰검형은 안정적으로 초고속의 연속 공격을 펼치는 검술.

여기에 랭커스터 비익검술과 란즈슈타인 무극검술의 정수가 반영되면서, 예측 불허의 현란함과 극단적인 절단력이 부여되었다.

이천공이나 무극공을 제압했을 때보다 훨씬 강력해진 32연격이 철혈검제를 덮쳤다.

“이천공처럼 변화무쌍하고, 무극공처럼 예리하구나.”

“……!”

내 연속 공격은 12번째 공격에서 중단되었다.

철혈검제의 철혈검이 내 흑천검을 튕겨 냈기 때문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나는 백인검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파천검형에 란즈슈타인 무극검술의 정수를 접목하여, 모든 의념을 담은 일격을 날렸다.

“음……!”

콰앙!

철혈검제의 검막이 완전히 깨져 나갔다.

나는 다시 창뢰검형으로 전환하여 철혈검제를 꿰뚫으려 했다.

“인정하마.”

하지만, 그 순간.

철혈검제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목소리는 계속 들려오고 있었지만,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것이라 방향을 알 수 없었다.

“모든 6공작들보다 네가 더 강하다.”

“……!”

그 직후.

엄청난 마력의 소용돌이가 나를 덮쳤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다.”

철혈검제는 모든 6공작 위에 군림하는 존재.

그저 6공작보다 강한 것 정도로, 철혈검제에게 우위를 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철혈무량검(鐵血無量劍)의 어둠에 갇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해라.”

무한한 마력의 소용돌이가 나를 집어삼켰고, 나는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이건…….”

문을 열고 들어간 페르펙티오는 할 말을 잃었다.

란즈슈타인 가문이 수백 년에 걸쳐서 준비해 온 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어 있었다.

“이렇게 되었다, 페르펙티오.”

“폐하.”

홀로 서 있는 철혈검제를 발견하고 페르펙티오는 즉각 무릎을 꿇었다.

이미 페르펙티오는 모든 상황을 이해한 상태였다.

“제가 잘못 판단했습니다. 모든 것은 제 잘못입니다.”

에르나스가 철혈검제를 공격했다.

이 처참한 광경은 그 흔적이었다.

에르나스를 이곳까지 데려온 게 페르펙티오이니, 책임은 페르펙티오에게 있었다.

“됐다.”

철혈검제는 차갑게 대꾸했다.

“별로 중요치 않다. 에르나스의 육체를 얻을 수 있다면, 이 시설은 굳이 필요 없지.”

“…….”

그 말을 듣고, 페르펙티오는 시선을 움직였다.

근처에 괴이한 흑색 마력 덩어리가 부유하고 있었다.

“철혈무량검으로 공간을 찢어, 무한한 어둠을 내포한 영역을 만들었다.”

“그러면…….”

“놈은 그 영역에 갇힌 상태다. 그곳에서 무한한 고통과 고독을 맛보면, 정신을 고쳐먹고 고분고분해지겠지.”

“…….”

철혈무량검.

불사(不死)의 존재였던 엘더 드래곤의 우두머리조차 굴복시킨 검술이다.

청월공의 아그리파 청월검술은 공간을 절단하는 것밖에 할 수 없지만, 철혈검제는 공간을 자유자재로 왜곡하고 조작할 수 있다.

누군가를 가둬 놓는 암흑의 감옥을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알겠습니다. 에르나스의 버릇을 고쳐 주십시오, 폐하.”

“흠, 페르펙티오.”

그때 철혈검제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르나스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

“네?”

“지금 에르나스의 육체를 사용하고 있는 건 다른 인물이다. 누군가의 영혼이 에르나스의 육체를 빼앗은 것이지.”

“…….”

“그러니 에르나스의 영혼은 이미 옛날에 소멸했을 거다.”

그렇게 말한 뒤, 철혈검제가 짧게 덧붙였다.

“물론, 너한테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겠지.”

“폐하…….”

“신경 쓰지 마라.”

철혈검제가 옥좌의 잔해 위에 걸터앉았다.

“장치를 연결해라. 녀석이 굴복할 때까지는 버텨야 하니까 말이다.”

“알겠습니다, 폐하.”

페르펙티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였다.

지금 남아 있는 장치들을 복구해서 응급처치를 하는 건 페르펙티오 혼자서도 가능하다.

하지만…….

“…….”

페르펙티오는 철혈무량검의 어둠을 힐끔 쳐다봤다.

신경 쓰지 말라고 철혈검제가 말했으니,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페르펙티오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다.’

자신의 아들, 에르나스.

그가 누군가에게 육체를 빼앗기고 소멸할 리가 없다는 것을… 페르펙티오는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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