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 출장 (1) (18/204)

#18. 출장 (1)2020.11.11.

숙소로 달려가 초를 다투면서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고윤수 주방장님 방으로 향했다.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해보니, 차가 도착할 때까진 5분 정도 남았다.

“후우!”

간신히 제시간에 맞췄다는 안도감에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런 뒤,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며 노크했다.

“들어오라.”

문 안쪽에서 고윤수 주방장님 특유의, 평안도 사투리가 들려왔다. 옷이 지저분하진 않은지, 머리가 혹시 헝클어진 건 아닌지 한 번 더 확인하곤 문을 열었다. 그러자 날 빤히 쳐다보시다가 물으시는 주방장님.

“뭐이가? 어디 불이라도 난거이네? 낯짝이 왜 기러네?”

“예? 그게 무슨…….”

“니래 거울 안 보네? 몸 안에 있는 피란 피는 다 얼굴로 쏠린 거 같다, 야.”

뭐라 할 말이 없어서 내가 멋쩍게 웃어 보이자, 고윤수 주방장님은 예의 개량한복 차림에 중절모를 한 손에 들고 일어나며 혀를 차셨다.

“기케 서두른 게 아까워서라도 얼른 나서야겠다. 앞장 서라우.”

모자를 쓰면서 손짓하시는 주방장님을 보다가 얼른 돌아섰다. 그렇게 밖으로 나와 잠시 기다리자, 김진호 셰프의 말대로 검은색 차 한 대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오오, 리무진. 타보기는커녕 이렇게 가까이 본 것도 생전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눈을 빛내고 있으니, 주방장님이 픽하고 웃더니 한소리 하신다.

“금을 발라봐라. 구르마가 구르마디. 기저 차라는 놈은 굴러가믄 되는 기야. 안 그렇나?”

때마침 차에서 내린 운전수 아저씨가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어르신.”

그러곤 뒷좌석 문을 열어준다. 주방장님을 따라 차에 올라 다시 한번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을 때 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당연히 계실 줄 알았더니, 김진호 셰프는 보이질 않는다. 현장으로 따로 가시는 건가 보다. 하긴, 우리랑은 달리 집에서 가시는 거니까. 그나저나 진짜 차 안에 없는 게 없다. TV나 라디오는 말할 것도 없었고, 냉장고에는 음료와 맥주가, 캐비닛에는 위스키와 와인까지 구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운전수 아저씨가 버튼을 누르자 창문이 어두워지며 빛을 완전히 차단해준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마주 보며 앉을 수 있다는 점. 뭐, 방송이나 영화에서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겪는 건 느낌이 또 다르달까. 아무튼, 정신없이 차 안을 둘러보다가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와아, 이런 건 대체 얼마나 하는 거야?”

“기걸 왜 나한테 묻니?”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도 많다, 야. 김 씨, 이거 얼마나 하네?”

“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옵션 포함해서 2억 조금 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어? 생각보다 싸네요?”

그보단 훨씬 비쌀 줄 알았더니만. 강형식의 차고에 늘어서 있는 차들 중엔 십억 대가 가뿐히 넘어가는 놈들도 많다는 걸 감안하면 그리 비싼 건 아닌 편…….

“간나새끼, 간뎅이가 부었구나. 야. 돈 2억이면 어지간한 지방에선 집 한 채 값이디. 긴데 뭐라? 하, 부잣집에 머슴 살면 초가집 같은 건 우습게 보인다더니 니래 딱 기짝이구나.”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 아, 내가 지금 뭔 소리를 한 거지? 아니 그전에 제정신인 건가? 순간 느껴지는 게 있어서 곧바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다시는 그런 얘기 하지 않겠습니다.”

잠시 날 바라보던 고윤수 주방장님이 아까보단 한결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머슴도 말이디, 새경을 허투루 쓰디 않고 차곡차곡 모으면 기래도 죽기 전엔 이런 호사를 누릴 날이 올디 누가 알겠니? 기러니 놀라디도 말고, 기렇다고 기죽디도 말라.”

“명심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마음을 다잡고 난 뒤 주방장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대부분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신변잡기적인 얘기들일 뿐, 강 회장과 그 가족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차는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나아가는 중이었다. 토요일이라곤 하지만, 아직은 이런저런 이유로 쉬지 못하는 회사들도 많아서인지 출근하는 차들로 도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한강대교를 건넌 차가 삼각지를 지나쳐 남대문에 이르렀을 때, 주방장님이 물으셨다.

“긴데 니래 알고는 있네?”

“예? 뭐를…….”

“오늘 가는 데가 어딘디 말이야.”

“아, 아뇨. 김진호 셰프가 아침에 전화하셔서 출장 간다는 말씀만 하셔서…….”

“아침에? 쯧, 그 아새끼래 다 좋은데, 말을 아껴도 너무 아끼는 게 탈이야.”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던 고윤수 주방장님이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표정을 지으셨다.

“KS 그룹 진 회장이라고 아나?”

“예. 대충.”

“그 늙은이 팔순 잔치가 오늘이디.”

“아……!”

“죽을 날 받아놓은 냥반이 뭐이래 좋다고 잔치가, 잔치는.”

주방장님이 못마땅하단 표정이 역력한 얼굴로 혀를 끌끌 차시고 있을 때, 차가 시청 앞 호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팔순 잔치를 고려호텔에서 하나 보구나. 아, 그런데 내가 저런 델 가도 되나? 아직 제대로 요리사라고 할 만큼 실력이 되는 것도 아닌데. 후우, 혹여 실수라도 했다가 괜스레 주방장님께 창피만 주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다. 귓가로 고윤수 주방장님의 음성이 들려온 것은.

“겁먹을 거 없다. 재벌 재벌 해봐야, 다 같은 사람인 거이야. 기러니 어깨 피라.”

“예.”

“거 아새끼. 죽 한 그릇도 못 얻어먹은 거이가? 왜 그리 목소리가 작네?”

“아닙니다.”

“아무튼, 곧 내릴 모양이니 슬슬 준비하라우.”

주방장님의 말씀에 출장을 위해 준비하셨다는 가방과 옷가지들을 챙기고 있을 때, 차는 주차장에 들어서서 천천히 멈춰 서고 있었다. *** 시간을 확인해보니 아침 아홉 시가 조금 넘었다. 그런데도 주방이며 홀할 거 없이 사람들이 참 많이들 오가고 있다. 잔치 시작은 11시부터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벌써 이렇게 바쁘게들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라니.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우리나라 재계 서열 5위에 올라 있는 KS 그룹 총수의 생일이라 그런 건지 구분이 안 간다. 뭐, 무슨 상관인가. 일하러 온 거지, 손님으로 참석한 것도 아닌데. 나야 일 끝날 때까지 주방 안에만 있을 거고, 진 회장인지 뭔지 하는 양반이랑 마주칠 일도 없을 테니까.

“오셨습니까?”

주방 앞에서 고윤수 주방장님께 인사를 하는 김진호 셰프를 보며 나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날래 가자우. 앞장서라.”

고윤수 주방장님이 뒷짐을 지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김진호 셰프가 날 향해 말했다.

“여기, 오늘 메뉴다. 메인은 스테이크니까, 고기 밑 재료는 네가 맡아라.”

“알겠습니다.”

대답하자, 김진호 셰프가 고개를 끄덕이곤 돌아섰다. 그 모습을 보다가 중얼거렸다.

“그럼 일단 고기들 해동부터 시켜볼까?”

난 한차례 기지개를 켠 후 주방으로 들어가 보니 요리사들 몇 명이 보인다. 다들 밑 재료들을 다듬고 있는 모습에 적당히 인사만 하곤 내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냉동고에 넣어두었다던 고기들부터 찾았다. 그러곤 널찍한 밧드에 고기들을 적당하게 썰어 넣은 후 그릇째로 포개놓는 작업을 시작했다. ***

“너무 심하게 태우진 말라우.”

“그럴 생각, 추어도 없습니다.”

두 사람, 고윤수 주방장과 김진호 셰프는 오늘 잔치 준비를 도맡은 관계자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말할 것도 없이, 오늘의 주제는 서진영이었다.

“기럴 거면 뭐하러 데려온 거이가?”

“눈으로 보지 말라면서요?”

“기래서?”

“한번 보려고요. 주방장님 말씀처럼 해보면 제가 못 보던 걸 볼 수 있을지.”

담담한 표정으로 얘기하는 김진호를 보다가 고윤수 주방장은 픽하고 웃었다.

“잘해보라우.”

“그럴 생각입니다.”

두 사람은 사제지간답게도 격의가 없으면서도 지킬 건 지켜가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는 사이 도착했다. KS 그룹의 직원 한 명이 호텔 직원들과 오늘 일정에 대해 한창 논의 중이던 사무실에.

“아이고, 오셨습니까!”

살가운 표정으로 그들을 반기는 중년남성을 보면서 고윤수 주방장이 떨떠름한 얼굴로 틱틱거렸다.

“너무 자주 부르는 거 아니가? 니래 너무 많이 봐서 정들겠어, 야.”

“정이야 이미 들었죠. 아, 일단 앉으시죠. 참, 회장님은 한 시간쯤 뒤에나 오실 겁니다.”

“기래야지. 기력도 쇠해서 움직이기 힘드신 냥반인데, 무리하면 쓰겄네?”

고윤수 주방장의 말에 다들 웃고는 있었지만, 난감한지 얼굴에 땀방울들을 매달고 있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김진호 셰프는 남모르게 소리 없이 고소만 지어 보일 뿐이었다. *** 어디에나 알력은 있다.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아이들이 모인 어린이집에만 가도 그런 법인데, 그 후로 초중고, 대학교, 군대…… 사회로 이어지는 동안, 한평생 사람은 자유로울 수 없을 테다. 그걸 달리 서열문화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결국, 좀 더 편하고 좋은 포지션에서 이득을 보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만은 분명하니까. 지금처럼.

“저기요, 좀 바빠서 그러는데 이것 좀 도와주실래요?”

김진호 셰프가 주고 간 레시피대로 고기를 재울 소스들을 만들고 난 뒤 잠시 밧드 안에서 녹고 있는 미트들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뭘 도와드리면 되는데요?”

사실상 내가 할 일은 다 끝났기에 바쁠 것도 없어서 그렇게 물었더랬다.

“샐러드에 쓸 야채가 너무 많아서요.”

많기도 하겠지. 오늘 초대된 사람만 몇 명인데. 난 소매를 부치고 다가갔다.

“이거만 씻으면 되는 건가요?”

바구니 하나에 가득 들어 있는 양상추를 가리키며 묻자, 어딘지 모르게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남자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예. 좀 부탁드릴게요.”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한참 뒤 양상추를 모두 씻고 나서 차가운 물에 담가두었다. 그러곤 밧드 안의 고기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려던 참이었다.

“저기요.”

“예?”

“괜찮으시면 이것 좀…….”

돌아보니, 한 남자가 스프가 가득 든 솥을 가리키며 비실비실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다가 주방 안을 둘러보니 다들 힐끔거리며 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입가에 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게 아닌가. 헛 참. 이것들 봐라? 그러니까, 지금 날 호구로 본 거다 이거네? 하아, 진짜 이 상황 어쩐다지? 솔직히 이런 일들은 살면서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다. 따지고 보면 늘 그랬다. 어딜 가든 난 혼자였으니까. 뭐, 납득은 된다. 아무래도 저치들은 한두 번 사이가 아니듯 한데, 그래서 날 지금 굴러온 돌 취급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데…….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내가 또 이런 걸 참는 성격이 아니거든. 난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한마디 했다. 아니, 그러려던 순간이었다.

“서진영. 지금 뭐 하는 거지?”

아까 호텔 연회장에 들어온 뒤로 헤어져 어디론가 가셨던 김진호 셰프가 주방 안으로 들어오고 계셨다. 그 뒤로 고윤수 주방장님도 보였고.

“아, 그게…….”

난 대답을 하려다가 주방 안을 보곤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다들 모른 척이다. 기가 막혀서. 한숨이 나오려는 걸 참고 있을 때, 김진호 셰프의 고함이 터졌다.

“다들 정신 못 차립니까?”

처음 들어보는, 섬뜩할 정도로 날이 서 있는 목소리였다. 표정을 더했다. 화가 단단히 난 얼굴이었다.

165612167529.jpg

“자기가 해야 할 일도 제시간에 못해서 남의 힘을 빌릴 정도로 미숙한 요리사가 이 주방에 있습니까? 그럼 나가세요! 이 주방에 그런 사람은 필요 없습니다!”

김진호 셰프의 싸늘한 얼굴만큼이나 얼어붙은 공기. 주방 안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을 때 고윤수 주방장님이 나서셨다.

“기만하믄 다들 알아들었을 거이야. 니래 진정하고, 슬슬 준비하자우.”

그제야 김진호 셰프는 평상시의 얼굴을 되찾았다. 그전에 주방 안의 요리사들을 한차례씩 노려보았지만.

“준비는?”

“아, 일단 밧드에 전부 옮겨두었고, 소스까진 만들어두었습니다.”

대답하는 목소리에 살짝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 한편으론 든든함이 느껴졌고. *** 오! 한 그룹의, 그것도 재계 5위쯤 되는 그룹의 회장님쯤 되니까 손님도 격이 다르구나. 주방 밖으로 슬쩍 쳐다봤는데, 하나둘씩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손님들이 하나같이 범상치 않다. 신문, 방송할 거 없이 어디선가는 한 번쯤 본 사람들뿐이다. 반쯤 차 있는 홀을 바라보다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중얼거렸다.

“한 끼에 대체 얼마씩 치이는 거야, 이거?”

일괄적으로 정해놓은 식단. 코스로 진행되는 요리 중 메인은 한우 안심을 이용한 스테이크. 거기에 캐비어를 비롯해 게살 샐러드까지. 아주 그냥 호화판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걸 레스토랑에서 사 먹으려면 한 사람당 기십은 깨질 거다. 맛을 본다는 핑계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는데, 무슨 스테이크가 입에 넣자마자 사라지는지. 이래서 다들 한우 한우 하는 거겠지.

“점심시간이라고 해봐야 두 시간입니다. 딱 그만큼만 고생합시다.”

김진호 셰프가 말하자, 다들 알겠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까 전의 일도 있고 해서 그런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고윤수 주방장님만이 메인 요리인 스테이크를 중심으로 플레이팅에 한창이시다. 나 역시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그 옆에서 거드는 중이었고. 그때였다. 따라라라, 라라……. 어, 이건? 너무 오랜만이라 존재 자체를 까먹고 있던, BGM이 머릿속에 울렸다. 그리고 곧이어 나레이션이 들려왔고. - 강형식이 방금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는 지금 이곳에 서진영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상태. 아마 마중이라도 나간다면 무척이나 기뻐할 게 틀림없다. 어라? 녀석이 왔나 보네. 어쩐 일이래? 혹시 강 회장이랑 같이 왔나? 며칠 전부터 스스로 달라지겠노라고 선언하더니 진짠가 보네. 아무튼, 나쁘지 않다. 어쩔까? 잠깐 나갔다 올까? 잠시 고민하다가 고윤수 주방장님에게 말했다.

“저어,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뭘 기런 거까지 일일이 보고하니? 그런 거이 알아서 할 거이디.”

주방장님의 면박 아닌 면박에 조금 멋쩍어져서 머리를 긁적이며 물러날 때였다. - 한데, 음식이 강형식의 입에 맞을지 모르겠다. 어제도 장동일 상무와 함께 앞으로의 일을 얘기하며 새벽까지 술을 마신 탓에 오늘 나오는 요리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터다. 멈칫.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 헐! 그래서 뭘 어쩌라고? 나더러 메인 요리를 바꾸라고? 인상을 팍 구기고 있는데, 다시금 들려오는 나레이션. - 사실 이런 문제는 비단 강형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곳에 손님으로 참석 중인 사람들 중 일부는 오늘 요리가 입에 맞지 않을 게 분명하다. 일테면 C마트의 오너인 김진숙 회장은 경우, 얼마 전부터 채식주의자가 되었기 때문에 고기를 전혀 입에 대지 않는 것이다. 또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지금 이거 나더러 나서란 얘기지? 난 뒤쪽으로 시선을 돌려, 한창 스테이크며 요리들을 준비 중인 고윤수 주방장님을 쳐다보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