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화
Epilogue
우진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지금까지 그의 심란함이 무색할 정도로 평범한 것이었다.
다 낡은 우산꽂이에는 거미줄이 잔뜩 쳐져 있었으며.
거실과 부엌 사이에 놓여있던 예쁜 무늬목 가구는 관리가 되지 않아 반쯤 기울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가구들은 원래 색감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색이 바래 있었으며.
그 위에 쌓여있는 먼지는 잠깐 스치는 것만으로 손가락이 새까맣게 변할 정도였다.
그러니까 오늘 하루가 20년 전의 하루와 달랐던 것처럼.
우진의 추억과 행복이 담겨있던 이 집도 20년 전의 그 날과는 달랐다.
그래서 우진은 안도할 수 있었다.
지난 20년이 실재(實在)하는 것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으니 말이다.
“하, 하하…….”
우진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런 복잡한 생각들을 떠올렸던 것 자체가 민망하기도 했다.
이것은 아마도 회귀 이후 우진이 한동안 마음속 깊은 곳에 가지고 있던 걱정.
그것에 대한 자기 방어기제였던 것 같았다.
“휴우.”
머릿속이 정리되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쨌든 이 집은 우진이 유년 시절을 보냈던, 그의 기억 속 가장 아름다운 집이었고.
낡고 녹슬었을지언정, 기억 속에 있던 그 구조가 남아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모든 것이 기억 속 그대로는 아니었다.
어떤 부분은 일치하는 것도 있었지만, 이렇게 놓고 보니 사실 대부분이 추억 미화에 가까웠다.
‘뭔가 씁쓸하기도 하네.’
저벅- 저벅-
우진은 천천히 집 안으로 더 걸어 들어갔다.
다른 모든 상황들과 별개로 재개발이 확정된 이상 이 집은 곧 허물어질 것이었고.
그렇기에 이 모든 추억들을, 두 눈 안에 담아두고 싶었던 것이다.
집 안을 천천히 살피던 우진은, 잠시 후 뭔가 결심하기라도 한 듯, 품속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들었다.
이어서 우진의 볼펜이 수첩 위를 분주히 오가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작은 수첩 위에 스케치를 그려 올리는 것은 오랜만이었지만, 우진의 펜대는 망설임 없이 쭉 쭉 나아갔다.
금세 우진의 표정은 무아지경이 되었다.
희미했던 20년 전의 기억이 점점 되살아나기 시작했으며.
낡아 부서지기 직전인 집 안의 모습 위에 20년 전에 봤던 그 아름다운 공간이 덧입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우우웅-!
우진의 수첩 주변으로, 황금빛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
그것을 발견한 우진의 펜대가 순간적으로 멈췄다.
‘이건…….’
펜대를 따라 스며드는 이 황금빛 선들이 우진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거의 십 수 년 만의 일이었으니 말이다.
우진의 꿈이었던 SGBC 설계 때도 코빼기도 비추지 않던 골든 프린트가, 다시 그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
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뿐, 우진은 기분 좋게 웃으며 펜대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우진에게는 이 금빛 선들이 어때서 다시 나타났는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우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릿속에 떠오른 영감이었다.
스슥-
우진의 펜이 움직일 때마다, 작은 수첩 위가 빼곡한 선들로 채워진다.
우진이 아닌 다른 사람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선들이 그어졌고, 그 위에는 계속해서 황금빛 아지랑이가 넘실거렸다.
그리고, 그렇게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스하아아아-!
어느새 공간 전체를 채우고 있던 금빛 기류들이, 우진의 스케치 위로 쭈욱 빨려들어갔다.
이어서 모든 금빛 기류가 전부 수첩 안으로 빨려들어간 그 때.
주우욱-!
우진은 방금까지 그린 그림을 수첩에서 주욱 뜯어 속주머니 안으로 집어넣었다.
수첩은 미팅 때 꺼내어 써야 할 텐데, 방금 그린 스케치를 왠지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음, 너무 오래 머물었나?’
수첩까지 주머니 속에 갈무리한 우진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이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네.”
체감 상으로는 꽤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이 느껴졌지만, 정확히 15분 밖에 흘러가지 않았으니 말이다.
마치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경험이라도 한 것 같았다.
우진은 고개를 들어 허름한 집을 다시 한 번 눈에 담았다.
이어서 아무런 미련 없이.
저벅- 저벅-
천천히 집 밖으로 걸어 나왔다.
철컹-
그리고 우진은, 오늘 이 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 *
우진은 시간에 딱 맞춰 조합사무실로 들어갔고, 미팅은 순조롭게 잘 끝났다.
“정말 잘 부탁드립니다, 서우진 대표님.”
“하하, 최대한 열심히 디자인해서, 총회 때 멋진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서우진대표님께서 저희 구역에서 유년시절을 보내신 줄은 몰랐습니다.”
“제 추억이 담긴 동네지요. 그런 만큼 더 멋진 집을 짓고 싶고요.”
“그런 의미에서……. 아르코 브랜드를 써주시는 건 안 되겠지요?”
“하, 하하. 아시다시피 그건 좀 어렵습니다. 여기도 물론 최고급 프리미엄 주거로 디자인하고 짓겠지만, 아르코는 아파트에 쓸 수는 없는 브랜드여서요.”
“쩝.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군요. 그럼, 총회 때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합장님!”
미팅이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경완이 궁금한 표정으로 우진에게 물어보았다.
“그나저나, 서대표.”
“네?”
“아까 그 집에 들어가선 뭘 한 거야?”
생각지 못했던 경완의 질문에, 우진은 잠시 움찔 하였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곧바로 답이 떠오르지 않은 것이다.
“뭐, 별 거 했겠습니까. 그냥 추억여행 하고 온 거죠.”
“그래?”
의미심장한 경완의 반문에, 우진이 다시 물었고.
“그런데, 그건 왜요?”
경완이 운전대를 돌리며, 머쓱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 아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지. 아까 조합사무실로 들어오는 네 표정이, 뭔가 몽롱해 보였거든.”
“몽롱…… 하다고요?”
“뭔가 귀신 들린 사람 같았다고 해야 하나?”
경완의 말을 듣던 우진의 머릿속에, 문득 잊고 있던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귀신이라.’
우진에게 ‘회귀’라는 선물을 준.
그러니까, 지금의 우진이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한 사람의 얼굴.
‘학철아저씨…….’
우진은 아직도 임학철이 어떤 존재인지 모른다.
그가 이야기했던 대로 그저 평범한 건축디자이너였는지.
아니면 경완의 말대로 귀신인지.
그도 아니면 어떤 초월적인 존재인 건지.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우진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회사에 복귀하자마자 뭘 가장 먼저 해야 할지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조수석에 앉아 창밖을 응시하던 우진은, 수화기를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하였다.
“실장님, 통화 가능하시죠?”
[네, 말씀하세요, 대표님.]
그리고 조금은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제가 단독주택을 한 채 짓고 싶거든요?”
[단독…… 주택이요?]
“괜찮은 부지가 하나 필요한데…….”
[대표님 별장 지으시려는 건가요?]
“뭐, 그런 셈이죠.”
뭔가 이야기를 하려던 우진이 잠시 말을 멈췄다.
문득 오래전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20년 전의 기억도 아니었다.
우진이 살아온 시간으로 따지자면, 정확히 48년 전의 기억이었다.
[저는 아저씨가 부러워요.]
[으음……? 어째서?]
[아저씨는 건축디자이너잖아요!]
[그래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제 꿈이 훌륭한 건축디자이너가 되는 거거든요.]
[아하.]
[아저씨는 제가 가진 꿈을 이룬 사람이에요. 그래서 아저씨가 부러워요.]
꿈을 이룬 아저씨가 부럽다는 우진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던 임학철의 모습.
[그렇지 않단다 우진아. 오히려 이 아저씨는 네가 부럽구나.]
[왜요?]
[아저씨는 이제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는 사람이거든.]
[응……?]
[아저씨의 한계는 별 볼 일 없는 건축사무소의 디자이너지만……. 우리 우진이는 더 큰 꿈을 꿀 수 있잖니?]
[왜요? 아저씨는 세계 최고 디자이너가 되지 않을 생각이에요?]
[하, 하핫.]
우진은 이 때 학철이 그저 멋쩍게 웃어넘겼던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이 뒷내용이 조금 더 떠올랐다.
그것도, 무척이나 선명하게 말이다.
[음……. 사실 이 아저씨도 한 가지 꿈이 있긴 해.]
[뭔데요?]
[아저씨가 예전에 설계하던 집이 하나 있는데……. 어쩌다 보니 그걸, 끝까지 설계하지 못한 채 떠나게 됐었거든.]
[네에……? 떠나요?]
[그 설계를 다시 완성할 수 있다면,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언덕 위에 그 집을 다시 지어보고 싶구나.]
[지금이라도 하시면 되잖아요?]
[아쉽게도 그럴 수가 없단다.]
[왜요?]
[그건……. 비밀이다.]
우진은 이제 알 것 같았다.
아저씨가 끝까지 설계하지 못하고 떠났다는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어째서 그 설계를 완성할 수 없었던 것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저씨의 그 설계가, 어떤 설계였는지에 대해 말이다.
‘어쩌면 아저씨의 선물에, 보답할 방법을 찾았는지도…….’
우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 때,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대표님……? 전화가 갑자기 맛이 갔나……?]
그리고 이 소리에 정신을 차린 우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바다가 보이는 예쁜 언덕이면 좋겠어요.”
[네……?]
“그런 땅을 좀 찾아주세요.”
[알겠습니다.]
“풍경이 최대한 아름다운 곳으로요. 땅값은 비싸도 상관없습니다.”
[네, 대표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우진의 머릿속에는, 이미 아름다운 단독주택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경완의 물음에 대답하는 순간까지도, 입가에 미소가 번져나가고 있었을 정도로 말이다.
“뭐야? 갑자기 별장? 대체 무슨 일인데?”
“갑자기는 아니고,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거예요.”
그리고 우진은, 무척이나 후련한 표정이었다.
* * *
당연한 얘기겠지만, 2030년 2월 15일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우진은 매일 퇴근시간 이후 홀로 도면을 그리고 있었다.
“대표님, 퇴근 안 하세요?”
“조금만 있다가 할게요.”
“요즘 저녁에 계속 무슨 도면을 그렇게 치시는 거예요?”
“하하, 그냥 개인적인 겁니다.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우진이 그리는 도면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회귀하기 직전 우진이 봤던, 그 아름다운 단독주택의 모습.
그것을 다시 그려내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도면을 그려 나갔던 것이다.
‘여긴 이렇게 되면 될 것 같고…….’
물론 그리 넓지 않은 단독주택의 도면 정도는, 설계팀과 함께하면 하루 이틀 만에도 도면을 뽑아낼 수 있다.
하지만 우진은 이 도면만큼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오롯이 그려낸 도면으로, 시공팀에 공사만 맡기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진이 도면을 완성하는 데 까지는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짬짬이 나는 시간에만 작업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우진 한 사람의 손에서 완전히 그려진 도면은, 동해바다가 보이는 어느 아름다운 언덕 위에 짓기로 하였다.
“여기 이 Site가 어떻겠습니까, 대표님.”
“여기도 나쁘지 않긴 한데……. 전 방금 전에 보여주신 땅이 더 마음에 드네요.”
“음, 당장에야 여기가 조망이 가장 예쁘긴 하겠지만, 이곳은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영구조망이 아니거든요.”
“아하.”
“이 앞쪽 땅이 개발되기라도 하면, 아마 반쪽짜리 조망이 될 겁니다.”
“아, 그건 상관없습니다, 실장님.”
“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제가 전부 다 사버리면 되니까요.”
“…….”
일반적으로 단독주택의 공사기간은, 철거부터 해서 4~5개월 정도를 잡는다.
그래서 6월에 시작된 공사는, 그 해가 지나기 전까지 어렵지 않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우진이 지으려는 집이 그렇게 커다란 규모의 단독주택도 아니었기 때문에, 시간은 오히려 단축되었다.
“대표님, 준공식은…….”
“뭐, 제가 사적으로 지은 집인데, 그런 것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공사 마무리 되면, 제가 요청 드렸던 대로 가구 세팅 다 하고 깔끔하게 정리만 해 주세요.”
“넵, 대표님.”
그래서 공사가 마무리된 바로 다음 날.
하루 휴가를 낸 우진은, 홀로 차를 몰고 동해바다를 향해 운전하였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우진의 심장박동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어쩌면 오늘.
지난 20년 동안 마음 속 한 켠에 가지고 있던 의문을 풀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것은…… 그냥 직감이었다.
‘내 감이 맞았으면 좋겠는데…….’
목적지에 도달하자, 멀리서부터 아름다운 2층 집이 우진의 시야에 들어왔다.
탁 트인 넓은 땅 위에 한 채의 집만 지어져 있다 보니, 멀리서도 우진의 집은 한 눈에 들어왔다.
텅-!
집 앞에 차를 댄 우진은, 천천히 현관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이어서 문고리를 잡은 우진은,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그것을 열어젖혔다.
철컹-!
그리고 다음 순간.
우진은 낯익은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바로 방금 전까지도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 얼굴.
“……!”
우진과 눈이 마주친 학철이,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구나, 우진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혹시했지만 그러면서도 설마했던 학철의 등장에, 우진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인지, 무슨 말부터 해야할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우진을 향해.
학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진이 덕분에, 이 아저씨가 한을 푸는구나.]
“아저씨…….”
[정말 아름다운 집이야. 내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으로 멋져.]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한 학철의 몸이 점점 금빛 아지랑이에 휩싸이기 시작했고.
그의 눈에서는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며 우진도 울컥 하였다.
학철은 친구 하나 없던 우진의 유년시절, 꽤 오랜 시간 유일한 친구가 돼 줬던 아저씨였으니까.
우진의 입이 가까스로 떨어졌다.
“아저씨 덕분에 할 수 있었어요.”
[아니, 그렇지 않단다. 네가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어.]
우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사이 학철의 모습은 완전히 흩어져 부서지며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우진의 귓전으로 학철의 마지막 한 마디가 흘러들어왔다.
[우진이 넌, 내가 아는 건축가 중 가장 멋진 건축가였다. 이 아저씨에게만큼은……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야.]
금빛 아지랑이는 전부 사라졌고, 학철의 모습은 더 이상 눈앞에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우진은 가만히 선 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그것은 아마도 강렬한 여운이 남았기 때문이리라.
저벅-
잠시 후 걸음을 뗀 우진은, 반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집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학철이 유년시절의 우진에게 보여주었던 그 집.
우진이 20년 전, 전생의 마지막 날 볼 수 있었던 바로 그 집.
자신의 손으로 그 집을 결국 다시 지어낸 우진은, 마치 오랜 친구가 남기고 간 숙제를 마친 기분이었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건축'이라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긴 숙제가 하나 더 남아있었지만 말이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