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9. 실검 1위 (3) (69/204)

#69. 실검 1위 (3)2021.03.10.

전화를 끊고 나서 김진숙 회장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톡톡톡.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손톱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옆에 서 있던 박 실장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만 볼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럴 땐 가만 놔두는 게 그녀에게나 자신에게나 이롭다는 걸 그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조금만 지나 생각이 정리되면 말해줄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5분쯤 지났을까. 김진숙 회장의 손가락이 멈추는가 싶더니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박 실장.”

“예, 회장님.”

“요즘 아파트 한 채 값이 얼마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만.”

“음, 서진영의 외삼촌이 시흥시에 산다고 했었나?”

“오이도 쪽입니다.”

“그럼 그렇게 비싸진 않겠네?”

“서울에 비하면 그렇긴 합니다.”

“월세 산다고 했던가?”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17평형 아파트에서 보증금 500에 월세 43만 원…….”

“됐어. 더 들을 거 없고. 어떻게 할까? 한 네 번에 걸쳐서 계약하면 집 한 채 살 정도로 돈을 주는 게 나을까, 아니면 확 그냥 질러서 마음을 흔들어버리는 게 나을까?”

요는 기간을 두고 내 사람으로 만드느냐, 아니면 한 번에 흔들어 마음을 휘어잡느냐다. 어느 쪽이든 장단점이야 존재하겠지만, 박 실장은 전자보단 후자가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서진영에 대해서 뒷조사를 하다 보니 그의 성격에 대해선 어느 정도 파악이 된 탓이었다.

“27평형 정도를 구입할 정도로 계약금을 제시하시되, 계약 기간을 3년 정도 가져가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가…… 자존심?”

“예. 그 친구 성격에 푼돈 쥐여주면서 길들이려 들면 시작도 하기 전에 틀어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로 집을 사버릴 정도의 금액이 아니라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을 거란 얘긴가?”

“회장님께서도 이미 그렇게 판단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피식. 김진숙 회장은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지극히 서민답긴 한데, 자존심만은 악착같이 지키려는 게 나쁘게만 보이지 않는단 말이야.”

“그뿐만이 아니라,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친구인 건 분명하죠.”

“하긴, 그러니까 그 망나니같이 날뛰던 강형식이가 생각을 고쳐먹은 거겠지.”

재밌다는 듯 빙글빙글 웃고 있는 김진숙 회장을 보면서 박 실장을 살짝 인상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회장님의 조카분께서도 강형식만큼이나 서진영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둘이서 한 방에서 밤을 보냈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는지……. 뭐, 다른 이들도 함께 있기는 했지만.

‘우선은 좀 더 지켜보는 게 나을까?’

잠시 고민하던 박 실장이 조금 더 지켜보다가 확실해지면 그때 얘기하기로 마음먹었을 때였다.

“그럼 그렇게 해.”

“알겠습니다.”

“아, C 마트 쪽 말고 계열사 쪽으로 알아보고, 이왕이면 한 5년쯤 계약하는 거로. 오케이?”

“……얘기는 해보겠습니다만, 쉽지는 않을 거라 예상됩니다.”

“왜? 돈 없이 살다가 큰돈이 눈앞에 보이면……. 아, 강형식이 있었지.”

“예. 그것도 그렇지만, 이하연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이 옆에서 조언해주면 금방 중심을 잡을 겁니다. 그 친구 생각보다 영리하니까요.”

“그래. 그럼. 박 실장이 알아서 해. 후우, 사람 한 명 갖는 게 이렇게 힘드나? 세상 쉬운 일 하나도 없다니까, 그치?”

김진숙 회장의 물음에 그저 웃을 따름인 박 실장이었다. ***

“방금 CF라고 했어요?”

이하연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고 있다고 느낀 건 착각만은 아닐 거다. 놀랐다는 반응을 보인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역시! 형은 이거야, 이거!”

류승렬이 오버액션을 취했고.

“어머 축하해요!”

“축하드립니다.”

박유나 부부 역시 축하 인사를 건네왔다. 한데, 강형식만은 어쩐지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빤히 쳐다보자, 녀석이 그제야 웃더니 축하해준다. 그러고선 머뭇거리다가 덧붙이듯 말한다. 아마 이쪽이 본심이 아닌가 싶었다.

“초 치자고 하는 얘기는 아니니까 오해 말고.”

“그냥 말해. 답답하게 빙빙 돌리지 말고.”

“후우, 그래. 너도 알다시피…… 아니, 대기업 제품 CF를 찍는다는 건 단순히 이슈가 된다고 해서 가능한 게 아니거든. 뭐랄까, 탑급? 흔히들 S급이라고 얘기하는 수준이 되어야 찍을 수 있다는 거야.”

“그러니까,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란 얘기?”

“아마도.”

개는 호랑이를 낳아도, 호랑이는 강아지를 낳지 않는다더니. 역시 재벌가 출신이라 다른가? 지난번에 김진숙 회장이 내게 딜까지 해가며 스카우트하려던 얘기를 하지 않았음에도 단박에 사태의 중심을 파고드는 모습이란.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하연 역시……가 아니라 하아, 그저 좋아라 웃다가 이제야 흠칫하는 걸 보니 그녀도 뒤늦게 깨달은 모양이다. 저러는 이유는 그녀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감이 앞서기 때문이겠지. 그건 그렇고, 다른 이유면……. 그때랑 같은 건가? 아니면, 그저 나라는 사람에 대한 상품성……은 아닌 거 같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 말까?”

“아니. 그럴 필요까진 없고. 우리 쪽 법무팀 연결해줄 테니까, 서류 확인 제대로 하고…….”

잠깐 동안 이어진 얘기를 듣다 보니 솔직히 살 떨린다. 계약서라곤 임대차 계약서 써본 게 다인데, 강형식 얘기대로라면 이건 뭐 눈뜨고 코 베일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아무튼, 축하한다.”

말미에 다시 한번 축하한다고 말해주는 녀석을 보다가 난 미소를 짓고 말았다. 든든해서. 그리고 고마워서. 이러니, 내가 녀석 일이라면 소매를 걷어붙이고 덤벼들 수밖에. 시작은 비록 나레이션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다른 이유……. 녀석이 친구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달까.

“어? 타는 냄새 안 나요?”

“으헉!”

주방 쪽으로 후다닥 달려가 봤지만, 냄비는 시커멓게 타다 못해 발갛게 달아있었다.

“이거 아까워서 어떡해요?”

이하연이 따라와 안타까워하자, 박유나가 옆에서 거든다.

“그러게. 아까 들어보니까, 마법 어쩌구 하던데…….”

“마법의 간장!”

“응?”

“마법의 간장이래.”

“……마, 마법의 간장?”

박유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안 난 냄비를 한쪽으로 치우곤 다른 냄비를 꺼냈다. 뒤처리는 나중에 한꺼번에 하기로 하고 우선은 찌개부터 다시 끓일 생각으로. *** 오피스텔에 옵션으로 달려 있는 식탁인지라 일행이 전부 앉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하는 수 없이 거실 테이블 위에 식사를 차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테이블 하나를 가운데 두고 여섯 사람이 빙 둘러앉으니 어째 MT……를 가본 적은 없지만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튼 어디 계곡이나 바다로 놀러 온 느낌이 든다.

“우어, 이거 냄새가 장난 아닌데요?”

이상한 일이다. 류승렬은 겨우 한 살 차이인데도 꼬박꼬박 말을 높이고 있다. 그게 이상해서 쳐다보니, 녀석이 눈을 깜빡거리더니 씨익 웃는다.

“왜 웃냐?”

“그러는 형은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요?”

“말 놓으래도 안 놓는 네가 신기해서.”

이하연이 밥솥을 끌어안고서 퍼주는 밥그릇을 받아들며, 녀석이 다시 웃는다.

“저는요, 형. 나이만 먹었다고 해서 막 말 높이고 그러지 않아요.”

“…….”

“제가 많이 산 건 아니지만요. 나잇값도 못하면서 시간만 가면 처먹는 나이로 유세 떠는 사람들 완전 꼴불견이더라구요.”

“……그러냐?”

“그렇다니까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올해 운수대통인가 보네요.”

“……?”

“형도 그렇고, 여기 있는 분들도 그렇고. 어쩌다 보니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돼서 진짜 좋네요.”

“어머, 겨우 한 번 보고 그걸 어떻게 알아?”

“딱 보면 알죠. 좋은 사람은 한 번만 봐도 알 수 있는 거고, 나쁜 놈은 여러 번 봐도 나쁜 놈인 거라니까요.”

“킥. 막 반박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설득력 있네. 그치 자갸?”

“그러게.”

“응? 근데, 형은 아까부터 뭐하……. 어? 먼저 먹는 게 어딨어요?”

혼자서 김치찌개를 떠먹고 있던 강형식을 발견한 류승렬이 고함치고 있었지만, 강형식은 그러거나 말거나였다. 김치찌개를 내려놓을 때부터 눈을 빛내고 있더니, 어느새 숟가락으로 찌개를 떠서 입안에 넣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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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런 채로 날 보던 강형식.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되어 물어왔다. 한데, 뭐가 그렇게 충격적인지 말까지 더듬거리고 있었다.

“이, 이거 뭐냐?”

“뭐긴. 김치찌개지.”

또 뭔 장난을 치려고 저러나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곤 밥을 한술 뜨고 있을 때였다. 응? 분위기 왜 이래? 어느 틈엔가 다들 김치찌개를 한 수저씩 떠서 맛보았는지, 벌건 국물이 묻어있는 숟가락들을 들고서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 왜들 이러나?

“마, 맛이 이상합니까?”

혹시 조미료를 잘못 넣나? 소금 대신 설탕이라든가……. 그렇게 말하기도 어려운 게, 따로 조미료를 쓰진 않았는데. 그저 사모님이랑 함께 만들었던 맛간장을 몇 스푼 넣었을 뿐. 아이씨, 오는 길에 상한 거 아냐? 근데, 간장이 상하던가? 아니지. 그냥 간장이 아니고 맛간장이니까 그럴 수도…….

“와아아아아! 대바아아아악!”

류승렬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친 것도 그때였다. 얜 또 왜 이래?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 황당해서 녀석을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이하연이 바짝 다가앉더니 찌개를 미친 듯이 퍼먹기 시작한다. 박유나와 그녀의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강형식? 아까 내게 물은 건 까먹기라도 한 건지, 냄비에 코라도 빠뜨릴 듯 고개를 들이민 채 연신 숟가락을 놀리기 바빴다. 그걸 본 류승렬이 울부짖었다.

“와씨! 뭐예요! 치사하게!”

그렇게 소리쳐 보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러자 류승렬도 합세해서 김치찌개를 폭풍 흡입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밥하고 같이 먹어야죠! 그러다 물켜요, 물!”

하지만 소용없었다. 내 말은 이미 그들의 귀에 들어가지도 않는 듯, 그저 허공을 맴돌다 흩어질 뿐이었다. *** 식사를 마치고 난 뒤, 다들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 배를 두들기며 오늘 본 방송에 대해 수다를 떨어댔다. 그래, 잘 먹고 잘 노니까 보기는 좋다만. 솔직히 나로서는 좀 아찔했다. 다른 이유가 아니다. 임신부이면서 동시에 당뇨 환자이기도 한 박유나 때문이었다. 눈이 뒤집힌 건 아니지만 무슨 걸신들린 사람처럼 찌개를 퍼먹는 그녀 때문에 기함해서, 그녀의 남편과 함께 박유나를 말리느라 진이 다 빠져버린 터였다. 사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다른 이들도 그녀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식사 내내 말 한마디 없이 여기저기서 우걱거리며 밥을 씹고 후룹거리며 찌개를 퍼먹느라 정신없는 일행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서울 지경이었다. 먹는 게 사람이 아니고 찌개란 점만 다를 뿐, 좀비같이 느껴졌다면 오버인가? 아무튼…… 왜들 저러냐고. 겨우 김치찌개일 뿐이잖아? 물론 사모님 표 특제 맛간장의 위력이야 나도 잘 알고 있다. 산속에 있으면서 지겨울 정도로 먹었으니까. 아,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지겨웠다는 건 아니고, 그만큼 많이 먹었다는 얘기다. 어쨌든 그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나 역시도 처음 맛봤을 땐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그렇다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임신부가 응? 애를 생각해야지. 그래도 되는 거냐고? 나중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박유나가 배를 쓰다듬으며 엄마가 먹보라서 미안해……라고 울먹거리는 모습은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했지만, 그녀가 당뇨 환자라는 걸 고려하면 확실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녀만을 위한 식사를 따로 차렸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 만큼. 어찌 되었든, 폭풍 같은 식사 후 한참이나 수다를 떨던 일행들은 밤 11시가 되어서야 집을 나섰다.

“조심해서 가요.”

“집에 도착하면 톡할게요.”

“형. 오늘 맛있게 먹었어요.”

“잘 먹고 갑니다.”

“오늘 방송에서 진짜 멋졌어요. 아, 승렬이도 우느라 고생했어.”

“아이씨, 누나!”

“호호호호. 뭘, 내가 틀린 말 했나?”

“아 진짜!”

떠나면서도 떠들썩하게 굴던 이들이 각자 몰고 온 차를 타고 떠난 뒤, 난 강형식을 따라 다시 오피스텔로 올라왔다. 어차피 내일 촬영인지라 오늘은 굳이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맛간장이랑 칼까지 챙겨온 나였고. 뭐, 꼭 촬영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밥만은 손수 해먹이고 싶다는 작은 소망? 좀 낯간지럽긴 하지만, 아무튼 그랬다.

“진영아.”

“왜?”

먼저 씻으라는 말에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였다. 강형식이 심각한 표정이 되어 날 부르고 있었다.

“잠깐 얘기 좀 하자.”

“그래.”

그가 앉아 있는 소파 맞은편에 주저앉자, 녀석이 잠시 말을 고르는지 머뭇거리다가 불쑥 물었다.

“그거 뭐였냐?”

“응? 그게 무슨…….”

“아까 찌개 말이야.”

옛말에도 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말이. 녀석이 찌개를 말하고 있었지만, 다 알아들었다. 맛간장에 관해 묻고 있는 거란 걸.

“간장이 좀 특이하지?”

내가 그렇게 되묻자, 강형식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해 보였다.

“특이?”

그걸로도 모자라 툭 하고 내뱉더니, 한숨을 푹 내쉰다.

“진영아. 진지하게 말하는 건데, 이거 장난 아니야.”

어째 말이 이상하다? 진지한데, 장난 아님. 전설의 레전드…… 따위가 생각나 픽하고 웃었더니, 녀석이 인상을 팍 구긴다. 난 얼른 손을 들어 올리곤 말했다.

“아, 아. 알았어, 알았어.”

그제야 녀석이 표정을 풀곤 내게 묻기 시작했다.

“그 맛간장이라는 거 말이야. 네가 만든 거냐?”

“음……. 만들긴 했지. 반쯤은.”

도우미에 불과했지만, 아무튼 사모님이 만들 때 도운 것도 사실이니까.

“근데 그게 왜?”

“혹시 거기 뭐 이상한 거 들어간 건 아니지?”

“이상한 거?”

“있잖아. 그런 것들…….”

“뭐? 마약 같은 거?”

“그런 것까진 아니더라도, 인체에 해로운 것들 말이야.”

난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사모님이 배합한 나물들과 식재료들을 몇 번이나 떠올려 봐도 인체에 해로울 만한 건 찾을 수 없었다.

“전혀.”

고개를 내젓자, 강형식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친다. 대체 왜 저러는 거람? 의아해져서 녀석을 빤히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덥석. 갑자기 내 손을 잡는 강형식이었다. 야! 야! 아무리 너랑 나랑 친해도 이건 아니지! 물론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란 걸 알지만, 생리적으로 스킨십에 약한 나로서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후다닥 뒤로 물러나며 녀석의 손아귀에서 손을 빼내려는데, 녀석이 오히려 더 꽉 움켜잡는다. 그러면서 아주 그냥 애절하게 말하는데……. 난 그만 힘이 쭉 빠져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뭐? 지금 뭐라고 했냐?”

내가 되묻자, 녀석이 세상 진지한 얼굴로 다시 말했다.

“이거 출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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