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46화 (46/212)

46화 진급이 걸린 2차 시험 (2)

2차 시험에서는 그래듀에이트로서 실전에 나설 수 있는지를 본다.

그렇기 때문에, 실전에 가까운 형식으로 시험이 치러진다.

“저 사람들은 뭐야?”

“교관은 아닌 것 같은데…….”

상황을 이해 못 한 학생들이 당혹스러워했다.

지금 교관들이 끌고 나온 건, 온몸이 사슬로 묶여 있는 사람이었다.

옷은 너덜너덜했고, 머리와 수염도 지저분했다.

그런 사람들이 시험관이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앞으로 나온 사람들은… 포로로 잡힌 마교도들이다.”

“……!”

마교도.

그 이름을 듣고 여러 학생이 숨을 삼켰다.

마교도라는 것은 오랜 역사를 지닌 종교 단체 ‘흑천마교(黑天魔敎)’의 신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흑천마교는 제국 곳곳에 숨어들어 온갖 악행을 자행해 왔기 때문에, 제국 사회 공공의 적이라 할 수 있었다.

“마교 놈들이 어째서 여기에…….”

“잠깐, 마교 놈들이 시험관이라는 건…….”

웅성대는 학생들 앞에서 알드바우트 총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2차 시험의 내용은, 포로로 잡힌 마교의 ‘전투 사제’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다.”

“……!”

전투 사제라는 건 마교의 ‘그래듀에이트’ 전투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검기를 사용할 수 있으면 전투 사제로 임명된다.

일반적으로 전투 사제라고 하면 그래듀에이트 초입에서 하급 정도이며, 그래듀에이트 중급 이상은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시험관이 되는 전투 사제에게는 목검이 주어진다. 그들은 검기를 사용해 너희들과 맞설 것이다.”

“헉……!”

이제는 학생들이 놀라움이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목검이라고는 하나 검기를 사용하면 충분히 살상력이 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너희도 검기를 사용해 그들을 쓰러뜨려라. 실전 형식의 싸움인 만큼, 목숨을 빼앗아도 상관없다.”

“……!”

지금까지의 시합하고는 다르다.

그 사실을 이해하게 된 학생들의 표정이 경직되었다.

내 옆에 있던 클로에도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실전 형식의 시합이라는 정보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설마 마교도가 상대일 줄은 몰랐네요. 몬스터와 싸우게 하거나, 교관을 상대하게 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번에 바뀐 거겠지.”

다른 학급을 살펴보니, 6대 검술명가의 후계자들은 별로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정보를 다 입수한 모양이었다.

“상대를 죽일 수도 있고, 상대에게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부담되는가?”

웅성거리는 학생들을 향해, 알드바우트가 질문을 던졌다.

“그런 겁쟁이들은 지금 당장 아카데미에서 나가도록 해라.”

“……!”

“리히테나워 검술 아카데미는 이 제국을 지키는 검을 단련하는 장소다! 피를 묻히는 걸 두려워하는 검이라면, 아무 쓸모 없는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알드바우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

“철혈검제의 뜻을 받들어 제국의 적을 베어 넘길 젊은이만이, 이 아카데미에서 검술을 배울 자격이 있다! 자격 없는 놈들은 지금 당장 꺼져라!”

아무도 반론하지 못했다.

침묵하는 학생들 앞에서, 알드바우트가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시험을 시작하겠다! 첫 지원자는 누구냐!”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을 때.

청색 넥타이를 맨 학생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는 남자가 있었다.

“지원하겠습니다, 총장님.”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가장 먼저 지원한, 푸른색 장발의 남학생.

하인리히 아그리파였다.

“청색 2반의 하인리히 아그리파입니다.”

“좋다! 나와라!”

알드바우트가 손짓을 하자, 교관이 마교의 전투 사제 한 명을 끌고 왔다.

그리고 단상 앞에 마련된 공간 정중앙에 무릎을 꿇게 했다.

“움직이지 마라.”

“윽……!”

촤르륵!

전투 사제의 몸을 구속하고 있던 쇠사슬이 저절로 풀어졌다.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정말로… 승리하면 해방해 주는 건가?”

“그렇다.”

교관은 그에게 목검 한 자루를 내밀었다.

전투 사제는 목검을 잡고 몇 번 휘두른 뒤, 슬쩍 주위를 둘러봤다.

“…….”

주위에는 교수와 교관이 가득하다.

심지어 그래듀에이트 절정급까지 있다.

여기서 쓸데없는 짓을 해 봤자 목이 달아날 뿐이다.

“후우…….”

그는 심호흡을 하며 하인리히를 쳐다봤다.

그러곤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애송이 하나 쓰러뜨리면 자유를 찾을 수 있다니, 나는 운이 좋은 것 같군.”

“…….”

하인리히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교관이 지정한 위치에 서서, 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을 뿐이다.

“애송이, 걱정하지 마라. 목숨을 빼앗지는 않을 테니까.”

“…….”

“너희는 마교도라고 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처럼 생각하지만… 불필요하게 어린애 목숨을 빼앗지는 않는다.”

전투 사제가 하인리히를 향해 말을 건네자, 옆에 있던 교관이 주의를 줬다.

“쓸데없는 잡담은 삼가라.”

“흥, 알겠다.”

잡담을 하면서도 그는 조금씩 몸을 풀고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 몸이 풀어졌는지, 목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흐읍……!”

우웅!

목검에 붉은색 검기가 전개되었다.

그 뚜렷한 빛을 보고 학생들이 동요했다.

“붉은 검기라니……!”

“그래도 교관들이 펼치는 검기에 결코 뒤지지 않아!”

“대체 어떻게 저런……!”

세상 물정을 모르는 도련님들 중에는, 오로지 아카데미에서만 그래듀에이트에 도달할 수 있는 줄 아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아카데미에서 엘릭시르를 받지 않아도, 충분한 마력만 획득할 수 있으면 그래듀에이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니까.

다만… 아무래도 마교는 마교인지라, 정상적인 방법으로 마력을 얻지 않는다.

“흥, 역시 애송이들은 견문이 부족하군. 이 정도 검기에 놀라다니.”

전투 사제가 코웃음을 치며 하인리히를 노려봤다.

“자, 먼저 덤벼 봐라. 선공을 양보해 주마.”

“…….”

하인리히는 여전히 대꾸가 없었다.

그저 차가운 눈으로 교관을 쳐다봤을 뿐이었다.

“아, 그러면… 시작하라!”

하인리히가 눈빛으로 재촉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교관이 다급히 시합 개시를 선언했다.

그 순간, 하인리히의 모습이 사라졌다.

“어……?”

전투 사제의 입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슴에서 피를 뿜으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기 때문이다.

그 등 뒤에는 목검을 든 하인리히가 서 있었다.

“바, 방금 봤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여서 일격에 해치운 건가?!”

학생들이 놀라워했다.

전투 사제는 여유를 부리며 선공을 양보했지만, 하인리히는 무자비한 일격으로 그 목숨을 빼앗아 버렸다.

푸른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을 뿐, 그 이마에서는 땀방울 하나 흐르지 않고 있었다.

“…….”

하인리히가 다시 한번 교관을 쳐다보자, 교관은 다급히 손을 치켜들었다.

“하, 하인리히 아그리파의 승리! 2차 시험 통과를 인정한다!”

“와아아아……!”

학생들 사이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엄청난 실력으로 2차 시험을 가장 먼저 통과한 하인리히의 모습에 다들 환호하고 있었다.

상대가 사악한 마교의 전투 사제라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훌륭했다, 하인리히 아그리파.”

“감사합니다, 총장님.”

“진급을 허락한다. 저쪽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도록.”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하인리히는 교관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했다.

그러던 도중에 고개를 돌려 내가 있는 쪽을 노려봤다.

“…….”

마치 ‘어떠냐. 내가 먼저 통과했다.’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어차피 큰 차이도 없을 텐데, 하인리히한테는 중요한 부분이었던 모양이다.

만약 내가 먼저 통과했으면 하인리히는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그러면 두 번째 도전자는 누구냐!”

알드바우트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여러 학생이 고개를 돌려 한 방향을 쳐다봤다.

바로 내가 있는 방향이었다.

‘어쩔 수 없군.’

지금 아카데미에서 가장 돋보이는 학생 두 명을 뽑자면 나와 하인리히다.

하인리히가 먼저 통과했으니, 다음은 내 차례일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에르나스 님?”

“기대에 보답해 줘야지.”

클로에에게 대꾸해 주면서, 앞으로 나왔다.

“건투를 빌게요.”

“에르나스 님이라면 쉽게 통과하실 겁니다.”

“힘내세요!”

뒤에서 세리느, 슈미츠, 비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흑색 6반의 에르나스 란즈슈타인, 2차 시험에 도전하겠습니다.”

“음, 좋다!”

알드바우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전투 사제를 끌고 나와라!”

“네!”

교관이 새로운 전투 사제를 끌고 나왔다.

아까 하인리히에게 당한 전투 사제의 시체는 이미 치워진 상태였다.

“…….”

몸집이 큰 남자였다.

옷이 많이 찢어져 있었는데, 팔뚝이 두껍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것처럼 비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왜 저렇게 걷지?”

“몸 상태가 안 좋은가?”

“저런 상태면 나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학생들이 수군댔다.

하지만 곧바로 교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라일! 장난치지 마라!”

“크흐흐, 그러지 마십시오, 교관 나리.”

칼라일이라 불린 전투 사제가 갑자기 자세를 바로 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구부정한 자세였는데, 자세를 바로 하니 키가 훨씬 커 보였다.

“이것도 다 전략이란 말입니다.”

“수작 부리지 마라!”

결국 칼라일은 멀쩡한 모습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학생들이 당혹스러워했다.

“일부러 몸 상태가 안 좋은 척 연기했던 건가?”

“왜 그런 짓을……?”

“에르나스를 방심시키려던 거겠지. 여기서 이기면 자유를 찾을 수 있으니까.”

학생들의 시선을 받으며 칼라일이 위치에 섰다.

사슬이 풀리고 목검이 주어지자, 가볍게 몸을 풀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귀족 도련님.”

위치에 선 나를 보면서, 칼라일이 비굴한 미소를 지었다.

“도련님이 한 번만 양보해 주시면 저는 목숨을 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

“크흐흐, 여기 도련님들은 전부 과묵하시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칼라일이 바닥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아까 쓰러졌던 전투 사제의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카악!”

여기서 칼라일은 기행을 보였다.

핏자국 위에 가래침을 뱉은 것이다.

마치 동료의 죽음을 모욕하는 듯한 태도였다.

“인성이 형편없는 놈 같군.”

“저런 놈은 실력도 형편없기 마련이지.”

“에르나스 님! 그냥 해치워 버리십시오!”

많은 학생이 칼라일에게 적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나는 냉정한 눈으로 칼라일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흐음…….”

아무 반응이 없는 걸 확인하면서, 칼라일이 자세를 잡았다.

나도 자세를 잡으면서 칼라일과 대치했다.

“그러면… 시작하라!”

교관이 소리치자마자, 칼라일이 움직였다.

칼라일의 목검에는 이미 붉은색 검기가 전개되어 있었다.

“흐읍!”

쿠웅!

검기와 검기가 부딪치며 굉음이 발생했다.

서로의 기세는 호각이다.

우리는 얼굴을 마주한 채 힘겨루기를 하게 되었다.

“칼라일.”

그리고 나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너를 이곳에 심어 놓은 게 누구냐.”

“…….”

내 질문을 듣자, 칼라일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칼라일의 전신에서 붉은색 마력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