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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69화 (69/212)

69화 랭커스터 멸망의 날 (1)

“내가 아주 돌아 버리겠군.”

페르디난드 교수는 나를 불러 놓고 있는 대로 인상을 찡그렸다.

“바깥에 나가서 돈을 벌어 오라고 했지, 싸움거리를 구해 오라고 했나?”

“저희는 실습의 일환으로써 외부 의뢰를 수행하고 왔을 뿐입니다.”

“시끄러워! 마교도를 색출하라고 보냈는데, 어째서 랭커스터 가문과의 분쟁이 발생하냔 말이다!”

페르디난드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젠장, 이런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았는데.”

“교수님도 랭커스터 가문으로 가십니까?”

“네 지도 교수라는 이유로 억지로 끌려갈 뻔했다!”

“결국 안 가시는 거군요.”

“당연하지! 나는 이런 정치적 싸움이 싫단 말이다!”

역시 검술 고고학 연구에 인생을 바친 교수다웠다.

“그래도 네 지도 교수이기 때문에, 아카데미에서 온갖 뒤처리를 하게 되었다. 내 부하들도 이쪽 일에 투입되었고.”

“그 정도는 하셔야죠.”

“이 녀석이 진짜…….”

페르디난드가 내 얼굴을 노려봤다.

“마교도 토벌을 순식간에 끝마치고 복귀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복덩어리가 굴러들어 왔다고 기뻐했었는데 말이다.”

“대체 얼마나 부려 먹을 생각이셨던 겁니까?”

“엘릭시르를 많이 얻겠다고 벼르고 있지 않았나? 기회를 주려고 했을 뿐이지.”

“말 나온 김에 여쭤보는데, 이번 보수로 주어지는 엘릭시르는 언제 받을 수 있습니까?”

“쯧…….”

서랍 아래에서 페르디난드가 청색 물약을 꺼내 집어 던졌다.

“가져가라.”

“감사합니다.”

청색 엘릭시르 한 병을 주머니 안에 넣고 있으니, 페르디난드가 손을 휘휘 저었다.

“더 이상 볼일 없으니, 이만 가 봐라. 바로 출발해야 한다면서.”

“교수님.”

나는 품 안에서 몇 겹으로 접은 종이를 꺼냈다.

“뭐냐?”

“교수님에게 직접 전해 드리고 싶어서 따로 빼 놓았던 전리품입니다.”

“전리품?”

“마교 놈들의 아지트에서 발견한 건데, 교수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물론, 이건 거짓말이다.

실제로는 내가 즉석에서 휘갈긴 것이다.

“고대의 영약 ‘암리타’를 복원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더군요.”

“……!”

페르디난드가 다급히 종이에 적힌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책상 너머 칠판에 붙어 있는 각종 자료와 대조하기 시작했다.

“잠깐만, 이건, 설마… 아니, 마교 놈들이 어떻게 이런 자료를…….”

“마교에서는 소마라는 영약을 만든다고 들었습니다. 소마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놈들도 암리타를 연구하고 있던 게 아닐까요?”

“……!”

사실 종이에 적힌 내용은 소설 후반부에서 페르디난드가 고생 끝에 얻어 낸 정보다.

나는 그걸 마교 측의 자료로 위장해서 페르디난드에게 건네줬을 뿐이다.

“암리타는 우리들이 복용하는 엘릭시르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았다고 하던데… 복원에 성공하시면 저한테도 샘플 하나만 나눠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 물론이다! 세상에, 이런 걸 찾아오다니, 잘했다, 정말 잘했어!”

환호하는 페르디난드를 뒤로하고, 나는 교수실을 떠났다.

이제 페르디난드가 암리타를 완성해 준다면… 마력을 더 크게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 * *

랭커스터 가문으로 향하는 조사단은 세 명의 지도 교수로 구성되었다.

‘염옥검(炎獄劍)’ 칼레온 이그니아스.

‘도룡검(屠龍劍)’ 욜스 칼레시우스.

그리고… ‘흑쇄검(黑鎖劍)’ 안겔라 베르틴스키.

세 명 모두 절정급의 경지에 도달한 그래듀에이트로, 아카데미를 대표하는 검사들이었다.

“재회는 기쁘지만, 이런 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점은 안타깝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욜스 교수님.”

그동안 친분을 쌓아 왔던 욜스가 나한테 말을 건넸다.

“지난번 징벌동에서 습격을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진상 조사에 나서지 않았던 게 후회되는군. 변명 같지만, 그때는 내 클래스를 준비하느라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다.”

“괜찮습니다.”

“흥, 너무 늦었다.”

옆에 있던 칼레온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칼레온은 지난번에 랭커스터 가문을 몰아세우려 했지만, 증거 부족 때문에 큰 호응을 얻지 못해 결국 실패했다.

“에르나스, 이번 일은 확실한 거겠지?”

“저는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좋다. 너도 일단 조사단의 일원이니, 필요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발언하도록.”

사실 칼레온은 나에게 별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아들인 루퍼스의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랭커스터 가문을 단죄하기 위해 그런 감정은 일단 덮어 둘 생각인 것 같았다.

“괜한 말싸움은 집어치우고, 그냥 헨리 랭커스터를 빨리 해치워 버렸으면 좋겠는데.”

“안겔라 교수, 그건 좀…….”

“여전히 극단적이군.”

대화에 끼어든 건, 시커먼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여교수였다.

전체적으로 음침한 분위기인 그녀가 바로 ‘흑쇄검’ 안겔라 베르틴스키였다.

‘안겔라 클래스의 지도 교수… 소설 속에서는 아카데미 최속(最速)의 검사였지.’

지금까지 가르침을 받은 적은 없지만, 소설 후반부에서 비중이 컸기 때문에 그녀의 검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전장을 종횡무진 달리면서 빠르게 적을 섬멸하는 스타일이다.

‘소설에서는 이 시점에 접촉하는 인물이 아닌데 말이야.’

랭커스터 가문에 조사단이 파견되는 것 자체가 소설하고는 다른 전개다.

그 영향으로 안겔라와 빠른 시기에 접촉하게 된 것 같았다.

“뭐냐, 에르나스.”

안겔라가 다크서클이 가득한 눈으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왜 그런 눈으로 나를 쳐다보지? 나한테 관심이 있나?”

그렇게 말하며, 안겔라가 손을 뻗어 내 턱을 붙잡았다.

아카데미에서 종종 ‘마녀’라 불리는 여교수답게, 끈적끈적하고 소름 끼치는 손길이었다.

“안겔라 교수, 학생을 희롱하지 마십시오.”

“뭐 어때. 전혀 싫어하지 않는 것 같은데.”

욜스에게 대꾸하면서, 안겔라가 내 눈을 빤히 쳐다봤다.

“에르나스, 너…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지?”

“글쎄요.”

나는 일부러 미소를 지었다.

“무슨 생각을 했을지 맞혀 보시죠.”

“흐음? 재미있는 아이네.”

내 턱을 붙잡은 채, 안겔라가 얼굴을 가까이 했다.

유스레흐스의 ‘능력 재현’이 발동한 건 바로 그때였다.

[인물 ‘안겔라 베르틴스키’에 대한 ‘능력 재현’을 시도합니다.]

[인물 ‘안겔라 베르틴스키’에 대한 이해도가 60%입니다.]

안겔라 쪽에서 먼저 내 몸에 접촉해 준 덕분에, 계획에 없었던 능력 재현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안겔라도 절정급의 그래듀에이트이기 때문에, 그녀에게서 검술을 얻어 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므로 ‘능력 재현’이 실패할 수 있습니다.]

[‘능력 재현’에 실패할 경우, 동일 인물에게 ‘능력 재현’을 두 번 다시 시도할 수 없습니다.]

[인물 ‘안겔라 베르틴스키’에 대한 ‘능력 재현’을 시도하겠습니까?]

나는 고민 없이 능력 재현을 시도했다.

리스크를 감당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물 ‘안겔라 베르틴스키’에 대한 ‘능력 재현’을 시도합니다.]

[판정: 성공]

[인물 ‘안겔라 베르틴스키’의 주요 능력을 획득합니다.]

[베르틴스키 흑쇄검술(SS랭크)의 획득에 성공하였으나, 이미 보유하고 있는 능력이 많습니다.]

[아이오니아 신속검술(S랭크)의 획득에 성공하였으나, 이미 보유하고 있는 능력이 많습니다.]

[시그나이저 경신술(S랭크)의 획득에 성공하였으나, 이미 보유하고 있는 능력이 많습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능력이 많기 때문에 능력을 더 이상 획득할 수 없습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능력을 삭제하고 새로운 능력을 획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화려한 스킬들이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안겔라가 직접 개발한 오리지널 검술인 베르틴스키 흑쇄검술였다.

SS랭크라 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궁극의 깨달음을 얻어 그야말로 대성의 경지에 도달한 상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안겔라가 절정급에 도달한 다음에 개발한 검술이라, 절정급 수준의 마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다른 걸 익혀야겠지.’

시그나이저 경신술도 도움이 되겠지만 이미 리히테나워 경신술이 있기 때문에 급하지는 않다.

아이오니아 신속검술을 익히는 편이 나을 것이다.

‘아이오니아 신속검술은 빠른 스피드를 추구한 남부 검술… 안 그래도 나는 이쪽이 부족한 편이었어.’

나는 아이오니아 신속검술을 획득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슬롯에 빈칸이 없기 때문에, 발라하일 중검술을 삭제하기로 했다.

상위 호환인 발트펠트 패검술을 익힌 상태였기 때문이다.

[발라하일 중검술(A랭크)의 삭제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이오니아 신속검술(S랭크)의 획득에 성공하였습니다.]

[앞으로 12일 동안 ‘능력 재현’을 시도할 수 없습니다.]

아이오니아 신속검술의 획득이 완료된 직후.

옆에서 칼레온이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작작 좀 했으면 좋겠군, 안겔라 교수. 지금 학생을 희롱할 때인가?”

“쯧, 여전히 재미없는 성격이군, 칼레온 교수.”

안겔라가 혀를 차며 나에게서 손을 뗐다.

정말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에르나스, 안겔라 교수의 손길을 반기는 것 같던데… 혹시 저런 스타일의 여성이 취향인가?”

욜스가 나를 향해 조심스럽게 묻다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학생의 여성 취향을 캐묻는 것도 월권행위겠지.”

“교수님, 저는…….”

“언제까지 이상한 소리나 하고 있을 겐가!”

칼레온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안겔라 교수도 어서 바이콘 마차에 올라타게! 랭커스터 가문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모르니까!”

“쯧, 잔소리를 늘어놓기는.”

“에르나스! 너도!”

“알겠습니다.”

칼레온의 재촉을 들으며, 마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손가락의 유스레흐트를 만졌다.

[현재 ‘능력 재현’으로 획득한 능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잠정 획득 ==

[파르티잔 심판검술(S랭크)]

[아이오니아 신속검술(S랭크)]

[발트펠트 패검술(S랭크)]

[리히테나워 경신술(A랭크)]

[아틸리온 마력탐측술(A랭크)]

== 영구 귀속 ==

[칼레시우스 창뢰검술(B랭크)]

[동부식 마력연공법(A랭크)]

동부 검술인 파르티잔 심판검술.

서부 검술인 칼레시우스 창뢰검술.

북부 검술인 발트펠트 패검술.

남부 검술인 아이오니아 신속검술.

상당히 밸런스가 잘 갖춰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준비는 다 끝났군.’

검술 정비도 끝났다.

페르디난드에게서 받은 청색 엘릭시르도 복용했다.

이제 랭커스터 가문에 쳐들어가서, 그동안의 악연을 마무리하는 것만 남았다.

‘기다려라, 헨리 랭커스터, 레스터 랭커스터.’

검술명가 랭커스터의 가주와 후계자.

그 두 사람을 생각하며 나는 전의를 다졌다.

‘이제 곧… 너희가 몰락하는 날이 온다.’

6개의 검술명가 중 하나를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 나는 교수들과 함께 서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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