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65화 (65/212)

65화 이제는 선제공격이다 (2)

욜스의 개인 지도가 계속 이어졌다.

나는 욜스와 함께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을 수련했고, 하인리히도 욜스에게 개인 지도를 받았다.

그러는 과정에서 몇 가지 과제도 해결했으며, 그 보상으로 청색 엘릭시르를 받았다.

이미 나는 흑영초의 기운을 흡수하여 그래듀에이트 중급 수준의 마력량을 확보했지만, 청색 엘릭시르의 마력을 흡수하여 마나 하트를 보다 안정화할 수 있었다.

“이제 곧 수료증을 발급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것 같군.”

욜스 클래스의 조교수, 클로드와 마테우스가 우리들의 과제를 확인하며 말했다.

“결국 우리가 가르쳐 준 건 거의 없었군.”

“오히려 우리가 더 가르침을 받은 것 같지 않아?”

클로드가 웃으면서 나와 하인리히를 쳐다봤다.

“수료증을 받으면 새로운 클래스에서 수련을 받아야 할 텐데, 생각해 둔 곳은 있어?”

“아직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녀석하고 다른 클래스면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하인리히가 차갑게 내뱉은 말을 듣고, 마테우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만큼 함께 수련했는데, 너희들 사이는 전혀 좋아지지 않았군.”

“딱히 좋아져야 할 이유가 없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대답하며 하인리히가 나를 흘겨봤다.

“에르나스, 다음에는 나를 따라오지 마라.”

“걱정 마. 같이 가 달라고 부탁해도 거절해 줄 테니까.”

“이 녀석이……!”

하인리히가 나를 노려봤지만, 나는 그냥 무시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곧 2차 시험에 재도전할 수 있는 날이군. 다음 클래스부터는 다른 녀석들과 함께 다닐 수 있게 될 거다.”

“그건 별 관심 없습니다.”

“그런가? 청색 2반에서 너를 따르던 학생들도 있었을 텐데.”

마테우스의 말을 들으면서, 슬슬 흑색 6반의 다른 녀석들도 진급할 시기라는 걸 깨달았다.

‘그 녀석들이라면 무난하게 진급하겠지.’

검술명가의 후계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진급을 못 했던 고르트, 하인리히를 추종하던 청색 2반의 카밀로 등도 이번에 2차 시험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다음 단계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 * *

그날 밤.

나는 기숙사에서 세리느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흑색 6반에서는 누가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요?”

“슈미츠, 클로에 그리고 비올라… 이 정도겠지.”

소설 내용을 생각할 때, 지금 시점에서 시험을 통과할 만한 건 이 세 사람 정도다.

“에르나스, 괜찮다면 다음부터는 다 함께 행동하는 게 어떨까요?”

세리느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저희들이 먼저 진급해서 경험을 쌓았으니 슈미츠와 클로에, 비올라한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

“나쁘지 않네.”

사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움직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녀석들은 소설에서 활약하는 주요 캐릭터들이니, 큰 전력이 되어 줄 수 있다.

“저도 이번에 그래듀에이트 하급에 도달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세리느도 발렌티아노 클래스에서의 수련을 통해 그래듀에이트 하급에 도달했다.

체계적인 교육을 중시하는 발렌티아노 클래스는 세리느하고 상성이 잘 맞았을 것이다.

“아, 하지만… 다 함께 움직이면 다음에 발렌티아노 클래스에 갈 수 없겠네요. 저는 이제 곧 발렌티아노 클래스를 수료하게 되니.”

수료증을 받은 클래스에 또 찾아가서 수료증을 받을 수는 없다.

3차 시험에 도전할 자격을 얻으려면 여러 클래스를 돌아가면서 수료증을 받아야 한다.

“어쩔 수 없죠. 저만 다른 클래스로 가야겠네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당분간 발렌티아노 클래스에 갈 생각은 없으니까.”

“네?”

세리느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저기… 사실 발렌티아노 교수님이 에르나스에게 관심을 많이 보이셨어요. 다음에는 발렌티아노 클래스에 올 것 같으냐, 라고 저한테 질문하기도 하셨고요.”

“어쩔 수 없지.”

“생각해 둔 게 있는가 보군요.”

감이 왔다는 듯이 세리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에르나스의 뜻에 따르도록 하죠.”

“나는 이제 더 이상 흑색 6반의 대표가 아니니까, 네 뜻대로 해도 되는데.”

“아니요.”

세리느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에르나스가 결정한 대로 따라가면, 대체로 그게 정답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

“슈미츠나 클로에, 비올라도 같은 생각일 거예요.”

이렇게 신뢰해 준다면, 고마울 따름이다.

“알겠어, 세리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희 신뢰에 최대한 보답해 주도록 하지.”

아카데미의 정점에 오르는 것이 내 목표다.

그 목표를 달성할 때… 너희들도 내 곁에 함께 있을 것이다.

* * *

욜스 클래스에서의 수련을 마치는 날.

나는 실내 훈련장에서 욜스와의 대련을 마쳤다.

“이 정도면 됐겠지.”

숨을 가다듬으며, 욜스가 푸른 검기를 거둬들였다.

“에르나스,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경지는 이 정도가 한계인 것 같군.”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서로 천천히 고민해 보는 게 낫겠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서 의견을 교환했으면 좋겠군.”

그동안 나는 욜스와 함께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을 연마했다.

실전에서 시험해 보지 못한 탓인지, 아직 A랭크로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교수님.”

“그건 내가 할 말이지. 네 덕분에 깨달은 부분이 많다.”

욜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르나스, 너라면 다른 클래스에서도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거다. 네가 그래듀에이트로서 얼마나 성장할지, 계속 지켜보고 있겠다.”

“감사합니다, 욜스 교수님.”

나는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욜스에게 개인 지도를 받는 동안, 칼레시우스 창뢰검술 말고도 여러 가지 부분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절정급의 그래듀에이트에게 일대일로 지도받는다는 건 그만큼 특별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다음에 또 보지.”

“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욜스는 다음에 어느 클래스를 갈 것인지 묻지 않았다.

3차 시험을 통과한 뒤에 욜스 클래스에 오지 않겠냐고 제안하지도 않았다.

그저 웃으면서 나를 보내 줬을 뿐이었다.

그 사실에 고마움을 느끼며, 욜스 클래스를 뒤로했다.

‘수료증도 받았으니… 기숙사로 가 볼까.’

나는 수련생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동안 2차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 다섯 명밖에 없었기 때문에, 수련생 기숙사 주변은 항상 조용했다.

하지만 지금 수련생 기숙사 앞은 시끌벅적했다.

‘스무 명 정도인가.’

그중에서 검은색 넥타이를 맨 학생은 세 명.

슈미츠, 클로에, 비올라… 내 예상대로 흑색 6반에서는 이 셋이 진급했다.

“에르나스 님!”

슈미츠가 가장 먼저 나를 발견하고 달려왔고, 이어서 클로에와 비올라도 다가왔다.

“드디어 시험을 통과해 진급했습니다! 칭찬해 주십시오!”

“이제야 겨우 에르나스 님 곁으로 올 수 있게 되었네요.”

“으으, 저는 아슬아슬했어요.”

세 사람을 보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다들 수고 많았다. 이제 다시 함께 움직일 수 있게 되었군.”

“……!”

내 말을 듣고 다들 기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내가 모른 척할까 봐 걱정했던 모양이다.

“함께 수련을 받기로 이미 에르나스하고 얘기해 뒀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아, 세리느 님!”

그때 세리느가 다가와서 내 옆에 섰다.

이걸로 흑색 6반의 중심 멤버 다섯 명이 재집결하게 된 셈이다.

‘이제 다른 반도 세력을 만들겠지.’

주위를 살펴보니, 적색 1반 출신의 학생들이 루퍼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근처에서 베리스리제도 녹색 4반의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

황색 넥타이의 학생들을 거느리고 있던 고르트와 눈이 마주쳤다.

고르트는 황색 3반의 추종자들과 함께 이번 시험에서 진급한 모양이었다.

“흥…….”

하지만, 고르트가 먼저 시선을 돌렸다.

눈이 마주쳤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먼저 피한 것이다.

“고르트 발트펠트는 이제 더 이상 에르나스 님에게 대들지 못할 것 같네요.”

클로에가 내 옆에서 속삭였다.

“소문에 의하면 테오도라 발트펠트가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의기소침했다는 것 같아요.”

“그랬군.”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고르트는 테오도라가 나를 제거해 주는 것만 기대하고 있었을 테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클로에가 미소를 지으며 내 얼굴을 쳐다봤다.

혹시 내가 테오도라를 죽였다는 걸 눈치챈 걸까.

‘눈치 빠른 녀석.’

소설 속에서 에르나스의 권모술수에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었던 학생이 바로 클로에였다.

그 클로에가 에르나스와 같은 편이 되어 버렸으니… 다른 녀석들이 너무 불리하다 할 수 있다.

“에르나스 란즈슈타인.”

바로 그때, 안경을 낀 남학생이 나한테로 다가왔다.

청색 2반의 파란 넥타이를 맨… 하인리히의 추종자, 카밀로였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군. 너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가? 나는 전혀 기다리지 않았는데.”

“큭…….”

카밀로 주변에는 파란 넥타이를 한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하인리히가 진급한 뒤, 청색 2반은 카밀로가 이끌어 왔을 것이다.

그런데 파란 넥타이 외에도 하얀 넥타이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얀 넥타이는… 백색 5반이지.’

백색 5반은 ‘영재’ 레스터 랭커스터가 이끌던 반이다.

레스터가 퇴학당한 뒤로는 구심점을 잃고 약체화된 상태였다.

그들 중 일부가 청색 2반의 카밀로에게 붙은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카밀로 위에 있는 하인리히에게 붙은 거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가문의 미래를 짊어지고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아카데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다른 명문가의 측근이 되면 나중에 콩고물을 얻어먹을 수 있다.

‘실제로 지금도… 이쪽을 기웃거리는 학생들이 있고 말이야.’

흑색 6반 출신 말고도, 나한테 말을 걸 기회를 노리는 학생들이 있었다.

나한테 잘 보여서 훗날 득을 보려는 녀석들이다.

카밀로가 다가오지 않았으면 나한테 와서 굽신거렸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하면, 카밀로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이봐, 에르나스.”

내 생각을 눈치채지 못한 채, 카밀로가 나를 노려봤다.

“이제 두 번 다시 하인리히 님께 건방진 짓을 하지 마라. 절대로 용납 못 한다.”

“건방진 짓?”

“그래, 내가 이렇게 진급했으니, 함부로…….”

바로 그때.

기숙사 창문이 열리면서 하인리히가 얼굴을 내밀었다.

“하, 하인리히 님……!”

오랜만에 보는 주군의 얼굴에 카밀로가 환희했다.

“하인리히 님! 접니다! 드디어 진급해서…….”

“에르나스.”

카밀로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하인리히는 대꾸하지 않고 나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어째서 빨래를 내놓지 않았지? 빨래 더미가 쌓여서 내 영역을 침범하고 있었다.”

“아, 미안.”

“쯧, 내버려 뒀다간 악취가 날 것 같아서 내가 세탁실로 보냈다. 나중에 찾아가라.”

“그래, 고맙다.”

하인리히는 대꾸 없이 창문을 쾅 닫아 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클로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이가 좋으신가 보네요?”

“딱히 그렇지는 않아.”

하인리히는 그냥 결벽증일 뿐이다.

“크윽, 하인리히 님, 어째서 에르나스 따위와…….”

한편 카밀로는 분통이 터진다는 표정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카밀로를 상처 입힌 것 같았다.

“일단 다들 들어가지. 짐도 풀고, 수련생 생활에 대해서도 안내를 해 줄게.”

“네, 알겠습니다!”

카밀로를 내버려 둔 채, 우리는 수련생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말입니다, 에르나스 님.”

슈미츠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수련생이 되면 클래스를 선택해서 수련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클래스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말했잖아. 함께 움직이자고.”

“아, 그러면…….”

“어느 클래스로 갈지는 이미 정해 뒀어.”

계단을 올라가며 말했다.

“페르디난드 클래스로 갈 거야.”

“페르디난드 클래스? 정말이십니까?”

“그곳은… 문제가 많은 클래스라고 들었습니다만.”

클로에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학생 교육에는 별로 의욕이 없고, 심지어 학생에게 외부 의뢰를 떠넘긴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가는 거지.”

“네?”

“그래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잖아?”

“……!”

그래듀에이트 중급 수준의 마력도 얻었고, 칼레시우스 창뢰검술도 수련했다.

세리느가 그래듀에이트 하급에 도달했고, 다른 녀석들도 진급해서 전력도 충분해졌다.

준비가 다 끝난 것이다.

“이제 슬슬 이쪽에서 먼저 움직일 때가 되었지.”

상대방이 공격해 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반격하는 건 이제 끝이다.

이제는 내가 선제공격을 할 때가 되었다.

첫 번째 표적은, 나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을 랭커스터 가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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