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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104화 (104/212)

104화 3차 시험을 통과하라 (3)

파천검강(破天劍剛).

발트펠트 가문의 금색 검기를 내 창뢰검강과 조화시켜 재창조한 검강이다.

지난번에 미하일이 보여 줬던 발트펠트 금강검술의 검기는 내 창뢰검강 못지않게 견고하면서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미하일보다 마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트펠트 금강검술의 검기를 펼쳐도 미하일 수준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마력의 밀도를 높여 고정하는 검강의 원리를 적용하여, 발트펠트 금강검술의 검기를 새롭게 진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콰앙!

금색 검강이 골렘을 덮쳤다.

골렘은 막대한 마력으로 호신기처럼 자신을 보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파천검강 앞에서는 소용없다.

‘마력을… 파훼한다!’

발트펠트 가문의 금색 검기는 마력 사이의 결합을 부숴 버리는 효과가 있다.

테오도라나 요네스가 사용하던 발트펠트 패검술도, 미하일이 사용하던 발트펠트 금강검술도, 금색 검기로 상대방의 검기나 호신기를 부수는 걸 전제로 한 검술이었다.

그렇기에 이 파천검강도 그런 성질을 갖고 있다.

골렘이 막대한 마력으로 표면을 보호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뚫을 수 있다.

“하압……!”

콰아앙!

굉음을 발생시키면서, 파천검강이 골렘을 일도양단했다.

절단면이 깔끔하지는 않았다. 창뢰검강에 비해 날카로움이 부족한 탓이다.

하지만 거대한 골렘을 일도양단할 수 있을 만큼… 그 위력은 절대적이었다.

“그래, 이 정도라면…….”

쿠쿵!

둘로 나뉜 채 쓰러지는 골렘을 보면서, 나는 확신했다.

그래듀에이트 절정급의 호신기조차 쉽게 뚫어 버릴 수 있는 힘이… 내 손에 들어왔다.

* * *

“욜스 교수님, 언제까지 여기 계실 겁니까?”

“에르나스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보겠습니다, 콜리아나 교수님.”

철혈동 출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욜스를 보며, 콜리아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콜리아나의 태도에서 위화감을 느꼈는지 욜스는 계속 이곳에 남으려 했다.

‘쯧,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네.’

콜리아나는 마음속으로 후회했다.

‘이렇게 되면 에르나스가 죽은 뒤 뒷수습을 하기가 어려워지는데.’

이번에 콜리아나는 에르나스를 죽이기 위한 흉계를 준비했다.

이번 3차 시험의 사전 준비를 하는 도중, 출구 근처에 있는 골렘을 최고 출력 모드로 조정해 놓은 것이다.

‘여기서라면 에르나스가 당하는 걸 감지할 수 있어. 상황이 끝나면 들어가서 골렘을 원상 복귀 하고 내 흔적을 지울 생각이었는데…….’

일부러 출구 근처의 골렘을 조정한 건데, 이렇게 욜스도 출구 앞에 서있으면 곤란해진다.

흔적을 지우지 못하면 콜리아나가 골렘에 손을 댔다는 것이 들통날 수도 있으니까.

‘일이 꼬이면 슈라이에르 가문에서도 나를 인정해 주지 않을 거야.’

콜리아나는 슈라이에르 가문을 지지하는 교수다.

하지만 안겔라 클래스의 리스틸 교수처럼 슈라이에르 본가에 직접 지시를 받는 위치는 아니었다.

슈라이에르 가문을 위해 움직이고 싶어도, 리스틸을 통해 슈라이에르 본가의 의향을 확인해야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몇 달 전에 리스틸이 부상 치료를 위해 아카데미를 떠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 내가 에르나스를 제거하고, 슈라이에르 본가에게 인정받을 생각이었는데.’

콜리아나의 목표는 리스틸을 대신하여 슈라이에르 가문의 심복이 되는 것이었다.

마침 에르나스는 3차 시험에 도전하기 위해 철혈동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고, 콜리아나는 철혈동의 골렘을 관리하는 페르디난드 클래스 소속이다.

그래서 에르나스가 시험 도중에 골렘한테 죽도록 손을 쓴 것이다.

‘아니… 괜찮을지도 몰라.’

콜리아나는 옆에 있는 욜스를 쳐다봤다.

욜스는 검술밖에 모르는 교수다. 골렘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전혀 모를 것이다.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시치미를 뗀다면, 콜리아나가 골렘을 조작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 그냥 불운한 사고로 위장한 뒤, 기회를 봐서…….’

바로 그때.

갑자기 안쪽에서 쿵 하고 큰 소리가 들렸다.

상당히 가까운 위치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에르나스가 벌써 마지막 골렘 앞까지 도착한 건가?’

이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철혈동을 통과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이삼 일은 걸린다.

아직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출구 근처까지 도달했단 말인가?

“이 소리는…….”

욜스가 눈썹을 찌푸리는 걸 보고, 콜리아나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골렘이 공격하는 소리 같네요. 공격을 잘 피하면서 돌파해야…….”

“아니요, 골렘이 공격하는 소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네?”

“이건 아무래도…….”

욜스는 말꼬리를 흐렸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던 걸까.

“욜스 교수님, 무슨 말씀이시죠?”

“일단 기다려 봅시다.”

“네?”

결국, 욜스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콜리아나는 당혹스러운 심정에 휩싸였다.

‘이제 더 이상 별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골렘이 에르나스를 단번에 죽여 버린 걸까.

하지만 욜스가 한 말이 신경 쓰였다.

‘철혈동 안으로 들어가서 상황을 확인하고 싶지만, 욜스가 옆에 있으니 그럴 수도 없고…….’

콜리아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냥 기다리고 있기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안쪽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

침묵하던 욜스가 갑자기 다시 입을 열었다.

“나오는군요.”

“……!”

콜리아나는 숨을 삼켰다.

정말로 욜스의 말대로 철혈동에서 사람이 나오고 있었다.

아무런 상처도 없이 멀쩡한 모습의 에르나스 란즈슈타인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에르나스는 마지막 골렘에 당해서 죽어야 했다.

죽지는 않더라도 큰 부상 정도는 입어야 정상이었다.

골렘은 고대 문명의 로스트 테크놀로지로 만들어진 병기이기 때문에, 최고 출력 모드면 그래듀에이트 절정급이라 해도 상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에르나스가 어떻게 저런 멀쩡한 모습으로 나온단 말인가?

‘경신술을 사용해 억지로 돌파하는 것도 불가능해. 그런데 어떻게 저런 멀쩡한 모습으로 나온 거지?’

당황하는 콜리아나를 내버려 둔 채, 욜스가 에르나스에게 다가갔다.

“에르나스, 수고 많았다.”

“욜스 교수님, 아직도 남아 계셨습니까?”

“네가 걱정되어서 말이다. 빨리 나와서 다행이군.”

“어느 정도 걸렸습니까? 동굴 안에서는 시간 감각이 정확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역대 도전자 중에서 가장 빨랐지.”

에르나스와 욜스가 차분히 대화를 나누는 걸 보면서, 콜리아나는 혼란에 휩싸였다.

“에, 에르나스 란즈슈타인.”

“아… 콜리아나 교수님이시군요. 이번 시험의 감독관이십니까?”

“……!”

콜리아나는 흠칫 놀랐다.

에르나스가 자신을 알아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페르디난드 클래스에서 수련을 받을 때 얼핏 뵌 적이 있습니다.”

“아, 그, 그렇구나.”

딱히 얘기를 나눈 적도 없는데,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 걸까.

콜리아나는 헛기침을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빠르게 철혈동을 돌파한 건 네가 처음이야. 골렘들이 자꾸 앞을 가로막았을 텐데, 어떻게 돌파한 거지? 우회로를 사용하면 이 시간에 도착하는 건 불가능한데.”

“우회로가 있었군요. 그런 게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럼 경신술로 요리조리 피해서 진행한 건가?”

“아니요.”

에르나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전부 쓰러뜨렸습니다.”

“뭐?”

“전부 파괴하면서 전진했습니다.”

“…….”

그 말을 듣고, 콜리아나는 숨을 삼켰다.

“골렘을 전부 파괴했다는 소리인가?”

“맞습니다, 욜스 교수님.”

“에르나스, 그러라고 가져다 놓은 골렘이 아니다. 전부 파괴하면 다음 학생들은 어떻게 시험을 보란 말이냐.”

“하지만, 파괴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습니다.”

“그건…….”

“자, 잠깐!”

콜리아나는 다급히 끼어들며 소리쳤다.

“그 단단한 골렘들을 전부 파괴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교수인 나도 그 골렘들에게 흠집을 낼 수 없는데……!”

“교수님의 검기로는 어려우신 모양이군요.”

“……!”

에르나스의 냉정한 목소리에 콜리아나는 눈을 치켜떴다.

“제 검기로는 가능했습니다, 콜리아나 교수님.”

“에르나스, 너…….”

“마지막 골렘이 이상하게 단단하긴 했는데, 파괴 자체는 가능하더군요.”

“뭐, 뭐라고?!”

마지막 골렘은 콜리아나가 최고 출력 모드로 조정해 놓은 놈이다.

방어력이 극대화된 상태일 텐데, 대체 어떻게 파괴했단 말인가.

여기 있는 욜스의 검기로도 파괴할 수 없을 텐데…….

“어쨌든, 마지막 골렘이 좀 수상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에르나스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사람 주먹만 한 구슬이었다.

“그래서 이걸 좀 검사해 봤으면 하는데요.”

“……!”

콜리아나가 눈을 크게 뜨며 숨을 삼키는 사이, 욜스가 에르나스에게 질문했다.

“에르나스, 이게 뭐지?”

“골렘의 제어 코어입니다. 내부에서 꺼냈죠.”

“이런 게 있는 줄은 몰랐군.”

욜스는 몰라도, 콜리아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제어 코어에는… 콜리아나가 손을 댄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에, 에르나스!”

콜리아나는 다급히 손을 뻗었다.

“그건 내가 확인해 볼게!”

“아니요.”

하지만, 에르나스는 콜리아나의 손을 막았다.

“페르디난드 교수님에게 직접 가져가겠습니다. 아무래도 그 편이 확실하겠죠.”

“……!”

페르디난드는 골렘 전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대 유물에 대해서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제어 코어에서 콜리아나의 흔적을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페르디난드 교수님은 바쁘셔! 골렘은 내가 잘 아니까 나한테 맡겨…….”

“콜리아나 교수님.”

바로 그때, 에르나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콜리아나의 말을 끊었다.

“콜리아나 교수님을 믿을 수 없으니, 페르디난드 교수님에게 문의드리겠다는 겁니다.”

“뭐, 뭐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콜리아나는 눈을 치켜뜨며 소리쳤다.

“내가 골렘을 최대 출력 모드로 조정했다고 의심하는 거야? 정말 모욕적이네! 이런 누명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라, 이상하네요.”

에르나스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최대 출력 모드라니, 골렘이 그런 상태였다는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

“저는 단순히 골렘이 고장 난 건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콜리아나 교수님이 사전 점검을 소홀히 한 것일 수도 있으니, 페르디난드 교수님에게 검사를 부탁드리려 한 건데…….”

콜리아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그런 콜리아나를 향해, 욜스가 차가운 시선을 향했다.

“콜리아나 교수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아, 아니요, 이건…….”

“저는 골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할 것 같군요.”

“마, 마지막 골렘이 단단했다기에 막연히 최대 출력 모드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저는 그저…….”

“얘기는 페르디난드 교수님 앞에서 합시다.”

“……!”

콜리아나는 뒷걸음치려 했지만, 욜스가 손을 뻗어 콜리아나의 팔을 붙잡았다.

욜스한테 붙잡힌 이상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했다.

‘에, 에르나스 란즈슈타인……!’

문득, 서부 대미궁에서 죽은 테오도라 발트펠트가 생각났다.

예전에 아카데미에서 돌던 얘기에 의하면, 테오도라가 에르나스를 죽이려 했다가 에르나스의 함정에 걸려들어서 죽은 거라는 얘기가 있었다.

‘설마… 나도 에르나스의 함정에 걸려든 건가?’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에르나스를 보면서, 콜리아나는 절망적인 심정에 휩싸였다.

* * *

“네 녀석은 정말로 골치 아픈 일을 잘 만드는군.”

페르디난드 클래스의 지도 교수실.

그곳에서 나는 페르디난드와 마주하고 있었다.

“혹시 전부 다 네가 의도해서 일으키는 일 아닌가?”

“그럴 리가요.”

이번 일은 전혀 예상 못 한 일이었다.

“쯧, 콜리아나 교수가 이런 일을 벌이다니 실망스럽군.”

콜리아나는 지금 욜스가 끌고 가서 자리에 없다.

페르디난드가 골렘의 제어 코어를 확인하여 콜리아나의 음모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그 녀석은 예전부터 슈라이에르 가문에 대대로 충성을 바쳐 온 집안 출신인데, 아버지 대에서 큰 실패를 저질러 입지가 약해졌다. 이번 기회에 너를 제거하여 슈라이에르 가문에게 다시 인정받으려는 생각이었겠지.”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사실 이 부분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소설에서도 콜리아나가 골렘을 조종하여 주인공들을 습격하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3차 시험 도중에 발생하는 사건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에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이번 일은 우리 쪽에서 처리하도록 하지. 이만 가 봐.”

“교수님.”

페르디난드는 어서 가 보라고 손짓을 했지만, 나는 무시하고 입을 열었다.

“사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지?”

인상을 찡그리면서 페르디난드가 나를 쳐다봤다.

“혹시 암리타 때문에 그러나? 미안하지만 아직 연구 중이다.”

“아니요. 그것 때문은 아닙니다.”

암리타는 페르디난드가 오랫동안 연구해 온 고대의 영약(靈藥)이다.

내가 지난번에 중요한 자료를 가져다주긴 했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럼 뭐지? 설마 페르디난드 클래스에 들어오겠다는 얘기는 아닐 테고.”

그렇게 말하다가 페르디난드가 피식 웃었다.

“농담이다. 리히테나워 대공 후보로 촉망받는 네 녀석이… 쓰잘데기없는 고대 유물이나 연구하는 우리 클래스에 들어올 리가 없지.”

“그게 맞습니다.”

내가 짧게 대답하자, 페르디난드가 몸을 움찔했다.

“지금 뭐라고 했지?”

“방금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맞다고 했습니다.”

“…….”

이 자식이 미쳤나?

그렇게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페르디난드가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페르디난드 클래스의 전공생이 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앞으로 격화될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것이 내가 던지는 묘수(妙手)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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