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51화 (51/212)

51화 클래스의 문을 두드리다 (3)

“지금 뭐라고 했지?”

“둘이서 동시에 덤비라고? 그래야 밸런스가 맞는다?”

클로드와 마테우스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당연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막 2차 시험을 통과한 수련생 주제에, 조교수한테 둘이 함께 덤비라는 얘기를 했으니까.

현실 세계에 비유하자면… 이제 막 2학년이 된 대학생이 조교수들한테 전공 분야로 토론을 뜨자고 요청하는 상황이다.

“하하, 지금 농담하는 거지?”

“나는 이런 농담을 받아 주는 성격이 아니다, 에르나스.”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을 때.

내 옆에서 하인리히가 입을 열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조교수님들.”

“……!”

하인리히의 발언에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떴다.

“이 녀석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게 불쾌하긴 합니다만… 두 조교수님이 동시에 덤벼 주십시오. 저 혼자서 상대하겠습니다.”

“하인리히…….”

“이 녀석들…….”

클로드도 마테우스도, 우리가 농담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한 듯했다.

“오해 없도록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딱히 조교수님들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어서 이 클래스에 온 것이 아닙니다.”

“…….”

“그러니 조교수님들이 저희를 방치하겠다고 하셔도 아무런 불만이 없습니다. 하지만 욜스 교수님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까지 방해하신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하인리히는 방약무인한 태도로 말했다.

“그러니 실력으로 해결하겠습니다. 동시에 덤비시지요.”

“후우…….”

“이것 참…….”

두 사람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하인리히의 도발적인 말투가 그들을 열받게 만든 것이다.

“하인리히, 그렇게 건방지게 말하면 안 되지.”

“네가 먼저 시작했으면서 아닌 척하지 마라, 에르나스.”

하인리히가 내 얼굴을 째려봤다.

하지만 나는 무시하고 클로드와 마테우스에게 말을 건넸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희 둘 중에 하나를 골라 주십시오.”

“…그럴 수는 없지.”

클로드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2 대 2로 하자고. 어때?”

“아무래도 그게 낫겠다.”

마테우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 녀석의 버릇을 동시에 고쳐 주려면, 그 편이 낫겠지.”

나와 하인리히, 그리고 클로드와 마테우스의 대결.

첫날부터 학생과 조교수가 싸우다니… 앞날이 참 밝은 것 같다.

* * *

우리는 실내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새 건물이면 깔끔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여기저기 자재가 쌓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너희 둘, 아직 무기가 없군.”

나와 하인리히의 허리 부분을 살피며 마테우스가 말했다.

“아직 검을 받지 못한 건가?”

“네, 맞습니다.”

2차 시험을 통과하면 진검과 함께 새로운 엘릭시르가 주어진다.

하지만 2차 시험에서 발생한 사건 때문에 아카데미 내부가 복잡해서 며칠 미뤄졌다.

“어떻게 하지?”

“어쩔 수 없지.”

클로드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나한테 넘겨줬다.

“이걸 써라.”

“조교수님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우리는 이거면 충분해.”

그렇게 말하며 클로드가 허리를 굽혔다.

그가 집어 든 것은 바닥에 굴러다니던 각목이었다.

“나도 그렇게 해야겠군.”

이번에는 마테우스가 하인리히한테 검을 건네주고 각목을 들었다.

“훈련용 목검도 아니고, 각목으로는 검기를 펼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만.”

“너희 학생들 수준과 같다고 생각하지 마라, 하인리히.”

마테우스가 냉정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우리는 그래듀에이트 중급이다. 각목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검기를 펼칠 수 있으니, 걱정 마라.”

“…….”

아카데미에서 조교수가 되려면 최소 그래듀에이트 중급은 되어야 한다.

참고로 정교수는 그래듀에이트 상급이 최저 조건이다.

“물론, 진검 쪽이 검기를 펼치기에는 더 좋지. 그래도 이 정도 핸디캡은 있어야 승부가 성립될 거다.”

“알겠습니다.”

하인리히가 고개를 끄덕인 뒤 나를 쳐다봤다.

“에르나스,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저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어쩔 수 없지.”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스로 불리해지는 것을 감수하신다니, 훌륭하신 분들이야.”

“너무 건방진 것 아닌가, 에르나스?”

“본인은 아닌 것처럼 말하지 마라, 하인리히.”

하인리히와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자, 클로드와 마테우스가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학생들한테 진지하게 화낼 수도 없고, 좀 곤란한데.”

“어쩔 수 없지. 실력으로 제압해 주는 수밖에.”

클로드와 마테우스가 나란히 섰다.

위치상 나는 마테우스와, 하인리히는 클로드와 마주 보게 되었다.

“…….”

각자 아무 말도 없었지만, 서로가 서로의 상대를 인식했다.

2 대 2의 싸움이지만, 각자 1 대 1로 진행하는 편이 편할 것이다.

“그러면… 시작하지!”

클로드의 목소리와 함께, 대결이 시작되었다.

하인리히는 좌측에서 클로드를 향해 움직였고, 나는 우측에서 마테우스를 향해 움직였다.

“와라, 애송이!”

마테우스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자세를 잡고 있었다.

내 공격이 들어오면 방어한 뒤 반격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마테우스가 사용할 검술은… 그라셔스 후검술(後劍術).’

그라셔스 후검술은 카운터 위주의 검술이다.

상대방의 공격이 들어오면 막아 내고, 그 즉시 반격을 펼쳐 승부를 낸다.

방어에 3할의 힘을 쓰고 반격에 7할의 힘을 쓴다고 한다.

‘마테우스는 팔과 어깨 힘이 좋고, 코어도 강하지. 웬만한 공격은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어.’

소설 속에서도 마테우스는 뛰어난 방어력을 보여 줬다.

그리고 공격 직후의 빈틈을 찔러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입히곤 했다.

‘빈틈을 찾아내 파고드는 실력도 뛰어나. 만만치 않은 상대지.’

마테우스가 어느 정도 역량을 지녔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아마 마테우스 본인보다 내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세계를 만든 작가이고, 마테우스는 내가 묘사한 대로의 실력을 지니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 알 수 있어.’

아무리 그래듀에이트 중급에 도달한 조교수라고 하더라도.

내가 승리할 수 있다.

“……!”

마나 하트에서 끌어 올린 마력을 재분배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전신 근력의 밸런스가 조정되었다.

그 직후, 나는 전력을 다해 바닥을 박찼다.

리히테나워 경신술을 사용해, 높이 도약하기 위해.

“뭐냐?!”

훈련실 천장에 닿을 정도로 뛰어오른 내 모습을 보고, 마테우스가 당혹스러워했다.

그 순간, 마테우스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그라셔스 후검술에는 이렇게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상대를 막는 기술이 없지.’

물론, 마테우스라면 다른 검술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마테우스는 그라셔스 후검술로 나를 완벽히 제압해 주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은 상태.

이제 와서 허둥지둥 다른 검술로 전환하는 건 심리적 저항이 있다.

“윽……!”

그렇기 때문에 마테우스는 어정쩡한 자세로 내 공격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빠르게 그 자리를 피하면 될 텐데, 이것도 자존심이 상하는 짓이라 불가능하다.

학생 상대로 필사적으로 싸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마테우스를 점점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걸 알기에, 이렇게 도전한 것이지.’

나는 공중에서 마력을 재조정했다.

지금 여기서 마테우스에게 강력한 일격을 꽂아 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는 발라하일 중검술로.’

칼라일을 제압했던, 파워 위주의 북부 검술.

그것을 리히테나워 경신술과 조합한다.

두 발을 바닥에 단단히 붙인 상태에서 펼쳐야 하는 발라하일 중검술을, 공중에서 내리찍기 위해 사용했다.

“윽?!”

쿠웅!

내 공격이 마테우스의 검기에 가로막혔다.

각목에 검기를 전개한 것이고, 자세 또한 불완전했지만… 마테우스는 내 공격을 충분히 막아 냈다.

다만 거기서 그라셔스 후검술 특유의 반격을 펼치지는 못했다.

자세가 불안정해 제대로 된 반격을 펼칠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

“크윽……!”

마테우스는 다급히 자세를 바로잡으려 했다.

내 공격이 생각보다 육중한 걸 깨닫고, 제대로 자세를 잡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지금이다.’

바닥에 착지한 상태에서, 다음 공격을 펼친다.

이번에는 발라하일 중검술에다가,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을 조합해서.

내 검기에 푸른빛이 번쩍이는 걸 보고, 마테우스의 눈이 커졌다.

“……!”

그 직후, 강력한 일격이 뻗어 나갔다.

마테우스의 빈틈을 찌르기 위한 것도, 마테우스의 자세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마테우스의 방어와 정면에서 격돌하는 것이 목표였다.

“아……!”

콰앙!

내 검기와 마테우스의 검기가 충돌했다.

그리고… 마테우스의 검기에 균열이 생겼다.

“으윽……!”

발라하일 중검술과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의 조합.

이 공격은 마교의 고위 사제 칼라일이 펼친 호신기조차 뚫을 수 있었다.

고작 각목에 펼친 검기로, 그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만약 마테우스가 방어에만 전력을 기울였다면 좀 더 버틸 수 있었겠지.’

그라셔스 후검술은 방어에 3할, 반격에 7할의 힘을 쓴다.

마테우스는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제대로 막아 낼 수 없었다.

‘첫 번째 공격을 막아 내고, 그 정도가 내 최고 위력이라 생각한 게 실수였어.’

퍽!

마침내 마테우스가 들고 있던 각목이 부러졌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는 마테우스를 향해, 나는 다시 한번 검을 뻗었다.

“윽……!”

물론, 실제로 마테우스를 찌르지는 않았다.

검기를 해제하고, 그 급소를 향해 칼끝을 겨누었을 뿐이다.

“계속 하시겠습니까, 조교수님?”

“큭……!”

마테우스는 마력을 잃는 일이 없도록 다급히 검기를 수습했다.

그래듀에이트 초입은 검기가 무너지면 마력을 잃게 되지만, 마력 운용이 능숙해지면 마테우스처럼 다시 회수할 수 있다.

“크악!”

쿠웅!

바로 그때, 등 뒤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훈련장을 종횡무진 움직이면서 싸우고 있던 클로드가, 하인리히의 공격에 당해 벽에 격돌하는 소리였다.

“윽, 무슨 이런… 헉!”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던 클로드가 숨을 삼켰다.

어느새 다가온 하인리히가 목덜미에 칼을 들이대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하시겠습니까, 조교수님.”

“크윽…….”

굴욕에 몸을 떨면서 고개를 숙이는 클로드.

그 모습을 보고 하인리히가 검을 거두었다.

물론, 하인리히도 여유롭게 승리를 거둔 것은 아니었다.

이마에 땀이 맺혀 있어, 한계까지 힘을 끌어내 싸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듀에이트 중급을 꺾는다는 건 하인리히한테도 어려운 일일 테니.’

어쨌든 마테우스는 내 공격에 무기를 잃었고, 클로드는 하인리히의 공격에 쓰러졌다.

수련생과 조교수의 2 대 2 싸움은 수련생 측의 완승이었다.

“흥, 이걸로 저희 실력이 더…….”

코웃음을 치면서 하인리히가 떠들어 대려 했을 때.

나는 마테우스에게 검을 돌려주며 입을 열었다.

“지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교수님.”

“뭐?”

“저희를 배려해서 핸디캡을 감수해 주신 덕분에, 이번 대결에서 저희 모두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갑자기 예의 바르게 말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마테우스도 클로드도 당혹스러워했다.

물론, 하인리히도 마찬가지였다.

“어이, 에르나스, 지금 무슨…….”

“조교수님들이 진검을 쓰셨다면 뭔가를 배울 틈도 없이 대련이 끝났겠죠.”

나는 하인리히를 무시하며 계속 말했다.

하인리히 입장에서는 여기서 조교수들을 밟아 줘서 상하 관계를 확실히 하고 싶겠지만, 그런 건 굳이 필요 없다.

이제부터 욜스 클래스에서 수련을 받아야 하는데, 조교수들하고 원만한 관계를 맺는 것이 더 이득이다.

여기서는 조교수들의 체면을 세워 줘야 한다.

“…….”

“…….”

클로드와 마테우스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내가 이 상황을 원만하게 수습하고 싶어 한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자, 클로드 조교수님도 일어나시죠.”

“아, 그, 그래…….”

나는 클로드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손을 잡은 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조교수님.”

“그, 그래…….”

클로드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손은 왜 자꾸 잡고 있…….”

“그런데 말입니다, 조교수님.”

나는 클로드의 손을 놔주지 않았다.

이번에 내가 욜스 클래스를 가장 먼저 선택한 이유가, 바로 클로드였기 때문이다.

[인물 ‘클로드 마엘리스’에 대한 ‘능력 재현’을 시도합니다.]

메시지가 떠오르는 것을 확인하면서, 나는 시간도 끌 겸 얘기를 계속했다.

“저희가 대결에서 패배하면, 조교수님들이 원하는 대로 자습과 과제 위주로 수련을 진행한다는 조건이었죠.”

“뭐?”

“그런데 저희가 대결에서 승리했을 경우에 어떻게 할지는… 얘기를 안 했던 것 같더군요.”

나는 하인리히를 쳐다보며 말했다.

하인리히는 ‘당연히 그래야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조교수님들도 저희가 원하는 걸 하나쯤 들어주셔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나는 조교수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생각이다.

물론, 약간의 갑질을 곁들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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