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202화 (201/212)

202화 아버지 앞으로 (1)

“아악……!”

“안겔라 교수님!”

안겔라의 한쪽 팔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욜스는 목소리를 높였다.

알레이시 란즈슈타인이 펼친 심검이 안겔라의 호신강기를 뚫고 심각한 부상을 입힌 것이다.

“이제야 겨우 유의미한 상처를 입혔군요.”

알레이시가 모래 위에서 검을 거둬들이며 냉정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다른 검귀들처럼 피부에 비늘이 돋아난 상태였다.

절정급의 그래듀에이트이면서 검귀가 된 그녀의 전투력은… 정말로 압도적이었다.

“알레이시 란즈슈타인, 방금 그 공격은…….”

“란즈슈타인 무극검술입니다.”

“……!”

욜스도 들어 본 적이 있다.

모든 것을 절단할 수 있다는 란즈슈타인 가문의 독문 검술이다.

가주나 그 후계자만 배울 수 있다고 들었는데, 알레이시도 란즈슈타인 무극검술을 터득했던 건가.

“저는 무극공이나 가주님보다 수련이 부족하기에, 아주 잠깐 한정적으로 흉내만 낼 수 있을 뿐이죠.”

“이게… 흉내만 낸 거라고?”

욜스는 모래사장 위에 웅크리고 있는 안겔라에게 시선을 향했다.

안겔라는 호신강기로 육체를 보호하고 있었지만, 방금 전 알레이시의 공격에 왼팔이 떨어졌다.

안겔라였기에 그나마 팔 하나만 잃은 거지, 다른 검사였다면 일격에 목이 떨어지거나 심장이 꿰뚫렸을 것이다.

“욜스 교수, 미안하지만…….”

“안겔라 교수님, 뒤로 물러서십시오. 알레이시 란즈슈타인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면목이 없군…….”

안겔라가 지혈을 하면서 후퇴했다.

이제 욜스는 알레이시와 일대일로 싸우게 되었다.

“두 명이서 함께 싸울 때도 우세를 점하지 못했는데, 혼자서 저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거다, 알레이시 란즈슈타인.”

욜스는 검을 두 손으로 잡고 심호흡을 했다.

알레이시의 란즈슈타인 무극검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번 사용하고 끝은 아닐 것이다.

만약 알레이시가 다시 한번 란즈슈타인 무극검술을 사용한다면… 욜스가 호신강기에 모든 마력을 쏟아부어도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아니, 잠깐만…….’

굳이 막아 내야 하는 걸까.

저 여자를 쓰러뜨리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막아 내지 않아도 된다.

‘미친 짓이군.’

욜스는 작게 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다.

하지만 격상의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미친 짓이라도 해야 한다.

‘에르나스는 우리에게 알레이시 란즈슈타인을 맡겼다.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쓰러뜨려야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욜스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보여 주마, 알레이시 란즈슈타인.”

욜스가 직접 개발한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은 에르나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더욱 발전했다.

지금부터 사용할 기술도, 사실상 에르나스가 직접 가르쳐 준 것이다.

“이것이 칼레시우스 창뢰검술 제5식… 창뢰검강이다.”

쿠르릉……!

낮게 울리는 천둥 소리와 함께, 마력이 칼날 위에 고정되었다.

마력을 철저하게 압축하여 칼날에 고정하는 것으로 위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훌륭한 기술이군요.”

알레이시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란즈슈타인 무극검술로 파괴할 수 있습니다.”

“글쎄, 과연 그럴까.”

욜스는 검을 두 손으로 잡고 알레이시를 노려봤다.

공격을 시작하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전진한 순간.

“그리고.”

“……!”

어느새 측면으로 파고 들어온 알레이시의 검이… 욜스의 옆구리를 찔렀다.

검귀의 힘으로 정신세계의 속도를 구현한 뒤, 란즈슈타인 무극검술로 욜스의 호신강기를 관통한 것이다.

“일격필살의 기술로 단번에 역전 승리를 거두고 싶었겠지만, 그것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빈틈을 보였습니다.”

“크윽……!”

“욜스 칼레시우스답지 않은 실수군요. 아무리 강력한 기술이어도 빈틈을 보이면 그곳을 공략당할 뿐입니다.”

맞는 말이다.

그 정도는 욜스도 잘 알고 있다.

‘그래, 잘 알고 있으니까 이렇게 한 거다.’

아무리 강력한 기술이어도 빈틈을 보이면 그곳을 공략당한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욜스는 일부러 창뢰검강을 사용하며 빈틈을 보였다.

알레이시가 반드시 그 빈틈을 공략할 거라고 믿었으니까.

그리고 알레이시는 자신의 심검과 란즈슈타인 무극검술을 과신한 나머지… 빈틈을 보였다.

“……!”

어느새 욜스는 알레이시의 오른쪽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아무리 정신세계의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고 해도, 손목이 붙잡힌 상태에서는 시간 지연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틈을 파고드는 것이야말로, 욜스의 작전이었다.

“하압……!”

쿠쿵!

천둥 소리와 함께 욜스의 검이 번뜩였다.

창뢰검강을 전개한 칼날이 알레이시의 상반신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아악……!”

알레이시가 처음으로 비명을 지르며 몸을 피했다.

욜스의 옆구리에서 칼날이 뽑혔고, 피가 뿜어져 나왔다.

“크윽…….”

욜스는 다급히 마력으로 지혈하려 했다.

하지만 상처가 너무 깊어서 쉽지 않았다.

무릎을 꿇은 채 신음하면서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

무릎을 꿇고 있는 욜스와는 달리, 알레이시는 아직 서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치명상이었겠지만, 알레이시는 검귀가 된 상태다.

심각한 부상을 입긴 했어도, 아직 죽지는 않는다.

욜스의 숨통을 끊기에는 충분한 여력이 있다.

“젠장…….”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검을 떨어뜨린 욜스는 욕설을 내뱉으며 휘청였다.

그런 욜스의 숨통을 끊기 위해 알레이시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였다.

“목숨을 건 반격, 훌륭했습니다.”

“큭…….”

“하지만, 그 정도 기술로 최고의 검술명가 란즈슈타인을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알레이시가 다시 검을 치켜들었다.

죽음을 각오한 욜스가 눈을 질끈 감은 순간.

“과연 그럴까?”

푸욱!

사람의 몸이 꿰뚫리는 소리와 함께, 욜스의 얼굴에 뜨거운 핏물이 떨어졌다.

욜스는 다급히 눈을 떴고… 뒤늦게 깨달았다.

“잘난 척 하지 마라, 란즈슈타인.”

“아…….”

“최고의 검술명가는… 아그리파 가문이다.”

푸른색 장발의 청년이 알레이시를 배후에서 찌르고 있었다.

그 차가운 눈빛을, 욜스는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하인리히……!”

“오랜만입니다, 교수님.”

흑천마교와의 싸움이 끝난 뒤 모습을 감췄던 하인리히 아그리파.

그가 마침내 전장에 복귀한 것이다.

“으윽……!”

가슴을 꿰뚫린 알레이시가 움직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즉사했을 부상이지만, 검귀가 된 알레이시는 아직 살아 있었다.

새로 나타난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알레이시가 검을 치켜드는 모습이 보였다.

“하인리히, 그녀의 기술은……!”

욜스는 다급히 목소리를 느꼈다.

또다시 란즈슈타인 무극검술을 사용할까 봐 하인리히에게 경고해 주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하인리히의 공격이 더 빨랐다.

“아……!”

파앗!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펼쳐진 일섬(一閃)에, 알레이시의 오른쪽 상반신이 날아갔다.

공간을 자르는 일격… 아그리파 청월검술이었다.

“……!”

아그리파 청월검술은 절정급에 도달한 아그리파 가문의 가주만이 사용할 수 있다.

그것을 하인리히가 사용했다는 건…….

“하인리히, 너는…….”

“그동안 남쪽에서 아버지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수련을 했습니다.”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알레이시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으며, 하인리히가 주위를 살폈다.

“절정급에 도달한 보람이 있군요. 쓰러뜨릴 적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

에르나스에 이어서, 하인리히까지 절정급에 도달했다.

정말로 놀라운 재능을 지닌 학생들이었다.

“하, 하인리히 님……!”

학생 하나가 눈물을 글썽이며 이쪽으로 달려왔다.

청색 2반 시절부터 하인리히를 보좌해 왔던 카밀로였다.

“저,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하인리히 님이 돌아와 주실 거라고……!”

“쓸데없는 잡담은 나중에 하지, 카밀로.”

하인리히는 평소처럼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군을 지원하겠다. 전황을 자세히 알려 줘.”

“네, 하인리히 님!”

기뻐하는 카밀로 옆에서, 하인리히가 다시 욜스에게 시선을 향했다.

“교수님, 부상이 심각하신 것 같습니다. 후방으로 물러나십시오.”

“하인리히…….”

“교수님들의 공백은 제가 메우겠습니다.”

에르나스 말고도, 믿음직한 제자가 있다.

그 사실에 안심하면서, 욜스는 뒤로 물러섰다.

* * *

“하인리히?”

멀리서 하인리히가 검귀들과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아그리파 청월검술을 사용해 적들을 유린하는 모습은… 하인리히가 절정급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었다.

“어떻게 하인리히가 여기에…….”

“도중에 만나서 데리고 왔다.”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자, 외눈 안경을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페르디난드 교수님!”

“늦어서 미안하군. 차질이 좀 생겨서 말이다.”

후발대였던 페르디난드 교수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페르디난드와 하인리히 외에도 낯익은 얼굴들이 아군을 돕기 위해 전장에 뛰어들고 있었다.

“그래도, 최고의 자신작을 완성할 수 있었다.”

“네?”

“받아라.”

페르디난드가 나를 향해 약병 하나를 던졌다.

“진정한 암리타다. 황실 보물고를 뒤져서 완성할 수 있었다.”

“진정한 암리타……?”

“그동안 만들었던 암리타는 몇 가지 재료를 제대로 구할 수 없어서 대용품을 사용했지. 하지만 이건… 원전에 나오는 재료를 그대로 사용한 암리타다.”

병에는 무색투명한 액체가 담겨 있었다.

그냥 물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엄청난 기운이 담겨 있다는 게 느껴졌다.

“고대인들이 신적 존재가 되기 위해 제조했다는 진정한 영약이지. 효과는 기존에 만들었던 암리타하고는 비교가 안 될 거다.”

“……!”

이런 건 소설에 존재하지 않았다.

페르디난드도 소설을 능가하는 성과를 이룩한 건가.

“교수님… 감사합니다.”

“흥, 감사 인사는 나한테 하지 말고 황녀 전하한테 해라. 필요한 게 있으면 모조리 가져가라고 황실 보물고를 열어 준 게 황녀 전하니까.”

레이나데 황녀가 또 후방에서 우리한테 힘을 실어 준 모양이었다.

“하여간, 에르나스.”

페르디난드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는 우리한테 맡겨라.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지만, 나하고 하인리히가 가세하면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거다.”

페르디난드의 케르베스트 백화검술과 하인리히의 아그리파 청월검술이면 검귀들에게 대항할 수 있다.

절정급인 두 사람이 도와주면 전세는 우리 쪽으로 기울게 된다.

“그러니 에르나스, 너는 네가 할 일을 해라.”

페르디난드의 시선이 향한 곳은, 영묘의 출입구였다.

“너도 느끼고 있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네, 맞습니다.”

영묘 자체에 무슨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묘 주위가 이상했다.

무슨 오염 물질이라도 배출하고 있는 것처럼 바닷물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에르나스, 지금 영묘 안에는 누가 있지?”

“페르펙티오 란즈슈타인… 그리고 철혈검제만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역시 우리는 방해만 되겠군.”

페르디난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에르나스, 부탁한다.”

“네, 교수님.”

암리타 약병을 손에 쥔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혼자서 영묘로 들어가, 모든 것을 끝내고 오겠습니다.”

“…….”

페르디난드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제자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하니, 심정이 복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빨리 모든 싸움을 끝내고 돌아와야 한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아, 한 가지 깜빡한 게 있군.”

자리를 뜨려 하는 나를 페르디난드가 불러세웠다.

“우리가 출발하기 직전에 황실에서 알려 준 게 있었다.”

“황실에서요?”

“제국 황실은 너를 정식 ‘리히테나워 대공’으로 임명했다. 황녀 전하가 요청하신 사안이고, 궁내부의 승인도 끝난 상태다.”

그렇게 말하며 페르디난드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알아 두라고.”

“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 의미 없지는 않다.

에르나스가 그토록 원했던 리히테나워 대공의 자리에 비로소 도달한 거니까.

‘리히테나워 대공의 자리를 손에 넣으면… 에르나스는 란즈슈타인 가문에 더 이상 구애될 필요가 없는 거지.’

조금 더 홀가분한 기분이 되었다.

나는 페르디난드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영묘로 접근했다.

문이 굳게 닫혀 있었지만, 란즈슈타인 무극검술을 사용해 강제로 입구를 만들었다.

‘그러면… 들어가자.’

마지막 싸움이 펼쳐질 장소.

페르펙티오와 철혈검제가 기다리는 영묘 안으로, 나는 걸어 들어갔다.

* * *

‘에르나스 도련님…….’

알레이시는 비틀거리면서 계단을 올랐다.

하인리히의 공격에 우측 상반신이 날아갔지만, 절정급의 검귀인 알레이시는 아직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안 됩니다. 가주님과 싸워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알레이시의 은신술은 혈검장로회의 암살자들을 능가한다.

이미 알레이시가 죽은 줄 알고 하인리히가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알레이시는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영묘로 들어갈 수 있었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은 에르나스가 열어 줬고 말이다.

‘에르나스 도련님, 부디…….’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에르나스를 막으면 된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알레이시는 영묘 내부로 들어갔다.

에르나스가 페르펙티오와 화해하고 함께 란즈슈타인 가문을 이끌어 가는 미래를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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