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34화 (34/212)

34화 새로운 힘 (2)

나를 향해 돌진하는 안네리제.

그 검에는 일반적인 검기보다 더 정순한 백색 검기가 전개되어 있었다.

‘안네리제는 S랭크의 파르티잔 심판검술을 보유하고 있지.’

파르티잔 심판검술.

아카데미 교육 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그래듀에이트 전용 검술’이다.

원래는 마교 토벌 부대에서 사용되던 제식 검술로, 정석적인 움직임을 중시하는 동부 스타일의 검술이다.

‘본래 그래듀에이트 중급 정도는 되어야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안네리제는 그래듀에이트 하급.

그런데도 불구하고 파르티잔 심판검술을 어려움 없이 펼치고 있다.

이건 안네리제도 뛰어난 재능을 지닌 검사라는 걸 증명해 주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하급에 머무르고 있지만, 계기만 주어지면 금방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할 만한 사람이지.’

검기를 전개한 채 달려드는 안네리제에 맞서서, 나도 검기를 생성했다.

바스티안 기사검술의 방어 자세를 취하며 안네리제의 공격을 받아 냈다.

“……!”

쿵!

검기와 검기가 부딪치는 충돌음.

짜릿한 충격파가 주위로 퍼져 나갔다.

“잘 막아 냈군요!”

“전력을 다하시는 것 아니었습니까, 교관님?”

“후후……!”

내 도발에 안네리제가 연속 공격을 펼쳤다.

나는 방어에 치중하는 것으로 그 공격을 견뎌 냈다.

“역시 방어는 흑색 6반 학생 중에서 에르나스와 세리느가 가장 뛰어나군요!”

그야 그럴 것이다.

내 방어 기술은 세리느에게서 얻은 바스티안 기사검술에 의존하고 있으니까.

바스티안 기사검술은 기본 자세 및 기초 수련을 중시하는 동부 검술이기 때문에, 방어 기술도 우수하다.

“하지만… 방어만 해서는 안 됩니다, 에르나스!”

쿠쿵!

강한 충격에 자세가 흐트러졌다.

안네리제의 검기가 더 강하기 때문에, 방어를 아무리 잘해도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나보다 더 강한 검기를 펼치는 놈들하고도 싸워야 한다.’

내가 아무리 빨리 마력량을 늘린다고 해도, 소설 본편의 전개를 생각하면 결국 나보다 많은 마력량을 지닌 사람들과 싸우게 될 것이다.

학생들처럼 고만고만한 녀석들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여기서… 안네리제 상대로 연습을 해야 해.’

쿠웅!

또다시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그러자 목검에 금이 가는 게 느껴졌다.

안네리제의 강력한 검기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에르나스, 이런 상태에서는 검기를 거둬들이는 게 좋습니다.”

그때 안네리제가 충고를 해 줬다.

“이 상태에서 계속 공격을 주고받으면 목검이 부러집니다. 그러면 검기도 흩어지게 되고, 마력 일부를 잃게 됩니다.”

그 정도는 알고 있다.

레스터가 그랬고, 고르트가 그랬다.

하지만 100%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상관없습니다, 교관님.”

“……!”

공세에 나섰다.

일부러 검기와 검기를 부딪치면서, 목검의 대미지를 점점 증가시켰다.

내 행동을 보고 안네리제가 당황스러워했다.

“설마… 아!”

뚜둑!

마침내 목검이 부러졌다.

그 모습에 안네리제가 눈을 크게 떴다.

대련에서 학생의 마력을 손상하는 건 안네리제가 원했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앗……!”

내 검기는 흩어지지 않았다.

목검이 부러져서 절반 정도의 길이가 되어도, 주위로 흩어지지 않고 다시 목검 위에서 재배치되었다.

“어느새 그래듀에이트 하급 수준의 마력 제어를……!”

그래듀에이트 초입은 검에 마력을 담는 수준이면 된다.

하지만 그래듀에이트 하급으로 인정받으려면 그 마력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검이 부서지더라도 마력이 흩어지지 않게 제어하는 것도 그래듀에이트 하급의 기본 소양이었다.

‘그리고 짧아진 목검을 이용해서…….’

바스티안 기사검술에서 랭커스터 소검술로.

정석적인 움직임을 펼치는 동부 검술에서, 변화무쌍한 서부 검술로 전환한다.

짧아진 검을 사용해, 안네리제의 빈틈을 빠른 템포로 파고든다.

“……!”

당황한 안네리제가 다급히 대처하려 했다.

내 속공에 자세가 흐트러지긴 했지만, 그 상태에서도 내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막아 냈다.

‘역시 안네리제인가.’

이 정도로는 안네리제를 제압하기 어렵다.

S랭크의 랭커스터 소검술이라고 해도, 그래듀에이트 전용 검술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검술과 검술의 조합이 필요한 거지.’

아티팩트 ‘유스레흐트’ 덕분에 내 안에 깃든 다양한 검술.

그것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나보다 우수한 상대에게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도달하지 못한 영역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여기서 내가 떠올려야 하는 건… 칼레시우스 창뢰검술.’

짧은 검으로 변화무쌍한 공격을 펼치는 랭커스터 소검술.

순간적으로 검기를 강화하는 칼레시우스 창뢰검술.

두 가지 검술을 조합한다.

“……!”

어떻게든 자세를 정비하려 하는 안네리제를 향해, 랭커스터 소검술의 5연격을 펼쳤다.

첫 번째 공격, 막혔다.

두 번째 공격, 막혔다.

세 번째 공격, 빗나갔다.

네 번째 공격,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다섯 번째 공격은…….

“……!”

콰릉!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면서, 목검이 푸르게 번쩍였다.

더 빠르게, 더 거칠게 뻗어 나가는 목검.

방금 전까지의 템포에 익숙해져 있었던 안네리제는, 예상 밖의 공격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윽……!”

파앗!

어떻게든 막아 내려 했지만, 역효과였다.

불안정한 자세에서 억지로 막으려 한 탓에, 안네리제의 목검이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전광석화처럼 뻗어 나간 목검이 안네리제의 측두부를 향해…….

“앗……!”

안네리제가 신음했다.

내 목검이 아슬아슬하게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이미 검기를 거둬들였기 때문에, 검기의 여파로 머리 피부가 찢어지는 일도 없었다.

“…….”

안네리제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에르나스, 방금 그건…….”

“아직 미완성입니다, 교관님.”

안네리제의 말을 가로막으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

내 말을 듣고, 안네리제가 숨을 삼켰다.

* * *

‘방금 펼친 기술… 순간적으로 검기를 강화한 것 같았는데.’

안네리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검기를 순간적으로 강화하다니, 입학한 지 반 년도 안 된 신입생이 어떻게 그런 걸 한단 말인가.

‘그냥 억지로 마력을 있는 대로 쏟아부은 것하고는 달라. 제대로 안정되어 있는 상태였어.’

에르나스는 안네리제의 목검을 쳐 낸 뒤, 금방 검기를 거둬들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지만 매우 자연스러웠다.

이건 에르나스가 검기를 매우 안정적으로 컨트롤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변화무쌍한 연속 공격 도중에… 어떻게 그렇게 한 거지?’

목검이 부러진 뒤, 에르나스는 변화무쌍한 소검술로 안네리제를 몰아세웠다.

그리고 연속 공격 도중에 갑자기 검기를 강화해 허를 찔렀다.

마치 처음부터 그런 기술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대체 에르나스는 어디서 이런 기술을 배운 걸까. 그게 아니면… 스스로 창안한 기술?’

혼란스러웠다.

에르나스는 안네리제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학생이었다.

‘그래도, 확실한 건 하나 있어.’

방금 전, 안네리제는 에르나스의 목검을 부러뜨렸다.

하지만 에르나스의 검기는 흩어지지 않았다.

이건 마력을 제어하는 실력이 그래듀에이트 초입 수준을 넘어선 상태라는 의미였다.

‘에르나스는 이미 그래듀에이트 하급이야!’

순간적으로 마력을 강화한 것도 그래듀에이트 초입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에르나스는 그래듀에이트 하급이라 봐야 한다.

‘정말로 놀라워. 이런 학생이 있다니……!’

지난 1차 시험에서도 안네리제는 에르나스를 상대했다.

하지만 그때는 여유로웠다. 검기를 펼칠 필요도 없었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성장을 이뤘어. 정말로 대단해!’

에르나스는 정말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런 성장 속도를 보여 준 학생이 지금까지 있었을까.

‘순수한 육체 능력이나 마력량은 내가 아직 우월하겠지만, 검사로서의 경지는 이미 나를 넘어섰을지도 몰라.’

갑자기 자신감이 없어졌다.

이런 엄청난 학생한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안네리제가 교관이지만, 오히려 에르나스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교관님.”

그때 에르나스가 입을 열었다.

“계속해서 부탁드리겠습니다.”

“……!”

그 말을 듣고 안네리제는 숨을 삼켰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그래, 자신감을 상실할 때가 아니야.’

지금 안네리제가 해야 할 일은, 에르나스의 대련 상대가 되어 주는 것이다.

이건 이제 막 그래듀에이트의 경지에 입문한 학생들한테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듀에이트 하급인 안네리제만이 해 줄 수 있다.

에르나스가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교관인 안네리제가 연습 상대를 맡아 줘야 한다.

“알겠습니다, 에르나스.”

안네리제는 검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당신이 더욱 강해질 수 있도록, 제가 돕겠습니다.”

이제 에르나스와 함께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곧 있을 2차 시험을 통과하면 에르나스는 흑색 6반을 떠난다.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에르나스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

그것이 담당 교관인 안네리제가 해야 할 일이었다.

* * *

안네리제와의 대련은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래듀에이트 하급의 검사인 만큼, 대련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많았다.

‘세리느 같은 학생들과의 대련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말이야.’

역시 그래듀에이트로서의 전투 방식은 그래듀에이트한테서 배워야 한다.

그래듀에이트를 위한 교육은 2차 시험에 통과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안네리제에게 배우는 수밖에 없다.

‘검술과 검술을 조합하는 연습도 할 수 있고.’

이번에 나는 랭커스터 소검술과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을 조합했다.

그 결과 안네리제의 허를 찔러 무기를 놓치게 만들 수 있었다.

세리느나 다른 학생과의 대련에서 이 정도까지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다만… 곧 있을 비무전에서 사용하는 건 쉽지 않겠어.’

비무전에서 일부러 검을 부러뜨려 랭커스터 소검술을 펼치는 건 조금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청색 2반의 그 녀석이라면, 내가 갑자기 소검술로 전환해도 전혀 허점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바스티안 기사검술에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을 조합하는 것도 비효율적이야.’

세리느한테서 얻은 바스티안 기사검술은 A랭크다.

S랭크로 성장한 상태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지만, A랭크이기 때문에 주무기로 삼기는 어렵다.

‘그러니…….’

나는 고개를 돌렸다.

실내 훈련장 구석에서, 벽에 등을 기댄 채 안네리제가 잠들어 있었다.

계속 대련을 하다가 휴식 시간을 가졌는데, 안네리제가 꾸벅꾸벅 졸다가 결국 잠들어 버린 것이다.

‘하긴, 평소 안네리제의 주말을 생각하면 아직 잠자고 있을 시간이긴 하지.’

잠들어 있는 안네리제 곁으로 다가가서, 바로 옆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살짝 손을 움직여, 안네리제의 손끝에 접촉시켰다.

‘설령 안네리제가 눈을 뜨더라도, 실수로 그랬다고 얼버무리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인물 ‘안네리제 그레인저’에 대한 ‘능력 재현’을 시도합니다.]

[인물 ‘안네리제 그레인저’에 대한 이해도가 70%입니다.]

[판정: 성공]

[인물 ‘안네리제 그레인저’의 주요 능력을 획득합니다.]

앞으로 주무기로 사용할 그래듀에이트 전용 검술을 얻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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