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103화 (103/212)

103화 3차 시험을 통과하라 (2)

철혈동 안에는 아무도 없다.

골렘 그리고 온갖 함정이 있을 뿐이다.

나는 그것들을 돌파하면서 계속 전진했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배도 고파졌고… 적당한 곳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확실히 예전하고는 다른 느낌이야.’

휴대용 식량을 먹으면서 몸 상태를 확인했다.

단단한 골렘을 수없이 파괴했는데도 손목이나 어깨가 멀쩡했다.

‘그래듀에이트 상급이 되면서 환골탈태를 거치기도 했지만, 그것만이 아니야.’

최근 들어서 마력을 활용하는 게 더 능숙해졌다.

마력을 적절히 배분하여 전신을 보조해 주고 있으니, 근육이나 관절에 무리가 가는 일이 없어진 것이다.

‘똑같은 마력을 사용해도, 근력이나 민첩성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

미하일과의 정면 대결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은 덕분이다.

역시 강적과 싸울수록 더 큰 성장을 하게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절정급에는 못 미치겠지.’

그동안 나는 아르테클라스나 미하일 같은 절정급의 그래듀에이트와 싸워 왔다.

하지만 나 혼자서 그들을 쓰러뜨린 건 아니다.

‘미하일도 욜스의 도움이 없었으면 쓰러뜨리기 어려웠어.’

욜스가 계속 협공해 주면서 미하일에게 빈틈을 만들어 줬기 때문에, 나한테도 기회가 생긴 것이다.

분명 창뢰검강은 미하일처럼 나보다 한 수 위의 실력자도 쓰러뜨릴 수 있는 무기다.

하지만 기본적인 역량 차이가 있기 때문에, 창뢰검강으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상황까지 끌고 가는 게 쉽지 않다.

‘여러 검술을 조합하여 상대방의 허를 찌른다든가… 그런 식의 방법도 있긴 한데.’

결국 나 자신이 더욱 강해져야 한다.

현재의 수준에서 만족하지 말고, 다음 경지를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이다.

‘나 자신이 절정급의 경지에 도달하지 않으면 안 돼.’

그래듀에이트 절정급.

현시점에서 알려져 있는 ‘최고’의 경지.

그 수준에 도달한다면, 다른 강자들과 일대일 정면 승부를 하더라도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절정급에 도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지.’

그래듀에이트 초입, 하급, 중급, 상급… 나는 그동안 순조롭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절정급에 도달하는 건 지금까지하고는 난이도가 전혀 다르다.

‘절정급에 도달하려면 신검합일(身劍合一)을 실현해야 하니까.’

신검합일은 말 그대로 몸과 검이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이 수준에 도달해야지 비로소 절정급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신검합일을 실현하면 많은 게 달라져.’

검기의 예를 들어 보자.

그래듀에이트는 검기를 펼칠 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력을 손바닥까지 보내서 피부를 통해 방출한 뒤, 세심히 컨트롤하여 칼날을 뒤덮게 만들어 줘야 검기가 된다.

하지만 신검합일에 도달하면 상당히 달라진다.

마치 내 몸의 혈맥이 칼날에도 뻗어 있는 것처럼 되어, 내 몸을 마력으로 강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검기를 만들 수 있다.

검기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몸에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도 검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지.’

멀리 떨어져 있는 검도 내 몸처럼 다룰 수 있게 된다.

마력이 몸과 검을 연결해 주기 때문에 손을 대지 않아도 검을 움직일 수 있다.

예전에 욜스가 보여 준 어검술(御劍術) 같은 것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신검합일의 경지에 도달하려면, 마력만 많아지는 것으로는 안 돼.’

그동안 나는 소설 속에서 묘사된 깨달음을 되새기는 것으로 성장해 왔는데… 신검합일을 터득하는 건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소설 속에서는 ‘어떤 계기’가 주어져야 신검합일에 도달할 수 있다고 묘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시점에서는 마력을 쌓고 수련을 하면서 그 계기가 주어지는 순간을 대비할 수밖에 없다.

‘그래, 그러니… 여기서도 최대한 내가 얻을 수 있는 걸 얻어 가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내 예상대로라면, 앞으로 반나절 안에 철혈동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 * *

‘에르나스가 들어간 지 한나절 정도 되었군.’

철혈동 바깥에서 욜스는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마음만 같아서는 에르나스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지만, 계속 이곳을 지키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욜스 교수님, 아직 계셨군요.”

“콜리아나 교수님.”

바위섬에 도착한 여성 교수가 욜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페르디난드 클래스 소속의 교수로, 대부분의 평교수들이 그렇듯이 그래듀에이트 상급이었다.

“이제부터는 제가 맡겠습니다. 교수님은 이만 들어가시죠.”

“알겠습니다.”

원래 이번 시험은 처음부터 콜리아나가 시험 감독을 맡기로 되어 있었다.

3차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에르나스를 격려하고 싶었던 욜스가 잠깐 그 역할을 대신했을 뿐이다.

“에르나스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욜스 교수님은 에르나스를 상당히 아끼시는 모양이군요.”

“……?”

목소리에 살짝 가시가 돋아 있는 것 같아서, 욜스는 콜리아나의 얼굴을 쳐다봤다.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이신지…….”

“너무 편애하시는 것 아닌가 해서 말입니다. 미하일 발트펠트와의 싸움에서도 에르나스한테 공을 양보하신 것 같은데.”

“콜리아나 교수님.”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말이어서, 욜스는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적 없습니다. 에르나스가 직접 미하일을 쓰러뜨린 겁니다.”

“고작 학생이 어떻게 발트펠트 가문의 가주를 쓰러뜨립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목격자도 많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에르나스 님이 미하일 발트펠트를 궁지로 몰아 놓은 뒤 에르나스한테 양보하신 거겠죠.”

“어이가 없군요. 오히려 제가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에르나스가 도와준 겁니다.”

“글쎄요.”

“…….”

그때 욜스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콜리아나는 남부의 슈라이에르 가문과 가까운 사이다.

그래서인지 베리스리제 슈라이에르에게 종종 편의를 봐주곤 했다.

‘예전부터 에르나스에게 반감을 갖고 있었겠군.’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현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다만 욜스는 평소 이런 정치적 싸움에 거리를 둬 왔기 때문에… 굳이 지적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말입니다, 욜스 교수님.”

욜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콜리아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에르나스 녀석, 철혈동을 잘 통과할 것 같습니까?”

“그야… 당연히 통과하겠죠.”

“흐음,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

왠지 걸리는 것이 있어서, 욜스는 콜리아나의 얼굴을 쳐다봤다.

“에르나스가 3차 시험을 잘 통과할 수 있을지, 제가 눈 똑똑히 뜨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두운 철혈동 안으로 시선을 향하며, 콜리아나가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뭔가 이상하군.’

철혈동 안을 걷다가 발을 멈췄다.

전방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제 출구에 거의 다 왔어. 골렘 하나밖에 안 남았을 텐데.’

잠시 고민한 뒤, 나는 아틸리온 마력탐측술을 사용했다.

그러자 곧바로 반응이 나타났다.

‘골렘이 맞는 것 같은데… 뭐지?’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해 보고 싶어졌다.

미약한 마력을 계속해서 날려 보내 자세히 분석했다.

‘가만있자, 이건…….’

전투 중인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찬찬히 살펴봤다.

그러던 도중…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틸리온 마력탐측술(A랭크)의 이해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아틸리온 마력탐측술(A랭크)의 성장과 함께 영구 귀속이 진행됩니다.]

[아틸리온 마력탐측술(S랭크)의 영구 귀속이 완료되었습니다.]

그 직후.

어렴풋하게 느껴지던 반응이 갑자기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어느 정도의 마력이 어디쯤에 있는지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마력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 있는지, 그 뚜렷한 형태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아틸리온 마력탐측술이 성장하다니…….’

그동안 아틸리온 마력탐측술을 계속 활용해 왔지만, 좀처럼 랭크가 오르지 않았다.

아직도 숙련도가 부족한 건가 했는데, 시간을 들여 차분하게 살펴보는 훈련이 필요했던 건가.

‘하긴, 아틸리온 마력탐측술은 위력이나 속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기술이 아니니까… 검술처럼 극적인 상황에서 진화하지는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유스레흐트로 현재 보유한 능력을 확인했다.

[현재 ‘능력 재현’으로 획득한 능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잠정 획득 ==

[발트펠트 금강검술(SS랭크)]

[아이오니아 신속검술(S랭크)]

[리히테나워 경신술(A랭크)]

[흑천마도연공법(SS랭크)]

[---]

== 영구 귀속 ==

[칼레시우스 창뢰검술(A랭크)]

[아틸리온 마력탐측술(S랭크)]

[동부식 마력연공법(A랭크)]

아틸리온 마력탐측술이 S랭크가 되어 영구 귀속으로 넘어가고, 슬롯에 빈칸이 하나 생긴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다들 필수적인 것들뿐이라 새로운 능력을 얻어 내기 어려웠는데… 겨우 여유가 생겼군.’

그래도 지금은 출구를 막고 있는 골렘을 분석하는 게 우선이다.

나는 마력을 뻗으면서 골렘의 상태를 분석했다.

‘마력의 양 자체는 다른 골렘들하고 똑같아.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알 수 있었다.

골렘은 마치 호신기처럼 자신의 표면에 마력을 전개해 놓은 상태였다.

그것도… 아주 막대한 마력을.

‘미하일 발트펠트의 호신기보다 훨씬 두껍군.’

원래 골렘은 인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마력을 지니고 있다.

수천 년 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고대인들이 마력을 꽉꽉 채워 넣었기 때문이다.

‘저렇게 대량의 마력을 전개했다는 건… 심장부에 저장해 뒀던 마력을 거의 다 개방했다는 의미인데.’

저렇게 마력을 대량으로 사용하면, 골렘의 마력은 순식간에 고갈되어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골렘은 최소한의 마력만 사용하여 활동한다.

정말로 위험한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말이다.

‘지금 골렘은 풀 파워 모드야. 이유 없이 저렇게 될 리가 없는데.’

소설 설정을 되새기면서, 어떻게 된 건지 파악하려 했다.

결론은 금방 도출되었다.

‘누가 손을 썼군.’

풀 파워 모드로 대기하고 있도록, 미리 골렘을 조작해 놓은 사람이 있다.

관련 지식이 많은 교수일 것이다.

‘이런 쪽에 문외한인 욜스일 리는 없고…….’

골렘은 고고학 전문인 페르디난드 클래스에서 관리한다는 설정이다.

페르디난드 클래스 관계자가 아닐까.

‘오늘 시험 감독을 맡은 교수가 수상한데, 누구인지 모르니…….’

직접 나가 봐야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어쨌든 눈앞에 있는 골렘을 돌파하긴 해야 한다.

‘저 정도 마력을 몸에 두르고 있는 거라면 방어력뿐만 아니라 민첩성도 증가했겠지.’

경신술로 돌파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정면 승부로 돌파해야 하는데, 방어력이 향상된 상태일 테니 평범한 공격은 먹히지 않는다.

‘어쩔 수 없군.’

나는 심호흡을 했다.

오른손에 검을 든 채, 천천히 몸 안에서 마력을 순환시켰다.

‘여기서 시도해 보는 수밖에.’

이번에 철혈동에서 골렘들 상대로 연습했던 힘.

그것을 본격적으로 시도해 볼 때가 되었다.

“…….”

나는 입을 다문 채 천천히 걸어갔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하게 빛나고 있는 거대한 석상과 마주쳤다.

“우우웅…….”

그리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골렘이 기동음을 발생시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전신은 막대한 마력으로 보호되고 있는 상태였다.

‘창뢰검강으로는 뚫을 수 없어.’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에서 탄생한 기술이라, 창뢰검강은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상대의 빈틈을 파고드는 검강이다.

하지만 골렘 상대로 그런 검강은 필요 없다.

민첩성이 향상되었다는 해도, 사람처럼 기술을 펼치면서 빠르게 공격해 들어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창뢰검강보다 느려도 상관없어. 적의 빈틈을 날카롭게 파고들지 않아도 괜찮아.’

오른손의 검을 향해, 체내에서 순환시키던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래듀에이트 상급의 마력이 칼날을 휘감으며, 금색 검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미하일이 사용하던 발트펠트 패검술의 검기처럼, 견고하고 육중하게.’

금색 검기가 칼날 위에서 응축되었다.

계속해서 마력을 불어넣으면서 밀도를 극대화했다.

이윽고 칼날은… 금색의 기운으로 두껍게 코팅된 상태가 되었다.

창뢰검강에 비해 모서리의 날카로움이 부족했지만, 훨씬 더 밀도 있고 단단해 보였다.

‘발트펠트 가문의 금색 검기, 그리고 내가 만든 창뢰검강의 조합…….’

쿵, 쿵!

골렘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 거대한 질량으로 나를 깔아뭉개겠다는 듯이.

나는 골렘을 응시하며 천천히 검을 치켜들었다.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패도적인 검강을 펼치기 위해.

‘파천검강(破天劍剛).’

나를 향해 달려드는 골렘을 향해, 금색의 검강이 작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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