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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나 어떡해? (1) (7/204)

#7. 나 어떡해? (1)2020.10.16.

고민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어쩐다? - 그렇다. 강 회장은 소고기국밥이 먹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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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머릿속에선 나레이션이 익숙한 BGM과 함께 들려오고 있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고! 눈을 깜박이며 머리를 흔들어봐도 나레이션은 사라지지 않는다. 진짜 돌겠네. 대체 어쩌란 거냐고. 후우, 이거 혹시 그냥 나 혼자 미쳐서 막 그러는 건 아니겠지? 왜 그런 거 있잖아? 자아분열? 해리성 인격장애? 흔히들 이중인격이라고 부르는 이인증 같은 거 말이다. 생각해보니 확 걱정되네. 설마, 나 무슨 병이라도 걸린 건 아니겠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알지 못할 사실들을 말해주는 것만 봐도 단순한 환청은 아니란 거잖아. 그래도 한 번쯤은 병원엘 가봐야 하지 않을까? 아우, 돈 깨질 생각을 하니 벌써 속이 다 쿡쿡 쑤신다. 아무튼, 이게 진짜 환청이 아니고, 이중인격 같은 것도 아니라면 이건 이것대로 문제다. 남들한테 말하기는 힘든 일이지만, 뭔가 이유가 있어서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종의 기적 같은 일이라면 그냥 무시할 수 없으니까. 아 진짜!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냐고. 뭐, 생각한다고 해서 쉽게 알 수 있는 일 같지도 않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도 없다. 이대로 두면 요리는 한두 시간 안에 완성될 테고, 그때가 되어서 국밥 운운한다는 건 버스가 떠난 뒤에 손 흔드는 거나 진배없을 테니. 어쨌든 나레이션이 이렇게까지 계속해서 국밥 타령을 하는 걸 보면 이유가 있겠지. 아까 낮에 강형식한테 끓여준 김치찌개의 경우만 보더라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판단. 일단 지르고 보는 게 낫지 싶었다. 다만 방법이 문제인데. 흠, 일단 준석이 형한테 말해볼까? 잠시 망설이던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형. 저 잠시만.”

“응? 왜? 국에 문제 있어?”

“아뇨. 그런 건 아니고…….”

말끝을 흐리며 주위를 살피다가 준석이 형에게 바짝 다가서며 속닥였다.

“제가 좀 드릴 말씀이 있는데,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아, 뭔데 그래? 지금 진짜 바쁜……. 어, 어!”

“잠시면 돼요. 잠시면.”

준석이 형의 말을 끊으며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가는 문 쪽으로 이끌었다. 일하던 중이라도 잠시 나가서 바람을 쐬는 경우도 있었기에, 안성댁만 한차례 쳐다봤을 뿐 다들 신경도 쓰지 않는다.

“뭔데 그래?”

밖에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면서 묻는 준석이 형이었다.

“담배 끊은 거 아니었어요?”

“세상이 날 그냥 두질 않네. 젠장! 아파트 대출금 때문에 와이프랑 한바탕 하고 나니까, 담배가 어찌나 당기던지.”

“에이, 그래도 좀 참으시지. 음식 만드는 사람이 담배하면 감 떨어지는 거 잘 아시면서…….”

“잔소리 그만하고. 왜? 무슨 일인데?”

아차.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 대 놓고 국밥 얘기부터 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저, 형……. 회장님께서 마나님 생전에 엄청 사랑하셨나 봐요?”

“글쎄다. 거기까진 나도 잘 모르지. 내가 여기 들어오기 전의 일이니까.”

“……그래도 이렇게 기일에 맞춰서 음식상 차리는 거 보면, 금슬이 좋으셨던 게 아닐까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근데, 그건 왜 묻는데?”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 잠시 망설이다가 더듬더듬 얘기했다.

“그, 그게……. 전 잘 모르지만, 회장님께선 빈손으로 시작하셔서 일가를 이룬, 그러니까 자수성가하신 분이시잖아요.”

“자수성가? 푸하하하!”

준석이 형은 뭐가 그리 웃긴지 배를 움켜잡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한 손에선 그놈의 담배는 놓지 않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웃더니,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말한다.

“야, 야. 국내 최고 재벌인 삼한그룹의 오너한테 그런 소리 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다. 암튼, 네 말도 일리는 있지. 재산이 조 단위긴 하지만, 어쨌든 자수성가라면 자수성가지. 풋. 그건 그렇다 치고, 그래서 뭐가 궁금한 건데?”

뭔가 무시당하는 듯해서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그래도 티를 내거나 하진 않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머릿속에서 울리던 나레이션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달까.

“거 있잖아요. 방송에서 보면……. 성공시대? 뭐 이런 데 나오신 분들, 그러니까 보통 자수성가하신 분들은 잘살게 된 현재보다 오히려 힘들었던 시절을 잊지 못한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꼭 그땐 어렵던 시절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가족들한테 감사한다고……. 그러면서 그 시절 만두 하나 사 먹는 것만 해도 엄청 사치스러운 일이었다면서 눈물을 글썽……. 아우, 씨! 뭔 말을 하는 건지!”

머리를 박박 긁으며 괴로워하자, 준석이 형이 픽하고 웃는다.

“자식이. 오지랖 넓은 건 여전하네. 그래서 뭐야? 지금 너 회장님 걱정하는 거야? 네 통장에 든 돈보다 수천 수억 배 많은 재력가를?”

“후우, 그러니까요.”

망할 나레이션! 한숨을 폭 내쉬곤 힘없이 말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건지…….

“암튼, 예전에 TV에서 본 거 같아서 그래요. 회장님께서 힘들고 가난하셨던 시절에 임신한 아내분께, 아! 그러니까 지금은 돌아가신 마나님 말이요. 하여튼 그 마나님께 국밥 한 그릇 제대로 못 사주신 게 한으로 남으셨다고…….”

방송? 당연히 뻥카다. 대중 앞에 서는 것 자체를 극도로 꺼리는 분이 강 회장인데, 방송에 출연해서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 그래도 뭐 어쩔 거야?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사 확인한다고 해도 그땐 제가 잘못 알았네요 하면 그만이지.

“그래? 흠…….”

크큿. 일단 먹혔다. 준석이 형이 담배를 바닥에 버린 후 발로 비벼 끄면서 한 손으로 턱을 매만지는 게 보인다. 좀 더 밀어 붙여볼까?

“그러니까, 오늘 같은 날에는 지금처럼 요란뻑적하게 상을 차리는 것보다는 오히려 국밥…….”

스윽. 손을 들어 올려 내 말을 막은 준석이 형은 어느새 눈이 가늘어져 있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글쎄다. 그게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말이야.”

“아! 그래도 형이 주방장님, 아니 셰프께 말씀…….”

그때였다. 달칵하며 문이 열렸다. 김진호 셰프였다.

“아, 신경 쓰지 마. 땀 좀 식히러 나온 거니까.”

“아닙니다. 안 그래도 막 들어가려던 참이었습니다.”

준석이 형이 공손히 말하면서 내게 눈짓을 한다. 나는 얼른 셰프께 고개를 숙여 보이곤 안으로 들어갔다. 내 뒤를 따라 준석이 형 역시 들어오려고 했고. 한데, 김진호 셰프의 목소리가 준석이 형을 붙잡았다.

“준석아.”

“예?”

“전번에 했던 얘기 말이야. 어떻게 돼가고 있냐?”

“아, 그거 말씀이십니까?”

뭔지는 모르지만, 닫히는 문 사이로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쯧, 이젠 나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 아까 준석이 형의 태도로 보아선 김진호 셰프께 말씀드릴 것 같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뭐 나로선 최선을 다한 거잖아? 어깨를 한차례 으쓱해 보이곤 국자를 집어 들었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밥이 식탁에 올라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마음속에선 그리 기대하지도 않았고. 그래도 약간은 아쉬운 감도 있었다. 나레이션대로 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이 기회에 나레이션이 진짜인지 확인해보고 싶었으니까. 어쩌면 누군가는 나더러 의심 더럽게 많다고 할는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그렇잖은가? 따지고 보면 머릿속에서 음악과 함께 나레이션이 들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남들이 들으면 미쳤다고 할 게 분명하다. 뭐, 아까 낮에는 김치찌개를 먹으며 강형식이 눈물을 흘리더라만, 어쩌면 그것도 우연일지 모르는 일 아닌가.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누구라도 병원부터 가보는 게 맞다는 거지. 음악과 함께 들려오는 얘기들이 제법 그럴싸해서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겨우 그걸 믿고서 함부로 나댈 수야 없다는 얘기다. 나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난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3시가 넘어서야 들어온 상황. 강형식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별 탈 없이 넘어갔지만, 출근한 지 이틀도 안 돼서 벌어진 일이다. 회장님이 국밥을 먹지 않으면 굶어 죽기라도 한다면야 나 역시 목숨을 걸고라도 요구하겠지만, 그것도 아니잖아? 당연히 쓸데없이 대들었다간 단번에 찍힐 게 뻔한 일. 그렇지 않더라도 오늘 아침 점심을 거른 날 다들 마뜩잖게 볼지도 모르는 마당에. 그런데 한창 잔칫상에 버금가는 상차림을 준비 중인 사람들한테, 아니 백제 호텔을 책임지던 자리를 걷어차고 스카웃되어 온 셰프께 국밥이나 준비하자고 해? 뭐, 김진호 셰프는 그렇다 치고. 나중에 고윤수 주방장의 귀에도 들어갈 게 뻔한데…….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나마 준석이 형에게 말한 것만 해도 가상한 일인 거지. 아씨. 그나저나 나레이션, 이거 확실히 문제는 문제다. 계속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 의심 없이 믿기도 그렇고. 젠장! 진짜 병원이라도 한번 가봐야 하나? 참네. 살다 보니 별의별 일을 가지고 다 고민을 하게 되네. 나오려는 한숨을 삼키며 주방에 난 쪽창을 살짝 열어 시선을 던졌다. 퇴근한 강 회장이 보인다. 가족들에 둘러싸인 채 식사를 하고 있다. 강형식은 보이질 않았다. 마나님 기일이면 또 모를까,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올 리가 없지. 그래도 아까 한차례 그에 관한 얘기가 오가긴 하더라. 역시 미운털은 좀처럼 뽑히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 강형식. 잘했다. 그렇게 미움받다 보면 또 아냐? 회장님께서 미국행 편도 비행기 티켓을 끊어서 내쫓아버릴지. 근데, 회장님 표정이 좀……. 뭐랄까. 되게 불편해 보인다. 그리고 난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제기랄! 그놈의 국밥.

“뭐하냐?”

“와씨! 깜짝이야!”

안 그래도 마음 졸이며 보고 있는데……. 아, 근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하아……. 왜긴……. 따라라라라, 라라……. - 강 회장은 국밥이 먹고 싶다. 그만 좀 하라고! 식탁 위에 요리들을 올릴 때부터 들리기 시작한 나레이션이 아직도 그치지 않고 있었다. 그것도 반복적으로. - 강 회장은 국밥이 먹고 싶다. 어쩌라고! 있지도 않은 소고깃국을 지금이라도 끓여서 내갈까? 조금만 더 흥분하면 나도 모르게 내뱉을지도 모를 말들을 애써 삼키고 있는 동안에도 나레이션은 계속되고 있었다. - 강 회장은 국밥이 몹시 먹고 싶다. 하! 강조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니까 그러네! 따라라라라, 라라……. 그놈의 음악도 좀 집어치우고. 머리카락을 쥐어뜯을 기세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을 때, 준석이 형이 탄식을 내뱉었다.

“이야, 별일이네!”

응? 뭐지? 무슨 일인가 싶어서 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라? 회장님이 일어나고 계시네? 숟가락 든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지 않았나? 의아해져서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밥은 안 남기시는 분인데…….”

“그, 그래요?”

“그렇다니까. 오늘 음식이 입에 안 맞으셨나? 이상하네. 분명 회장님께서 좋아하는 요리들로만 올렸는데.”

“…….”

머릿속에서 울리는 나레이션이 그친 것도 그때였다. - 강 회장은 오늘 꼭 국밥을 먹고 싶었다. 식탁에서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가는 강 회장을 보면서 생각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 똑똑. 서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강 회장은 노크 소리에 책을 내려놓았다. 그러곤 돋보기를 벗으며 물었다.

“누군가?”

자신이 서재에 있을 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자신을 방해하지 않는 게 불문율. 적어도 이 집안에서 이 불문율 아닌 불문율을 함부로 깰 사람은 없을 텐데. 의아해하고 있는데, 문밖에서 정겨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수한 평안도 사투리였다.

“회장님, 접네다.”

“들어오게.”

문이 열리고 고윤수 주방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손으로 들고 있는 쟁반에는 국밥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

“무슨 일인가?”

“왜 왔겠습네까? 저녁이래 굶으셨다길래 왔디 않았습네까.”

그렇게 얘기하며 다가오는 고윤수 주방장. 그가 들고 있는 국밥을 보는 강 회장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기래 밥을 거르시면 속 버립네다.”

“국밥이라……. 오랜만이군.”

“요즘처럼 쌀쌀한 날에는 이놈만 한 거이 없디요.”

고윤수 주방장은 책상 위에 국밥을 쟁반째 내려놓으며 얘기했다.

“마나님께서 큰 도련님 가디셨을 때 기래 이거이 드시고 싶어 하셨다디요?”

“허허. 자네가 그걸 어찌 아나?”

강 회장의 질문에 고윤수 주방장은 빙긋이 웃어 보였다.

“실은…….”

긴말이 오간 것은 아니었다. 대화는 짧았지만,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어제 들어왔다던 주방보조의 이름 석 자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다행히 길지 않은 대화 덕분에 강 회장은 국밥이 식기 전에 먹을 수 있었고. 먹는 내내 옛 추억에 잠긴 강 회장이 끝내 꺼내 든 것은 서랍 속에 깊이 넣어두었던 한 장의 사진이었다. 거기엔 사진관에서 큰맘 먹고 아내와 큰아들을 앞세우고 찍은 젊은 시절의 자신이 서 있었다. *** 회장님이 몇 술 뜨지도 않고 일어난 것은 단지 우연인가? 아니면 컨디션이나 몸이 안 좋아서? 혹은 남몰래 따로 챙겨 드시는 게 있어서 배가 부른……. 쯧, 이따위 걸 생각하고 있는 내가 한심스럽다. 후.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국밥! 말아드려야 한다고! 강 회장이 위층으로 올라가고 나서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나머지 가족들마저 식사를 끝마치고 난 후, 주방 식구들과 함께 식탁을 치웠다. 들어온 시기나 나이, 실력 모든 걸 감안해도 내가 막내였기에 설거지 역시 내 몫이었다.

“에휴! 언제 칼 잡냐.”

돈도 많이 주고, 오갈 데 없으면 훌륭한 숙소까지 주어지는, 요리업계에선 그야말로 특등대우를 받는다지만, 안타깝게도 여긴 티오가 적다. 이 말은 곧 김진호 셰프와 준석이 형 둘 중에 한 명이 그만두지 않는 한 진급은 요원하단 얘기다. 고윤수 주방장님은 말할 것도 없고. 안성댁과 혜순이 누나는 사실상 요리 쪽이라기보단 주방관리자였기 때문이다.

“비 맞은 땡중도 아이고, 뭐라 씨부렁거리고 있간?”

핫! 깜짝이야! 혼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다행인 건 접시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

“오, 오셨어요?”

고윤수 주방장님이 묘한 눈빛으로 날 보고 계셨다. 뜨끔. 속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아서 마주친 시선을 피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눈길을 피할 이유가 없잖아! ……라고 생각하지만, 나도 모르게 바짝 얼어선 뱀을 마주한 개구리 꼴이 따로 없다.

“간나새끼, 담도 크다 야.”

“예?”

“서진영이. 니래 준석이한테 기랬다믄서?”

“…….”

“회장님께 국밥 말아드려야 한다고.”

“……!”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뭐라 대꾸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고윤수 주방장이 뒷짐을 진 채 돌아섰다. 그러면서 덧붙이셨다.

“따라오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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