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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만들 줄 아나? (1) (14/204)

#14. 만들 줄 아나? (1)2020.11.01.

강형식은 대답 대신 진중한 표정이 되어 날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걸 테지.

“이런 말 하면 좀 이상할지 모르겠는데…….”

“뭔데 그래?”

“아까 말이야.”

“아까? 아까 언제?”

“그러니까, 국도 접어들고 나서 산길 달릴 때부터 차가 조금 이상하더라고.”

“응? 이상해? 뭐가?”

“너도 알다시피 요리사들이 좀 예민하잖냐. 그러니까 그러려니 하고 들어.”

“아,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답답하게.”

젠장! 답답하긴 내가 더 답답하다. 있는 말 없는 말 다 보태서 그럴듯하게 보이게 말하려니까 아주 죽을 맛이다. 그래도 밑밥은 제법 그럴싸하게 깔린 거 같지? 후우, 그럼 이쯤에서 말해도 괜찮겠지. 부디 말발이 먹혀야 할 텐데. 젠장, 그런데도 내 말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강형식이 운전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어쩐다? 그땐 멱살이라도 잡아야 하나.

“차가 좀 밀리더라고.”

날 멍하니 쳐다보는 강형식. 그의 눈에 의아함이 깃들어 있다. 그래, 안다. 이게 얼마나 황당무계한 얘기인지. 사람 몸에 자이로 센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아무리 민감해도 달리는 차 안에서 브레이크를 밟을 때 차가 밀리는 걸 느낄 수는 없으니까. 그것도 운전자가 아닌 단순 탑승자가 말이다.

“지, 진짜야. 몇 번이나 느꼈어. 네가 브레이크 밟을 때마다 차가 이렇게, 후욱 하는 느낌으로 밀리더라니까.”

젠장. 표정을 보니 씨알도 안 먹히는 듯하다. 하아, 아무래도 곧 멱살 잡아야 할 듯……. 그때였다.

“그래?”

강형식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게 보였다. ……통하는 건가? 난 조심스러우면서도 아까보다 좀 더 강한 어조로 얘기했다.

“네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싶어서 솔직히 말 안 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모르잖냐. 혹시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

망할 놈의 나레이션! 알려주려면 좀 일찍 알려주든가. 아까 강형식이 운전하고 있을 때 얘기했으면 한결 편했을 거 아니냐고. 아니, 그것도 아닌가? 나조차도 나레이션의 말을 듣기 전까진 오일 호스에 문제가 있다는 걸 느끼지도 못했으니까. 아 몰라. 아무튼, 내 말이 통하기만 바랄 뿐이다. 어느새 사라져버린 나레이션을 원망하며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마음이 그리 편하진 않다. 그래도 어쩌겠냐고. 다른 문제도 아니고 안전 문제인데.

“음, 그랬단 말이지?”

후, 어찌어찌 통한 건가? 달라진 표정을 보니 다행히 강형식은 내 말을 믿어주는 눈치였다. 그만큼 날 신뢰한다는 얘긴데……. 그래서 더 미안하다. 하지만, 하는 수 없잖아? 우리 두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잠깐 있어 봐.”

다행히 그는 더 이상 내 말에 토 달지 않았다. 대신 차 안 구석으로 손을 넣어 버튼을 누르는가 싶더니 앞쪽에서 덜컥하는 느낌이 전해지고. 그걸 듣는 둥 마는 둥 강형식은 차에서 내렸다. 그런 뒤 보닛을 열어 엔진룸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한편으론 날 믿어주는 그가 고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궁금하기도 했다. 진짜겠지? 오일 호스에 문제가 없거나 하면 그건 그것대로 낭패인데. 아니지. 그러면 그냥 내가 좀 예민한 사람이 되면 그만이니까 뭐. 것보다는 오히려 강형식이 제대로 발견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봐 걱정이다. 나 역시 걱정되어 차 문을 열고 나왔다. 쯧, 그냥 대 놓고 오일 호스 쪽이 문제라고 말해버릴 걸 그랬나? 목숨이 걸린 일인데, 괜스레 에둘러 말했다고 자책하고 있을 때였다.

“어! 이거 왜 이래?”

강형식의 입에서 어처구니없다는 듯, 탄성이 터져 나왔다.

“왜? 뭐가 잘못됐어?”

맞구나!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모른 척 묻자, 녀석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탄식했다.

“야, 진짜 큰일 날 뻔했다.”

“응? 큰일?”

다 알면서 새삼스럽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강형식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날 향해 기막히다는 듯 쳐다본다.

“뭐냐?”

“뭐가?”

마음 한구석이 찔려와서 시선을 피하며 되묻자, 강형식이 기가 막힌다는 듯 말했다.

“너 말이야.”

“나?”

“그래, 인마.”

“…….”

“하아, 진짜 민감한가 보네. 이걸 느끼다니.”

그는 엔진룸 안쪽으로 손을 쑥 집어넣더니 잠시 낑낑대는가 싶더니 뭔가를 끄집어 올렸다. 손가락보다 조금 더 굵은 호스 하나가 검은빛을 흘리고 있었다.

“보이지? 여기 터진 거?”

“어. 그러네. 조금 갈라졌네. 근데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냐?”

“몰라서 하는 소리야. 제동계 쪽은 유압식인데, 기름을 밀어내주는 호스가 이 정도까지 파열됐다면 아마 조만간 브레이크가 먹통이 됐을 거다.”

“그럼?”

“후우. 까딱했으면, 너랑 나랑 오늘 황천길 갈 뻔했다는 거지.”

텅! 보닛을 닫으며 강형식이 대시보드에서 걸레를 꺼내 손을 닦으며 콧잔등을 찡그렸다.

“레커차 부르는 수밖엔 없겠는데.”

당연한 일이었다. 이 상태인데도 운전하겠다고 하면 내 쪽에서 녀석의 멱살을 잡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이런 줄도 모르게 여기까지 널 끌고 오고……. 잠깐만 있어 봐.”

내게 미안했는지, 씁쓸한 미소를 한차례 지어 보이더니 강형식은 곧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통화 내용으로 봐선 보험회사인 듯했다. 음, 재벌 3세라고 해서 좀 다를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좀 빨리는 오려나?

“삼십 분은 걸린다네.”

쩝. 산길이라서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걸릴 모양이다.

“하는 수 없지.”

어깨를 으쓱해 보이다가 말고 강형식을 바라보았다.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래?”

“아니. 좀 이상해서.”

뭐가? 하는 눈빛을 해 보이자 그가 미간을 찡그리며 다시 한번 고개를 모로 기울인다.

“분명 새것으로 교체했는데……. 게다가 교체한 놈은 신소재라서 오히려 스테인리스보다 내열성도 좋고 성능 자체도 뛰어나거든. 근데 왜 터졌을까?”

정말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음, 듣고 보니 그렇긴 하다. 참네. 말해주려면 앞뒤 사정도 포함해서 얘기해줄 것이지. 뭐 이 정도만 해도 어딘가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레이션이 조금만 더 친절했으면 하는 마음에 중얼거렸다.

“그러게. 누가 일부러 그렇게 한 게 아니면 또 몰라도 이상하긴 하…….”

말을 하다 말았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얼굴 때문에. 어젯밤. 차고에서 보았던 한 남자. 그땐 몰랐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조금…… 아니 많이 이상하다. 저택 내에 경호원들 말고 따로 돌아다니는 이들은 거의 없는 거로 아는데……. 더구나 그 경호원들도 강 회장의 식구들이 불편해할까 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들었다. 오죽하면 정문에도 CCTV로 드나드는 외부인들을 감시만 할 뿐 저택 내에 지정된 장소에서 각자 대기하고 있을까. 난 자갈밭에 세워진 차를 바라보며 턱을 만지작거렸다. 에이, 설마……. 이유야 어떻든 간에 진짜로 차에 손을 댔으려고. 몇 번이고 고개를 내젓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 있을 때였다.

“산이라 그런가 춥네. 넌 차에 들어가 있어.”

“나만?”

“난 움직이지 않는 차 안은 별로라서.”

“야,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나만…….”

그때, 강형식의 핸드폰이 울렸다.

“예. 강형식입……. 아, 맞습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두물머리 방향으로 오시다가 6번 국도에서……. 예. 거기 맞아요. 거기서 좌측으로 틀면 나무가 거의 없는 돌산이 하나 보일 건데…….”

한참이나 설명을 하다가 끊은 강형식이 한숨을 푹 내쉰다.

“기사가 길을 못 찾네.”

“그래?”

“서비스 센터에선 내 전화 신호도 못 잡는 거 같고.”

“그럼 한참 걸리겠네.”

“아무래도 안 되겠다.”

강형식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아, 예. 접니다. 제가 지금 좀 곤란한 상황에 처해서…….”

잠시 후 전화를 끊은 그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차 보내준대.”

응? 누가? 의아한 눈빛을 띄우자, 강형식이 핸드폰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방금 통화한 사람……. 얘기했지? 장동일 상무님이라고 있다고.”

“아, 그분……!”

강형식이 사내에서 유일하게 믿는 사람이라고 하더니 과연 그런가 보다. 근데, 겨우 차가 고장 난 일로 임원에게 전화를 한다고? 햐, 역시 재벌 3세는 다르구나. 난 다른 의미로 감탄해서 강형식을 바라보았다. 본인은 별일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아니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차를 살피고 있었지만. 그 모습을 보다가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물었다.

“근데, 장동일 상무님이 보내주신 차가 레커차보다 먼저 오면 어쩌게?”

“뭘 어째? 이 차는 그냥 여기 놔두고 우리 먼저 가는 거지.”

별걸 다 묻는다는 표정으로 대답하는 강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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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이 차가 얼마라고 했더라? ……이 자식 이거, 재벌 3세 맞네. *** 보험사에서 보내주는 레커차와 장동일 상무가 보낸다던 차 중 어느 쪽이 먼저 도착할는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아무튼 그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기다리는 것뿐. 하지만 그것도 십여 분이지, 조금 시간이 지나자 금방 무료해졌다. 강형식이 차 문을 열며 말한 것도 그때였다.

“안 되겠다. 산속이라 그런가? 바람이 차네. 들어가서 기다리자.”

난 군말 없이 그를 따라 차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자, 한결 포근함이 느껴지며 차갑게 식었던 몸이 따스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슬슬 눈이 감기고 있을 때였다.

“요리사는 왜 하냐?”

뜬금없기는. 강형식에게 시선을 던지며 되물었다.

“무슨 소리야, 그게?”

“아, 무시하는 건 아니고. 그저 궁금해서.”

그래서 그게 왜 궁금한 건데? 난 눈을 가늘게 해 보였다가 이내 물었다.

“넌 왜 사업하는데?”

“나야 타고나길 그런 집안에……. 쯧, 내가 멍청했네.”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쓴웃음을 지어 보이던 강형식이 이번엔 달리 물었다. 아마도 이게 진짜로 내게 하고 싶었던 말인 듯하다. 그가 잠시 망설이다가 묻고 있었다.

“그러지 말고, 나랑 같이 일 안 해볼래?”

“일?”

녀석은 멋쩍게 웃더니 말했다.

“지난번에 말했지? 장동일 상무하고 만났었다고.”

그는 한 템포 쉬더니 한층 눈을 빛내며 말했다. 어딘지 모르게 열정이 느껴지고 살짝 흥분한 것도 같은, 그야말로 반짝거리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이게 그의 진면목이 아닐까 싶다.

“슬슬 나도 독립을 해볼까 생각 중이거든.”

“독립?”

“뭐, 이 집안에선 내가 있을 자리가 없으니까.”

씁쓸한 표정을 짓는 강형식이 살짝 안쓰러워져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싶었지만. 관뒀다. 어쭙잖은 위로 따위, 하지 않느니만 못할 테니. 대신 물었다.

“그럼 이제 집에선 못 보는 건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어 묻자, 그가 픽하고 웃었다.

“그건 아니고.”

그러곤 입가에 옅은 미소를 베어 물곤 조곤조곤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일단은 지금 처한 내 처지부터 바로잡을 생각이야.”

그거 좋은 생각이네. 재벌이건 뭐건 간에 사람에게 있어서 이미지란 그만큼 중요하니까. 특히나 인맥이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사업을 하는 거라면. 잘은 모르지만, 재계에선 그가 개차반으로 알려져 있는 모양이던데, 나중에 뭘 하든 간에 우선은 그것부터 바꾸는 게 먼저일 터다.

“술도 좀 적당히 마시고, 할아버지 따라 다니며 일도 좀 배워야겠지.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보고서를 할아버지가 읽든 안 읽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란 생각도 들고. 나야 내가 할 일만 제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야.”

“하긴, 시장에서 참패한 제품들을 파악하다 보면 많은 걸 배울 수 있긴 하겠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맞장구를 쳤을 뿐인데, 강형식은 달리 느꼈던 모양이다. 그가 한층 눈을 빛냈다. 표정만 봐선 손이라도 잡을 태세다. 야야, 집어치워라! 내 팔뚝 위로 막 닭살 올라오려고 하는 거 안 보이냐? 그런 내 심정 따윈 상관치 않고 강형식이 어딘지 모르게 간절한 어조로 말해왔다.

“그러니까, 같이 하자.”

“아, 그러니까 뭘? 설마 사업?”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인 강형식이 이번엔 어처구니없는 제안을 던진다.

“지분 20프로 줄게. 아니다. 30프로에 직함은 부사장. 회사 명의로 차도 뽑아주고, 집도 사줄 테니까…….”

나 참, 뭔 생각인 건지. 황당해서 물었다.

“대체 내가 너랑 할 수 있는 일이 뭔데?”

“그냥 지금처럼만 해주면 돼.”

지금처럼? 이건 또 무슨…….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하자, 그가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며 말했다.

“뭐, 가끔 밥도 먹고 술도 함께 마시고. 그러다가 내가 뭔가 잘못하는 게 있으면 쓴소리도 좀 하고. 일이야 차차 배우면 되는 거니…….”

“웃기고 있네. 나 고졸인 거 잊었냐? 차차 같은 소리네. 이제껏 칼이랑 솥단지만 잡던 손으로 뭘 하라고?”

“말했잖아. 일은 와서 배우면 되는 거고. 난 능력주의자지 학벌주의자가 아니거든?”

“자식이. 이상한 데서 집착하고 그러네? 대체 뭔 바람이 불어서 그러는 건데?”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서 슬쩍 물어보니, 강형식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는다.

“어제 장 상무님 만났다고 했잖아. 그때 얘기가 나왔는데, 상무님이 그러시더라. 너랑 나랑 합이 잘 맞는 거 같다고.”

합이라……. 녀석이 이미 용이 되기 직전의 이무기라는 것과 내가 개천 출신이라는 것만 빼면 그럭저럭 맞긴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거기 가서 할 일이 있을 거 같진 않달까. 내키지 않아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강형식이 계속해서 채근한다.

“상무님 말씀이 아니더라도, 난 네가 같이했으면 좋겠다.”

어라? 이 자식. 진심인가 보네? 후우, 이럴 땐 대체 뭐라고 해야 하는 거야?

“……언제부터 하려고?”

씨익 웃는 강형식.

“일 년만 기다려라.”

얼굴 가득 떠올라 있는 미소로 보건대 나름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둔 모양이다. 그 모습이 보기 좋다. 자신감 있는 표정도 그렇고, 열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도 그렇고. 그렇긴 하지만……. 난 가만히 강형식을 바라보다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됐어, 인마. 난 그냥 요리나 하련다.”

“뭐야? 꿈? 뭐 그런 거야?”

꿈? 그렇다고 하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긴 하지만, 사실 그렇게 거창한 건 또 아닌데.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현실적으로 내가 해볼 만한 일이 그저 그뿐이었고, 그때부턴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왔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두지.”

내 말에 강형식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다소 심각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요리사도 나쁘진 않지만, 그거 꼭 해야 하는 거 아니면…….”

안 그래도 갈수록 난감해져 가는 상황에서 날 구원해 준 것은 갑자기 들려오기 시작한 핸드폰 벨소리였다. 난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들며 손을 들어 올렸다.

“잠깐만. 좀 중요한 전화라서.”

하는 수없이 말끝을 흐리는 강형식을 보다가 전화를 확인해보곤……. 응? 주방장님?

“예, 서진영입니다.”

- 아새끼래, 왜 그리 목소리에 힘이 없간? 설마니 휴일이라고 죽도 한 그릇 못 얻어먹은 거이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윤수 주방장님의 질문이 날아든 것도 그때였다.

- 니래 어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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