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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188화 (187/212)

188화 쌍검난무 (3)

이천공은 자신의 애검(愛劍)을 든 채 에르나스를 응시했다.

음양검은 이천공의 랭커스터 비익검술에 맞춰서 특별히 제작된 검이다.

해가 그려진 양검(陽劍)은 공격에 적합하며 달이 그려진 음검(陰劍)은 방어에 적합하다.

음검으로 적의 공격을 막으면서 양검으로 적의 틈을 찌르는 것이 기본 전법이다.

하지만 실전에서 이걸 그대로 준수하지는 않는다.

양검으로 방어를 하고 음검으로 공격을 할 때도 있으며, 양검과 음검으로 동시에 공격을 막을 때도 있으며, 양검과 음검으로 동시에 공격을 펼칠 때도 있다.

이걸 자유자재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것이 랭커스터 비익검술의 묘미다.

‘물론,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지.’

마력을 활용하는 그래듀에이트라고 해도, 두 자루의 검을 자유자재로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양한 물리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대로 검을 휘두르기 어렵다.

자칫하면 두 자루의 검이 서로 얽히면서 추태를 보이게 된다.

그래서 동부의 쌍검술인 마르테리스 이륜검술은 정해진 동작으로 펼쳐지는 연속 공격을 중시한다.

이미 정해져 있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라면 동작이 꼬일 일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랭커스터 비익검술은 다르다.

매 순간마다 검사의 창조성을 발휘하여 변화무쌍한 공격을 펼쳐야 한다.

그렇기에 어설픈 검사가 펼치면 그냥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는 게 되며… 초월적 경지에 도달한 검사여야만 그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

“…….”

이천공과 에르나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서로가 서로를 응시한 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러던 도중, 에르나스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던 헨리가 바닥에 쓰러졌다.

마침내 숨이 끊어진 것이다.

“……!”

그것이 신호였다.

에르나스가 푸른 번개를 몸에 두른 채 하늘로 솟구쳤다.

아까는 보여 주지 않았던 기술이다. 하지만 이천공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범위였다.

“훌륭한 복합 경신술이다. 하지만…….”

쿵!

이천공이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 정도는 특별한 기술 없이도 따라잡을 수 있단다, 에르나스!”

“……!”

파앗!

초고속의 추격전이 펼쳐졌다.

에르나스는 거리를 벌리려는 듯이 계속 도망쳤고, 이천공은 에르나스를 추격했다.

처음에는 에르나스가 더 빨랐지만, 점차 힘이 부치는지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술래잡기는 이 정도로 하자꾸나!”

콰쾅!

허공에 양 검을 휘두른 순간, 충격파가 발생하여 에르나스를 덮쳤다.

에르나스는 검을 휘둘러 충격파를 받아쳤지만, 그사이 이천공은 거리를 좁혔다.

“……!”

쿠웅!

검기와 검기가 부딪치면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에르나스는 이천공의 공격을 잘 막아 냈지만,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범위였다.

‘자색의 검기… 마르테리스 이륜검술을 바탕으로 한 거겠지.’

에르나스가 펼치고 있는 검술의 원류(源流)를 꿰뚫어 보면서 이천공은 연속 공격을 펼쳤다.

왼손의 음검으로 에르나스의 반격을 봉쇄하면서, 오른손의 양검으로 에르나스의 빈틈을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그리고 에르나스가 완벽한 궤도의 찌르기로 이천공의 우측 가슴을 노린 순간.

“……!”

쿵!

이천공은 오른손을 교묘하게 움직여, 양검의 폼멜로 에르나스의 칼끝을 막아 냈다.

그 직후, 왼손의 음검으로 에르나스의 복부를 노렸다.

왼손으로 방어하고 오른손으로 공격하던 스타일을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

에르나스가 몸을 반회전시켜 음검의 궤도에서 벗어난 뒤, 그대로 한 바퀴 돌면서 이천공의 우측면을 공격한 것이다.

이천공은 가까스로 방어했지만, 에르나스의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건……!”

에르나스는 여전히 자색 검기를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하고는 달리 공격이 훨씬 다채로워졌다.

방금 전까지는 정확히 계산된 연속 공격을 펼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지금은 창조성이 느껴지는 변화무쌍한 연속 공격을 펼치고 있었다.

“마치 랭커스터 비익검술 같은……!”

“정답이다, 이천공.”

에르나스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린 순간.

시야에서 사라진 에르나스의 칼날이 이천공의 우측 늑골에 꽂혔다.

* * *

쿠웅!

이천공의 호신기를 뚫고, 그 아래에 있던 늑골을 박살 냈다.

물론,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닌 이천공에게 이 정도는 큰 대미지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천공은 상당히 동요한 듯했다.

“에르나스, 네가 어떻게 랭커스터 비익검술을…….”

“당신들에게서 배웠지.”

“뭐, 뭐라고?”

당혹스러워하는 이천공 앞에서, 나는 다시 한번 유스레흐트의 기능을 활용했다.

[현재 ‘능력 재현’으로 획득한 능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잠정 획득 ==

[케르베스트 백화검술(SS랭크)]

[발트펠트 금강검술(SS랭크)]

[랭커스터 비익검술(SS랭크)]

[마르테리스 이륜검술(SS랭크)]

[철혈검마심법(SS랭크)]

== 영구 귀속 ==

[아이오니아 신속검술(SS랭크)]

[칼레시우스 창뢰검술(SS랭크)]

[리히테나워 경신술(S랭크)]

[아틸리온 마력탐측술(S랭크)]

[동부식 마력연공법(A랭크)]

검제급에 익숙해진 상태에서는 별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알베리히에게 얻어 낸 흑천마인대법을 삭제했다.

그 대신, 방금 전에 나에게 매달리고 있던 헨리에게서 랭커스터 비익검술을 얻어 냈다.

헨리는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검귀급의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능력 재현을 시도할 시간은 있었다.

이것으로 나는… 제국의 양대 쌍검술인 랭커스터 비익검술과 마르테리스 이륜검술을 동시에 보유하게 되었다.

“헨리 랭커스터와 당신이 나한테 랭커스터 비익검술을 가르쳐 준 거야.”

“무슨…….”

헨리에게서 랭커스터 비익검술을 얻어 낸 뒤, 나는 이천공의 랭커스터 비익검술도 관찰했다.

이천공은 랭커스터 비익검술을 세상에서 가장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천공의 랭커스터 비익검술도 관찰했기 때문에… 나도 자신있게 랭커스터 비익검술로 반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천공,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어.”

“뭐라고?”

“당신이나 헨리나… 랭커스터 비익검술의 숙련도는 그리 큰 차이가 없어.”

“……?”

헨리의 랭커스터 비익검술은 숙련도가 SS랭크였다.

이건 그 검술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경지라는 걸 의미한다.

이천공에게서 랭커스터 비익검술을 복사해 봤자 똑같은 SS랭크일 것이다.

“물론, 아까 헨리가 보여 준 칼 솜씨는 당신보다 형편없었지. 하지만 오늘 헨리가 냉정한 상태였다면… 당신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랭커스터 비익검술을 보여 줬을 거야.”

“무슨 헛소리를……!”

나 자신이 랭커스터 비익검술을 터득하니 알 수 있었다.

랭커스터 비익검술은 검사가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쉴 새 없이 스타일을 바꾸면서 다채로운 공격을 펼쳐야 하는데, 이성을 잃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냥 두 자루의 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상태가 될 것이다.

헨리가 지난번에 칼레온에게 패배했던 것도, 누명을 뒤집어썼다고 잔득 흥분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만약 헨리가 냉정하게 랭커스터 비익검술을 펼쳤다면 칼레온에게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랭커스터 비익검술은 검사의 심리 상태에 크게 좌우되는 검술이었다.

“믿지 못하겠다면, 시험해 보겠나?”

“뭐라고?”

“지금 내 랭커스터 비익검술은 헨리 랭커스터와 거의 동격이야.”

그렇게 말하며 나는 흑천검과 염살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만약 당신의 랭커스터 비익검술이 헨리보다 훨씬 뛰어나다면… 나를 완벽하게 압도할 수 있어야겠지.”

“…….”

“그러니 시험… 아니, 증명해 보란 말이다.”

나는 냉정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당신이 미끼로 써먹었던 후손보다 더 가치 있는 검사라는 걸 말이다.”

“에르나스 란즈슈타인, 네놈……!”

이천공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주제도 모르고 건방진 소리만 하는구나……!”

이천공이 나한테 다시 달려들었다.

해의 문양이 새겨진 양검이 상단, 달의 문양이 새겨진 음검이 하단으로 파고든다.

하지만 상단의 양검은 페이크. 하단의 음검도 중간에 손목을 비틀어 중단을 노릴 것이다.

SS랭크의 랭커스터 비익검술, 그리고 흑천검의 공간 파악 능력이 있기 때문에 꿰뚫어 볼 수 있었다.

“……!”

상단의 양검을 흑천검으로 막는 척하면서, 전력을 다해 염살검을 휘둘렀다.

그 직후, 중단을 노리던 음검이 염살검에 튕겨져 나갔다.

“아니?!”

경악하는 이천공.

하지만 나는 이미 흑천검으로 찌르기를 펼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찌르기가 이천공의 호신기를 뚫고 우측 상완골에 꽂혔다.

“이런……!”

아까 늑골이 부서졌을 때보다 더 당혹스러워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다.

6공작은 혈맥이 존재하지 않는 해골 인간.

그렇기 때문에 혈맥이 아니라 골격 자체를 마력의 통로로 사용하고 있다.

팔뼈에 손상을 입으면 마력 효율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물론, 검제급에 도달한 6공작의 능력이면 순식간에 응급조치가 가능하지만… 미세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미세한 차이는… 검제급끼리의 승부에서는 매우 큰 차이지!’

검제급과 검제급의 싸움.

그것은 물리법칙을 초월한 초고속의 대결이 된다.

마음속에서 검을 휘두르는 속도를 현실에서 구현할 때, 약간이라도 딜레이가 생기면 치명적이다.

이천공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천공, 당신은 이미 냉정함을 잃은 상태야!’

아까까지만 해도 이천공은 여유만만했다.

하지만 내가 랭커스터 비익검술을 사용하여 반격하자 동요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지금은 상완골이 손상되어 양검을 들고 있는 우측 팔의 마력 효율이 저하된 상태.

후손인 헨리와 마찬가지로. 냉정함을 잃으면서 랭커스터 비익검술의 완성도가 저하되기 시작한다.

‘그러니……!’

쿠웅!

흑천검과 염살검이 동시에 이천공을 덮쳤다.

이천공은 음검 하나만으로 막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양검까지 동원했다.

방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건, 이천공이 수세에 몰렸다는 뜻이다.

“윽……!”

이천공이 어떻게든 반격하려 했다.

하지만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미세한 딜레이가 생겼다.

절정급끼리의 싸움이라면 무시해도 좋을 차이.

하지만 이건 검제급끼리의 싸움이다.

“하앗!”

좌측의 음검이 빈틈을 노리고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우측의 양검이 허술해졌다는 것을 간파했다.

몸을 반회전시켜 음검을 회피한 뒤, 흑천검으로 양검을 후려쳤다.

쿠웅! 굉음과 함께 양검이 튕겨져 나갔다.

그 순간, 이천공의 우측면에 커다란 틈이 생겼다.

“……!”

아까처럼 폼멜을 사용해 교묘하게 방어하지는 못할 것이다.

현재 이천공은 그런 창조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나는 주저 없이 염살검을 휘둘렀다.

“으으윽……!”

콰직 소리와 함께 이천공의 우측 쇄골이 파괴되었다.

이천공은 다급히 대처하려 했지만, 이미 내 다음 동작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금 남아 있는 여력을 모조리 쏟아부은, 승부를 내기 위한 공격이 펼쳐졌다.

‘자뢰검형 절기(絶技), 자천(紫天)!’

자뢰검형에 랭커스터 비익검술의 정수를 반영한, 변화무쌍한 32연격.

자색 검기가 이천공에게 연속해서 박히면서, 그 여파로 주위 공간 자체가 자색으로 물들었다.

“아……!”

절망적인 탄식이 들린 직후.

이천공의 모든 뼈대가 처참하게 부서졌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