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58화 (58/212)

58화 어둠 속을 내달리다 (3)

[칼레시우스 창뢰검술(B랭크)의 영구 귀속이 완료되었습니다.]

암살자 라시온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표시되었다.

그동안 C랭크였던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이 B랭크로 성장하면서, 정식으로 내 몸에 깃든 것이다.

[현재 ‘능력 재현’으로 획득한 능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잠정 획득 ==

[파르티잔 심판검술(S랭크)]

[발라하일 중검술(A랭크)]

[리히테나워 경신술(A랭크)]

[아틸리온 마력탐측술(A랭크)]

[---]

== 영구 귀속 ==

[칼레시우스 창뢰검술(B랭크)]

[동부식 마력연공법(A랭크)]

확인해 보니,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이 영구 귀속으로 바뀌면서 빈칸이 생긴 걸 알 수 있었다.

이제 페널티 없이 새로운 능력을 하나 더 터득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이 일곱 개로 늘어난 것이다.

‘이걸로 새로운 검술을 추가할 수 있게 됐어.’

클로드에게서 아틸리온 마력탐측술을 얻은 이후, 새로운 검술을 취득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슬롯에 여유가 생겼으니 다른 검술을 터득하여 전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을 새로운 경지로 진화시켰다.

이건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니는 일이었다.

창시자인 욜스 칼레시우스 본인도 아직 이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힘으로 검술의 경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확인된 거야.’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이론적인 부분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의 랭크를 끌어올릴 수 없다.

실전 경험을 쌓으며, 이론적 지식을 진정한 ‘깨달음’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 깨달음을 욜스와 공유하면서 수련하면,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을 더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도 몰라.’

지금까지 욜스는 내가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을 사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욜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어떻게 납득시켜야 할지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욜스가 직접 창시한 검술이니, 내 깨달음을 공유하는 건 욜스 본인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을 더 성장시켜야 훗날 있을 싸움에 대처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라시온의 시체에 시선을 향했다.

이걸로 12명 중 9명을 해치웠다.

‘하지만…….’

아틸리온 마력탐측술을 사용해 주위를 살펴봤다.

야영지 좌측에서 접근하고 있던 세 명의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대신, 모닥불 근처에 있던 마력이 나한테로 다가오고 있었다.

“에르나스.”

비바람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불침번을 서고 있던 하인리히였다.

검을 뽑아 든 채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놈들이 있어서, 내가 전부 해치웠다.”

“…….”

라시온과의 전투가 시작되면서, 남아 있던 암살자들도 이변을 눈치챘을 것이다.

놈들은 라시온을 지원하기 위해 움직이려 했겠지만, 마찬가지로 이변을 눈치챈 하인리히한테 포착당하고 말았다.

결국 내가 처리 못 한 3명은 하인리히가 해치우게 된 것이다.

“조교수들은?”

“아직 잠들어 있다. 태평하게도 말이다.”

“비바람 때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테니, 어쩔 수 없지.”

우리도 가까이서 대화하지 않으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마력을 사용해 감각을 강화하면 그나마 낫겠지만… 지금 클로드와 마테우스는 곤히 잠들어 있는 상태다.

그 사람들은 아직 그래듀에이트 중급에 불과하고, 많은 걸 기대할 수는 없다.

“에르나스, 이놈들이 누구인지 알겠나?”

“혈검장로회의 암살자들이야.”

“혈검장로회…….”

하인리히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다면 우리들 목숨을 노린 거겠군. 다른 검술명가의 사주인가.”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어느 가문인지 모르겠지만, 추잡한 수를 쓰는군.”

하인리히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자신의 실력으로 리히테나워 대공 자리를 쟁취하겠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에는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경쟁자를 암살하여 정점에 오르려 하다니, 최소한의 수치심도 없는 건가.”

“…….”

사실 소설 속에서 그런 방식을 가장 선호하던 건 에르나스 란즈슈타인이었다.

심지어 다른 가문을 부추겨서 죽고 죽이게 만든 뒤 자신이 어부지리를 얻으려 했다.

“랭커스터 가문, 발트펠트 가문, 이그니아스 가문, 슈라이에르 가문… 어느 쪽일지 모르겠군.”

“란즈슈타인 가문이나 아그리파 가문일 수도 있지.”

“뭐라고?”

하인리히가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곧바로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 확실히 가능성은 있군. 우리 중에서 한 명만 죽일 생각이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다 죽여 버렸지만 말이야.”

물론, 나는 테오도라 발트펠트가 보낸 자객이라는 걸 알고 있는 상태다.

“하인리히, 이번 일은 조교수들한테 보고하지 마.”

“어째서지?”

“야영 도중에 우리를 노린 암살자들이 나타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앞으로 우리들 활동에 제한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일리 있는 얘기군.”

“이제 곧 몬스터들이 시체를 뜯어 먹으러 접근할 거야. 놈들이 시체를 처리해 주면, 조교수들은 오늘밤 일어난 일을 눈치채지 못하겠지.”

황야에는 하이에나처럼 사체 청소부 역할을 하는 몬스터들도 많다.

놈들이라면 이 비바람 속에서도 피 냄새를 감지할 수 있을 테고, 재빨리 접근해 시체를 처리해 줄 것이다.

조교수들이 작정하고 이 주변을 조사하면 전투가 있었다는 걸 알아낼 수 있겠지만… 비바람은 내일도 계속될 것 같고, 아카데미로 복귀하는 걸 우선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다.

“그러면 야영지로 돌아가자, 하인리히.”

그렇게 말하면서 하품을 했다.

불침번도 끝났고 아침까지 꿀잠을 자야 하는데, 암살자들 때문에 아직 잠들지 못했다.

“이제 나도 슬슬 눈을 붙여야 하니까.”

“흥, 마음대로 해라.”

하인리히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 * *

“실패했다고?”

“죄송합니다, 테오도라 님.”

테오도라 앞에서 모하드가 고개를 숙였다.

테오도라의 명령을 받아 혈검장로회에 암살 의뢰를 했던 게 모하드였다.

“충분한 전력을 투입했는데, 아무 성과 없이 전멸했다는 것 같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자세한 건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비바람과 몬스터들 때문에 흔적도 지워져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군. 혈검장로회가 이렇게 무능했나?”

테오도라가 인상을 찡그렸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상당한 거금을 주고 암살을 의뢰했다.

이렇게 아무런 수확도 없이 실패할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에르나스나 하인리히의 팔 하나 자르지 못하고 실패하다니…….”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혈검장로회에서는 ‘장로급 암살자’에게 의뢰하는 걸 제안했습니다만.”

“그건 안 된다.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야.”

혈검장로회에는 장로급 암살자라는 엘리트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은 돈으로 고용할 수 없다.

만약 테오도라가 장로급 암살자를 고용하려 할 경우, 혈검장로회는 발트펠트 가문의 기밀 정보를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다른 세력의 약점을 확보하는 것이 혈검장로회의 오랜 생존 전략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군.”

“테오도라 님…….”

“에르나스 란즈슈타인은 위험한 녀석이다. 계속 내버려 뒀다간 발트펠트 가문의 미래에 큰 장애물이 될 거다.”

테오도라가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직접 나서겠다. 어설프게 자객을 보내서 자꾸 실패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지만, 테오도라 님…….”

“걱정마라. 발트펠트 가문에 누가 될 일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며 테오도라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서류들 사이에 숨겨 놓았던 편지를 꺼냈다.

“마침 좋은 정보도 들어왔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먼저 움직일 필요도 없다.”

편지의 내용을 확인하면서, 테오도라가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조만간 에르나스가 제 발로 우리를 찾아와… 함정에 빠져 줄 테니까.”

* * *

아카데미에 복귀하여 외부에서의 성과를 보고하자, 욜스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훌륭하군. 기대 이상이다.”

욜스는 나와 하인리히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너희는 그래듀에이트 하급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래듀에이트 중급에 준하는 실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저희도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욜스 교수님.”

옆에 있던 클로드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직 호신기를 못 쓸 뿐이지, 그것만 제외하면 저희들보다 더 낫더군요.”

“저도 클로드와 동감입니다, 교수님.”

마테우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인솔자 없이 단독으로 외부 실습을 나가도 될 것 같습니다.”

“그건 너무 이르지 않겠나?”

“아닙니다. 몇 가지 주의 사항만 제대로 교육해 주면 문제없을 겁니다.”

이어서 클로드가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솔직히 지금 당장 이 녀석들을 바깥에 내보내도, 서부를 주름잡는 젊은 그래듀에이트로서 명성을 떨칠 수 있을 겁니다.”

“매우 높게 평가하는군.”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그래도 지금 당장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

욜스가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사실 조금 더 수련을 시킨 다음에 실시할 외부 실습이 있었다. 하지만 너희들의 실력이 정말로 그래듀에이트 중급에 근접한 상태라면, 지금 당장 실시해도 되겠지.”

“교수님, 그건…….”

“어떠냐, 에르나스, 하인리히.”

욜스의 시선이 나와 하인리히에게 향했다.

“서부 대미궁에 들어가 볼 생각이 있나?”

“……!”

서부 대미궁.

그것은 제국 서부에 존재하는 거대한 ‘지하 던전’이다.

끝도 없이 이어져 있는 지하 미궁에 수많은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으며, 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 중 하나다.

“너희들도 이미 들은 적이 있겠지만, 나는 서부 대미궁에서 많은 실전 경험을 쌓았다.”

“…….”

“내가 절정급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도 전적으로 그곳에서의 경험 덕분이다. 그렇기에 나는 아카데미 학생들에게도 서부 대미궁에서의 싸움을 경험시키고 싶었다.”

서부 대미궁에서의 실전 훈련.

이것이 욜스가 교수로서 아카데미에서 추구하는 교육 방식이었다.

“철저한 실전 위주의 수련… 그것이 욜스 클래스의 방침이다. 그동안 여러 방면에서 조율을 했기 때문에, 실제로 학생을 데리고 서부 대미궁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말하며 욜스가 우리의 얼굴을 쳐다봤다.

“어떠냐, 에르나스, 하인리히.”

“…….”

“나와 함께 서부 대미궁에 들어가 볼 생각이 있나?”

욜스와 함께 서부 대미궁에서 실전 형식의 훈련을 한다.

그 얘기를 듣고, 하인리히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가겠습니다, 교수님.”

“하인리히…….”

“교수님이 싸우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인리히가 이만큼 의욕을 보이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 하인리히가 욜스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에르나스,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교수님.”

나는 천천히 말했다.

“서부 대미궁의 관리를 위해, 제국 각지의 가문들이 매년 인력을 파견한다고 들었습니다.”

“6대 검술명가에서 파견하는 병력 말이군.”

6대 검술명가는 제국 최고의 귀족 가문으로서 많은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 의무 중 하나가, 서부 대미궁의 관리를 위해 그래듀에이트를 파견하는 것이었다.

“올해는 발트펠트 가문의 그래듀에이트들이 파견 나와 있다. 가주의 동생인 테오도라 발트펠트가 그들을 이끌고 있지.”

“…….”

북부가 본거지인 테오도라가 자꾸 서부에서 얼쩡거리는 이유.

그건 그녀가 서부 대미궁에 파견 나와 있기 때문이다.

“혹시 발트펠트 가문과의 충돌을 우려하고 있는 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아카데미 측을 통해 조율을 마쳐 놓은 상태니까.”

“알겠습니다. 그러면 상관없겠죠.”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욜스 교수, 미안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어.’

욜스는 지금 6대 검술명가가 리히테나워 대공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테오도라 발트펠트가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나를 직접 죽이려 들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할 것이다.

‘이번에 욜스와 함께 서부 대미궁에 들어가면, 테오도라 발트펠트가 직접 나설 거야.’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나는 서부 대미궁으로 들어갈 것이다.

테오도라가 직접 나를 해치우러 온다면… 내가 직접 테오도라를 쓰러뜨리면 되는 거니까.

‘테오도라라는 거물을 잡는 것으로, 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

6대 검술명가의 혈전에서 승리하여, 정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테오도라 발트펠트를 쓰러뜨릴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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