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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칼은 도마 위에서만 (3) (26/204)

#26. 칼은 도마 위에서만 (3)2020.11.29.

  솔직히 여기 올 때까지만 해도 이런 말을 내가 입에 담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더랬다.

“아는 언니분이 계시다고 얘기만 들었지, 이렇게까지 아름다우실 거라곤 예상치 못했거든요.”

으으,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분. 이러다 정말 연탄불에 구워지는 오징어 꼴이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먹히면 그만이긴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예쁘다는 말을 싫어하는 여자는 없는 법. 빈말일지언정 기분이 좋은지 까르르 웃는 박유나였다.

“웬일이니! 하연아, 지금 하는 말 들었어? 호호호. 입술에 침이나 바르고 얘기하시죠?”

“어어? 아니라니까요? 가게 안에 들어서면서 웬 연예인인가 했다니까요. 것도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있으니 놀랄 만도 하잖아요?”

픽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신현정 역시 미소를 머금는다. 반면 이하연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발끈해서 입을 벌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먼저 말했으니까.

“뭐, 그래 봐야 하연 씨보단 못하지만요.”

이하연이 소리 내서 웃지는 않지만, 만족한 얼굴로 입가를 가리고 있는 걸 보니 대충 분위기는 맞춘 것 같았다. 아, 진짜 나 상 받아야 할 듯. 여자들 앞에서 이렇게까지 애쓰는 게 얼마 만인지.

“말씀 참 재밌게 하시네요.”

신현정이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말하자, 웃음을 그친 박유나가 기다렸다는 듯 받아친다.

“그러게. 하연아, 너 조심해야겠다.”

“뭘?”

“아유, 이 순진한 것아. 딱 보면 모르겠니? 이 남자, 선수잖아.”

헐. 살다 살다 별소릴 다 들어보네. 내가 응? 이래 봬도 응? 모태솔로거든요? 흠……. 근데, 이게 지금 자랑할 일인가? 아, 모르겠고. 억울해서라도 이대론 못 넘어가겠다. 하아. 지금 누구 때문에 내가 잘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 굴려 가며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이하연은 그 큰 눈을 깜빡거리며 날 쳐다본다.

“서, 선수?”

살짝 흔들리는 눈동자가 참……. 속으로 혀를 차며 옅게 웃어 보였다.

“하연 씨, 저 선수 맞아요. 아니 선수였죠.”

“앙?”

“말씀드렸던 거 같은데? 저 초등학교 다닐 때 야구 했었다고.”

“어, 처음 듣는 얘긴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이하연을 보면서 속으로 씁쓸하게 웃고 말았다. 당연히 처음 듣겠지. 해준 적이 없는 얘기니까.

“봐봐. 말 돌리는 거.”

“저 그런 거 잘 못합니다. 오히려 직구 타입이죠. 그래서 투수할 때도 줄곧 직구만 던졌다니까요.”

까르르 웃는 여자들. 참네, 농담치곤 다소 유치한데도 이게 또 먹히네. 역시 분위기라는 게 한번 터지면 그다음부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건가 보다. 슬쩍 보니 이하연도 걱정 따윈 어느새 내려놓은 듯 함께 웃고 있다. 그랬든 어쨌든 세 여자가 나란히 바 앞에 앉아 웃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음, 이 정도면 밑 작업은 끝난 거 같고, 슬슬 본 작업에 들어가도 될 거 같은데? 말하면서도 쉴 새 없이 손을 놀려 식자재를 다듬어놓은 뒤, 밥부터 앉혔다. 그러곤 된장찌개를 불 위에 올리며 별거 아니란 듯 물었다.

“살 빠지니까 좋죠? 한결 몸도 가벼워지고, 또 예뻐지기도 하니까.”

“어머? 진짜 저한테 작업 치시는 거 아니죠? 못 들으셨나 본데, 저 임자 있는 몸이에요.”

아까 말한 ‘오빠’란 분을 얘기하나 본데. 저도 댁한테 관심 없거든요.

“보이죠?”

박유나가 손을 들어 보이며 웃어 보인다. 그녀의 손에서 반지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아, 결혼했구나. 그럼 역시 기다리던 아이겠네. 뭐,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크다. 난 샐러드를 접시에 담아 그녀들 앞에 내려놓으며 얘기했다.

“작업은요 무슨.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건데. 딱히 노력도 안 하는데 살 빠지면, 그거야말로 횡재 아닌가요?”

멈칫. 박유나가 젓가락으로 샐러드를 집어가다가 말고 멈추곤 입까지 살짝 벌린 채 날 쳐다본다. 그걸 어떻게? 하는 눈빛이다. 뭘 어떻게 알겠냐고? 나레이션이 알려줬으니까 아는 거지. 게다가 외삼촌 몸무게가 당뇨 초기에 2/3까지 빠지는 걸 본 나다. 듣기로는 오히려 찌는 쪽도 있다던데. 어느 쪽이 되었든 당뇨는 당뇨. 그것도 임신 중에는 치명적일 수 있는. 아무튼, 그 당뇨의 초기증상 중 하나가 살이 빠지는 거거든. 나레이션이 들려주는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모를까, 이미 다 알고 있는 마당이니 내지르는 걸 망설일 까닭이 없다. 아무튼, 이쪽으로선 다 알고 하는 얘기하니까, 그렇게 놀란 표정 짓지는 마시고요. 자, 또 다른 증상들도 있으실 텐데요.

“아까 보니까 하품하시던데, 요즘 자도 자도 피곤하시죠? 어쩌면 피부에 얼룩 같은 것도 생기실지 모르겠네. 혹시 그래요? 뭐, 붉은 반점 같은…….”

“뭐야? 소름 끼쳐! 자기 진짜 작두 타?”

진짜 희한한 일이다. 남자들끼리 있을 때, 대뜸 반말을 날리게 되면 당장 멱살잡이부터 하고 볼 일인데, 이상하게 여자들이랑 있을 땐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반말 아닌 반말. 그런데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게 신기한 일이지만, 아마도 그건 그만큼 거리가 좁혀졌다는 얘기겠지. 지금으로선 좋은 징조다. 적어도 내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있다는 방증이니까.

“작두요?”

아우, 이하연 씨. 그렇게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 어쩌자는 겁니까?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칼은 도마 위에서만 쓰니까 걱정 마시고요. 근데 요새 손발 안 저리세요?”

“……!”

손으로 입을 가리고 날 쳐다보는 박유나. 놀랄 것도 많네. 누구나 주위에 한두 명쯤은 당뇨 환자가 있기 마련인데, 이런 얘기 듣고도 아무것도 떠오르는 게 없나? 정수기에서 찬물을 한 잔 담아 박유나 앞에 컵을 내려놓았다.

“목마르실 텐데, 일단 물부터 한잔 드시고요. 아, 밥은 금방 되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아, 진짜 뭔데? 내가 목마른 건 어떻게 알고. 요리사라며?”

“저 방금 칼질하는 거 못 보셨어요? 자랑은 아니지만, 양파 하나 써는 데 1분 넘어가지 않습니다만.”

“근데 어떻게 제 상태를 저보다 더 잘 아세요? 혹시 집안에 신 내린 사람이 있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 의대 갔다가 중간에 때려치웠구나?”

예, 예. 대학 문턱에도 못 가봤습니다. 그때였다.

“당……뇨?”

빙고. 난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는 신현정에게 옅게 미소지었다. 역시 PD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 하긴, 이 정도까지 힌트를 줬는데 못 맞추는 게 더 이상하지. 신현정의 개입으로 상황은 내가 의도한 대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응? 당뇨?”

“유나야, 너 병원 가봤니?”

“병원? 지난주에 감기 걸려서 갔다 오긴 했는데…….”

“아니, 그런 거 말고.”

한순간이긴 했지만, 세 여자 사이에 묘한 침묵이 흐른다. 침묵이 언어라면 그 수다에 난 아마 귀를 틀어막아야 했을 거다. 다행히 오래가진 않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많은 의미가 담긴 눈빛들이 오간 것만은 분명하다.

“언니…….”

“나, 당뇨……야?”

“그런 거 같다.”

세 사람이서 얘기하다 말고 날 왜 봅니까? 그것도 셋이 동시에. 사람 민망하게. 뭐 상관없지. 일 단계는 무난히 넘어섰고, 이제 이 단계로 가볼까.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를 수저로 몇 차례 휘저어주곤, 상차림을 시작하며 준비해뒀던 얘기들을 늘어놓았다.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왜들 그렇게 봐요. 아, 거기 음식 놓게 잡지 좀 치워주실래요? 실은…… 저희 외삼촌께서 당뇨세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말씀드린 거니까, 이상하게 생각지 마세요.”

물론 의도적으로 누구하고도 눈을 맞추거나 하진 않았다. 괜스레 시선을 교환한다고 깝치다간 잘난척한다는 인상만 줄 뿐, 오히려 이제껏 쌓아 올린 신뢰감만 무너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

“그리고 만약에 당뇨라 해도 그렇게 걱정하실 필욘 없어요. 들어보셨죠? 우리나라에 당뇨 위험 인구만 1,000만 명이에요. 실제로 당뇨 걸리신 분들은 300만 명이나 되구요.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외삼촌이 당뇨라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건데, 평소 관리만 잘하시면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혹여라도 박유나가 괜스레 겁이라도 집어먹을까 봐 걱정하며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더더욱 섣부르게 단정 짓는 말투도 피했고.

“우선은 식습관부터 바꾸시는 게 좋을 겁니다. 딸기, 귤, 채소 등 혈당이 많이 오르지 않는 음식 위주로 드시고요. 되도록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당연히 기름기 있는 육류는 안 되겠죠? 아, 그렇긴 해도 단백질 섭취는 충분히 하셔야 하니까, 되도록 저지방으로 드시고요. 그걸로 모자란다 싶으시면 보충제를 드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이왕이면 밥도 현미로 드시길 권하고, 그게 안 되면 잡곡이라도 괜찮습니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겁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은 꼭 하시고요.”

바 테이블 위에 앞 접시를 비롯해 수저와 저분이 놓이는 동안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세 명의 여자들, 그중에서도 박유나가 그런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귀를 기울이는 게 느껴졌다.

“뭣보다 중요한 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시는 일이겠네요. 음,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당뇨도 당뇨지만 혹시라도 입맛이 떨어지거나 했다면…….”

“어머!”

입을 가리고 날 빤히 쳐다보는 박유나. 짐작대로다. 아니, 사실 확인이라고 해야 하나. 이건 뭐. 답안지 보고 시험지 푸는 기분이네.

“표정 보니 그런가 보네요. 음, 그럼 좀 문젠데……. 당뇨 때문만이라면 살이 빠지더라도 식사를 잘 못 하시거나 하진 않거든요. 오히려 단 게 당길 가능성이 크지. 아,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를테면 임신이라든가…….”

“아!”

박유나가 여전히 손으로 입을 틀어 막은 채로 탄성을 터뜨리는 게 보였다. 그 소리에 이끌려 치켜든 시선에 그녀와 눈길이 마주쳤다. 잘게 흔들리는 눈동자. 뭔가 복잡한 감정이 비치다가 그 끝에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있다. 아이……. 기다려왔구나.

“왜 그래?”

“나 요즘 자꾸 속이 메슥거리고…… 뭐 좀 먹으려고 해도 역겨운 게…… 호, 혹시…?”

드륵 하는 소리가 들리고, 이하연이 일어섰다.

“제, 제가 다녀올게요!”

그러곤 어디 간다는 말도 없이 가게를 뛰쳐나갔다. 어디로 향했을지는 뻔할 일. 아마 지금쯤 임신 테스터기를 사기 위해 약국으로 달려가고 있겠지. 그러는 동안 신현정이 꼭 붙잡은 손을 떨쳐내지 못하고 덜덜 떠는 박유나. 불안한지, 그녀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어떡해? 어떡해? 혀, 현정아……. 나…… 진짜…… 어, 어떡해?”

“진정해. 하연이 금방 올 거니까. 응? 진정하고, 여기 물부터 마시고.”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선 채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달달 떠는 손으로 물컵을 쥐고 입술로 가져가는 박유나의 모습은 애처롭기만 하다.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얼굴. 심란한 모습이라기보단 바라던 것을 이루기 전에 두 손을 모으고 마음 졸이는 모습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사람 그림자가 뛰쳐 들어왔다. 이하연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돌아온 그녀의 손에는 임신 테스터기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흑!”

가게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임신테스트를 하고 나온 박유나는 길고 하얀 막대기를 들고서 울먹이고 있었다.

“언니.”

“유나야.”

“나……. 임신했나 봐.”

한눈에 알 수가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아이를 기다려왔는지. 자신이 당뇨라는 사실은 잊어버린 듯, 뱃속에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에만 기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오빠…… 흑……. 자기 아빠 된대.”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가 싶었는데, 남편인가 보다.

“응, 응. 아니…… 아직…… 흑……. 지금? 응…… 기다리고 있을게.”

전화를 끊은 박유나에게 신현정이 물었다.

“주형 씨, 지금 온대?”

“응. 바로 출발한다고.”

“축하해, 언니.”

“축하해. 유나야.”

“응응……. 흑…… 고마워.”

보기 좋다. 심장이 꽉 쪼일 정도로. 그렇긴 한데……. 탁. 난 바 위에 된장찌개를 내려놓으며 그녀들에게 말했다. 아니, 박유나를 향해서.

“축하드립니다.”

“아! 고, 고마워요.”

“근데요. 이럴 때일수록 끼니는 절대 거르시면 안 되는 거 아시죠?”

눈물이 그득한 눈으로 날 바라보던 박유나가 웃으며 다가왔다.

“자, 뜨거우니까 조심하시고요.”

뚝배기라면 더 좋았겠지만, 바에 그런 게 있을 리 없다. 그나마 냄비가 꽤 좋아서인지 된장찌개에서 한결 구수한 냄새가 올라온다. 침까지 흘리는 건 아니지만, 찌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홀린 듯 숟가락을 드는 세 명의 여자들만 봐도 알 수 있는 일. 이하연이야 말할 것도 없고, 조용한 성격으로 보이는 신현정의 눈빛에서도 기대감이 어려 있을 정도다. 다만 박유나만이 망설이는 듯 보였는데, 그럴 만도 하겠지. 당뇨도 당뇨지만, 갑자기 찾아온 임신. 입덧이야 사람마다 다르고, 심지어는 같은 사람이라도 임신할 때마다 다르지만, 상황이 상황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현재 그녀는 평소 입맛도 없고 뭐 좀 먹으려고 해도 속이 메슥거려 몇 숟갈 뜨지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괜찮을 거다. 원래 계획은 고기도 팍팍 넣고 기름기 좔좔 흐르는 음식들로 만들 참이었지만, 나레이션을 듣는 순간 싹 다 바꿨으니까. 오로지 한 가지에만 초점을 맞췄달까. 속이 편한 음식. 소고기 대신 두부를 비롯해 호박이랑 양파 등 채소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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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에 멥쌀에 수수를 섞은 밥. 그릇에 고슬고슬하게 솟아있는 밥은 그 특유의 구수함과 함께 단맛을 품고 있을 터였다. 뭐, 먹기 좋게 자른 김치는 마트에서 사 온 탓에 깊은 맛은 없겠지만 오히려 지금 같은 경우엔 차라리 상큼하게 느껴질 테고. 그 밖의 반찬이라곤 먼저 내놓았던 샐러드와 함께 곁들인 무장아찌가 다였지만, 지금으로선 외려 먹기 좋을 거다. 아니나 다를까. 박유나가 숟가락을 들기 전까지 지켜만 보던 두 사람, 신현정과 이하연. 그들이 부담스러웠는지 박유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수저를 들곤 조심스럽게 된장찌개를 한술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아!”

일순 눈이 커다래진 박유나.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싶은 순간 수저가 빨라지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이하연이 먼저 미소를 베어 물었고, 이어 신현정 또한 기분 좋은 얼굴이 되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웃음을 얼마 가지 못했다.

“흑!”

열심히 수저를 놀리던 박유나가 울음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언니…….”

“왜 울어? 당뇨 때문에 그래?”

두 사람의 물음에 박유나가 고개를 내젓는다. 그러더니 눈물이 그렁그렁 하다못해 뚝뚝 떨어져 내라는 눈으로 날 보며 말했다.

“……너무 맛있어서.”

말은 그렇게 하지만, 한 손은 자신의 배를 소중히 감싸고 있었다. 그런 채로 그녀는 울고 있었지만, 그 입은 웃고 있다. 그 눈물도, 그 웃음도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배에 얹어진 손이 지금 그녀의 심정을 고스란히 대변해준다. 그 의미를 누구 하나 얘기해주지 않았음에도 어째선지 알 것만 같은 기분. 그래서였을까. 이하연과 신현정 역시 울 듯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내가 그랬잖아. 맛있을 거라고.”

“그러네. 맛있네.”

내게 있어선 더할 나위 없는 칭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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