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제안 (2)2020.12.18.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일이라……. 강형식의 제안이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녀석의 얘기는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그동안 뭘 하고 다니나 했더니, 제품기획조사실의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재구성해서 이제까지 유명무실했던 부서를 실질적으로 운용 가능한 곳으로 만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통화하면서 제품기획조사실장이 아니라 제품기획실장이라고 했던 거고. 아무튼, 그렇게 새롭게 만들다시피 한 부서에서 첫 사업으로 결정된 게 식품 쪽이라고 한다. 뭔가 장황하게 설명하려고 하기에, 시작도 하기 전에 말을 자른 건 나였다. 들어도 잘 모를 얘기였고, 알아듣는다고 해도 전화로 할 얘기는 아니었으니까. 녀석도 이 정도는 알고 있었을 테지만, 녀석답지 않게 왠지 흥분해서 앞뒤 생각하지 않고 쏟아내려고 하기에 내가 먼저 벽을 친 셈이다. 뭐, 말이 식품 쪽이라고 해도 워낙 범위가 넓어서 짐작도 하기 어려웠지만, 한 가지만은 알 수 있었다. 지금의 삼한그룹의 주력은 누가 뭐래도 전자였다. 반도체 사업을 근본으로 그 위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전자 산업은 이제 일본의 대표적인 가전 회사 써니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으로 막강한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지난 십여 년간 괄목상대한 성장을 해온 것은 핸드폰 분야였다. 미국의 피치 사가 최초의 스마트폰을 출시한 이래 급물살을 타게 된 통신 분야에서 삼한그룹은 거의 초창기라 할 수 있는 시기에 진입했고, 이제는 피치 사와 더불어 지구상의 모든 나라에서 삼한이라는 브랜드를 모르는 곳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가치의 브랜드로 성장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무리 삼한그룹이 전자 쪽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고 해도 그룹의 모태가 된 것은 식품, 그중에서도 제당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식품 쪽은 삼한그룹에서도 혼신의 힘을 기울여 사업을 확장 시키는 중이었다. 유일 제당이 본사에서 분사해 계열 분리를 한 후 그 이름을 YJ로 바꾼 것도 단지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변태한 것만이 아니란 얘기다. 다시 말해서 삼한그룹에서 유일 아니 YJ가 지니는 위상은 전자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다른 곳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강형식이 잠정적으로 YJ를 노리고 식품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었다. 어차피 강구철 사장을 비롯해 강 회장의 자식들이 삼한 전자를 노리고 피 튀기는 싸움을 하고 있을 테니, 뒤늦게 뛰어든 강형식으로선 승계권 전쟁에서 승리하는 건 사실상 가능성 제로였으니까. 그래, 다 좋은데……. 나더러 자신을 도와 일하라고 하는 건 좀 그렇다. 능력도 없거니와 나는 나대로 꿈이 있으니까. 물론 나레이션이 얘기한 대로, 아니 유도하는 대로 녀석을 도와줄 의향은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미 친구가 돼버리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나레이션의 말을 따라서 손해 본 적이 없으니까. 한마디로 임도 보고 뽕도 따는 셈이다. 녀석을 돕는다는 것보단 반대로 내가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결과적으로 녀석에게 이익이 되었다는 쪽이 맞지 않을까. 그렇다곤 해도, 역시 대놓고 녀석과 의기투합해 일을 하는 건 좀 다른 문제다. 지난 십여 년 동안 해온 일이라곤 요리밖에 없었고, 그 외엔 젬병이나 마찬가지. 강형식은 괜찮다며 지금이라도 배우면 될 일이라고 우겨대고 있었지만, 그건 몰라서 하는 말이다. 사업이라는 게 단순히 머리만 좋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식, 인맥, 리더십, 자금력, 조직력, 사업 감각, 경험 등 수없이 많은 요소가 필요한 법인데 내게는 그중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당연히 내 쪽에서 고사하는 게 맞다. 괜히 능력도 안 되는 주제에 헛바람만 들어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어봤자 나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의 앞길만 막는 셈이 될 테니. 그리고 그건 결과적으로 녀석에게도 좋지 않을 거다. 뭐, 어디까지나 지금은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다곤 해도……. 고맙긴 하네. 녀석이 임원들과 어떤 얘기를 하고, 지금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까지 신경 써서 챙기려 한다는 건 그만큼 날 믿는다는 증거니까. 그래도 역시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만.
“얀마, 뭐해?”
“예? 아, 예. 형…….”
“십 분 남았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저녁 식사 준비를 서둘렀다. 잠시 후, 상차림을 마치자 강 회장 가족들이 하나둘 내려온다. 물론 강형식은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강 회장도 일이 남았는지 아직 퇴근 중이었고. 그 때문인지 식탁은 평소의 반도 차지 않은 채였다. 그랬든 어쨌든 식사시간은 금세 지나갔고, 반도 채 먹지 않은 식탁을 치우고 나니 어느새 밤이었다.
“오늘도 수고 많았다.”
김진호 셰프가 앞치마를 벗은 뒤, 얘기하곤 주방을 벗어나는 걸 보면서도 차마 따라붙을 순 없었다. 궁금하기야 하지만, 그래서 뭘 어쩌겠냐고. 사모님이 불러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이렇게 물어볼까? 준석이 형이라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이제 막 주방에 들어와 겨우 신참티를 벗고 있는 막내 요리사가 할 짓은 아니다. 그저 한숨만 쉬고 퇴근 준비를 서두를 뿐이었다. 그때, 뒤통수에서 갑자기 들려온 한마디.
“서진영이.”
“아우, 깜짝이야!”
바로 귀 뒤에서 들려온지라 소스라치게 놀라 외치고 말았다.
“아새끼래, 간이 콩알이네? 뭘 훔쳐먹고 다니길래 이 정도 가디고 기렇게 놀라네?”
“후, 훔쳐……. 아뇨. 그런 적 없는데요.”
억울해서 울상을 짓고 말했더니 고윤수 주방장님이 혀를 차신다.
“야야, 니래 기렇게 심각하게 나오믄 내래 무슨 말을 하겠네?”
“그, 그러니까요.”
“간나 새끼. 또 남 말 하듯 한다.”
씨익 웃어 보이자, 고윤수 주방장님은 헛웃음을 흘리곤 뒷짐을 진 채 돌아서셨다. 그러면서 덧붙이셨고.
“따라오라우.”
*** 고윤수 주방장님의 방은 몇 번 와봤다고 익숙한 느낌이었다. 여전히 소파 같은 건 보이지 않았고, 그저 좌식용 개다리상 위에 다기만 올려져 있었다.
“이 늙은이래 힘들게 데워온 거이야. 어서 들라우.”
“예. 감사합니다.”
지난번에도 느꼈던 거지만, 차는 맛있었다. 떫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쓰지도 않았다. 다도라곤 1도 배워보지 않았기 때문에 찻잔을 쥐는 법조차 모르지만, 그래도 한 가진 알고 있었다. 방금 우려낸 찻잎이 고급이라는 것이다. 차는 보통 어린잎일수록 고급으로 치고, 산지에 따라서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통은 녹차 잎이 클수록 떫은맛이 나고 쓴맛도 강하다. 그러니 지금 마시고 있는 차는 절대 큰 잎을 우려낸 게 아니란 거다. 맛으로 판단컨대 당연히 발효차인 우롱차가 보이차도 아니고, 티백처럼 거의 녹차 찌꺼기로 만들었을 정도로 저질도 아니니 남은 것은 하나. 한 통에 몇만 원 혹은 십수만 원, 어쩌면 그 이상 하는 고급차가 분명하다. 그래서 그런가, 찻물을 입안에 머금고 있으니 혀에 부드럽게 닿은 차가 점차 달게 느껴지고 목을 넘긴 뒤에도 향이 남아 숨을 쉴 때마다 그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느낌이었다.
“좋네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더니, 고윤수 주방장님이 잔잔하게 웃으신다.
“간나새끼, 용케 좋은 건 아는구나. 니래 나처럼 천하게 태어났는데 타고나길 입이 고급이니 앞으로 큰일이다 야.”
“그러게요.”
하지만 사람 입은 다 똑같은 법. 누군들 좋은 걸 알아보지 못할까. 제비집 요리나 상어지느러미처럼 무미 무취한 재료로 만들어 씹히는 질감 즉 식감에 중점을 둔 요리나 캐비어처럼 독특한 향취가 특징인 요리가 아니라면, 어지간한 사람의 입맛은 다 거기서 거기다. 근데 문제는 좋은 건 비쌀 수밖에 없으니, 다들 돈돈하면서 점점 자본주의의 노예가 된다는 거겠지. 음식만 놓고 봐도 이런데, 여기에 집이며 차 그밖에 옷을 비롯해 갖가지 물건까지 최상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일 년에 억을 벌어도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나야 이런 식으로라도 고급 차를 얻어 마실 수 있으면 그만이니, 가능한 한 많이 마시고 가야겠다. 큭큭. 고윤수 주방장님이 아깝다고 하실까? 글쎄. 내가 보기엔 고윤수 주방장님이 일부러 비싼 돈 주고 사셨을 거 같진 않은데.
“뭐이가? 뭔 생각을 하길래 기렇게 음흉하게 웃는 거이가?”
“아, 아닙니다.”
“아니긴. 낯짝에 딱 써있구만 기래.”
멋쩍어져서 머리를 한차례 긁적인 후 물었다.
“근데, 하실 말씀이라는 게……?”
말을 꺼내놓고 보니 확 긴장됐다. 혹시라도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에 보자고 하신 게 아닌가 싶어서.
“야야, 거 아새끼 안 되겠구만.”
“……?”
긴장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자니, 고윤수 주방장님이 찻잔을 들어 탈탈 털고 계셨다. 헐. 소주 드시는 것도 아니고.
“찻잔 빈 거이 안 보이네? 이야, 서진영이. 내래 한 잔 마시는 동안 어드렇게 석 잔을 내리 마실 수가 있네? 니래 물먹는 고래야?”
“……많이 들라면서요.”
피식. 한차례 웃으신 고윤수 주방장님이 찬반을 채우면서 툭 하고 내뱉으셨다.
“내래 언제 그러든? 식기 전에 들라고 했디, 배 터지도록 마시라 했간?”
고개를 내젓자, 고윤수 주방장님이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로 찬반을 들어 올리셨다. 그러곤 입가를 살짝 적신 뒤 내려놓으셨다. 그러는 사이 분위기가 확 바뀌신다. 이제부터가 진짜 본론인가 보다.
“긴말 않갔어. 니래 TV에 나가볼 생각 있네?”
“에?”
잔뜩 긴장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들은 탓에 나도 모르게 그만 묘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기거이 모이가? 사레들렸네?”
내 반응이 재밌으신지 빙글빙글 웃으시며 마저 말씀하신다.
“김동하 국장이라고 기억하네?”
“예. 지난 주말에 뵌 거로 압니다. KBC 국장님 아니십니까?”
“기렇디. 그이가 무슨 요리 프로인지 뭔지를 만드나 본데. 기래서 사람이 하나 필요한 모양인디 연락을 해왔디 안칸? 서진영 니가 한번 해보라우.”
“아, 왜 하필 저를…….”
“김동하 국장이 니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야.”
“……?”
“기래서 내래 얼마나 줄 거냐고 했디.”
아, 돈 얘기……. 불편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얘기이기도 하다. 그렇긴 해도 역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래서 아무 말도 않고 민망하단 얼굴만 해 보였을 때였다.
“200.”
깜짝 놀랐다. 그렇게나 많이?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널을 뛰는데, 나한테나 큰돈이었던 모양이다.
“개나발 불리 말라 했다. 뉘기를 싸구려 취급이야. 안 그러네? 기래서 딱 두 배만 불렀디.”
“두, 두 배라면?”
“400! 그 이하면 연락도 하디 말라고 기랬디.”
침이 절로 넘어가는 걸 참으며 물었다.
“그, 그래서요?”
“알겠다고 하더구만.”
이번에도 입에서 헛바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틀어막았다. 하지만 머릿속에선 ‘왜?’란 질문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주면서 날 출연시키려는 이유가 뭐지? 그게 또 표정으로 다 드러났는지 고윤수 주방장님이 재밌다는 얼굴을 해 보이셨다.
“기런 표정 하디 말라우.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간? 그거이 다 그럴 운명이었던 거이지. 안 그렇네?”
멍해졌다.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뭐가 이렇고 저렇고…… 그럴 운명이었다는 건지. 하아, 모르겠고. 암튼 지난주에 갔었던 진 회장 팔순 잔치에서 김동하 국장이 뭔가 꽂힌 모양인데. 이거 C 마트 김진숙 회장의 경우랑 같다고 봐도 되는 걸까? 혹,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일 그 이유라는 게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거라면? 또는 날 통해서 고윤수 주방장님을 끌어내려는 건 아닐까? 별의 생각이 다 들었다.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기던 나는 이내 표정을 고치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어, 주방장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욕심은 납니다.”
사람인 이상,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아무 욕심이 안 난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 아닐까? 다만…….
“그렇긴 한데, 제가 능력이 될지 모르겠네요. 아시다시피 제가 아직 그럴 만한 준비가 안…….”
“아새끼 거 간이 콩알이가? 서진영이 기렇게 안 봤는데 니래 모지리가? 누군 처음부터 잘하갔니? 김동하 국장이 어드래 니를 콕 집어 불렀갔니? 잘 생각해보라. 니래 요리가 다른 아새끼들보다 잘해서 불렀갔니?”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김동하 국장이 뭘 원하는지도 알겠고. 이미 C 마트 김진숙 회장의 일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망설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때도 그렇고, 그 후로도 그렇고. 순전히 나레이션의 도움 덕택에 그렇게 된 거였으니. 물론 나라고 해서 순진한 척하면서 온전히 내 능력만으로 인정을 받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레이션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것 역시도 내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나레이션이 내가 원할 때마다 딱딱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그냥 지 마음대로라는 거지. 일테면 통제 불능인데, 그걸 믿고서 TV에 출연한다? 그러다가 괜스레 망신만 당하거나 일이 꼬인다면? 제대로 쪽박 차는 수가 있다. 그런 데다가 저쪽에서 내가 짐작하지도 못한 이유로 날 섭외한 거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손도 살짝 쥔 채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는 동안 주방장님은 말없이 기다려주셨고. 그러길 얼마간.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었다. 당장 결정 내리기엔 내 가슴이 새가슴이랄까. 솔직한 심정이야 지금이라도 바로 하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될 수 있으면 며칠간이라도 찬찬히 생각하고 난 뒤 결정하고 싶었다.
“알갔다. 기렇게 하라우.”
생각보다 순순히 알았다고 하셔서 조금 놀랐다. 그런 내 표정을 보시곤 주방장님은 픽하고 웃으셨다. 그러곤 찻잔을 채워주셨다.
“날이 춥다. 마시라우.”
“……예.”
채워주신 찻잔을 들어 입에 가져가는데……. 차다. 찻물이 그새 식었다. *** 숙소로 돌아오는 길.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에서 톡이 울렸다. 꺼내서 확인해보곤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었다. 방금까지 머릿속을 헤집던 잡념들이 싹 걷어진 느낌이었다.
- 퇴근했어요?
답톡을 보내려는데, 화면에 뜬 자판을 치는 내 손보다 이하연이 보내오는 톡이 더 빠르다.
- 음, 벌써 8시가 넘었으니까 퇴근했겠네.
- 근데 왜 연락 안 해요?
- 저 안 보고 싶어요?
이러다 또 톡 폭탄을 맞을까 싶어서 정말이지 혼신의 힘을 다해서 자판을 두들겼다.
--- 막 ㅌㅗㅣ근했음.
--- 퇴근.
--- 지금 숙소로 가는 중이에요.
- 앙. 그렇구낭. 근데 왜 연락 안 해요?
하아, 집착…… 쩐다. 근데 나쁘지 않네. 이거 아무래도 살짝 물든 거 같은데?
--- 안 그래도 하려 했죠.
- 정말?
--- 정말.
화면에 한 마리 토끼가 엉덩이를 요란하게 흔들며 춤추고 있다. 그걸 보면서 웃고 있는데, 다시 톡에 날아왔다.
- ㅋㅋ 이번만 믿어주죵.
들켰구나.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순간, 다시금 톡이 날아들었다.
- 참, 현정이 언니한테 연락 왔어요.
--- 아, 그래요?
- 언제 만나냐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