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63화 (63/212)

63화 거물 사냥 (5)

“아니……?!”

테오도라의 금색 검기가 산산이 깨졌다.

지금 그녀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듀에이트로서 자신보다 훨씬 낮은 단계에 있는 애송이한테 검기가 산산조각 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을 터.

“크윽……!”

촤악!

발트펠트 패검술과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이 조합된 검기가 테오도라의 몸통을 베었다.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테오도라가 호신기를 단단히 전개하고 있었던 탓이다.

‘역시 그래듀에이트 상급의 호신기……!’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테오도라가 반격하면 내가 위험해진다.

지금 당장 승부를 내야 한다.

“에르나스……!”

피가 철철 흐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테오도라가 다급히 검기를 재형성하려 했다.

하지만 내가 그걸 내버려 둘 이유가 없었다.

금색 검기를 유지한 채, 연속적으로 공격을 펼쳤다.

쾅! 쾅! 콰쾅!

테오도라의 검기가 제대로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이리저리 흩어졌다.

발트펠트 패검술에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을 조합하고 있기에, 완전히 형성되지 못한 테오도라의 검기를 얼마든지 박살 낼 수 있었다.

‘발트펠트 가문의 금색 검기의 최대 약점은… 검기 형성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지!’

소설에도 묘사한 내용이다.

게다가 나는 발테펠트 패검술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

테오도라가 제대로 검기를 완성시키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 무슨……!”

콰쾅! 콰콰쾅!

내 공격과 테오도라의 방어가 연속해서 충돌했다.

테오도라가 검기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상태라면, 검술의 수준이 동급인 내가 더 유리하다.

그래듀에이트 중급 수준의 마력량으로, 그래듀에이트 상급인 테오도라를 몰아세울 수 있는 것이다.

“으윽!”

쿠웅!

아래에서 위로 올려친 공격이 테오도라의 방어 자세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테오도라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검을 치켜들었다.

‘발트펠트 패검술을 대표하는 공격기… 그랜드 스매시.’

방금 전, 테오도라가 나를 일격에 해치우려고 펼쳤던 기술.

그것을 테오도라와 똑같은 모션으로 펼쳤다.

발트펠트 가문의 검술이 발트펠트 가문의 2인자를 덮쳤다.

“……!”

테오도라의 육체는 호신기로 보호되고 있는 상태.

하지만 발트펠트 패검술의 그랜드 스매시는 호신기를 찢어발길 수 있는 위력을 지녔다.

금색 검기가 테오도라의 쇄골을 분쇄하고, 그대로 몸통 깊숙이 파고들었다.

“크, 악……!”

촤악!

검을 거둬들이고 뒤로 물러난 순간, 피가 뿜어져 나왔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테오도라가 휘청대는 모습이 보였다.

“에르, 나스……!”

하지만, 테오도라가 다시 대검을 치켜들었다.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반격하려 하다니, 역시 발트펠트 가문의 그래듀에이트다.

“너를, 반드시……!”

자연 속의 짐승은 치명상을 입더라도 완전히 숨이 끊어질 때까지 날뛰곤 한다.

사자 같은 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테오도라가 나를 덮치려 했다.

“발트펠트 가문을 위해……!”

파앗!

내가 휘두른 검이 테오도라의 어깨 근육을 찢었다.

테오도라의 팔이 축 처졌고, 더 이상 검을 치켜들 수 없게 되었다.

“아…….”

대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테오도라가 앞으로 쓰러졌다.

호수의 물 위에 쓰러지면서 사방으로 물이 튀었다.

“테오도라 발트펠트.”

그녀를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네 최대의 실수는, 자질이 부족한 고르트 발트펠트를 아카데미의 정점으로 만들려 했다는 점이다.”

“…….”

“녀석을 아카데미의 정점으로 만들려면 경쟁자를 제거하는 수밖에 없었지.”

테오도라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르트를 아카데미의 정점으로 만들어 주려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습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너는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는 테오도라가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 다 알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빈틈을 만들 수 있을지도 말이다.

그런 나를 제거하려고 마음먹은 시점에서, 테오도라의 패배는 결정된 것이었다.

“…….”

테오도라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호수를 붉게 물들이면서, 차갑게 식어 갔다.

엄청난 무용을 자랑했던 발트펠트 가문의 거물이… 내 손에 쓰러진 것이다.

* * *

“에르나스!”

어두운 지하 공간을 걷고 있자, 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발트펠트 가문의 검사들을 대동하고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무사했군!”

“욜스 교수님, 어째서…….”

“네가 지하로 추락했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챘다! 그래서 다급히 내려온 거다!”

욜스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테오도라의 부하들이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눈치채고 아래로 내려온 모양이다.

“어째서 출입 금지 구역으로 들어갔지? 표식이 되어 있었을 텐데, 왜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은 거냐?”

“욜스 교수님, 그것보다 먼저 말씀드릴 일이 있습니다.”

“뭐라고?”

나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테오도라의 측근인 모하드가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러분, 이 검을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

검 한 자루를 내밀자, 다른 발트펠트 가문의 검사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이건…….”

“테오도라 님의 검!”

그렇다.

나는 테오도라의 대검을 들고 있었다.

“에르나스 님, 어떻게…….”

모하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테오도라 님의 검을……?”

“테오도라 님은 몬스터에게 당하셨습니다.”

“……!”

“저쪽 방향에 지하수가 고여 있는 호수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테오도라 님이 몬스터에게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으셨습니다.”

물론, 이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들통나지 않을 거짓말이기도 했다.

내가 호수 옆을 떠날 때, 피 냄새를 맡고 몬스터들이 모여들고 있으니까.

뼈까지 씹어 먹을 수 있는 중대형 몬스터도 있었기 때문에, 내가 테오도라에게 치명상을 입혔다는 사실이 발각될 일은 없다.

“제가 건질 수 있었던 건 테오도라 님의 검뿐이었습니다. 이것만 들고 도망쳐 온 겁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모하드가 목소리를 높였다.

“테오도라 님이 몬스터에게 당했다고? 그리고 네가 테오도라 님의 유품을 가져왔다고? 그런 말을 어떻게……!”

모하드 입장에서는 황당할 것이다.

에르나스를 죽이겠다고 테오도라가 심층부로 내려갔는데, 에르나스는 멀쩡히 살아 있고 테오도라만 죽었다고 하니까.

“테오도라 님은 그래듀에이트 상급이시다! 그런데 그래듀에이트 하급인 네가……!”

“모하드 씨, 잠시만.”

그때 욜스가 모하드의 말을 가로막았다.

“한 가지만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뭐, 뭡니까?”

“아까 제가 문의했을 때, 당신은 테오도라 님이 급한 업무 때문에 근처 도시로 떠난 상태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왜 테오도라 님이 대미궁 심층부에 있었던 겁니까? 그것도 에르나스가 추락한 곳 근처에.”

“……!”

욜스에게 지적당하자, 모하드의 얼굴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때 저는 대미궁 안쪽에서 들려온 정체불명의 굉음을 확인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내부 공사 때문에 발생한 소리일 거라며 얼버무렸지요. 아닙니까?”

“요, 욜스 교수님, 그건 어디까지나 제 추측을 말씀드렸던…….”

“혹시 테오도라 님은 에르나스가 추락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겁니까? 그걸 알면서 혼자서 심층부로 내려간 겁니까?”

“으음…….”

욜스의 지적은 날카로웠다.

이미 그는 이 사건의 진상을 꿰뚫어 봤을 것이다.

내가 테오도라를 직접 쓰러뜨렸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말이다.

‘지금 시점에서 내가 테오도라를 쓰러뜨렸다는 게 알려지면 안 돼.’

테오도라는 그래듀에이트 상급이다.

한편 나는 아직 그래듀에이트 하급이라 알려져 있는 상태다.

내가 테오도라를 쓰러뜨렸다는 건 너무 부자연스럽다.

‘게다가… 란즈슈타인 가문의 후계자가 발트펠트 가문의 2인자를 죽였다고 하면 큰 소란이 벌어질 거야.’

테오도라가 먼저 습격해 왔다고 해도, 이건 아주 큰 스캔들이다.

지금 시점에서 이렇게 큰 소란이 벌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에르나스, 테오도라 님과 마주쳤을 때, 테오도라 님은 너한테 어떤 태도를 보였지?”

“워낙 경황이 없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욜스의 질문에,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별로 저에게 우호적인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적대적인 태도 같았습니다.”

“그렇군.”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모하드가 목소리를 높였다.

“대체 뭡니까! 테오도라 님이 에르나스 님을 해치러 심층부에 들어갔다는 얘기입니까?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욜스 교수님, 이건 테오도라 님에 대한 모욕인…….”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는, 제가 천천히 조사해 보겠습니다.”

모하드의 말을 끊으면서, 욜스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 그래도 하인리히에게 에르나스가 추락한 곳 주변을 샅샅이 조사하라고 지시한 상태입니다.”

“뭐, 뭐라고요?”

“에르나스가 실습 루트를 벗어나 출입 금지 구역으로 들어갔다는 게 석연치 않아서 말입니다. 무슨 문제가 있었다면, 하인리히가 찾아내겠지요.”

“……!”

이건 나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하인리히의 감각을 믿고 욜스가 지시를 내린 모양이었다.

하인리히라면 놈들이 나를 이곳에 추락시켰다는 증거를 찾아낼지도 모른다.

“아니, 그러니까, 이건…….”

“모하드 님.”

입을 뻐끔거리는 모하드를 향해, 나는 차가운 목소리를 건넸다.

“일단 여러분은 테오도라 님의 시신을 회수하는 것부터 우선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

차갑게 쏘아붙이는 내 목소리를 듣고, 모하드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 * *

테오도라 발트펠트가 죽었다.

그 소식은 아직 2차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고르트에게도 전해졌다.

“뭐, 뭐라고요? 숙모님이 정말로 그렇게 죽었단 말입니까?!”

“그렇다고 하더군.”

소식을 전해 준 건 예전부터 친분이 있던 교수였다.

그는 예전부터 발트펠트 가문과 친밀한 관계였고, 테오도라와도 아는 사이였다.

“금년도의 대미궁 관리 책임자였던 테오도라 님이 그렇게 죽다니… 이건 좀 심각한 사태야.”

이건 정말 여러 가지로 심각한 사태였다.

2인자였던 테오도라가 죽었다는 것 자체가 발트펠트 가문에게는 큰 타격이다.

최근 발트펠트 가문에서는 유능한 그래듀에이트가 별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상급의 경지에 도달한 테오도라는 매우 귀중한 인재였다.

또한, 서부 대미궁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으면서 대미궁 안에서 사망했다는 것도 문제다.

이건 발트펠트 가문의 무능함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하면 다른 가문한테 올해의 서부 대미궁 관리를 맡길 수 있다.

이건 발트펠트 가문에게 큰 망신이 될 것이다.

“게다가 욜스 교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네. 테오도라 님이 에르나스를 제거하기 위해 일부러 함정을 꾸몄던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는 중이야. 증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사실 나도 얘기를 들어 보니 조금 의심이 되긴 하더군. 테오도라 님 입장에서는… 거기서 에르나스를 제거해 두면 여러모로 편해질 테니 말일세.”

이것도 맞는 말이다.

이미 고르트는 테오도라가 에르나스를 제거하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이 처음부터 테오도라의 음모였다는 걸 눈치챈 상태였다.

“테오도라 님도 정말로 운이 없군.”

“…….”

“대미궁 심층부에서 조용히 에르나스를 해치워 버리면 모든 게 다 해결되었을 텐데, 하필이면 몬스터에게 습격당해서 본인이 목숨을 잃다니…….”

그 말을 들으면서.

고르트는 입술이 바르르 떨리는 걸 느꼈다.

“몬스터에게 습격당한 게 아닐 겁니다.”

“뭐?”

“숙모님이 몬스터에게 습격당해 죽을 리가 없습니다.”

고르트가 그렇게 말하자 눈앞의 교수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봐, 고르트. 그래도 현실을 인정해야지. 발트펠트 가문의 검사들이 회수한 시체에도 분명…….”

“에르나스! 그놈이 또 무슨 짓을 한 게 분명합니다!”

말을 끊으면서 고르트가 소리쳤다.

“그놈이 숙모님을 죽인 겁니다! 숙모님은 그놈한테 당한 거란 말입니다!”

“고르트,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에르나스는 그래듀에이트 하급일 텐데, 대체 어떻게 그래듀에이트 상급인 테오도라 님을 죽인단 말인가?”

“모르겠습니다! 분명 또 무슨 계략을 꾸민 거겠죠! 역으로 숙모님을 함정에 빠뜨려 목숨을 빼앗은 게 분명합니다!”

틀림없다.

에르나스 란즈슈타인, 그 음흉한 녀석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젠장, 젠장……!”

“고, 고르트! 이제 재시험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러면 안 되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고르트는 손에 들고 있던 목도로 땅을 내리쳤다.

손목에 통증이 느껴졌지만, 도저히 진정이 안 됐다.

“에르나스 란즈슈타인… 네놈은 반드시 내가 죽여 버리겠다!”

고르트는 에르나스에 대한 증오심을 불태웠다.

문제는 고르트에게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발트펠트 가문을 위해 움직여 주던 교관들은 거의 다 적발되었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던 테오도라도 죽어 버렸다.

이제 대체 누구의 도움을 받으란 말인가?

북부에 있는 발트펠트 가문의 가주… 아버지에게 아카데미로 와서 도와 달라고 할까?

에르나스와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으니, 어떻게든 해결해 달라고?

“젠장……!”

거칠게 땅을 후려치자, 마침내 목검이 부러졌다.

땅바닥을 굴러다니는 목검 조각의 모습에 동질감을 느끼며, 고르트는 털썩 주저앉았다.

고르트가 이렇게 바닥을 기고 있는 동안에도 에르나스는 아카데미의 정점을 향해 훨훨 날아오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분통이 터져 미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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