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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의심 (3) (23/204)

#23. 의심 (3)2020.11.22.

언젠가 사람의 감정에 대해 쓰인 글을 본 적이 있다. 뇌의 시상, 시상하부, 해마, 뇌하수체 따위로 이뤄진 변연계의 화학작용이라고 했던가. 뭐, 내가 비록 전문가는 아니라지만 거짓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다만, 그 내용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걸 인정한다면, 사람 인생이라는 게 다소 복잡한 연산 과정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말이지. 아무튼 같은 맥락으로 이성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결국 사람이 느끼는 모든 것.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전해지는, 이를테면 정보의 총합을 근거로 판단하는 사고의 결집? 이 정도로 정리하면 맞으려나? 그렇게 따지면, 그날……. 오일 호스가 파손되어 자칫 사고가 날 뻔했던 일은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그저 단순한 고장일 뿐일지 모른다. 또한, 그 전날 어둠 속에서 낯선 남자와 마주쳤던 건 그 사고와는 관련이 없는 우연에 불과할지도 모르고. 적어도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은 그렇게 보는 게 맞겠지. 하지만 내 감은 그렇게 말하지 않고 있었다. 육감이란 걸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나로선 모르겠지만, 뭐랄까. 그 남자가 그날 밤 차에 뭔가 장난질을 친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었달까. 그 때문이었다. 내가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렇다 할 목적도 없이 저택 안을 개처럼 뛰고 있는 것은. 목표야 있었다. 남자. 낯선, 아니 두 번째로 보게 된 남자를 쫓는 것. 그러면서도 생각은 끊이지 않는다. 그날 일이 그 남자와 관련이 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잡아야겠지. 그렇긴 한데……. 잡으면 어쩌지? 증거도 없이 다그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만일에 하나라도 사실이 아니라면? 그게 아니라도 혹여 남자가 발뺌이라도 하면? 지금 상황에선 그럴 경우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차라리 그날, 강형식한테 다 말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까지 든다. 그렇다고 이대로 지켜만 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헉헉! 대체……. 후욱! 어, 어디로 간 거……냐고!”

십 분쯤 달렸나? 곧바로 뒤쫓았음에도 남자는 그새 어디로 갔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칫. 이럴 때야말로 나레이션이 나서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아쉬운 마음에 속으로 툴툴거렸다. 숨을 한차례 크게 몰아쉰 뒤, 입술을 잘근 씹으며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해보곤 흠칫하고 말았다. 뭐야? 이거? 오 분도 안 지났잖아? 아, 진짜. 남자를 보는 순간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뛰다 보니 정신이 없네. 이래서야 파블로프의 개나 다름없…….

“거기 누구?”

어?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을 치떴다. 동시에 황급히 돌아선 내 눈동자에 한 남자의 얼굴이 새겨졌다.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강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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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형식의 사촌 형이다. 말하자면 강 회장의 둘째 아들인 강구철 사장의 큰아들이 바로 강윤식이었다. 집안 혈통인지 강형식처럼 키가 크고 단단해 보이는 체구를 지녔다. 강형식과 다른 점은 어딘지 모르게 날카로운 눈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 서른 초반의 남자는 내게 큰 관심이 없는 듯 보이려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 때문인지 언뜻 보기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모습이지만, 은근슬쩍 날 위아래로 훑는 것만으로도 부족해 주위까지 한차례 쓸어보는 등 눈동자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걸 봐선 머리부터 굴리는 타입인 모양이다. 게다가 온몸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거만함과 더불어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차가운 인상은, 나같이 평범한 사람으로선 쉽사리 다가설 수 없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쉽게 말하면 나랑은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절대로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없는 인물이란 얘기. 강윤식이 다시금 물어오며 눈에서 흩뿌리는 서늘함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본 적 없는 거 같은데, 여기서 일하는 사람인가?”

하대가 자연스럽다. 하기야 나이도 나이거니와 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에 이정도 반말쯤은 별거 아니지. 그렇긴 하지만,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그동안 스쳐 가듯 본 적은 있지만, 제대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건 오늘이 처음인데……. 속내를 감추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어느새 뒤쫓던 남자의 존재는 머릿속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서진영이라고 합니다. 주방에서 일하고 있고요.”

“아……. 그래?”

같은 핏줄인데도 강형식과는 느낌이 다르다. 사람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한, 그러면서도 지시를 받는 게 불쾌할지언정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두워서 그런데 좀 앞으로 오지?”

대답 대신 한 걸음 앞으로 나서자, 가로등 불빛에 내 모습이 드러났다.

“음, 주방에서 일하고 있다고?”

“며칠 안 됐습니다.”

고개를 한차례 끄덕인 강윤식이 다시 물었다.

“한데,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거지?”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이었지만, 말투에선 약간의 의심이 느껴졌다. 아직 어둠이 채 물러가지 않은 새벽에 저택 안을 서성거리는 게 마뜩잖은 모양이다만. 의심은 이쪽도 하고 있거든? 지우개로 지운 것도 아닌데, 분명 이쪽으로 향하던 사람이 땅으로 꺼지듯 사라져 버린 게 이상하잖아?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는 노릇. 당신 동생을 노리고 자동차에 위험한 장난질을 해둔 거로 의심되는 남자를 쫓고 있었다고 얘기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니까. 뿐만 아니라, 솔직히 말하면 묻고 싶은 건 따로 있기도 했고. 마음 같아선 남자가 어디로 갔는지 봤냐고 묻고 싶었지만, 어쩐지 그래선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서 어쭙잖은 변명을 늘어놓았다.

“늘 이 시간에 일어나다 보니, 그만 눈이 떠져서요. 그래서…….”

“산책이라도 나왔나?”

“예. 그렇긴 한데, 저택 안이 넓다 보니 이렇게 헤매게 됐네요.”

“흠, 보기보다 부지런한 모양이군.”

보기엔 어떤데? 하고 묻고 싶었지만, 그저 생각뿐이었다. 아무리 저쪽이 뭔가 사람을 업신여기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고 해도 이쪽으로선 기분이 상했다는 걸 겉으로 티 낼 수는 없는 처지다. 좀 짜증 나는데? 어차피 정작 궁금한 걸 물어볼 수도 없다면 계속 있다 한들 별 소득도 없을 것 같고, 오히려 표정 관리만 힘들 것 같아서 말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우연이 거듭되면 필연이 된다고 하지. 달리 말하자면, 그 남자를 다시 볼 날이 있을 거란 말이다. 그전에 내일이라도 강윤식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볼 마음이 들었고. 그렇게 돌아섰을 때였다.

“잠깐.”

칫, 그냥은 안 보내줄 셈인가? 멈칫하곤 몸을 돌리자, 그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꺾고 턱을 쳐든 채 말했다. 저 오연한 눈빛에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그걸 꾹꾹 누르고 있을 때, 건조하면서도 묘하게 사람 감정을 툭툭 건드리는 듯한 음성이 귓가로 흘러들었다.

“오늘은 처음이니까 그냥 넘어가겠지만, 두 번 다시 이쪽으론 얼씬거리지 마라.”

“…….”

“아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직 신혼이거든. 나도 그렇지만 내 처도 외부인이 들락거리는 걸 그리 좋아하질 않아서 말이야.”

나로서는 고용인이 어째서 외부인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만, 집주인이 그렇다는 데야. 강윤식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이 층 건물로 시선을 던졌다가 고개를 가볍게 숙여 보였다.

“조심하겠습니다.”

그러곤 더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듯 손짓으로 가보라고 하는 강윤식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느낌 참……. 더럽다. 형식이만 보다가 강윤식을 보니 내가 진짜로 재벌가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달까. 당장에 욕이라도 한마디 내뱉고 싶은 걸 애써 참으며 걸음을 내디뎠다. 이제 막 동이 트려는 듯 희미한 푸른빛과 붉은빛이 뒤섞인 채 물들이고 있는 하늘이 시야에 가득 들어차고 있었다. *** 산책이랄지, 추격이랄지. 그것도 아니면 뜻밖의 조우랄지. 어느 쪽이든 딱 부러지게 정의하지 못할 외출을 하고 들어왔더니 오히려 마음만 싱숭생숭해졌다. 젠장. 나가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들어오면 머리가 좀 맑아질까 했더니만. 근데, 참 다시 생각해도 묘하단 말이야. 그 타이밍에 강윤식이라……. 뒤쫓던 남자는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그 대신 느닷없이 나타난 강윤식. 그게 과연 우연일까? 찜찜하다. 나로선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몰라도, 재벌가의 권력다툼 뭐 그런 걸 떠올리는 건 좀 오버인가? 쯧, 드라마에 너무 길들여졌나 보다. 그래도 사촌이고, 한 핏줄을 타고난 혈육인데. 설마…….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였다. 따라라라, 라라……. 응? 갑자기 웬? 하긴, 나레이션이 예고하고 나온 적이 있던가? - 서진영은 바보다. 헐. 지금 뭐라는 거지? 내가 잘못 들은 건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벙찐 표정이 되고 말았을 때, 나레이션이 다시금 들려왔다. - 진짜 바보다. 야이, 지금 뭐라는……. - 범인은 바로……. 말을 하다 말고 숨을 죽였다. 앞뒤 다 자르고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나레이션이 뭘 얘기하고자 하는지 알 수밖에 없어서. - ……강윤식이다.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복잡한 마음으로 온갖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전화가 걸려왔더랬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어느새 7시가 넘어 있었다.

“어, 그래.”

강형식이었다.

- 뭐야? 말투가 왜 그래?

“내가 뭘?”

- 몰라서 물어? 목소리만 들어선 금방이라도 사람 하나 작살낼 거 같은데?

그런가? 그럼 제대로 본…… 아니 들은 거네. 강형식이 표현한 그대로다. 마음 같아선 당장 강윤식에게 달려가 멱살을 쥐고 그대로 바닥에 패대기라도 치고 싶었으니까. 권력은 부모·자식 간에도 나누지 않는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현실에서 진짜로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인지 까닭 모를 분노가 치솟는 중이었다. 맞다. 분명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었고, 따라서 내가 신경 쓸 계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사람 사는 게 그런 게 아니지 않냐고. 딱히 내가 정의롭다고 말하긴 어려워도, 그럼에도 사람은 사람다워야 한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아무리 돈이 좋아도 강도질을 해선 안 되고, 욕망에 눈이 멀어도 여자를 강제로 욕보이면 안 되듯, 살인은…… 그것도 계획적으로 사고를 가장해 사람을 죽이려 한 짓은 어떻게 해도 용서받을 수 없는 게 아닐까? 더구나 그 대상이 같은 피를 나눈 혈족이라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는 거지. 특정 종교를 믿는 건 아니지만, 머릿속에서 분노에 휩싸여 동생인 아벨을 죽였던 카인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누가 나더러 바보라고 해서 말이야.”

- 크큭. 누군지 몰라도 사람 참 잘 보네.

“시답지 않은 소리 말고. 전화는 왜 했냐?”

- 뭐래? 네가 일어나면 하라며? 세수도 안 하고 전화부터 했더니만.

아, 그랬지. 내가 녀석에게 남겨놓았던 톡을 떠올리며 웃고 말았다.

“이해해라. 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 뭔데? 뭣 때문에 그러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대로 말하자니 이 상황 자체가 너무 참혹하고, 그렇다고 이대로 묻어버리자니 녀석의 앞날이 걱정된다. 그러면서도 의심스럽다. 오히려 녀석의 음성을 들어서 그런가. 한결 차분해진 덕분에 나레이션이 했던 얘기들을 다시 한번 찬찬히 떠올릴 수 있었다. 분명 나레이션은 범인이라고만 했지, 구체적으로 범인이 벌였다는 범행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그저 나 혼자 지레짐작했을 뿐. 예전에 형식이와 함께 차를 몰고 나갔을 때 파열된 오일 호스와 강윤식이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의심하던 차에 나레이션이 튀어나왔기 때문일 터다. 그리고 지금 역시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어떻게 들어도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으니까. 그럼에도 의심스럽다. 혹시라도 나레이션은 다른 얘기를 한 게 아닐까? 혹여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몇 번이고 곱씹어본다. 그 결과 내린 결론은……. 역시 그 일의 주범은 강윤식. 하수인이라고나 할까, 직접 오일 호스에 손을 댄 건 그 이름 모를 남자일 테고. 그렇긴 하지만, 증거가 없다. 때문에 쉽게 입술이 떨어지질 않는다. 내가 만일 지금 이 순간, 강형식에게 네 사촌 형이 널 죽이려고 했다고 말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강형식은 내 말을 믿어줄 거다. 녀석은 그런 녀석이니까. 하지만 증거라곤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상황은 꼬이게 될 터다. 안 그래도 집안에서 내놓다시피 한 강형식이 요즘 들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던 차인데, 이번 일로 큰소리가 나게 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크다. 그건 좀 안 좋은데? 난 곰곰이 생각하다가 물었다.

“이따 저녁에 시간 좀 되냐?”

- 음, 꼭 오늘이어야 하냐?

“아니, 그건 아니고.”

- 아니다. 장 상무님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 한가하다곤 말 못 하지만. 10시 넘어선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괜찮아?

“오케이. 그럼 그때 보자.”

- 그러지, 뭐.

녀석은 끝까지 뭣 때문인지 묻지 않는다. 그만큼 날 믿는다는 얘기겠지. 그렇기에 더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칫해서 일이 커지고, 나는 말할 것도 없고 녀석이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길이 번져버리면 그땐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으니까. 그러니,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어떻게든 지금의 상황을 녀석에게 이롭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나 역시 여유를 되찾아야 하겠지. 마음은 뜨겁지만 머리는 차갑게. 그리고 행동은 차분하게. 거기에 내 힘이 조금이라도 필요하다면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할 테고. 느닷없다고 느껴질 만큼 툭툭 튀어나오는 나레이션이라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꼭 필요할 때만 나서는 게 또 나레이션이라는 걸 감안하면 역시 이게 맞다 싶었……. 따라라라, 라라……. 얼씨구?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네. 헛웃음을 흘리고 있을 때, 익숙한 BGM과 함께 나레이션이 들려왔다. - 서진영은 바보지만, 아주 바보는 아니다. ……지금 이게 칭찬이야? 뭐야? 황당한 기분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 오전 9시. 기다리던 톡이 날아들었다. 당연히 이하연이 보낸 거였다. 오늘 만나기로 한 걸 미룰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어차피 밤에 강형식을 만날 때까지 하루 종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녀를 만나는 동안에는 쓸데없는 잡생각을 안 해도 될 거 같아서 약속을 취소하진 않았다. 기회가 되면 은근슬쩍 삼한그룹에 관해 물어볼 요량이기도 했고.

- 지금 출발해요.

- 설마 아직도 이불 속인 건 아니겠죠?

- 그럼 나도 그 안으로 들어가지 뭐 ㅋㅋ

이하연이 보낸 톡을 보다가 기가 막혀서 웃음을 흘렸다.

--- 완전 일찍 일어났거든요? 그리고 이미 외출 준비도 끝났습니다만.

- 대박! 제가 그렇게 보고 싶었던 거?

- 말하지 그랬어요?

- 앙 귀여워.

늘 느끼는 거지만, 이 여자…… 이상한 데서 꽂히는 거 같다. 앞서 보낸 톡 어느 부분에서 귀여움이 느껴지는 거지? 그리고 어떻게 읽으면 내가 지금 그녀를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는 게 되는 걸까?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슬그머니 치켜 올라가는 입꼬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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