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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157화 (156/212)

157화 마교를 끌어내라 (2)

철혈기사단과의 싸움에서, 나는 카톨레아스 대주교를 해치우고 마력을 흡수했다.

카톨레아스 대주교는 평범한 대주교들보다 훨씬 많은 마력을 갖고 있었는데, 소마를 복용해 얻은 마력이라 혼탁하고 불안정했다.

마나 하트에 저장되어 있던 정순한 마력과 조화되기 어려운 상태라, 대책이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황제에게서 철혈검마심법(鐵血劍魔心法)을 얻어 낸 것이다.

‘철혈검마심법은… 철혈검제가 남긴 궁극의 마력 연공법.’

철혈검마심법은 평범한 마력 연공법과는 다르다.

일반적인 마력 연공법이 마력을 다스려서 마나 하트에 축적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철혈검마심법은 마력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을 더 중시한다.

혈맥을 흐르는 피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마력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철혈검제는… 혈맥에서 평범한 피가 아니라 칼날과 같은 철혈(鐵血)이 흐르게 하라고 했지.’

철혈.

이게 바로 철혈검제가 추구한 이상이다.

그래듀에이트로서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혈맥을 흐르는 혈액과 마력을 완벽히 조화시킬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황제가 혈액으로 철혈무극검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철혈검마심법을 익혔기 때문이다.

‘이 연공법을 사용하면, 어떤 마력을 흡수하든 상관없어.’

엘릭시르에서 얻은 마력이든.

암리타에서 얻은 마력이든.

소마에서 얻은 마력이든.

철혈검마심법에 의해 변질되어, 궁극의 마력으로 전환된다.

‘이게 바로… 철혈의 마력이다.’

철혈의 마력.

나는 그 힘을 일제히 개방했다.

최고 효율로 활성화된 마력이 진은검의 칼날을 통해 방출되었다.

‘케르베스트 백화검술… 백화검람(白華劍嵐).’

그 순간.

얼음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동안 백화검린을 흩뜨려서 전개했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광범위한 ‘빙결 공격’이었다.

“이건……!”

“뭐냐?!”

마교도들이 다급히 호신기를 전개하고 방어하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이건 단순히 냉기를 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미세한 얼음의 칼날로 적들의 전신을 난도질하는 공격이기 때문이다.

“으윽?!”

“호신기를 뚫고… 크악!”

얼음의 칼날이 호신기를 파고들었고, 냉기가 침투하여 마교도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들이 아무리 호신기를 강화해도 소용없었다.

문하이젠 대주교가 데려온 정예 병력 수십 명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사, 살려……!”

“으아악……!”

나는 암리타와 칼레온, 카톨레아스에게서 얻어 낸 막대한 마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걸 철혈검마심법으로 완벽히 다스려 최고 효율로 운용하고 있다.

현재 나는 칼레온이 펼쳤던 ‘디 인페르노’ 이상의 광역 제압 능력을 손에 넣은 상태였다.

“에르나스……!”

하지만 이 얼음 폭풍을 뚫고 달려드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듀에이트 절정급에 도달한 흑천마교의 대주교, 문하이젠이었다.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이런 힘을……!”

문하이젠의 전신에는 내 창뢰신기(蒼雷迅氣)와 비슷한 번쩍이는 기운이 전개되어 있었다.

흑천마교의 초고속 검술인 흑천벽력검술(黑天霹靂劍術)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저 번쩍이는 기운을 전신에 두르면 창뢰신기처럼 속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네놈,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번쩍이는 기운으로 백화검람을 견뎌 내며, 문하이젠이 나한테 쇄도했다.

내가 광범위 공격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니, 그 빈틈을 이용해 나를 공격하려 하는 것이다.

문하이젠의 날카로운 칼날이 내 상반신 우측으로 파고 들어왔다.

“윽?!”

쿠웅!

반대편 손으로 뽑아 든 진철검으로 문하이젠의 공격을 막아 냈다.

진철검에는 이미 케르베스트 백화검술의 차가운 검기가 전개된 상태였다.

“에르나스!”

문하이젠이 포효하면서 나에게 연속 공격을 펼쳤다.

동부의 ‘검후(劍后)’ 이사벨라에게도 뒤지지 않는 연격이다.

속도만 보자면 이사벨라보다 더 뛰어났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공격을 맞받아쳤다.

“대체 뭐 하는 놈이냐?!”

계속해서 검을 충돌시키며 문하이젠이 소리를 질렀다.

“네 마력은 카톨레아스 대주교를 훨씬 상회한다! 대체 어떻게 이런 힘을 손에 넣은 거냐……!”

“내가 대답해 줄 이유가 있나?”

“설마… 우리들처럼 수많은 생명을 갈아 넣어 얻어 낸 마력이냐?!”

문하이젠은 내가 흑천마교처럼 막대한 인명을 희생시켜 마력을 얻어 낸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어떻게 총본산의 위치를 알고 있는 거냐?!”

총대주교가 숨어 있는 흑천마교의 총본산.

그 위치를 알고 있는 건 대주교들뿐이다.

그런데 대주교를 포로로 잡아서 고문해 봤자 위치를 알아낼 수는 없다.

기밀 정보를 발설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세뇌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마 네놈… 흑천마교와 관련이 있는 거냐?!”

“아주 크게 착각하고 있군, 문하이젠 대주교.”

나는 문하이젠의 연속 공격을 받아치며 대꾸했다.

“나는 너희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너희들처럼 사악한 술수를 쓴 적도 없고.”

“거짓말 마라! 그런 거라면 어떻게 그 나이로 이런 힘을……!”

“너희 같은 놈들을 먹어 치우면서 성장했기 때문이지.”

사실 흑천마교의 사악한 술수 덕분에 이만큼 성장한 거긴 하다.

카톨레아스 대주교의 마력을 얻었기에 이 정도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거니까.

“헛소리를……!”

“그건 그렇고, 문하이젠 대주교.”

나는 문하이젠에게 차가운 말을 건넸다.

“네 부하들은 전멸한 것 같군.”

“……!”

문하이젠이 데려온 흑천마교의 정예 그래듀에이트들은 모조리 얼어 죽었다.

소설에서 꽤 강하게 나왔던 볼트라인 주교 같은 네임드도 마찬가지였다.

경신술로 도망치려던 놈도 있었지만, 백화검람의 유효 범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진은검으로 백화검람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

나는 진은검을 다른 자세로 잡았고, 진철검에서도 차가운 검기를 거둬들였다.

“끝을 내도록 하지.”

“……!”

진은검과 진철검에 보라색 스파크가 튀었다.

이사벨라의 마르테리스 이륜검술을 창뢰검기와 조합하여 만들어 낸 자뢰검기의 스파크였다.

‘아니, 이건 더 이상 자뢰검기가 아니야.’

자뢰검기는 쌍검을 사용해 초고속 연속 공격을 펼치기 위한 검기다.

속도를 중시했기 때문에 공격 하나하나의 위력은 약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속도를 위해 위력을 희생할 필요가 없어졌다.

‘자뢰검강(紫雷劍鋼)……!’

콰콰콰콰쾅!

자색의 번개가 휘몰아쳤다.

철혈의 마력으로 전개한 검강은 문하이젠의 검기 따위는 일격에 부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했다.

그러면서도 문하이젠의 흑천벽력검술을 압도하는 속도를 구현할 수 있었다.

“크, 악…….”

문하이젠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보라색 번개의 21연격에 전신을 유린당해, 순식간에 고깃덩이가 되었다.

마지막 한마디도 남기지 못한 채, 문하이젠은 땅바닥에 쓰러졌다.

“…….”

나는 주위를 쓱 훑어봤다.

유스바스트의 사병(私兵)들도 백화검람에 휩쓸려 전부 사망했다.

살아남은 사람은 오로지 한 사람, 유스바스트 본인뿐이다.

검문에 항의하느라 혼자서 앞에 나와 있었기 때문에 운 좋게 백화검람의 유효범위 안에 들지 않았다.

“아, 아아…….”

유스바스트는 바닥에 주저앉아 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유스바스트는 다급히 목소리를 높였다.

“나, 나도 죽일 거냐?!”

“…….”

“그, 그러면 안 된다! 나는 황제의 사촌이다! 황녀의 당숙이다! 나를 해치는 건 반역죄란 말이다!”

다리를 바둥거리면서 유스바스트가 계속 소리쳤다.

“이, 이러지 말고 우리 손을 잡자! 황실의 어른인 내가 네 후견인이 되어 주마! 그러면 네가 황제가 되는 것도…….”

유스바스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내가 휘두른 진은검에 의해 목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유스바스트의 머리는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고… 누군가의 발치에서 멈췄다.

“저렇게 목숨을 구걸하고 있는데 너무하네, 에르나스.”

“베리스리제.”

화려한 금발을 쓸어 올리며, 베리스리제가 미소를 지었다.

유스바스트의 행군을 가로막은 슈라이에르 가문의 병력은 베리스리제가 끌고 온 것이었다.

“이번 일, 내가 세상에 알릴까? 네가 제후공 유스바스트를 잔혹하게 죽였고, 흑천마교의 대주교 상대로 온갖 의미심장한 소리를 했다고?”

“…….”

“농담이야, 에르나스.”

그렇게 말하며 베리스리제가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나는 네 아군이야. 나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내 부하들도 입이 무거우니까 안심해. 비밀을 누설할 사람은 한 명도 없어.”

현재 슈라이에르 가문은 아카데미의 아군이다.

아버지인 클라우비체가 죽은 뒤, 베리스리제가 친(親)아카데미 노선을 취했기 때문이다.

“오늘 협조해 줘서 고맙다, 베리스리제.”

“어라, 네가 그렇게 순순히 고맙다는 말을 하다니 의외네.”

“아군한테 칭찬을 아낄 필요는 없지.”

“그래? 하지만 말로만 칭찬해 주는 건 조금 부족한 느낌도 드는데.”

“머리라도 쓰다듬어 줄까?”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지만, 베리스리제가 흠칫 놀라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그래도 돼?”

“…….”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주위에 있는 부하들의 시선을 느꼈는지 베리스리제가 헛기침을 했다.

“어, 어쨌든… 이렇게 유스바스트에게 협력하던 마교도들을 해치웠으니, 네가 원하던 증거들은 확보할 수 있겠네.”

“그래, 국무회의에도 제출할 수 있지.”

나는 여기 있는 흑천마교 간부들의 시체를 제출할 생각이다.

그러면 남쪽 변방으로 리히테나워 기사단을 이끌고 진군할 명분이 생긴다.

“유스바스트의 영지를 수색하여 흑천마교 세력을 색출하겠다… 그런 명분을 내세워서 기사단을 움직이는 거지?”

“그래, 하지만 진짜 노림수는 흑천마교의 총본산이지.”

흑천마교 총본산은 유스바스트의 영지보다 더 남쪽에 있다.

나는 그 위치를 알고 있지만, 내가 어떻게 그 위치를 알고 있는지는 남들에게 설명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스바스트의 영지를 수색한다는 명분으로 리히테나워 기사단을 남하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흑천마교의 총본산이 정말로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거야? 우리 슈라이에르 가문의 세력권에 가까운데도 전혀 몰랐네.”

“쉽게 알아챌 수 있는 곳이면 진작 토벌되었겠지. 마교도들도 총본산이 어디 있는지 몰라.”

“한번 구경 좀 해 보고 싶네. 얼마나 잘 숨겨 놨는지 궁금하거든.”

“그럼 직접 구경하면 되지 않겠어?”

“뭐?”

내 얼굴을 쳐다보는 베리스리제에게,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베리스리제, 슈라이에르 가문을 대표해서 리히테나워 기사단에 참가해.”

“……!”

“이미 아그리파 가문에서도 브랜틀리와 하인리히가 정예 병력과 함께 참가하기로 했어. 슈라이에르 가문에서도 협조해야지.”

방금 말했던 것처럼, 흑천마교 총본산은 슈라이에르 가문의 세력권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슈라이에르 가문의 협력이 필요하다.

“나, 나도 함께해도 되는 거야?”

베리스리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세리느처럼… 네 곁에서 싸워도 되는 거야?”

“별로 내키지 않아?”

“그, 그렇지 않아!”

고개를 세차게 흔든 뒤, 베리스리제가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베리스리제 슈라이에르는 슈라이에르 가문의 임시 가주로서 흑천마교 토벌에 참가할 거야! 마교 놈들을 토벌하는 건 검술명가의 의무니까!”

그동안 베리스리제는 슈라이에르 가문을 수습하느라 많은 고생을 했다.

하지만 이제 다시 검을 잡을 때가 되었다.

“좋아, 베리스리제.”

소설에서 베리스리제는 에르나스한테 이용만 당하다가 죽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슈라이에르 가문의 대표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 줘.”

“물론이지!”

자신만만하게 웃는 베리스리제를 보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 * *

이틀 뒤.

리히테나워 기사단의 첫 번째 공식 활동이 국무회의에서 승인되었다.

아그리파 가문과 슈라이에르 가문이라는 두 검술명가를 양쪽 날개로 삼아 리히테나워 기사단은 남쪽 변방을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

흑천마교 멸망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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