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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130화 (130/212)

130화 절정의 경지로 (4)

푸욱!

검이 가슴에 꽂혔다.

완전히 관통해서 등으로 튀어나왔다.

그동안 전장에서 수도 없이 본 광경이다.

문제는… 내가 당하는 건 처음이었다는 점이다.

“으윽…….”

나는 신음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현실세계였다면 치명상이었겠지만, 이곳은 정신세계여서 그렇지는 않다.

피 같은 건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그래도…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쓰러진 나를, 소설의 주인공인 아칸델이 묵묵히 응시하고 있었다.

이목구비를 구분할 수 없는 얼굴이라, 정확히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건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말이다.

“살살 좀 해라, 이 자식아…….”

아칸델의 검술은 무자비했다.

소설에서 내가 묘사했던 것처럼, 빠르고 날카롭게 적의 급소를 파고드는 검술이었다.

몇 번 검을 주고받았는데, 내 빈틈을 정확히 공략하여 결국 가슴에 검을 꽂아 넣었다.

“역시 천재는 천재인가…….”

이 녀석을 불세출의 천재로 설정한 건, 이 소설의 작가인 나다.

그러니 이 녀석이 천재적인 검술을 보여 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다시금 몸을 일으켰다.

검을 들고 자세를 잡자, 아칸델도 다시 자세를 잡았다.

“나는 너를 능가할 거다, 아칸델.”

“…….”

휘익!

아칸델의 날카로운 횡 베기가 허공을 갈랐다.

나는 옆으로 몸을 날리면서 그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아칸델의 측면으로 파고들었지만, 그는 살짝 몸을 비트는 것만으로 내 공격을 흘려 보냈다.

이어서 펼쳐진 오묘한 공격이 내 목을 찔렀고,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끼며 쓰러졌다.

“크윽…….”

다시금 몸을 일으키며 목을 만져 봤다.

역시 상처는 없다.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긴 하지만, 상처가 생기면 즉각 회복된다.

“한 번 더 가자.”

“…….”

아칸델은 말없이 다시 나한테 달려들었다.

그를 쓰러뜨리기 위해, 나는 끝없는 싸움을 계속했다.

* * *

“와아아……!”

플라티온 평야에 함성이 울려 퍼졌다.

라티클 이그니아스가 지휘하는 이그니아스 가문의 정예 부대가 아카데미의 병력을 격퇴했기 때문이다.

“가르디우스 님, 수고하셨습니다.”

“흥, 별로 재미없는 싸움이었다.”

라티클이 감사를 표하자, ‘검왕’ 가르디우스가 인상을 찡그리며 대꾸했다.

“네 감언이설에 넘어가 전장에 나왔지만, 발렌티아노도 안겔라도 나를 제대로 상대해 주지 않더군.”

“그건…….”

아카데미 측에는 발렌티아노와 안겔라라는 두 명의 절정급 교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가르디우스와의 정면 승부를 피했다.

“일대일로 싸우면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둘이서 동시에 덤벼드는 건 너무 불명예스러운 일이니…….”

안겔라는 그렇다 쳐도, 동부 출신의 발렌티아노는 옛 기사도의 전통을 이어받은 검사다.

가르디우스 한 명을 상대로 안겔라와 협공하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명예를 따지자면 나와의 정면 대결을 피하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

“그것도 그렇긴 합니다만…….”

“흐음, 그렇다면…….”

가르디우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라티클은 그 모습을 보며 불안감을 느꼈다.

그가 또다시 전투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릴까 봐 걱정된 것이다.

“놈들은 오늘 탐색전을 펼친 것이군.”

“네?”

“우리 전력을 확인하려 한 거다. 병사들은 잘 훈련되어 있는지, 수준 높은 그래듀에이트는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는 가르디우스를 보면서, 라티클은 눈을 크게 떴다.

“제대로 싸울 생각이 있었다면, 가장 우수한 전력인 발렌티아노와 안겔라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을 거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소극적으로 나왔지.”

“가, 가르디우스 님…….”

“너는 그 두 사람을 막을 수 있는 게 나 한 명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나를 막을 수 있는 것도 그 두 사람뿐이다. 내가 버젓이 전장에 나와 있는데 그 두 사람이 나를 막으러 나오지 않았다는 건… 애초에 오늘 전투에서 승부를 낼 생각이 없었다는 얘기지.”

“……!”

라티클은 놀라움을 느꼈다.

검술 실력이 뛰어날 뿐인 괴팍한 노인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장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까지 가진 인물이었을 줄이야.

‘하, 하긴, 그래듀에이트 절정급에 도달했다는 건 나름대로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의미니까…….’

그렇게 납득하고 있었을 때, 가르디우스가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라티클, 놈들이 이렇게 탐색전을 한 의도가 뭐라 생각하나?”

“그야… 우리 쪽 전력을 확인한 뒤 본격적인 작전을 세우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내일 바로 쳐들어올까? 오늘 얻은 정보로 본격적인 작전을 세워서?”

“그, 글쎄요. 그건…….”

“놈들은 어디까지나 미리 정보를 확보하려고 했을 뿐이다.”

“미리……?”

“에르나스 란즈슈타인이 도착하기 전에 말이다.”

“……!”

눈을 크게 뜨는 라티클을 내버려 둔 채, 가르디우스가 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야 놈들의 작전이 이해가 되는군.”

“가, 가르디우스 님, 그러면…….”

“놈들은 서쪽에서 에르나스가 도착한 뒤에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할 생각이다. 오늘 전투는 그 사전 조사에 불과한 것이지.”

오늘 이그니아스 가문은 아카데미의 병력을 여유롭게 격퇴했다.

하지만 에르나스를 포함한 지원군이 도착하여 본격적으로 공격해 온다면 어떻게 될까?

“오늘 무력하게 퇴각한 것도 자신들의 전력을 과소평가하게 만들려는 작전이었을 것이다. 에르나스까지 합류한 뒤 최대 전력으로 공세에 나서겠지.”

“그,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가주님께 지원 병력을 요청할까요?”

“어리석은 소리 마라. 칼레온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이곳을 우리한테 맡긴 것 아니냐?”

“으음, 그럼 어떻게…….”

“라티클, 발 빠른 정예 병력을 빌려 다오.”

“네? 혹시 후퇴한 아카데미 놈들을 추격하시려는 겁니까? 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아니다.”

가르디우스가 고개를 저었다.

“서쪽으로 달려가서, 에르나스를 먼저 잡는 거다.”

“……!”

“후퇴한 놈들도 설마 우리가 그런 움직임을 보일 거라고는 예상 못 했겠지. 놈들의 허를 찌르기에 딱 좋다.”

“…….”

결국 이 사람은 그냥 에르나스와 빨리 싸워 보고 싶은 것 아닐까.

라티클은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라티클, 어떠냐.”

“으음…….”

지금 아카데미 놈들은 시간을 끌다가 지원군과 합류해서 일제 공격을 펼칠 생각이다.

그러니 지원군과 합류하기 전에 각개격파를 하는 건 그럴듯한 작전이다.

그러면 오늘 도망친 놈들을 쫓아가서 공격하는 것이나,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는 지원군한테 달려가서 공격하는 것이나, 큰 차이는 없지 않을까.

“알겠습니다. 제 측근을 비롯한 정예 병력을 빌려드리겠습니다.”

결국, 라티클은 가르디우스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가르디우스는 이그니아스 가문에게 매우 중요한 전력이다. 에르나스와 싸우는 것에 저렇게 의욕을 보이고 있으니, 최대한 존중해 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가르디우스 님, 에르나스는 다른 절정급 교수와 함께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심하십시오.”

“흥, 괜한 걱정이다.”

가르디우스가 주름 가득한 얼굴로 웃었다.

“어떤 놈이든 내 플라티온 격멸검술 앞에서는 적수가 못 된다.”

* * *

“오늘은 이 숲속에서 야영이다!”

페르디난드 클래스가 이끄는 병력은 보름간의 여정 끝에 동부에 진입했다.

일반적인 말보다 훨씬 빠른 바이콘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전진했기 때문에, 이례적인 속도로 동부에 진입할 수 있었다.

“비올라, 오늘 식사 당번은 너였던가?”

“네, 솜씨 좀 발휘해 볼게요!”

“너는 식사 시간에만 기운 넘치는군…….”

슈미츠와 비올라는 야영 준비를 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그러고 보니 말이죠.”

“뭐지?”

“에르나스 님은 정말로 아무것도 안 먹어도 되시는 건가요?”

“…….”

비올라의 질문을 듣고 슈미츠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페르디난드 클래스에서 특별히 제작한 마차가 보였다.

“에르나스 님, 저 마차 안에 보름째 틀어박혀 있는 상태시잖아요.”

“그렇지…….”

“보통 사람이라면 죽지 않나요? 심지어 물조차 안 드시고 계신데.”

“아니, 페르디난드 교수님의 말씀대로라면 문제없을 거야. 영약이 체내에서 작용하면서 생명을 유지시켜 준다니까.”

“고대 문헌에 그렇게 적혀 있을 뿐이잖아요. 그게 틀릴 수도 있는데.”

“으음, 글쎄다…….”

“마차 안에 슬쩍 음식이라도 넣어 드릴까요? 에르나스 님도 사실 저희가 그렇게 음식을 넣어 주는 걸 기대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너는 에르나스 님이 무슨 단식 투쟁이라도 하는 줄 아는 거냐?”

슈미츠는 인상을 찡그렸다.

“관둬라. 마력 연공 중에 방해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으으, 그래도 신경 쓰인다고요. 보름이 지났는데도 에르나스 님이 안 나오고 계시잖아요. 이미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닌가요?”

“…….”

비올라의 말대로, 좀 우려되는 상황인 건 사실이었다.

아까 페르디난드도 마차를 이리저리 살피면서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에르나스가 바깥으로 나올 낌새가 전혀 없으니, 다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마력 연공은 다 끝났을지도 몰라.”

“네?”

“보름에 걸쳐 영약의 마력을 전부 마나 하트에 저장한 상태라고 해도… 에르나스 님이 부족함을 느끼고 계신다면,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이번 기회를 이용해, 절정급의 경지에 도전하고 계신 거지.”

“……!”

절정급.

그건 아카데미의 지도 교수들이나 검술명가의 가주들 같은 거물들이나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다.

“에르나스 님이라면 절정급에 도전할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슈, 슈미츠 님, 너무 이른 것 아닌가요? 제 생각으로는 너무 비현실적인 것 같은데요.”

“글쎄, 에르나스 님은 원래 비현실적이신 분이지.”

그렇게 말하며 슈미츠는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나도 절정급에 도전한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른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얘기도 있고, 에르나스 님은 에르나스 님만의 방식으로 절정급에 도전하시겠지.”

“으음…….”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건 한 가지다.”

슈미츠는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르나스 님의 최측근으로서, 에르나스 님을 믿고 기다리는 거지.”

“슈미츠 님…….”

“그게 우리들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하면서 슈미츠가 마음을 다잡고 있자, 비올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측근이라면 세리느 님 정도 아닐까요. 기껏해야 클로에 님까지만 들어가고 우리는… 아얏!”

“우리도 최측근이다! 지금 에르나스 님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게 우리들 아니냐!”

“왜 때리는 거예요! 한번 해보자는 건가요?! 저보다 힘도 약하면서……!”

“흥, 무식하게 힘만 세면 무슨 소용이냐. 네 북부 검술 정도는 내 속도로…….”

슈미츠와 비올라가 그렇게 수준 낮은 말싸움을 나누고 있었을 때.

갑자기… 어딘가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뭐야?!”

“이 소리는……!”

쾅! 콰앙!

연달아 들리는 굉음.

이것이 무슨 소리인지, 슈미츠도 비올라도 바로 눈치챘다.

지금 울려 퍼지는 굉음은… 엄청난 검기가 다른 검기를 깨부수면서 발생한 소리였다.

“적습(敵襲)! 적습이다!”

“……!”

슈미츠도 비올라도 다급히 일어나 검을 잡았다.

그리고 에르나스의 마차를 보호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어떻게 된 거냐!”

“이그니아스 가문의 그래듀에이트들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전방에서 페르디난드 교수가 부하들과 다급히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선두에… ‘검왕’ 가르디우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

동부를 대표하는 그래듀에이트 중 한 명.

검왕 가르디우스 플라티온이 밤을 틈타 기습해 왔다.

그 사실을 알고 슈미츠는 절박한 심정으로 마차를 쳐다봤다.

‘에르나스 님, 어서……!’

방금 전에 믿고 기다린다고 말했지만, 벌써 심정이 바뀌었다.

에르나스가 빨리 나서 주기를 기도하며, 슈미츠는 검을 꽉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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