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누구나 살고 싶은 곳
XL사이즈의 커다란 캡 모자를 푹 눌러 쓴 재엽은,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한 채 종합운동장을 찾았다.
그렇지 않아도 겨울이라 짧은 해 때문에 이미 어둑어둑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재엽은 선글라스를 벗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얼굴을 드러내는 순간, 귀찮은 일이 많이 생길 테니 말이다.
‘당장 내일 기사에, 윤재엽 청담동 재건축 어쩌고 하는 기사가 뜨겠지.’
연예인이 청담동의 아파트를 샀다는 것이 이미지에 흠 될 만한 이슈는 아니다.
그래도 굳이 알려지는 게 좋을 리는 없었다.
대중들에게 사생활이 알려지는 걸 좋아할 연예인은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이런 데는 또 처음 와 보네.’
스크린이 잘 보이는 괜찮은 자리를 잡고 앉은 재엽은, 신기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부동산 투자를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재건축 조합원으로서 시공사 선정 총회에 들어와 본 것은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처음 어머니께 아파트를 양도받은 뒤 총회에 가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귀찮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현장에 오자, 나름 흥미가 동하는 재엽이었다.
‘제운, SH, 명성. 그리고 천웅……. 이 네 곳 중에 한 곳에서 내 펜트하우스를 지어준다는 거지? 흐흐.’
재엽은 바빠서 홍보 책자들을 대충 훑어본 탓에, 딱히 어떤 건설사가 더 끌린다는 생각도 당장에는 없었다.
다만 익숙한 대기업인 ‘제운’과 ‘SH’가, 네임벨류 때문에 좀 더 친근한 정도?
그래서 관심은 생겼으나, 별다른 관전 포인트는 없는 상태로.
재엽의 두 눈이, 스크린을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 * *
저벅- 저벅-
단상 위에 울려 퍼지는 발소리가 또렷이 들릴 만큼, 장내는 조용했고 긴장감이 넘쳐흘렀다.
비단 사회자가 정숙을 이야기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었다.
종합운동장 강당의 커다란 홀 안에 가득 들어찬 조합원들은 지금 건설사의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였으며.
반대로 건설 관계자들은 손바닥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긴장한 상태였으니까.
특히나 단상 위에 올라가기로 되어 있는 각 건설사의 발표자들이야말로,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수천 명의 사람들 중 가장 긴장한 이들일 것이었다.
발표자의 말 한마디. 손짓하나.
그런 것들이 모여 조합원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건설사의 인상.
이것으로 수천억 단위의 건설비가 오갈 수 있는 자리에서, 긴장 없이 발표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것은 물론 우진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순번이라……. 박경완 아재가 뽑기 운이 좀 있네.’
우진은 손바닥에 맺힌 땀을 옷소매에 닦아내며, 발표자 대기석에서 단상 위를 응시하였다.
첫 번째 발표 순번은 명성건설.
뚜벅뚜벅 단상 위를 걸어 나가는 그의 뻣뻣한 뒷모습에서, 우진은 발표자의 심경을 느낄 수 있었다.
‘떨리겠지. 발표 말아먹었다간, 바로 내일 옷을 벗어야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우진을 제외한 모든 발표자들은, 건설사 내부의 직원이었다.
때문에 이런 대형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발표가 있을 때, 우스갯소리로 사표를 품속에 지닌 채 발표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그런 의미에선 다른 발표자들보다 우진이 좀 더 나은 상황인지도 몰랐다.
적어도 우진은, 그런 외적인 압박감에서는 자유로웠으니 말이다.
‘일단 차분히 발표를 지켜보면서, 마음을 가라앉혀야겠어.’
우진의 눈빛이 묵묵하게 내려앉았다.
오늘 경쟁 상대들 중, 가장 위협적인 건설사는 당연히 SH물산.
우진의 전생에 이 청담 선영 수주전에서 승리했던 건설사가 SH물산이었으니, 어떻게 보면 SH물산을 넘어서면 천웅이 위너가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명성건설과 제운건설의 발표를 허투루 들을 생각은 없었다.
모든 건설사들의 발표에서, 분명히 배울 점은 있을 것이었으니까.
‘저들의 발표를 이해할수록, 내 프레젠테이션 퀄리티가 더 올라가겠지.’
우진이 마지막 순번을 원했던 이유는, 사실 여기에 있었다.
앞 순번의 발표를 듣다 보면, 각 건설사에서 주력으로 부각시키는 장점들을 볼 수 있을 테고.
그것들을 미리 들으면서 분석한다면, 반대로 우진이 어떤 장점 위주의 발표를 해야 가장 조합원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을지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명성건설의 발표가 시작된 지금, 우진은 누구보다도 더 단상 위를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다.
우진의 옆에 앉아있는 다른 발표자들이, 자신들의 발표 내용을 끊임없이 되뇌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수경(秀景)이라. 홍보 책자는 이미 봤지만…….’
스크린 위에 고풍스런 필체로, 큼지막하게 박힌 두 글자, 수경.
지금의 명성건설을 있게 해 준 이 수경이라는 브랜드는, 충분히 이 자리에 올라올 자격이 있는 브랜드였다.
* * *
혹자는 성냥갑 같은 아파트를 짓는 데 무슨 디자인이냐고 이야기한다.
서울시의 아파트들을 보며, 닭장 같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말이다.
아파트라는 것 자체가 한정된 면적 안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주거공간을 최고의 효율로 뽑아내는 건축물이다 보니.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지어진 탓에 생겨난 이야기들일 것이었다.
하지만 그 또한 어디까지나 뉴 밀레니엄 이전에 지어진 과거의 아파트들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베이비 붐 세대에 급속도로 증가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지어 대었던 70, 80년대의 아파트와 달리.
이제 아파트 건축 시장은 대부분 민영화되었으며, 각 건설사끼리 조금이라도 더 나은 건축물을 짓기 위해 오늘처럼 경쟁하고 있으니 말이다.
항상 그렇지만, 편리를 추구하는 사람의 욕심이란 것은 무한에 가깝다.
과거에는 발 뻗고 잘 수만 있는 내 집이면 됐다면.
시민들의 생활 수준이 올라갈수록, ‘집’이라는 공간에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파트는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한정된 공간 안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절대 명제는 변함이 없지만.
그 제약 안에서 많은 가능성과 다양성을 찾아낸 것이 현대의 아파트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렇게 같은 공간, 같은 건축법 안에서 같은 용도의 아파트를 디자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네 건설사의 디자인은,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명성건설은, 수려한 경치라는 뜻을 가진 그 브랜드 네임에 걸맞게 조망권에 가장 큰 비중을 둔 발표를 하였다.
“저희 명성은 조합원님들의 품격과 프리미엄 주거공간의 가치를 위해, 최소 천 세대 이상의 가구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계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과거 한강 변 아파트는, 프리미엄은커녕 디메리트였다.
조망권에 대한 가치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던 데다.
강변의 도로에서 밀려 들어오는 분진과 소음이 주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으니 말이다.
“굽이치는 한강의 흐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창 강화유리 구조를 도입하였으며…….”
하지만 이 천년 대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인식은 바뀌게 되었고.
소음과 분진으로 인한 불편함도 건축기술로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서울 아파트에서 리버 뷰가 부의 상징이 된 이유였다.
“거실을 제외한 모든 주거공간을 남향으로 설계하여, 채광과 일조량도 부족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때문에 수경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와 연계하여 조망권에 초점을 맞춘 명성건설의 프레젠테이션 전략은, 우진이 봐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거실에 펼쳐진 멋들어진 한강 뷰 앞에서, 차 한잔하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그림.
그것은 조합원들의 마음을 충분히 설레게 할 만한 포인트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진이 본 명성건설의 설계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었다.
‘세대 배치를 저렇게 사선으로 틀어 놓으면, 한강 조망이 가능한 세대수는 확실히 늘어나겠지만…….’
조망권에만 너무 신경을 크게 쓴 나머지, 세대 간의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단점이 드러난 것이다.
동 배치를 한강 뷰 하나만을 생각하다 보니, 어떤 동과 어떤 동 사이의 간격은 너무도 가까운 것.
조금만 고개를 틀어 옆을 바라보면 옆집의 거실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설계에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의 배려가 부족했던 것이다.
‘질의시간에 분명히 누군가 태클을 걸겠지.’
우진의 예상대로 이 문제는 다른 건설사에서 곧바로 태클이 들어왔고, 명성은 그에 제대로 된 대답을 내어놓지 못했다.
다만 프리미엄 조망을 위한 선택적인 희생임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자, 그럼 다음은……. 제운건설 발표자 입장하시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제운건설의 발표는, 역시 명성건설과 또 결이 달랐다.
지금 출사표를 던진 네 건설사들 중, 가장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큰 건설사인 제운건설.
이곳은 항상 그래왔듯, 6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던 자신들의 유구한 역사를 무기로 조합원들에게 어필을 시작했던 것이다.
제운건설 발표자의 첫마디는, 바로 다음과 같았다.
“서울 아파트의 처음. 그 시작점에 바로, 저희 제운건설이 있었습니다.”
청담 선영처럼 고가의 강남 아파트의 경우, 보통 조합원들의 연배는 높을 수밖에 없다.
젊은 나이에 이만큼 비싼 집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그래서 역사와 전통을 내세우는 제운건설의 전략 또한, 충분히 먹혀들 만한 전략이었다.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변화와 혁신보다 긴 세월 동안 검증된 가치를 더 중시하는 법이니까.
“저희 제운건설의 더 빌리지(The Village)는, 지난 반백 년 동안 쌓인 건축에 대한 노하우로 조합원님들께 최고의 아파트를 선보이겠습니다.”
이에 더해 제운건설은 고급화와 프리미엄에 대한 강조를 많이 이야기했지만, 우진은 이 부분에서 크게 공감을 얻지 못하였다.
제운건설이 이야기한 고급화는 결국 마감재와 내장재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는데.
이것은 사실 시공된 공간에 직접 들어가 보지 않고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으니 말이다.
특히 비전문가인 조합원들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결국 그냥 비싼 자재로 예쁘게 만들어주겠다는 건데. 이것만큼 추상적인 어필이 어딨어?’
해서 우진은 제운건설의 발표를, 오히려 명성보다도 더 나쁘게 평가했다.
브랜드 파워를 배제하고 본다면, 명성건설의 설계보다 더 나은 메리트가 느껴지질 않았던 것이다.
직관적으로 ‘이 건설사를 선택하면 어떤 집에 살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명확한 이미지가 떠올라야 하는데, 제운건설의 발표에서는 그런 부분이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진은 조금 여유가 생겼다.
아무래도 2010년도인 아직까진, 프리미엄 주거공간에 대한 건설사들의 혁신이 한참 부족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하긴. 아직 단지 내 커뮤니티에 대한 개념도, 헬스장이나 카페테리아. 사우나 정도가 전부인 시점이니까.’
그리고 우진의 순서를 제외한다면, 가장 마지막 차례인 SH물산.
이들이 발표에서 주력으로 내세운 전략은, 다름 아닌 첨단 시스템이었다.
“저희 SH물산은. SH전자와 연계하여 개발한 첨단 시스템을, 최초로 프리미엄 주거설계에 도입하였습니다.”
SH물산은 전자기기, 가전제품 등에 강점을 갖고 있는 SH그룹의 인프라를 장점으로 가져와서 어필하였다.
SH전자가 반도체 산업에서 국내 세 손가락 안에 꼽는 기업인만큼, SH물산의 건축 기술력과 SH전자의 첨단기술력을 콜라보하여 미래지향적인 건축설계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발표를 듣던 우진은, 비로소 SH물산이 왜 이 수주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결국 확실한 비전을 제시한 곳이, SH물산 뿐이었네.’
고급화와 조망권을 강조하며 ‘웰 메이드’ 건축을 보여주겠다는 이야기는, 사실 청담동의 한강 변 입지에 집을 짓는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때문에 그러한 요소들은 사실 선영아파트 조합원들의 입장에서 너무 당연한 것일 뿐.
그 이상의 어떤 강한 선택 동기를 부여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반면에 SH물산에서는, 기술적으로 확실히 차별화된 설계에 대한 어필을 하였다.
무인 택배 시스템이라던가, 스마트폰 어플을 통한 조명제어 시스템이라던가.
차량 자동인식 및 입차 알림 시스템 등의 기술적인 기능들을 말이다.
우진은 ‘내가 조합원이라면’이라는 생각으로 이 모든 발표를 지켜보았고.
그 결과 확실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당연한 얘기들을 구구절절해야 할 필요는 없겠어.’
지금 우진이 이 발표를 위해 준비한 수 많은 무기들.
그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발표해야, 조합원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깨달음 말이다.
물론 이 수주전의 승자가 원래 SH물산이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도, 우진의 판단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었다.
“그럼 마지막 순번……! 천웅건설의 발표자 나와 주세요.”
진행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우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우진이 단상 위로 걸어 나오자, 조합원들 사이에서 약간의 웅성거림이 시작되었다.
“어……? 저 친구, 어디서 많이 본 친군데?”
“음? 저렇게 어린 친구가 발표를 맡았다고?”
“누구지? 왜 낯이 익은 거지?”
그리고 그 웅성거리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가장 눈에 띄게 당황한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재엽이었다.
‘쟤 뭐야? 쟤가 왜 여기서 나와?’
하지만 우진은 그러한 웅성거림에 개의치 않고, 힘 있게 걸음을 옮겨 단상 위에 올라섰다.
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우진은, 객석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며 첫 마디를 떼었다.
“안녕하십니까, 조합원 여러분. 천웅건설의 발표를 맡은 서우진이라고 합니다.”
우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객석의 웅성거림은 조금 더 커졌다.
이제 꽤 많은 사람들이 우진을 알아본 것이다.
“어엇, 저 친구! 주말에 TV 나오는 친구 아니야?”
“오……! <우리 집에 왜 왔니> 재엽팀 전문가 서우진이네?”
“허허. 이거 괜히 반갑구만 그래.”
이러한 반응들 덕분인지.
길어진 발표시간으로 인해 조금씩 쳐지고 있던 장내의 분위기가, 다시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우진의 목소리를 듣던 재엽은, 어제 우진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피식하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세일즈맨이라니. 이런 의미였어?’
진행자가 정숙이라는 글귀가 쓰인 피켓을 들어 올리자, 장내의 웅성거림은 금세 잦아들었다.
하지만 조용해진 것과 별개로, 여전히 모두의 시선은 우진을 향해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쏟아지는 시선들 속에서도, 우진은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이거 이렇게 되면, 우진이가 발표한 천웅건설을 찍어줘야 하나?’
단상 위의 우진을 내려다보며, 흥미진진한 표정이 된 재엽.
하지만 우진의 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다음 순간.
재엽은 내려다보던 자세 그대로 고정된 채, 다른 생각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 하나의 프리미엄 아파트.”
“오직 조합원님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이 청담 선영아파트에 살아야만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주거공간.”
“여러분들께선, 그런 집에 살고 싶지 않으십니까?”
귓전으로 또렷하게 틀어박히는 우진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으니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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