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이제는 선제공격이다 (5)
유흥 주점 지하에 위치한, 넓은 공간.
그곳에는 조잡하면서도 기괴한 기계가 가득했다.
기계에서는 온통 악취가 풍기고 있었는데, 청소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탓이다.
그들 앞에서… 흑천마교 필체스터 지부장인 카스타리온이 입을 열었다.
“다들 준비는 되었나?”
카스타리온 주변에는 흑천마교의 사제들이 있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카스타리온이 말을 건넨 대상은 쇠사슬에 묶여 있는 민간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재갈이 물려 있는 상태로, 공포에 질린 눈으로 카스타리온을 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렇게 떨 필요는 없다. 너희들을 죽이려는 게 아니니까.”
“……?”
다들 당혹스러워했다.
죽이려는 게 아니라면, 지금 눈앞에 있는 끔찍한 기계들은 무엇 때문에 가동한 거란 말인가.
“너희들은 죽지 않는다. 너희들의 혈육은 전부…….”
카스타리온은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마교의 사제들과 하나가 되어 영원히 살아갈 테니까.”
“……!”
공포에 떠는 사람들 앞에서 카스타리온이 손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칼을 든 사제들이 우르르 앞으로 나가 사람들을 일으켜 세웠다.
이제 곧 마교의 영약 ‘소마’를 제조하기 위한 의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카, 카스타리온 님!”
문이 벌컥 열리며 말단 사제가 뛰어 들어온 건, 바로 그때였다.
“멍청한 놈! 의식 도중에는 방해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카스타리온이 화를 버럭 냈다.
예전부터 카스타리온은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 소마 제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마 제조를 방해하는 행위를 무엇보다 싫어했었다.
“크, 큰일입니다. 바깥에서 그래듀에… 크악!”
말단 사제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 뒤에서 은색 머리카락을 지닌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냐?!”
카스타리온은 눈을 치켜떴다.
저런 놈이 여기까지 들어오다니, 바깥에 있던 놈들은 대체 뭐 하고 있었던 걸까.
‘대체 뭐 하는 놈이지?’
상당히 젊어 보인다.
게다가 손에 들고 있는 검에는 검기까지 전개되어 있었다.
저 나이로 그래듀에이트가 되었다는 건, 리히테나워 검술 아카데미나 흑천마교 총본산의…….
‘자, 잠깐!’
카스타리온은 남자의 외모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은색 머리카락과 빼어난 이목구비… 설마.
“네놈, 설마… 에르나스 란즈슈타인이냐?!”
“눈치가 빠르군, 카스타리온.”
“……!”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에르나스를 죽여 달라는 의뢰를 받은 지 며칠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에르나스가 이곳으로 쳐들어온단 말인가?
이쪽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냐?!’
혼란에 휩싸인 채, 카스타리온은 다급히 허리에서 칼을 뽑았다.
* * *
‘역시 랭커스터 가문에게서 막 의뢰를 받은 시점이군.’
카스타리온의 반응을 보니, 내 예상이 맞았던 것 같다.
랭커스터 가문이 아직 움직이지 않은 시점이었다면 좀 곤란해진다.
‘어쨌든 늦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야.’
지하실에는 쇠사슬에 묶인 사람들이 있었다.
분위기를 보니 소마를 제조하기 위한 공정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듯했다.
“세리느.”
나는 내 옆에 선 세리느에게 말을 걸었다.
슈미츠, 클로에, 비올라는 바깥에서 잔챙이들을 처리하는 중이었다.
“일단 사람들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걸 우선해 줘.”
그렇게 말하며 나는 앞으로 나섰다.
“마교도들은 내가 상대할 테니.”
세리느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움직였다.
그러자 카스타리온이 다급히 목소리를 높였다.
“죽여라! 저놈이 칼라일의 원수, 에르나스 란즈슈타인이다!”
그러고 보니 2차 시험에서 내가 죽였던 칼라일이 저 녀석의 후배였다는 설정이었다.
지금까지 잊고 있었지만 말이다.
“멈춰라!”
“이 자식……!”
카스타리온의 부하들이 검을 들고 나한테 달려들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전부 그래듀에이트일 것이다.
하지만 기껏해야 그래듀에이트 초입, 잘해 봤자 하급이다.
그런 놈들한테 당할 내가 아니다.
“크악……!”
가장 먼저 달려든 말단 사제가 쓰러졌다.
나는 멈추지 않고 검을 휘둘러 다음 녀석의 목을 쳤다.
“이 녀석!”
“죽어라……!”
두 명이 동시에 배후에서 달려들었다.
나는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하면서, 발트펠트 가문의 금색 검기를 전개했다.
발트펠트 패검술을 펼쳐, 두 녀석의 검을 부러뜨리고 동시에 치명상을 입혀 줬다.
“……!”
순식간에 네 명이나 쓰러졌다.
말단 사제들의 눈빛에 두려움이 깃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좁은 공간에서 도망칠 수도 없다.
“으윽!”
내 칼날이 다음 표적의 심장에 꽂혔다.
그와 거의 동시에 세리느도 앞길을 방해하던 사제 한 명을 쓰러뜨렸다.
혼란스러운 지하실 안에서 시체가 계속 쌓여 갔다.
“뭣들 하는 것이냐……!”
보다 못한 카스타리온이 앞으로 나섰다.
날이 휘어진 칼에 상당히 위협적인 검기가 전개되어 있었다.
‘그래듀에이트 중급, 그것도 상당히 원숙한 수준.’
날카로운 검기가 나를 향해 쇄도했다.
나는 그 공격을 피하면서 근처에 있던 말단 사제의 목을 베었다.
“에르나스 란즈슈타인! 대체 어떻게 여기를 알아낸 거지?!”
카스타리온이 나를 다그쳤다.
“어디서 정보를 얻은 거냐? 우리가 너를 노리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온 거냐? 대답해라……!”
“질문이 너무 많아서 대답해 주기가 어렵군.”
차갑게 대꾸하며 검을 휘둘렀다.
검기와 검기가 부딪치면서 불꽃이 튀었다.
“한 가지만 알려 주마, 카스타리온.”
꽈앙!
발트펠트 패검술의 금색 검기가 카스타리온의 검기에 흠집을 냈다.
“오늘 필체스터 지부는 괴멸될 것이다.”
“……!”
자신의 검기가 부서지기 시작했다는 걸 깨닫고, 카스타리온이 다급히 검기를 재구성하려 했다.
하지만 나는 카스타리온에게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금색 검기를 유지한 채,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을 펼쳤다.
“헉……!”
파직!
금색 검기에 푸른색이 더해지면서 스파크가 튀었다.
육중하기만 했던 발트펠트 패검술에 속도까지 더해졌다.
“이, 이런……!”
카스타리온이 땀을 뻘뻘 흘리며 내 공격을 막아 내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막으면 막을수록 카스타리온의 검기만 박살 날 뿐이었다.
‘칼레시우스 창뢰검술, 제2식…….’
일그러지는 카스타리온의 얼굴을 노려보며, 나는 마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그동안 욜스와 함께 가다듬은 기술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무뢰(舞雷).’
콰콰쾅!
불규칙하게 춤추는 칼끝이 카스타리온을 덮쳤다.
검기가 사라진 칼을 날려 버리고, 카스타리온의 육체를 보호하고 있던 호신기조차 찢어발겼다.
“크악……!”
천둥 같은 소리가 잦아든 직후, 카스타리온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애초에 치명상을 입힐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즉각 검을 치켜들었다.
“자, 잠깐만, 항복하겠다. 그러니 제발 멈춰…….”
“웃기는군.”
카스타리온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나는 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카스타리온의 두 손목이 날아갔고, 카스타리온은 돼지 멱을 따는 것 같은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이 아무리 애원해도, 너는 멈춰 준 적이 없었을 텐데 말이다.”
이런 놈에게 자비를 베풀어 줄 필요는 없었다.
* * *
흑천마교 필체스터 지부는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그래듀에이트에 해당되는 사제들은 나와 세리느가 해치웠고, 나머지 잔챙이들은 슈미츠와 클로에, 비올라 셋이서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었다.
사실 여기서 위협적인 존재는 카스타리온 정도였는데, 이미 내가 카스타리온을 능가하는 힘을 손에 넣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세리느, 클로에와 함께 뒷정리를 해 줘.”
“네, 알겠어요.”
납치되었던 사람들의 처리를 비롯해, 해야 할 일이 많다.
번거로운 일은 세리느와 클로에에게 맡긴 뒤, 나는 카스타리온을 심문하기로 했다.
“고개를 들어라, 카스타리온.”
“내, 내 손, 내 손목이…….”
“다음에는 손목이 아니라 목이 날아가길 원하는 모양이군.”
“……!”
검을 치켜들어 위협하자, 카스타리온이 다급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카스타리온, 너는 나를 노리고 있었던 모양이던데.”
“자, 잠깐, 그런 게 아니다.”
카스타리온이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의뢰를 받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 의뢰를 수행할 생각이 없었다. 정말이다.”
“아까 칼라일의 원수라고 소리쳤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 그건…….”
“순순히 인정해라. 시간 낭비니까.”
“큭…….”
입술을 깨무는 카스타리온을 보면서, 다시금 물었다.
“그러면, 대체 어디서 나를 죽여 달라고 의뢰한 걸까?”
“그쪽에서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
“시간 낭비라고 말했을 텐데, 카스타리온.”
나는 카스타리온을 노려봤다.
“너는 의뢰자가 랭커스터 가문의 하수인이라는 걸 이미 꿰뚫어 보고 있었어.”
“……!”
카스타리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물론, 자신이 랭커스터 가문의 하수인이라고 직접 밝히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네 입장에서는 의심이 되었을 거야.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란즈슈타인 가문의 후계자를 죽여 달라니, 그런 의뢰를 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거든.”
“으음…….”
“그래서 너는 부하들에게 의뢰자의 뒤를 밟게 했어. 그리고 랭커스터 가문의 하수인이라는 걸 알아낸 거지.”
이건 랭커스터 가문 측의 실수였다.
마교도들은 은밀하게 움직이며 사람을 미행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익숙하다.
허술하게 일을 처리한 탓에 자신들의 정체를 들키고 말았다.
‘원래 랭커스터 가문은 이런 일이 있으면 자체적으로 처리했으니 말이야.’
랭커스터 가문은 암살 등의 궂은일을 브로시안 가문에 맡겨 왔다.
하지만 지난번에 라지엘 브로시안을 나한테 자객으로 보냈다가 실패했고, 그 영향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되었다.
이번에는 외부의 힘을 빌리겠다는 생각으로 마교 측에 접촉한 거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짓을 한 탓에,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내 말이 틀렸나?”
“어, 어떻게 다 알고 있는 거지?”
“다 아는 방법이 있지.”
카스타리온은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굳이 납득시켜 줄 필요가 없었기에, 나는 계속 말했다.
“카스타리온, 네가 여기서 살아남을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어, 어떻게…….”
“랭커스터 가문이 너희를 고용해 에르나스 란즈슈타인을 살해하려고 했다고, 아카데미 측에 증언하도록 해라.”
“……!”
카스타리온이 눈을 크게 떴다.
“물론, 마교도의 말을 무작정 믿어 주지는 않겠지. 하지만 아카데미에는 예전부터 랭커스터 가문을 의심하던 사람이 있기 때문에… 네 주장이 통할 가능성이 높다.”
“그, 그러면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건가? 그런 주장을 하는 것만으로?”
“그래, 랭커스터 가문을 적대하는 사람이 너를 보호해 줄 테니, 그건 걱정 안 해도 된다.”
“…….”
물론, 이건 거짓말이다.
칼레온 이그니아스가 랭커스터 가문을 몰아세우기 위해 카스타리온의 증언을 활용하겠지만, 그렇다고 카스타리온의 목숨을 살려 줄 이유는 없다.
수많은 민간인을 희생시켜 온 사악한 마교도를 왜 살려 줘야 한단 말인가.
“물론, 나도 중요한 증인인 너를 보호해 줄 거고 말이다.”
“그, 그게 정말인가?”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너는 내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어.”
“…….”
카스타리온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결국… 그는 신음 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였다.
“알겠다. 네 말을 따르도록 하지…….”
“협조해 줘서 고맙군.”
나는 카스타리온의 목덜미를 잡았다.
마교도들을 토벌하고, 증인까지 확보했으니… 이제 아카데미로 귀환할 때가 되었다.
* * *
랭커스터 가문이 마교와 결탁해 에르나스 란즈슈타인을 죽이려 했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아카데미 상층부는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번에도 랭커스터 가문에서 에르나스를 죽이려 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그때는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려 흑천마교와 손을 잡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아카데미 입장에서는 에르나스를 죽이려 했다는 것보다 흑천마교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이 얘기를 어떻게 믿으란 말입니까? 사악한 마교도의 주장만으로 랭커스터 가문 같은 명문가를 의심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하지만 랭커스터 가문은 지난번에도 의혹이 있었습니다. 동기도 충분하고 말입니다.”
“마교의 고위 사제가 랭커스터 가문에 누명을 씌워서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아카데미 본관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 교수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람을 암살하고 싶으면 혈검장로회에 의뢰해야지, 왜 마교 놈들에게 의뢰한단 말입니까? 부자연스럽습니다!”
교수 한 명이 열심히 랭커스터 가문을 옹호했다.
그 주장에 다른 교수들이 납득하려 했을 때, 말석에 있던 욜스가 입을 열었다.
“혈검장로회의 장로급 암살자를 고용하려고 하면, 의뢰자도 자기 쪽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고 합니다.”
“욜스 교수, 갑자기 무슨 소리입니까?”
“만약 랭커스터 가문이 정말로 에르나스를 죽이고 싶었을 경우, 자신들이 의뢰했다는 걸 숨기고 싶었을 겁니다. 그러면 혈검장로회에 의뢰해서는 안 되지요.”
“아니… 에르나스를 죽이기 위해 혈검장로회의 장로급 암살자가 필요할까요?”
“제가 지금까지 지켜보니, 에르나스는 그 정도 역량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
“혈검장로회를 움직이기 어려우면… 마교 쪽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지요.”
욜스의 발언에, 회의실의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랭커스터 가문을 옹호하던 교수가 다시 입을 열려 했지만, 갑자기 책상을 꽝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지난번에 말하지 않았소! 랭커스터 가문은 선을 넘어 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인 건, 칼레온 이그니아스였다.
그는 지난번에도 랭커스터 가문을 의심하여 맹비난한 적이 있었다.
“후계자인 레스터 랭커스터가 퇴학당한 뒤, 랭커스터 가문은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것이오! 지난번에도 암살자를 보내 다른 가문의 후계자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려 했소!”
“카, 칼레온 교수님, 그것도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또 그 소리!”
칼레온이 불같이 화를 내며 책상을 내리쳤다.
“이번에는 증인도 있소!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일이오!”
“윽…….”
“알드바우트 총장님!”
칼레온의 시선이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백발의 노검사에게로 향했다.
아카데미 전체를 총괄하는 절정급의 그래듀에이트, 알드바우트 총장이었다.
“이 정도면 아카데미에서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건 분명 제국의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입니다!”
“…….”
“만약 아카데미에서 이번에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칼레온이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동부에 있는 이그니아스 본가에서 병력을 끌고 오겠습니다.”
“……!”
칼레온의 발언에 회의실이 술렁였다.
만약 칼레온이 이그니아스 가문의 병력을 끌고 와서 랭커스터 가문을 공격한다면, 검술명가끼리의 전면 전쟁이 된다.
이건 제국 사회의 안정을 크게 뒤흔드는 행위였다.
“칼레온, 섣부른 생각 하지 말게.”
그때 알드바우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랭커스터 가문에게서도 해명을 들어야 하니까.”
“총장님!”
“물론, 지난번처럼 서면으로 해결해서는 안 되겠지.”
알드바우트가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칼레온, 자네를 대표로 삼겠네. 다른 지도 교수들과 함께 랭커스터 가문을 방문해 주게.”
“그러면…….”
“해명을 듣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랭커스터 가문의 가주, 헨리 랭커스터를 직접 제압하여 압송해 주게.”
“……!”
칼레온을 비롯해 절정급의 그래듀에이트를 여러 명 보낸다.
이건 대규모 토벌대를 보내는 것보다 위협적인 일이다.
랭커스터 가문에서는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숨을 삼키는 교수들 앞에서, 알드바우트가 담담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에르나스 란즈슈타인도 데려가게. 당사자이니만큼,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