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든 프린트-130화 (130/315)

130화

Adios 2010

“석구 너는 휴가 간 녀석이 갑자기 회사에는 왜 나타난 거야?”

“헤헤. 대표님께서 연말 파티에 가신다는데, 충복 1호가 참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요.”

“충복 1호는 무슨…….”

“Bloody Hell! 우진 실망이야.”

“넌 또 왜?”

“어떻게 이런 Amazing party에 나와 석현을 빼놓고 갈 생각을 할 수가 있어?”

“리아 누나가 나만 초대했으니까.”

“Holy shit! 그럼 제이든과 석현도 데려가도 되냐고 물어봤어야지!”

“그래서, 결론이 뭐야? 지금이라도 차에서 내리고 싶다고?”

“Sorry boss. 그건 아주 큰 오해야. 절대로 그런 뜻 아니었어. Never.”

“우리 제이든이 철이 좀 없습니다, 대표님. 고정하시지요.”

신사동 가로수길로 향하는 우진의 차 안은, 무척이나 시끌벅적했다.

지금 그들이 가려는 곳은, 다름 아닌 오픈을 앞두고 있는 리아의 카페 프레스코 매장.

리아의 매장은 27일 월요일 오픈 예정이었지만 지금 공사는 완전히 다 끝난 상태였고.

그래서 그녀는 친한 지인들을 불러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기획했다.

우진은 그곳에 초대된 것이고 말이다.

‘살다 살다 연예인이 사적으로 여는 파티에 초대되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우진은 리아가 자신을 초대한 게 꽤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우진은 그녀가 1순위로 초대한 VIP였다.

동료 연예인과 친인척을 제외하고는, 그녀와 우진만큼 친한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파티가 열리는 이 장소.

리아의 카페 프레스코 건물 인테리어가 우진의 작품이다 보니, 우진이 초대된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크, 내가 유리아를 눈앞에서 볼 수 있게 되다니!”

“우진. 유리아의 파티라면, 다른 연예인들도 많이 오겠지?”

제이든의 질문에, 우진 대신 석현이 대답하였다.

“적어도 <우리 집에 왜 왔니> 멤버는 전부 나오겠지.”

“구우우우웃……! 윤재엽이랑 정민하 싸인도 받아야겠어.”

쿵짝이 잘 맞는 두 사람을 보며, 우진은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제발 싸인은 받더라도, 분위기랑 눈치는 봐 가면서 부탁해. 알겠지?”

“우진, 지금 이 제이든 님의 눈치를 걱정한 거야?”

“바로 그거지.”

“휴우. 제이든은 눈치가 아주 빨라.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

신이 나서 떠드는 두 친구들을 보며, 우진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바보들……. 데리고 가도 정말 괜찮은 거겠지?’

혼자 조용히 가려 했던 파티에 제이든과 석현이 끼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크리스마스에 뭐하냐는 제이든의 물음에, 우진이 파티에 간다고 말실수를 한 게 시작이었으니까.

리아는 괜찮다며 흔쾌히 오케이 했지만, 그래도 덤앤더머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우진은 조금 꺼림칙했다.

[네 친구들이 오고 싶어 한다고?]

[응.]

[몇 명인데?]

[시끄러운 영국인 하나랑, 나랑 동갑내기 동업자 친구 하나.]

[뭐 두 명 정도야. 좋아, 같이 와. 어차피 연예인들만 오는 파티도 아니야. 스타일리스트 언니도 오고, 그냥 내가 친한 사람들 다 부른 파티거든.]

[그렇다면 다행인데…….]

[아, 너 선아 언니 기억하지?]

[음……. 아, 서나헤어?!]

[그래, 그 언니도 오늘 오기로 했어.]

일반인들도 다수 초대했다는 리아의 얘기가 아니었다면, 아마 우진은 둘을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리아의 얘기대로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 데려가지 않으면 둘이 너무 실망할 것 같았기에 데려온 것이었다.

아직도 석현과 신나게 떠들고 있는 제이든을 향해, 우진이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야, 제이든.”

“Yes, boss.”

“그런데 생각해보니, 원래 오늘 너 홈 파티한다고 하지 않았어?”

“음, 그랬었지.”

“그랬었다니?”

“사실 홈 파티가 있었는데, 없어졌어.”

“……?”

“자세한 건 묻지 말아 줘, 우진. 그렇지 않아도 루시우한테 방금 전까지 미친 듯이 욕을 먹었으니까.”

“루시우는 또 누군데?”

석현이 제이든 대신 대답했다.

“제이든 친구야. 제이든같은 놈 하나 또 있거든.”

“오, 맙소사.”

그렇게 실없는 대화를 나누는 사이, 세 사람은 가로수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리아의 건물 앞 주차장에 차를 대는 우진을 보며, 제이든이 한 마디 더했다.

“Boss.”

“또 왜.”

“이젠 제발 포르쉐를 사면 안 될까?”

“갑자기?”

“우진의 옆 차들을 봐. 죄다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야.”

“…….”

제이든의 말을 듣고 보니, 번쩍거리는 외제 차들 사이에 선 우진의 평범한 세단이 조금 초라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우진은 제이든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차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헛소리하지 말고 따라오기나 해.”

“Yes, boss.”

그렇게 세 사람은 우진의 차에서 내려, 리아의 카페 프레스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 *

민우는 올해로 스물한 살, 아역배우 출신의 젊은 남자배우였다.

아역 때부터 괜찮은 연기력과 비주얼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던 배우였지만, 성인이 된 뒤에는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던 배우.

그는 거의 5년이나 되는 공백기를 가졌는데, 거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었다.

스무 살 봄에 캐스팅됐던 첫 작품이, 한참 찍던 도중 공중분해 된 탓에 시간이 붕 떠버린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일정도 없던 민우는, 같은 소속사 선배이자 친한 누나인 리아의 파티 초대에 기분 좋게 걸음 하였다.

리아의 파티라면 분명 거물급 연예계 관계자도 많이 올 것이니, 겸사겸사 인맥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고 말이다.

‘그나저나 리아 누나도 꽤 오랜만이네. 이 누나도 얼굴 보기 참 힘들단 말이지.’

리아가 찍어 준 주소에 도착한 민우는, 리모델링이 끝나 멋들어진 외관을 자랑하는 리아의 건물을 발견하고는 입부터 쩍 벌렸다.

매니저 형으로부터 그녀가 건물을 샀다는 얘기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가로수길에 이렇게 좋은 건물인 줄은 몰랐던 탓이다.

‘부럽다. 나도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누나처럼 돈도 많이 벌 수 있겠지?’

하지만 민우가 본격적으로 놀라기 시작한 것은, 건물 안에 들어오고 나서였다.

리아가 이곳에 카페를 한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었고, 그래서 전형적인 카페의 인테리어를 상상하며 안으로 들어왔는데.

눈 앞에 펼쳐진 공간의 디자인이, 민우의 머릿속에 있던 전형적인 카페의 모습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평소에 드라마를 제외한 TV프로를 잘 보지 않는 그는 <우리 집에 왜 왔니>도 시청한 적이 없었고, 때문에 카페 프레스코의 디자인도 이번에 처음 보게 됐던 것이다.

‘와, 카페 디자인이 이런 분위기인 건 처음인데? 느낌 되게 좋다.’

입구부터 코를 찌르는 원두의 향과, 계단실 쪽으로 쭉 이어져 있는 각종 로스팅 기계들.

그 안에 아기자기하게 디피된 공장 분위기의 소품들과, 빈티지 느낌을 잘 살리면서도 푹신하고 편해 보이는 소파들.

민우는 문을 열고 안에 처음 들어선 순간 속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그는 평소에 카페를 즐겨 찾는 편이었는데.

아직 커피 맛은 보지조차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테리어만으로 앞으로 여기에 무척이나 자주 오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 말이다.

‘저쪽 창가에 푹 기대앉아서, 커피 한잔하면서 책이나 읽으면……. 천국도 그런 천국이 없겠네.’

논현동에 있는 민우의 집에서 이곳까지는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았으니, 그는 종종 이곳에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미 자리를 잡고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였지만, 그는 우선 3층으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파티의 오너인 리아가, 3층에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

띵-!

오픈 시간보다 아주 조금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사람은 바글바글했다.

이어서 그가 3층에 내렸을 때.

파티의 주최자인 리아가, 그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와! 누나. 이게 얼마만이에요.”

“한 한 달쯤 됐나?”

“같은 회사 식구끼리 보기 너무 힘든 거 아니에요?”

“나 요즘 바빠서 사무실도 거의 못 가잖아. 어쩔 수 없지 뭐.”

같은 소속사 연예인이기 때문인지, 먼저 도착해 있는 인물들 중에 민우가 아는 사람도 꽤 많았다.

소속사와 관계된 인맥은, 민우나 리아나 거의 겹친다고 봐도 됐으니 말이다.

해서 민우는 자연스레 테이블에 앉아 케이터링된 음식들을 한 입씩 먹으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점점 더 많아졌다.

“와우! 리아 씨! 여기가 리아 씨가 이번에 오픈하는 카페인 거죠?”

“네, 맞아요. 피디님.”

“이야……! 진짜 잘해놨다! 부러워, 부러워. 여기도 우진 씨가 작업한 거지?”

“그렇죠, 뭐.”

“역시! 우리 서 대표!”

“피디님. 솔직히 말해 봐요. 방송국 쪽에 있는 1호점이랑 비교하면 어때요?”

“난 여기가 더 예쁜데? 좀 더 아기자기한 느낌도 들고. 깔끔하고. 새로 지은 데라서 그런가? 프흐흐.”

최근 예능계에서 핫한 공진영PD부터 시작해서…….

“이야……! 유리아! 카페 이거 뭐야. 우리 막내 얼마나 부려먹은 거야 대체?”

“부려먹긴. 대표님은 공사장에 코빼기도 안 보이셨다던데?”

“크크. 하긴, 우리 서 대표님, 이번 달에 내 펜트하우스 설계하신다고 바쁘셨지.”

“뭐래. 저쪽 가서 자리나 잡고 앉아 있어. 나도 금방 가서 앉을 테니까.”

“오케이.”

예능에서처럼 리아와 티격태격하며 요란스레 등장한 재엽까지.

그런데 그렇게 하나둘 나타난 사람들 중 민우의 눈에 가장 띈 사람은, 놀랍게도 연예인이 아니었다.

‘응? 저 사람은 누구지?’

파티 주최자인 리아부터 시작해서, 3층에 있던 많은 셀럽들의 환대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온 사람.

“워, 뭐야. 서 대표. 주인공이야? 혼자 왜 이렇게 늦어.”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 막내 원래 안 이랬는데…….”

“아니. 이 파티, 시간 딱 맞춰서 와야 하는 파티였어요?”

“적어도 형보단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어야지, 짜샤!”

‘서 대표’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또래처럼 보이는 웬 남자 하나가, 민우의 눈에 가장 특별히 비춰졌던 것이다.

‘서 대표? 매니지먼트 대표라도 되는 건가? 그러기엔 너무 어려 보이는데…….’

<우리 집에 왜 왔니>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우진을 모를 수 없었겠지만, 앞서 말했듯 예능을 잘 보지 않는 민우.

우진은 리아와 재엽이 앉아 있던 메인테이블에 자연스레 자리 잡고 앉았고, 호기심이 생긴 민우도 그 옆 테이블로 은근슬쩍 끼어 앉았다.

이어서 그들의 대화를 잠깐 듣던 민우는, 더욱 혼란스런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뭐? 건설사 대표라고?’

사실 WJ 스튜디오가 건설사라고 부르기엔 아직 애매한 사업체였지만, 그 업계에 대해 잘 모르는 민우에게는 다 비슷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것.

게다가 그와 함께 나타난 요상한 두 또래의 남자들 또한, 묘하게 민우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리아 누나, 저 싸인 하나만 해주세요. 완전 팬이에요.”

“Signature. please!”

“아씨, 니들 집에 보낸다?”

“괜찮아, 우진아. 두 분, 사인 해드릴게요. 어디다 해드릴까요?”

그리고 어쩌다 보니 민우는, 두 특이한 또래들과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골든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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