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1. 첫술에 배 터진다. (1) (51/204)

#51. 첫술에 배 터진다. (1)2021.01.27.

결론부터 말하면, 난 소작농의 자식처럼 일했다. 아니, 소처럼 일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밭만 안 갈았다뿐이지, 온갖 집안일은 다했다. 창고 정리에 주방 청소는 기본이었고, 페인트는 어디에서 가져오셨는지 이틀 동안 죽어라 담벼락만 칠했다. 그러고도 남는 시간엔 지붕에 기어 올라가 기왓장을 바꿨다. 이러다가 집수리 전문으로 나가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가 됐을 때야 사모님은 날 데리고 산을 오르셨다. 물론 매일 밤 아저씨가 칼 가는 걸 지켜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게 고비죠?”

“아니, 그건 며느리취지.”

“아우 헷갈려.”

“호호호. 뭐가 헷갈려? 많이 배웠다는 사람이 그것도 기억 못 하면 어떡해?”

음, 많이 배우진 않았는데. 왜인인지는 모르지만, 내 얘기가 쉽게 나왔다. 아마 편하게 날 대해주는 사모님 때문일 터다. 어쩌면 산속이라 그런지도 모르고. 오히려 날 잘 모르는 사람 앞이라 그런지도.

“별로 그러진 않아요. 어릴 때 부모님께서 돌아가셔서 외삼촌네서 컸는데, 거기도 그리 형편이 좋진 않아서요. 대학도 그래서 안 갔어요. 빨리 일해서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꼭 갚고 싶었어요. 외삼촌이랑 외숙모께. 하하. 그냥 그랬다고요.”

나물을 따면서 담담히 말하다가 아무 대꾸도 없기에 고개를 쳐들었더니 사모님이 날 빤히 쳐다보고 계셨다. 그 눈빛에서 안쓰러움이 묻어났다.

“힘들었겠구나.”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 그래도 그냥은 안 가르쳐 줄 거야.”

안다. 이제는. 지금 사모님이 붙이는 ‘그냥은’이란 말에 모든 게 들어있다는 걸. 항상 웃으시고, 나긋나긋하게 말씀하시지만 무슨 일이든 대충하는 법이 없으시다는 것도. 그래서 그러시는 걸 테다. 공으로 배운 건 결국 공일 뿐. 비싼 돈 주고 산 물건을 아끼고 오래 쓰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알아요.”

“응, 알아. 안다는 거.”

“예.”

“말은 나물 캐면서 해.”

“예.”

“그건 잡초고.”

“예.”

산 중턱, 너르게 펼쳐진 초야에 두 명의 남녀가 쪼그리고 앉아 나물 캐는 데 한창이었다. 「네 마음의 요리를 들어봐!」의 첫방을 사흘 앞둔 날이었다. *** 사흘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 시간들은 엄청나게 하드한 스케줄이었다. 이제 와 말이지만, 가끔은 헛구역질이 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많이 배웠다. 특히 나물은. 내가 아는 나물도 있었고, 모르는 것도 있었다. 참취, 곰취, 며느리취, 나물취, 부지깽이, 영아자, 떡취, 각시취, 서덜취, 호이, 어리병풍, 장이나물, 참나물에 누롯대, 참두릅, 개두릅, 더덕,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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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많기도 하다. 개중엔 시기가 시기라 직접 보지 못한 것도 많았다. 그런 건 사모님이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어떤 맛이 나는지, 또 향은 어떤지도 내가 아는 나물들이랑 비교해가며 알려주셨고. 덕분에 정말 많이 배웠다. 무엇보다 산에는, 그리고 강에는 어쩌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그 어딘가에는 우리가 여태껏 맛보지 못한 무수한 음식 재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그게 제일 큰 성과였다.

“꼭 삶아 먹어야 하는 건 쓰면 안 돼. 독성 때문에 간을 헤칠 수 있으니까. 뭐 뭔지는 알지?”

“네.”

“이제 간장은 됐고. 고추장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볶아서 넣어요.”

“그래. 볶아야 맛이 나. 고추장은 그 자체로 맛이 강하니까, 볶아서 맛을 더하는 수밖에 없어. 향만으론 부족하달까. 무슨 말인지 알지?”

“조금은요.”

“그거면 됐어. 첫술에 배부를 순 없잖아?”

재래식 주방, 즉 입식 부엌에서 사모님과 함께 나물을 무치며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을 때였다.

“넌 여기 왜 온 거냐?”

아저씨가 들어오시며 타박하셨다.

“칼 가지러 온 거냐, 요리하러 온 거냐?”

뒷짐을 지고 날 물끄러미 쳐다보시다가 내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자 씨익 웃으신다. 그러곤 짐짓 표정을 고치시더니, 특유의 투박하고 낮은 음색으로 말씀하셨다.

“오늘이라고 했냐?”

“예.”

“떨리냐?”

“조금요.”

“슬슬 끝내고 나와라. 밥 먹으면서 보자.”

“네.”

아저씨가 돌아서 나가고 난 뒤, 사모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네 맘의 소리를 들어봐? 라고 했던가?”

“네 마음의 요리를 들어봐! 예요.”

“그게 그거지.”

어떻게 그게 그거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렇기도 하겠다. 마음에 들어있는 요리는 결국 마음의 소리니까.

“그러네요.”

“얼른 밥 차리자. 먹으면서 보면 재밌을 거야.”

글쎄다. 신현정 피디가 어떻게 편집했을지는 몰라도 초반에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아마 첫방인 오늘분 방송에서, 난 차라리 소파가 더 비중 있게 느껴질 정도로 아무 활약도 못 할 게 뻔하다. 그래도 한진석이 거침없는 입담으로 하드캐리했으니까, 방송은 제법 재밌지 않을까. 까똑! 이하연에게서 톡이 날아든 것도 그때였다. 내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곤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니 이게 왜 터져? 여기 신호 안 잡히는 거 아니었어? 고개를 갸웃거리자, 사모님이 물으셨다.

“왜 그래? 뭐가 잘못됐어?”

“아뇨. 핸드폰이 터져서요.”

무슨 말인지 몰라 멀뚱히 날 보시던 사모님께서 이내 활짝 웃으셨다. 그런 채로 말씀하셨다. 진짜 별거 아니란 듯이.

“아, 그거? 예전에 통신사에 말해서 기지국을 이 부근에 설치했는데, 올여름 태풍 왔을 때 망가졌었나 봐. 그걸 자긴 상관없다고 그이가 그냥 놔둔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구청에 전화 한 통 넣었지.”

“…….”

“어제 전화했는데, 벌써 고쳤나 보네?”

뭘 어떻게 전화를 했으면 이렇게 빨리 처리가 된 걸까? 게다가 통신사도 아니고 구청에 전화를 했는데. 역시 사모님은 무섭다.

“뭐해? 답 안 해?”

“지, 지금 하려고요.”

“내가 볼까 봐 그래? 그럼 나가서 편히 하고 와. 나머진 내가 할 테니.”

“그래도…….”

“괜찮아. 밥상만 차리면 되는걸.”

“그럼.”

밖으로 나왔다. 그러는 동안에도 통신 대화는 계속해서 날아들고 있었다. 핸드폰을 켜고 살펴보니……. 전에 온 카톡들도 많았지만, 일단은 오늘 온 것들부터 읽어나갔다.

- 이제 곧 방송이죠?

- 앙, 떨려∼

- 어뜩해, 어뜩해.

- 지금 뭐 해요?

- 거긴 TV 나와요?

- 하루 종일 긴장돼서 밥도 잘 못 먹었어요.

- 현정이 언니한테는 무서워서 전화도 못 하겠고.

- 아, 말했나요?

- 요즘 언니 장난 아니거든.

- 완전 초긴장 모드.

- ㅋㅋㅋ 현정 언니 그러는 거 처음 봄.

- 지금 유나 언니랑 형부랑 같이 TV 앞.

- 답 없는 거 보니까, 바쁜가 보당.

- 아, 거기 전화 안 터진다고 했죠.

- 헤헤, 깜빡.

- 그래도 전화는 되잖아요?

- 응응. 연락 안 해도 화내진 않을게요.

- 난 그런 여자니까욤

- 나중에라도 시간 날 때 전화 줘요.

뭔가 가슴이 따스해진다. 자기 일도 아니면서 이렇게까지 긴장하는 모습이란…….

--- 미안해요. 이제야 통신이 복구돼서 지금 막 톡 확인했어요.

조금 있다가 톡이 날아든다.

- 누구세요?

참네, 방금까지 톡을 날린 건 뭐고. 첫날 전화하곤 그 후론 바빠서 연락 못 하기도 있었고, 그동안 통신이 안 터지는 바람에 톡도 못했더니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는 건가? 귀엽네.

--- 진짜예요. 여긴 신호가 원래 안 잡히는 줄 알았는데, 기지국이 고장 난 거더라고요. 그동안 그 상태로 방치됐었고. 여기가 워낙 산골이라 그런 건지 고쳐주지도 않았나 봐요.

- 킥.

- 앙, 장난 장난.

- 근데, 지금 기분 어때요?

- 곧 있으면 방송 타는데.

- 막 떨려요?

음, 긴장되긴 하는데……. 떨리진 않는다. 툭. 핸드폰을 떨어뜨리곤 멍해졌다. 벌벌까진 아니지만, 손이 미미하게 흔들리고 있다. 핸드폰을 주우려고 허리를 숙이자, 다리가 살짝 풀린다. 젠장. 남자는 곧 죽어도 허세라더니.

--- 막은 아니고, 조금.

- 잘될 거예요.

- 진영 씨는 최고니까.

- 현정이 언니도 그랬어요.

- 진영 씨 아니었으면, 시작도 안 했다고.

- 홧팅!

대화창에 토끼가 떠오르더니 치어걸처럼 치마를 입고서 귀엽게 응원 춤을 추고 있다. 픽하고 웃고는 답톡을 날리려는 찰나였다. 부르르르. 핸드폰이 진동한다. 통신이 터지기 시작하니까 난리다.

“어, 그래.”

- 어, 그래? 야이 씨! 너 살아 있긴 하냐?

아, 녀석한텐 전화도 안 했었구나. 하긴 워낙 정신이 없었어야지. 하연 씨랑 고윤수 주방장님 그리고 김진호 셰프하고만 통화했던 거로 기억한다.

“이미 하연 씨한테 한차례 닦였다. 제발 좀 봐줘라.”

- 당연한 거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오죽하면 내가 주방장 할아범까지 찾아갔겠냐? 크크크. 너 거기 갇혔다며?

“뭐? 뭔 일을 그렇게 키워. 하아, 나중에 한소리 들으면 알아서 해. 아! 근데 너 괜찮냐?”

- 뭐가?

“그제 엄청 마셨잖아? 나올 때 보니까, 완전 늘어져선…….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야 말이지.”

- 어? 너도 있었냐?

헐. 그것도 몰랐나 보네.

“……앞으론 되도록 마시지 않는 게 좋겠다.”

- 크크크. 그게 맘처럼 되나. 그리고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예전엔 더 했어. 거기에 비하면 그젠 양반이지. 그래도 술만 마시고 노는 거잖냐. 그 정도는 좀 봐줘야지.

“뭘 봐줘? 그럼, 술 안 마시고 놀면? 뭐, 막 이상한 거…… 큼…… 그러다 뉴스에 나올까 겁난다, 야.”

- 그런 일 없다니까 그러네. 나도 그렇고, 걔들도 그렇게 막 나가는 녀석들도 아니고.

머릿속에 불미스러운 일들로 뉴스에 나오는 녀석이 막 상상돼서 몸이 다 떨린다.

“혹여라도 그런 건 일절 손대지 말고. 아무튼, 놀 때 놀더라도 몸 좀 챙겨가며 놀아.”

- 아, 몰라, 몰라. 그렇게 걱정되면 네가 좀 챙겨주든가.

뭘 챙겨줘? 다 큰 놈을. 에휴. 근데 또 저렇게 말하니까, 마음 약해지네.

“앞으론 술 마시다가 힘들면 부르던가.”

수화기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다가 불쑥 묻는다.

- 오늘 방송 맞지?

“그래. 첫방.”

- 오올, 서진영! 꿈을 이루는 거냐?

“나 참, 내 꿈이 뭔데?”

- 성공? 잘 먹고 잘사는 거? 사랑하는 사람이랑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거?

어쭈? 잘 아는데?

“근데, 그거랑 오늘 방송이랑 뭔 상관……있구나.”

- 흐흐흐. 그런 거지. 아무튼, 잘 보고 있을 테니 나중에 얘기하자. 술 한잔하면서 오늘의 네 굴욕씬을 안주 삼아.

“악담을 해라. 끊어.”

뚝. 끊으란다고 바로 끊는다. 하긴, 이래야 강형식이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고 있을 때였다. 부르르. 아씨, 깜짝이야. 아직 귀에서 핸드폰을 떼지도 않았는데. 화들짝 놀라서 확인해보니, 반가운 이름이다. 물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이쪽에서도 그동안 전화했던 게 아닐까 싶어서. 하지만, 다행히 그러진 않았던 모양이다.

- 진영아, 지금 TV 앞이야?

수연이 누나는 내가 강원도에 와있는 줄도 모른다.

“아니. 지금 보려고.”

- 어딘데? 집이야? 아니면, 이제라도 만나서 같이 볼래? 어디 호프집 같은 데서.

“나 지금 출장 중.”

그, 그래? 멀리 간 거야?

“강원도.”

- 아, 떨려. 나 왜 이러지? 자꾸 눈도……. 안 되겠다. 잠깐 물 좀 마시고.

수화기 너머가 부산스럽다. 수아의 목소리도 들린다.

- 엄마! 언니 이상해! 눈이 빨개졌엉!

- 아냐, 아냐. 그런 거……. 아빠, 그거 먹으면 안 돼.

- 엄마! 아빠가 나무젓가락 씹고 있어!

- 허허허. 치킨은 프라이드 반 양념 반이지.

- 엄마! 아빠, 좀 이상해!

외삼촌도 함께 계신 모양인데, 하아! 저쪽도 난리구나. 가족들이 저러는 이유는 잘 알고 있다. 그만큼 고맙기도 하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해서 귀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수연이 누나가 다시 돌아왔다. 한데, 아무 말이 없다. 그저 기척만 느껴질 뿐이다.

“괜찮아?”

- ……응.

“진짜?”

- 그……훌쩍……렇대도.

진짜 울보네. 난 말 없이 기다렸다.

- 엄마! 언니, 울어!

- 수아야!

- 왜 그래? 갑자기……. 응?

안 되겠는지, 외숙모가 전화를 바꿨다.

- 진영아.

“예.”

- 아무 걱정하지 마. 네 뒤엔 우리가 있으니까.

“알아요.”

- 그래. 그러니까……. 다 잘될 거야.

“……예.”

화제를 전환하고 싶었던 걸까? 외숙모는 한층 밝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 삼촌이 너 나오는 거 본다고 일찍 왔지 뭐니. 치킨도 다 시키고.

“잘됐네요.”

- ……그래, 그럼 끊을게. TV 보고 있을 테니까, 나중에 연락해. 바쁠 텐데, 얼른 들어가.

바쁠 게 뭐가 있나. 설사 서울에 있었다고 해도 지금 시간이면 퇴근했을 때다. 그럼에도 난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통화가 더 길어졌다간 나도……. 꾹.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 강구철 사장은 노크를 하기에 앞서, 옷매무시를 고쳤다. 혹여라도 책잡힐까 두려워서였다. 그만큼 그에게 있어서 아버지, 아니 회장님은 어려운 존재였다. 이미 오십 줄에 접어든 지금조차.

“회장님, 접니다.”

“들어와.”

회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버지인 강 회장이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게 보였다. 강구철 사장은 눈이 가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뉴스가 아니면 TV를 잘 보지도 않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였다. 한데, 지금은 뉴스를 할 시간이 아니다. 기껏해야 연예프로그램이나 할 시간인데. 의아해져서 TV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때마침 신호 음악이 들려오며 요란한 오프닝 화면이 지나가고 있었다. 탁! 탁! 탁! 탁! 손에 쥔 칼이 도마를 두드리고, 그 리듬에 맞춰 음악이 신나게 들려왔다. 곧이어 앞치마를 거칠게 젖히고, 조리복에 조리모까지 쓴 남자의 실루엣이 화면을 스쳐 간다. 그 뒤로 떠오른 문구. - 당신의 마음이 원하는 요리가 온다. 근래 몇 번 본 적이 있는 장면이다. 며칠 전부터 KBC에서 내보내고 있는 광고였으니까. 아버지의 지시로 광고까지 주었다는 얘기에 잠시 관심을 가졌다가 겨우 요리 프로라는 걸 알고는 금세 잊어버렸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런 프로를 아버지가 직접 챙겨보고 있었다. 당연히 그의 눈에 이채가 떠오를 수밖에.

“왔으면 앉지, 왜 그러고 서 있느냐.”

강 회장……. 아버지의 물음에 강구철 사장은 감히 퇴근 안 하시냐고 물을 수도 없었다.

“네.”

조용히 대답하곤 소파에 앉을 수밖에. 그러면서도 두려워서 옆자리에 가지도 못했다. 그 탓에 ‘ㄱ’자로 꺾인 한쪽에 앉는 바람에, TV를 보려면 목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못 볼 것도 없었다.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프로라면. 잠시 후, 음악이 그치고 MC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메라가 그만 크게 잡아서 그런가, 옆에 누가 있는 거 같은데 누군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진석입니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베테랑 MC 한진석의 유쾌한 멘트와 함께 방송이 시작되었다. 「네 마음의 요리를 들어봐!」의 첫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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