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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드 백작의 성에서 판톤 백작의 성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세 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성문의 경비병들은 쿠루스룰 보자마자 길을 가로막았는데 하는 짓을
보아하니 뭘 바라는지 뻔히 보였다.
“잠깐. 누군지 밝혀라.”
쿠루스는 귀찮은 일을 벌이기 싫어 품에 손을 넣었다. 그 리고 슬쩍 경비병에게
1골드를 쥐어주니 입이 헤벌쭉해진 그들은 얼른 쿠루스룰 들여보내 주었다.
쿠루스는 성안의 분위기를 살폈다. 성안의 영지민들은 온 통어두운낯빛을띠고있었다.
“그럴만도 하겠지.”
영지민과 소작농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내는 세금부
복수의시작47
터가 수준을 달리하니 그들은 살기가 더욱 어렵다.
쿠루스는 그들을 지나치며 눈길을 더 이상 주지 않았다. 저들은 바빌론 성을 떠나
이곳으로 온 이들이다.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간 그들에게 베풀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쿠루스는 시장을 찾아가 뒷골목까지 들어갔다. 판톤 백작 은 바빌론 성과 토란드
성을 집어삼키면서 몇 배나 부유'해져 서인지 시장은 그나마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홍. 바빌론 성의 영지민들은 죽어나가는데 원래 있던 자 들은 배를 두드리고 산
건가?"
판톤 백작의 영지민들은 소작농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수 익이 늘어서인지 시장에
보이는 이들은 얼굴에 은은한 미소 가그려져 있었다.
쿠루스는 발걸음을 멈추고 판톤 백작의 내성을 바라보았 다. 마음만 먹으면 판톤
백작의 목을 따는 것은 주머니의 물 건을 꺼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니,그래서는안된다.”
쿠루스는 다시 걸음을 옮겨 뒷골목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불빛도 들지 않는 뒷골목에
들어서야 찾던 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쿠루스의 앞을 막아서는 넓은 어깨의 사내들 셋과 그 사이 로 보이는 뚱뚱한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뚱뚱한 사내가 손에 들고 있던 소의 뒷다리 뼈를 혀로 핥
48 귀환 마스터
으며 물었다. “이곳에는무슨일이신가?" 쿠루스는 뚱뚱한 사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마스터를불러와라.”
뚱뚱한 사내의 인상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너지금뭐라그랬어?"
들고 있던 소의 뒷다리 뼈를 획휙 바람소리 나게 휘두르는 사내를 향해 쿠루스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후회하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마스터를 불러와라.”
“우리가 누군데 마스터를 찾는 거야?" “어쌔신 길드.”
‘ 쿠루스의 말에 뚱뚱한 사내를 비롯해 덩치들도 분위기가 일변했다. 쿠루스는
그들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 다.
44하나만충고하지.” “무슨충고말이니^
"나를 먼저 공격하고 살아남은 자는 없다.” “뭐?이게어디서개소리를해!쳐라!”
뚱뚱한 사내의 외침에 덩치들이 품에서 대거를 꺼내 들고 는 달려들었다. 쿠루스는
칼도 뽑지 않은 채 한 걸음을 내디 뎠다. 덩치의 대거가 쿠루스의 가#을 파고드는가
싶었는데 이미 쿠루스는 덩치의 머리를 잡고 다른 덩치에게 던지고
복수의 시작 49
있었다.
쿠당탕!
“컥!”
골목에 쌓아놓은 상자들을 부수며 쓰러지는 두 덩치에게
시선도주지않은채다음상대를향해발을차올리는쿠루 스의 동작은 너무 단순하면서도
파괴적이었다.
“켁!”
덩치들을 다 쓰러트린 쿠루스가 뚱뚱한 사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너희 마스터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 손에 사정을 두었다. 가서 불러와라.”
“애들 좀 쓰러트렸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5
화려한 능력을 보여준 것이 아니었기에 뚱뚱한 사내는 해 볼 만하다 여겼다. 뚱뚱한
사내가 와락 달려들자 쿠루스가 그의배를 향해주먹을 찔러넣었다.
뚱뚱한 배에 주먹이 손목까지 파고들었지만 사내는 미소 를지었다.
“흐흐흐,딱 걸렸군. 이게 그냥 살이 아니란 말이지.”
주먹이 들어가니 살들이 단단하게 굳어져 팔을 빼지 못하 게 만들었다. 사내가 손에
들고 있던 뼈다귀를 들어 올리는 것을 보고 쿠루스는 혀를 찼다.
“테 ”
50 귀환 마스터
“아직도여유를부리는거냐?"
사내가 뼈다귀를 내리치기 전에 쿠루스의 손목이 비틀렸. 다. 순간 뚱뚱한 사내의
배에 와선형의 물결이 치더니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과당탕탕! “끄아악!”
회전을 하며 날아간 뚱뚱한 사내가 피를 왈칵 토해냈다. 쿠루스는 그骨 내려다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그깟 잔재주로 나를 상대하려 했던가?^ “끄으옥!대체너는
누구……^ 물음이 끝나기 전에 뚱뚱한 사내가 쓰러지자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쿠루스는 사내가 가리고 있던 문의 손잡이를 잡았 다. 딸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불쑥 나타난 세 자루의 대거를 쿠루스는 손을
내밀어 모두 잡아챘다. 그리고 다시 뿌려내는 그의 손에서 날아간 대거는 세 방향을
점했다. “컥!”
동시에 신음이 터져 나오며 세 명이 고꾸라졌다. 검은 복 면을 하고 불도 켜지 않은
복도에 몸을 숨기고 있던 자들이 쓰러지자 쿠루스는 그들을 지나쳐 걸어가며 말했다.
"마스터 나오라고 해라. 더 이상 신경을 건드린다면 모두
복수의시작 51
죽이고 그 죄를 마스터에게 묻겠다.”
쿠루스의 말에 복도에 있던 방들의 문이 열리며 열두 명의 검은 복면을 한 자들이
나왔다. 쿠루스는 표정에 변화 없이 말했다.
"너희 마스터는 부히들을 죽이고 싶어하는가 보군. 그렇 다면사양않겠다.”
쿠루스가 앞으로 한 걸음을 내덤는 순간 복도의 끝에 있던 문이 열리며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날렵한 몸은 얼굴과 다르게 이십 대의 청년들과 같아 보였는데
그는 모습을 드러 내며 말했다. “잠시 물러나라.”
중년인의 말에 검은 복면의 사내들이 벽에 붙었다. 중년인 은 복면의 사내들 사이로
서 있는 쿠루스룰 보고 고개를 갸 웃거렸다. “우리 초면이 아닌가? 낯이 익군.”
“초면이다.”
쿠루스의 말에 중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초면이 맞는가 보군. 감히 내 앞에서
그렇게 혀가 짧은 놈은 모두 죽었으니.” 쿠루스는 복면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애들을물려라. 너와할말이 있다.” "하하하,이거 미치겠군.”
52 귀환 마스터
중년인이 한 번 크게 웃고는 쿠루스룰 쏘아보았다.
“어이,젊은이. 내가 낯이 익어서 하는 말인데 지금이라도 빌지 그래?"
중년인의 말에 쿠루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같은말여러번하지않는다.”
"나도그래.”
중년인의 말에 복면인들이 다시 복도를 막아서자 쿠루스 가마지막 경고 차원에서
말했다.
"벡터의 남은 팔마저 잘라줘야 정신을 차리겠나?^
쿠루스의 말에 중년인의 표정이 홈첫 굳었다. 벡터는 어쌔 신 길드 연합의 그랜드
마스터였다. 그리고 그가 외팔이가 된 사연을 아는 이들은 마스터 급 이상으로 다른
이들은 누 구도 몰랐다. 단 하나의 예외로 직접 그를 외팔이로 만든 자 가있었다.
"맙소사! 모두 비켜!”
중년인의 외침에 복면인들이 다시 벽에 붙어 섰다. 중년인 은 고개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투신께서 이곳에는 어찐 일이십니까?"
"단둘이얘기하고 싶다.”
"다들들어가라!”
중년인의 외침에 복면인들은 경악한 눈빛으로 쿠루스룰 보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중년인은 식은땀을 홀리며 자
복수의 시작 53
신의 방문을 열고 쿠루스룰 안내했다.
“들어오십시오.”
쿠루스가 먼저 들어가서 방안에 있는 소파에 걸터앉았다. 중년인은 서둘러 술을 한
병 꺼내와 맞은편에 앉았다. 쿠루 스는 그가 꺼내 든 술병을 보고 피식 웃음을
홀렸다.
"벡터가 내 얘기를 잘 전했나 보군.”
“죄송합니다. 제가 야맹증이 있어 어두운 곳에서는 사람 을잘못 알아본답니다.”
쿠루스에게 얼른 술잔을 건네고 최고급 위스키인 산드라 를 조심스레 따라 준
중년인이 각을 잡고 앉은 채 물었다.
"말씀하십시오. 투신과 관계된 일은 길드의 사활을 걸고 들어드리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그친구가신경을조금썼군.”
쿠루스는 어쌔신 길드의 그랜드 마스터인 벡터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술잔을 비웠다.
화끈한 산드라의 첫맛과 달달한 느낌의 끝 맛을 음미한 쿠루스가 입을 열었다.
“증거가필요하다.”
“증거라시면……7
"판톤 백작이 벌인 일들에 대한 것들.”
중년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고객에 대한 정보는 저희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겁 니다.”
54 귀환 마스터
쿠루스가 술잔을 내밀었다. 얼른 산드라를 따르며 중년인 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차라리 그를 죽여 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안돼.”
쿠루스는 술잔을 비우고는 물었다. 44자네 이름은?" “드라코입니다.”
“드^코.”
“예.”
쿠루스는 다시 잔을 내밀며 말했다. "나에 대해 알고 있나?" “인상착의만들었습니다.
”
잔에 가득 차는 산드라를 보며 쿠루스가 미소를 지었다. "내가 산드라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군.” “예.”
“그럼 내가 원하는 바가 안 이뤄지면 어떻게 하는지는 들 었나?^ “…예.”
쿠루스의 비위를 건드렸다가 박살 난 어쌔신 길드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결국
그것을 막기 위해 나섰던 길드 연합의 그랜드 마스터 벡터조차 한 팔이 잘리고
목숨을 구걸했으니 무슨 말이 필요할까?
복수의 시작 55
쿠루스는 잔을 비우고는 테이블에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 다.
"바빌론남작이내친형이다.” “예?”
드라코는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나 싶었다. "방금 하신 말씀이 혹 옆 영지의
바빌론 성의 그 바빌론 남작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래.”
드라코의 안색은 시퍼렇게 질렸다. 드라코가 납작 바닥에 엎드리며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쿠루스는 그런 드라코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희는
단지 칼일 뿐이다. 나는 도구에게 죄를 묻지는 않 는다.”
쿠루스의 말에 드라코가 고개를 땅에 박은 채 답했다. “감사합니다!”
“이제 내가 왜 판톤 백작이 저지른 일에 대한 증거를 내놓 으라 한지 알겠지?" "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좋아.”
쿠루스는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곳에서 며칠 묵을 테니 준비되는 대로 내게
가져오너라.”
56 귀환 마스터
“예:
“이건내가가져가지.”
쿠루스가 산드라를 들고 나가는 것을 보며 드라코는 조심 스럽게 중얼거렸다.
“휴,벡터 님의 말씀대로 산드라를 모두 구비하기를 잘했 지.”
산드라는 한 병에 100골드를 호가하는 위스키로 눈이 휘 둥그레질 가격이기는 했지만
투신에게 그 술을 권하면 목숨 을 하나 얻을 수 있다 하여 모든 어쌔신 길드에
필수적으로 비치되었다.
드라코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머리를 박박 긁었다.
“이 미친 새끼. 건드릴 사람이 없어 투신의 형제를 건드 려? 우리도 다 싸잡아
죽이려고 작정한 거 아냐?"
드라코는 직접 가서 목을 따버릴까 하다가 투신의 사냥감 이 된 판톤을 먼저
건드렸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마 음을다잡았다.
"빨리 증거를 건네주는 것만이 살길이다.”
^^ 관부높
여관에서 하루를묵고다음날아침 식시를위해 내려와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을 때
식당으로 뛰어 들어온 것은
복수의 시작 57
뚱뚱한 사내였다. 그는 쿠루스룰 발견하자마자 후다닥 달려 와고개를숙이려 했다. 。
“그냥앉아.”
고개를 숙였다가는 어제 같은 봉변을 당할 것 같아 뚱뚱한 사내는 얼른 의자를
당기고 앉았다.
끼이익.
의자가 비명을 내지르는 소리에 쿠루스는 살짝 인상을 굳 힌 채들고 있던
포크로테이블을톡톡두들겼다.
44내놔.”
“여기 있습니다.”
사내가 건넨 서류봉투를 본 쿠루스는 미소를 지었다.
“제법 걸릴 줄 알았는데 빨리 해결됐군.”
"당연한겁니다.”
쿠루스는 서류봉투를 열어 그 안의 내용을 살폈다. 판톤 백작은 바빌론 가와 토란드
가에만 손을 쓴 것이 아니었다. 인근 귀족들에게는 거의 모두 손을 썼는데 바빌론
가와 토란 드 가가 가장 힘이 강해 먼저 손을 쓴 것뿐이었다.
“그랬군.”
판톤 백작의 청부 내용까지 일일이 확인을 하는 사이 음식 이 나왔다. 뚱뚱한 사내는
침을 꼴깍 삼키고는 눈치를 살폈 다. 쿠루스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서류를
뒤적이다가 맨 마 지막장에 첨부된 종이를 읽었다.
58 귀환 마스터
“블린?’ “예!”
힘차게 대답^는 뚱뚱한 사내를 보며 쿠루스는 미간을 찌 푸렸다. ‘
"대체 자네 같은 자가 어떻게 어쌔신 길드에 있을 수 있는 거지?"
“제가 이래 봬도 일급 어쌔신입니다.” 44하? 정말인가^ “예.”
블린의 대답에 쿠루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일급 어쌔신이 라면 잠입, 암습 둥을 열
건 이상 해치워야 얻을 수 있는 칭 호다.
“그 덩치로 어떻게 숨어 다니는 건가?^ “후후후, 직업 기밀입니다.” 블린의 말에
쿠루스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자네를 연락책 및 심부름꾼으로 쓰라고 나와
있군.” “성심을 다해서모시겠습니다.” “그런데 내 곁에 어쌔신 길르의 요원을
두는 건 벡터의 생 각인가?" “글쎄요?"
의뭉스럽게답하는 블린을 보던 쿠루스가말했다. "난 자네 같은 이를 먹여 살릴
능력은 없어.”
복수의 시작 59
“팬찮습니다. 안 그래도 제가 함께 있는 동안은 모든 여비 가 어쌔신 길드
연합으로부터 나옵니다.” “그래?”
블린이 눈^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저기 아침을 드실 거면 같이 먹어도
되겠습니
“별로어려운일도아니군.그러지.” 블린은 대듬 손을 들고 소리쳤다. “여기 돼지
안심 스테이크10인분 추가!” 블린의 말에 쿠루스가 질린다는 표정을 짓기도 전에
주문 이 이어졌다.
"송아지 뒷다라구이도 내오고 맥주 한 통도 내오게!”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
어쌔신 길드 일급 요원이라고?" "하하하하. 많이 먹어야 이 몸을 유지할 수 있어서
그럽니 다.”
“쯧,마음대로하게.”
쿠루스는 아침으로 내온 닭고기 스튜에 수저를 담그며 말 했다.
"단!내음식에는 손대지말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쿠루스는 피식 웃음을 홀라고는 아침 식사를 하려고 했지 만 군침을 홀리고 있는
불린 때문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60 귀환 마스터
"같이 들게.” ?
“감사합니다!”
스튜에 찍어먹으라고 나온 빵이 순식간에 불린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의 무식한
식성에 쿠루스는 수저를 내려놓 았다. 블린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제가먹어도되겠습니까^
“그러든지.”
어느새 그릇을 가져가 수저도 들지 않은 채 스튜를 마셔버 리는 블린을 보며
쿠루스가 호기심에 물었다.
“안뜨겁나^
“후후후,직업 기밀입니다.”
쿠루스는 더 이상 따지기도 지쳐서 서류에 다시 시선을 주 었다. 귀족들이 어쌔신
길드를 이용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 이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좋은
일이 없으니 말이다. 단,그렇게 되었을 경우 증거가 남아 될 수 있으면 가신들을
이용했는데 판톤 백작은 돈밖에 없던 인물이라 어 쌔신 길드를 이용했다.
“고작 이런 자에게 당했단 말인가?"
쿠루스는 서류를 넘기다가 그의 아버지인 바빌론,백작의 얘기가 적힌것을 살폈다.
“이건 바킬루 대공이 연루되어 있군.”
블린은 뒤이어 나온 돼지 안심 스테이크를 썰지도 않은 채
복수의 시작 61
입에 넣고 씩어 먹으며 답했다.
“그 사건은 정보 길드에서 한 일입니다. 바빌론 가와 연관 이 있다고 하여 특별히
조사한 겁니다.” “정보 길드 중 어디가 벌인 짓인가?" “씨크릿이 저지른
일입니다.” “그래?”
쿠루스의 목소리가 차가워진 것을 느끼고 블린은 침을 꿀I 꺽 삼켰다. 씨크릿 길드가
어찌될지 눈에 선했다.
쿠루스는 서류들을 대충 훑어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블린이 황급히 스테이크를
입에 문 채 일어나자 쿠루스는 그 를말렸다.
“이충에서 서류를 천천히 확인해 볼 테니 다 먹고 올라오 게.”
“그리하겠습니다.”
쿠루스는 서류를 들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다시 한 번 서류를 확인하던
쿠루스는 인상을 굳혀야만 했다.
형이 당했던 것은 어쌔신 길드에서 형이 타고 있던 말에 발작제를 먹여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토란드 백작의 자 제들은 모두어쌔신길드에서 손을 썼다. ?
“이 정보를 들고 누구를 찾아간다? 쿠루스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의 아버지인
바빌론 백작 이 목숨을 바쳐 충성을 맹세했던 페로니카 왕국은 마스터 한
62 귀환 마스터
명이 없어서 주변국들에 엄청난 양의 조공을 바치며 존속되 고있는소국이다.
마스터는 어디를 가도 대공의 작위를 받을 수 있는 지금 실정에서 쿠루스가 마음만
먹으면 다른 나라로 가면서 이 나 라를 병합하자고 해도 따를 판이다.
“그럴 수도 없군.”
자신을 아들이라고 인정한 아버지가 평생을 바친 왕국이 다. 충성을 바칠 생각은
없지만 무너트리고 싶은 마음도 없 있다.
쿠루스는 서류를 검지로 두들기며 생각에 잠겼다.
“그들이 아쉽군.”
그들이 있었다면 서류만 던져줘도 판톤 백작은 순식간에 파멸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들과 다시 손을 잡을 생각은 없 었다.
쿠루스가 고민하는 사이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블린이 후식으로 먹을 케이크 다섯 개와 음료수를 잔똑 가 지고 올라왔다. 쿠루스는
한숨을 내쉬고는 테이블 위의 서류 들을 치워주었다. 블린이 함박웃음을 짓고는
테이블 위에 케 이크와 음료수를 올려놓으며 말했다.
“아침도 부실하게 드신 것 같은데 이것들이라도 드시죠^
“그러지.”
복수의 시작 63
쿠루스는 케이크 한 조각을 받아먹으며 물었다. "판톤이 대공파라면 인근에 판톤에
맞설만한 국왕파의 귀 족은 없는^)"?"
"현재 국왕파가 대공파에 많이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판톤 백작은
대공파에 지원만 해주는 입장이니 그들 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그의 치부가 밝혀지면 아무래도 대총파에서 먼저 버릴 것입니다.”
“그러니 국왕파에서 그 치부를 밝힐만한 자가 있는지 묻 는것일세.” 블린은
잠시고민하다가 답했다. “아무래도 펜실 백작 정도는 되어야 될 듯합니다.” "펜실
백작?^
“왕국의 자랑인분이죠. 엑스퍼트최상급에 들어 욍국내 에서 서열 3위 안에 드는
검호이십니다. 국왕파의 2인자죠;5 블린은 잠시 쿠루스의 눈치를 살피다가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그리 신경 쓰실 정도의 수준은 아닙니다.” “아니. 그의
이름은들어 보았다.” 대륙의 모든 마스터와의 대련을 승리로 이끈 투신 앞에서 펜실
백작의 이름은 보름달 앞의 반딧불과 같았다. 투신이 들어보았다는 말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64 귀환 마스터
것이었으니까.
블린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라면 도움이 될 겁니다.”
“좋아.”
쿠루스가서류를 챙기며 말했다.
14나는 본성으로 돌아가야 하니 그에게 연락을 취할 방법 을 강구하고 찾아와라.”
"알겠습니다.”
쿠루스는 블린을 한 번 쏘아보고는 말했다.
"내가누군지 밝혀서는 안된다.”
“예?”
투신이 찾는다고 하면 펜실 백작이 신발도 신지 않고 뛰어 올 테지만 그것을 밝히지
않고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펜실 백작은 대공파에서도 쉽사리 건들지 못하는
이였으니까.
“못하겠나?"
“아닙니다.”
어쌔신 길드의 사활을 걸고 그의 부탁을 들어주라고 했으 니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만들어야 했다. 쿠루스는 블린의 대답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아. 기다리고 있겠다.”
쿠루스가 밖으로 나가자 블린은 남은 케이크를 얼른 입에 쑤셔 넣으며 말했다.
복수의 시작 65
“이건 내 선에서 해결할문제가 아니군.” 어려운 문제는 마스터가 고민해야지 자기
같은 일급 어쌔 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자위하며 불린은 케이크를 연방 삼켰다.
44다네.”
쿠루스가 다시 바빌론 성으로 돌아오자 경비병은 시큰둥 한 표정으로 문을
열어주었다. 쿠루스는 경비병에게 한마디 하려다가 참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쿠루스가 하루 만에 돌아왔다는 것에 모두들 그가 바람을 쐬고 왔다고 여겼다. 제일
가까운 토란드 백작의 성까지만 해도 말을 타고 가는 데만 오 일이나 걸리니 어쩌면
당연한 생각인지도 몰랐다.
쿠루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알마르를 만나 그^] 다리 에 마나를 불어
넣어주었다. 알마르가 편안히 잠든 것을 확 인한 쿠루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메들린이 따라 나왔다. “어디를 다녀오신거죠7, “뭐 좀 알아볼 것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메들린은 그가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하루 만에
갈수있는곳에서 정보를얻을방법은없었다. 그저 답답한 마음에 바람을 쐬고 왔다고
여기고는 그를 위로했다. "남편이 많이 걱정하니 외박은삼가주세요.”
66 구I환 마스터
쿠루스는 피식 웃고는 물었다.
“제가,아직 애 같습니까?^
메들린이 얼굴을 붉혔다. 그의 외모만 본다면 아들인 팔렉 스와 또래처럼 보이니
자연스럽게 걱정의 말을 했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벌써 사십 대 중반이다.
"미안해요.”
“아닙니다.”
쿠루스는 손을 내젓고는 말했다.
“될 수 있는 대로 외박을 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그래야 한다면 형의 허락을 받고
움직이도록 하죠.”
“고마워요.”
“별^^.”
메들린과 헤어져 방으로 돌아가던 쿠루스는 시종장에게 붙잡혔다.
“도련님.”
시종장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짐작한 쿠루스가 손을 들어말을막았다.
“무슨 말을 할지 알지만 그 돈은 출처가 분명하니 써도 좋 소.”
“그것을걱정하^것이아님니다.”
쿠루스가 빤히 바라보자 시종장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도련님 덕에 바빌론 가가
복수의 시작 67
존속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쿠루스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페로니카 왕국이 작은 소 국이었지만 그 안에서
바빌론 가의 위세는 작지 않았거늘 돈 이 없어 가문이 존속하지 못할 정도였다는
말에 가슴이 찡해 졌다.
"바빌론 가는 존속할 것이오. 앞으로도 영원히.”
“믿겠습니?.”
시종장아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쿠루스는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쿠루스는
벽에 손을 댔다.
바빌론 가는 페로니카 왕국의 개국 공신으로 이 성이 지어 진 지도 이미 이백 년이
지났다. 성은 차가운 기운을 내쁨으 며 자신의 존재감을 전해왔다.
쿠루스는 벽을 쓸어내리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걱정하지 마라. 너는 내가 지켜주마.”
지켜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었다.
^ ^ ^
블린은 오 일 만에 바빌론 성을 찾아왔다. 그는 외성벽과 마음껏 뛰노는 들쥐를 보고
인상을 묻혔다.
"판톤백작이지무덤을팠군.”
고개를 휘휘 내저은 불린은 마차를 몰아 바빌론 성의 내성
68 구I환 마스터
을 향해 갔다. 블린이 다가가자 경비병이 자리에서 후다닥 일어나며 물었다.
“누구십니^^
블린이 몰고 있는 마차는 평범한 여행용 이두 마차였다. 블린은 말에 혼자탈수 없는
관계로 마치를 몰고 다닐 수밖 에 없었다. “블린이라고 하오. 쿠루스 님 계시오?"
“쿠루스 님?“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경비병이 물었다. “혹 젊은이요? “젊어 보이시지.”
경비병은 쿠루스가 누군지 짐작하고는 말했다. “그 왜 남작님의 동생이라는
그분이오?" 시녀들에게 전해들은 것이 있어 그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의 이름은
몰랐다. 블린은 황당함을 숨기지 못하고 소리쳤 다.
“지금 네가 누구를 말하고 있는지 아는가! 그분은 ?......”
丁 1
“블린,왔나?^
어느새 경비병의 뒤에 나타난 쿠루스가 블린의 말을 막았 다. 블린은 경비병을 한 번
쏘아보고는 얼른 마차를 몰아 다 가왔다.
복수의 시작 69
“준비는마쳤습니다.”
“그래?수고했군.”
쿠루스가 안으로 향하자 블린이 마차에서 내려 말의 고삐 를 잡고 따라 걸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경비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누구라고 저렇게 소리치는 거덩치만 아니었어 도그냥콱!”
블린이 들었으면 몸 성하지 못했을 소리를 지낄이며 경비 병은 다시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맡겼다.
블린을 데리고 성안으로 들어온 쿠루스는 불린을 친구의 수하라고 둘러대야 했다.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블 린은 집안사람 누구도 투신의 존재에 대해 모른다는
것에 경 악했다.
메들린은 오느라 수고 많았다고 접대해 줄 것이 부족해 미 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블린은 고개를 내짓고는 시종장에게 마차에 식량을 싸왔으니 그걸로 요리를 부탁했다.
시종장은 마차에 가서 식자재를 확인하고는 기겁했다. 마 차가 터지도록 쌓여 있는
식자재는 성내에 있는 이들만 먹는 다면 한달은 족히먹을 양이었다.
블린의 덩치를 생각한 시종장은 십 인분의 음식을 만들어 식사시간에 내놓았다.
알마르도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고 있
70 구I환 마스터
어 식사시간에 불린까지 가세했다.
알마르는 블린의 덩치를 보며 호기심을 숨기지 못했다. 기 사라고 부르기에는 덩치가
너무 좋은니 대체 어떤 직종에 종 사하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동생 친구의수하라고전해 들었는데,그친구분 은 뭐 하시는 분인지 알 수
있겠소?"
블린은 슬찍 쿠루스의 시선을 살폈다. 쿠루스는 보이지 않 을 정도로 미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블린은 조심스럽게 고 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게 직업 기밀이라 밝혀드릴 수가 없습니 다.”
“흐음,직업이밝히자못할정도라면…….”
알마르의 시선이 쿠루스룰 질책하듯 쏘아보았다. 안 좋은 친구들을 사권 것이
아니냐는 눈빛에 블린은 기겁했다. 투신 의 비위를 건드려서 좋을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하하하,사실 저희 마스터는 상단을 하나 훈영하고 계 십니다.”
“상단이오?"
“예,아직 상단의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처지라 비밀로 하 려고 했는데 쿠루스 님을
난처하게 만들 줄은몰랐습니다.”
"하하하,그랬구려.”
알마르는 상단과 얽혔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표정
복수의 시작 71
을 지었다. 쿠루스는 작위도 없이 집을 뛰쳐나갔으니 귀족들 과 얽히기는
힘들었으리라. 친구라면 평민 중 상인이 그나마 낫다고여겼다.
쿠루스는 불린을 슬쩍 한 번 쳐다보았다. 불린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메들린과
알마르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 어놓고있었다.
어쌔신인 주제에 입담은 왜 그리 좋은지 식사 시간 내내 입으로는 쉬지도 않고
음식을 쓸어 넣으면서도 떠드는 것도 멈추지 않았다.
쿠루스는 블린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홀리고는 식사를 마 쳤다. 알마르의 다리에
마나를 불어 넣어 준. 쿠루스가 메들 린과 인사를 나누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쿠루스의 방에 들어온 블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이런 곳에 머무시면 어쩌십니까? 말씀만 하시면 성 을 개축공사라도해
드리겠습니다.”
"내형님이쓰던방이다.”
블린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쿠루스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 다.
“후식은 없어도 되겠지7
“물론입니다.”
입맛을 다시며 말한 블린은 쿠루스와 마주 앉으며 말을 이 었다.
72 구I환 마스터
“펜실 백작에게 판톤 백작의 약점이 될 중거를 가졌다는 연통을 넣었습니다.” "
반응은?"
“그다지 선통치 않습니다.” "왜?”
“천생 무인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는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쿠루스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
“그래서 만남을 주선하지 못했나?" “아닙니다. ’그래도 만나는 보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소득이없지는않았군.” 1
“예,그리고 아마 그 내용을 보면 펜실 백작의 성격에 그 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좋아. 언제 만나러 가면 되나?" “10일 후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내일
출발하면 대충 될 것 ^습니다.” 쿠루스는 고개를 내젓고는 말했다. "형님이 내가
외박을 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시니 먼 저 출발해라.” “예?”
천하의 투신이 외박도 음대로 못한다니? 아니! 그게 문 제가 아니라 쿠루스의 나이가
몇인데 외박을 마음대로 못한
복수의 시작 73
단말인^는?
"앞으로 십 일 후에 펜실 백작의 성에서 보자.”
“그럼 먼저 가 있겠습니다. 펜실 백작의 성에 있는 '푸른 바람 이라는 여관에 묵고
있을 테니 찾아오십시오.”
“그러지.”
“오늘은자고 갈수 있겠습니까?"
쿠루스는 피식 웃고는 답했다.
"남는 것이 방이니 자고 가.”
“감사합니다.”
환하게 웃는 블린을 시종장에게 넘겨준 쿠루스는 침상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펜실 백작이 소문대로의 강직한 성격이라면 분명도움을줄 터였다.
다음 날 블린이 떠나자 알마르는 무척이나 아쉬워했고 메 들린도 다음에 또
놀러오라고 하며 그를 배웅해 주었다. 블 린은 떠나가면서 경비병에게 한바탕 경고를
주려다가 쿠루 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곧장 출발했다.
블린이 왔다가 가고 나자 다시 평이한 나날로 돌아갔다. 쿠루스가 하는 일은 매일
알마르의 다리에 마나를 불어 넣어 주는 일 정도였다.
알마르는 차춤 다리에 기력이 돌아와 불린이 떠나고 구 일 째 되는 날 엄지발가락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날은 알마르
74 구I환 마스터
와 메들린이 껴안고 눈물로’밤을 지새웠다.
시종장과 아펠르 경도 크게 기뻐하며 그날은 성 전체가 잔 치를 벌였다. 그래봤자 열
명이 전부인 성내의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한 것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잔치가 끝나고 아직도 얼굴에 홍조를 띤 알마르가 자기 위 해 침소에 들었을 때
쿠루스가 입을 열었다.
"형.”
“왜 그러느냐?^
“잠시다녀올곳이있어.”
쿠루스의 말에 알마르는 아무런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다시는 걷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엄지발가락 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쿠루스의
덕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그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고 싶었다.
“얼마나걸리느냐?"
"한3일정도생각하고있어.”
알마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삼 일 정도 만에 왕복을 할 수 있는 성이 인근에 없다.
대체 어디를 가려고 하는 것일
"넉녁히 10일 정도 나갔다 와도 좋다.”
“3일이면 충분해.”
쿠루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알마르가 베개에 머리를 묻 으며 말했다.
복수의 시작 75
“토란드 백작께 안부를 전해주렴.”
“토란드 백작을 뵈면 전해줄게.” 1
이번 목적지는 토란드 백작 성이 아니다. 알마르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눈을 감으며
말했다.
"네가돌아와기쁘다.”
"나도형을다시봐서기뻐.”
쿠루스가 방을 나서자 메들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이 야기를 들었는지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메들린에게 쿠루스는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형님의허락은구했습니다.”
“들었어요.”
메들린은 쿠루스가 비켜서자 방문의 고리를 잡은 채 말했 다.
“혹 토란드 백작님을 뵈면 안부를 전해주세요.”
“그러죠.”
메들린이 안으로 들어가자 쿠루스는 일단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챙길 짐들이 있어
방으로 가던 쿠루스는 방문 앞에 서있는 아펠르를볼수 있었다.
“아펠르 경.”
“쿠루스 님."
"말하시오.”
아펠르는 주저하다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76 구I환 마스터
“시종장에게 들었습니다. 이번에 1만 골드나 되는 돈을 시 종장에게맡겼다고
하더군요.” “그랬소.”
“사실 제가 토란드 백작님에게 빚을 진 적이 있습니다.” “들었소.”
쿠루스가 알고 있다는 말에 놀란 표정의 아팰르는 조심스 럽게 물었다. “그래서
제가 빚을 갚고 와도 되겠습니까?" “그건신경쓰지마시오.” “예?”
“이미 해결하고왔소:
아팰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쿠루스는 한 번도 토란드 백 작의 성에 가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의아해하는 아펠르의 어깨를 쿠루스가 짚으며 말했다.
“아펠르 경 덕에 본가가 무너지지 않았소. 고압소.” “도련님.”
쿠루스는 아펠르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방으로 들어갔다. 혼자 남은 아델르는
쿠루스의 방문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갸 웃거렸지만 그의 말을 믿기로 했다. ‘
“고맙습니다.”
기사가 돈을 빌리는 것은 수치스럽지만 바빌론 가를 위해 서 모든 것을 접고 가서
빌려왔던 것이었는데 갚을 방법이
복수의 시작 77
없어 절망했다. 그것을 해결해 주었다니 절로 고맙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쿠루스는 방에서 간단히 짐을 챙기고는 방문에 손을 가져 다대었다. "내가고^^소.”
쿠루스는 창문을 열었다. 방문을 통해 나가다 보면 여러 사람을 만날 것 같아 귀찮지
않게 훌쩍 떠나기로 했다. "다녀올동안부탁하겠소.”
아델르가 듣지는 못했겠지만 그의 성정을 미루어 짐작하 건대 반드시 바빌론 성을
지켜 주리라.
창틀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쿠루스의 신형이 금세 시야에 서 사라졌다.
78 구I환 마스터
01 ^
하
番?
말을 타고 십 일 거직인 펜실 백작의 성까지 여섯 시간 반 만에 도착한 쿠루스는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열리지 않은 성 ^을보고그냥뛰어넘었다.
15미터에 달하는 성벽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은 쿠루스는 경비병들의 시선을 피해
움직였다. 어차피 그가 마음먹고 움 직이면 누구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쿠루스는시장쪽으로움직여 ‘푸른바람이라는여관을 찾았다. 시장에 단 두 개밖에
없는 여관 중 하나라 어렵지 않 게찾을 수있었다.
여관의 지붕에 올라간 쿠루스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블린.”
잠시 후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붕 위로 뚱뚱한 덩치
펜실백작 81
를 가지고도 소리 없이 움직이는 블린이 나타났다. “오셨습니까?^
“그래. 언제 보기로 했나?^ ‘
“저희 직업상 밤에 찾아 가기로 했습니다.” “오늘밤인가?" “예.”
블린의 대답을 들은 쿠루스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방으로안내해라.” “예.”
블린이 앞서 가는데 그가 걷는 것을 보고 쿠루스는 피식 웃음을홀렸다. “그 덩치를
기척 없이 움직이느라고생이 많다.” “별말씀을다하십니다.”
블린이 먼저 방으로 스며들자 창문을 타고 안으로 따라 들 어간 쿠루스가 침대에
몸을 던지며 말했다. "내일보지.” “예:
블린은 어차피 덩치가 너무 커서 특제 침대가 아니면 눕지 도 못했다. 바닥에 대자로
누운 불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요 란하게 코를 골며 잠에 들었다.
쿠루스는 그런 블린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고개를 내 젓고는 침대에 편히 누웠다.
82 구I환 마스터
아침까지 누운 채로 소모한 마나를 다시 회복한 쿠루스는 해가 뜨기 무섭게 몸을
일으켰다. 그때까지 코를 골며 자고 있던 블린은 창밖으로 첫닭이 우는 소리를
듣더니 벌떡 일어 났다.
?아침! 아침 먹어야지!”
블린은 눈을 비비다가 쿠루스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얼 른 일어나며 말했다.
"가시죠. 아침 식사를 준비하라고 이르겠습니다.”
“그래.”
쿠루스는 쓴웃음을 짓고는 블린이 열어준 문으로 나와 일 충 식당으로 내려갔다.
이제 막 청소를 하고 있던 여관 주인 은 쿠루스룰 보고 고개를 갸웃거 렸다.
“손님.제가 기억을못해서그런데……:
“어제 저녁에 늦게 오셔서 내가 직접 문을 열어드렸으니 개의치 말게. 그보다 어서
아침이나 내주게. 내가 뭘 주문할 지는 알고있겠지?"
블린이 뒤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오며 말하자 여관 주인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그러셨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여관 주인이 주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쿠루스는 그가 이른 아침부터 고생을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불린이 먹는 양을 준비하려면 매번 진을 밸 테니 말이다.
팬실 백작 83
그런 마음을 짐작했는지 블린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요금은 착실히
지불하고 있습니다.” “그래.걱정하지않도록하지.” 쿠루스의 말에 블린이 주변을
한 번 돌아보고는 말했다. “그보다 이곳 펜실 백작의 어쌔신 길드 마스터가 뵙기를
청했습니다.” "내가 이곳에 온다는 것을 어떻게 안 거지?^ 쿠루스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보고 블린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저는 그저 펜실 백작에게 연통을 넣어달라고 마스터에게 부탁을 했을 뿐입니다.”
“쯧^
쿠루스는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었기에 그냥 안 보고 돌아 가기로 마음을 먹으려고
했다. 블린이 그런 0|음을 짐작했는 지선수를 쳤다. “이미 산드라를 준비해
놓았답니다.” “…일이 먼저다.” “물론입니다.”
블린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아침 먹고 저는 길드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러도록. 그런데 펜실 백작은 혼자 가서 만나면 되나?^
“제가모시겠습니다.”
84 구I환 마스터
블린의 덩치를 한번 본쿠루스는 어제 그가보여준음직 임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잠시 후 여관 주인이 테이블 가득 음식을 가져다 쌓기 시 작하자 블린이웃으며
말했다.
“드시죠.”
아침부터 고기를 빼놓지 않은 식단에서 쿠루스가 손이 가 는 것은 고작 빵과
스튜뿐이었다.
페로니카 왕국의 서열 삼 위 안에 드는 검호인 펜실 백작 의 내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연무장이었다. 다른 이들 이 엿보지 못하도록 반구형으로 민들어진
연무장은 직경만 삼십 미터에 달했다.
연무장의 외곽에는 기사들이 지키고 있었고 그 외곽에는 다시 경비병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감히 누구도 접근하지 못할 곳에서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쐐쇄쇄쇄액!
한 자루 레이피어가 그려내는 육망성은 허공을 마구잡이 로 찢어내고 있었다. 그
여파가 연무장 전체를 뒤덮는가 싶 더니 서서히 홑어졌다.
“후우.”
마#을 가다듬는 데 있어서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좋은 것
은 없었다. 팬실 백작은 레이피어를 다시 검갑에 거두고는 옷을^슬렀다.
어쌔신이라는 존재들에 대해서 언제나 환멸에 가까운 감 정을.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귀족들에게 있 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연통이 왔을 때도 일단 들어보겠다고 했다. 물론 그 내용이 인근에서 악명이
자자한 판톤 백작을 끝장낼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었으니까.
“이렇게까지해야하나?’
예전 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정적을 상대하기 위해 뒤에서 손을 쓰는 비겁한
짓은 절대로 하지 않았었지만 이제 는 대공파의 위세에 국왕파가 너무나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 다.
이대로 대공에게 계속 힘이 실린다면 정권이 교체될 수도 있었기에 어떻게든
대공파의 힘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결국 어쌔신 길드의 정보를 듣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자신이 변한 만큼 검도 변하는 것 같아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있었다.
펜실 백작은 의자에 앉아 얼굴에 수건을 덮고 눈을 감았 다. 긴장했던 근육#을
풀어주고 휴식을 취하던 그의 귀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펜실 백작 각하. 약속시간이 되어 찾아왔습니다.”
只디 귀화 마스터
펜실 백작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이天은 세 명의 기사와 오십 명의
경비병이 보초를 서고 있는 그의 전 용 연무장이다.
펜실 백작은 수건을 들어 연무장 중앙에 선 사내를 살폈 다. 펜실 백작은 이번에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 한 사 내의 목소리와 인기척을 느끼고 눈을 떴는데
보이는 이는두 명이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뚱뚱한 사내와 날렵하게 다듬어진 사 내.
펜실 백작은 수건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어떻게 이곳까지 잠입할수 있었지?^
밖의 경비에게 손을 썼다고는 믿지 않았다. 손을 쓰고도 소리가 들리지 않을 수는
없을 테니까.
뚱뚱한 사내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직업 기밀입니다.”
펜실 백작은 어쌔신들을 경시하던 마음이 싹 달아났다. 이 정도 경비를 뚫고 기척
없이 다가올 정도라면 설령 자신이라 고해도 마음을놓을수 없었다.
게다가 뚱뚱한 사내의 뒤에 선 자라면 목을 베일 때까지도 짐작도 못할 것 같았다.
“좋아. 자네들이 그만한 능력을 보여주었으니 이야기를 듣도록하지.”
팬실 백작 37
펜실 백작의 말에 뚱뚱한 사내,블린이 품에서 서류 봉투 를 꺼내 내밀었다.
쿠루스에게서 미리 받아 놓은 서류로 판 톤 백작이 벌인 일에 대한 증거 자료였다.
펜실 백작은 서류 봉투를 열어 안올 확인해 보다가 인상을 점점 구겼다.
“귀족 실해를 저지르다니! 국법을 어겼다는 건가!”
귀족 살해는 국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귀족들이 서로 자 신들이 살 길을 열어 놓기
위한 것이었지만 엄연히 국법으로 다스려지고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귀족 살해가 일어나지 않는 적은 아니었지 만 대부분이 결투 중
실수로 인한 살해거나 아니면 정말로 증거 없이 죽였을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판톤 백작도 증거만 나오지 않았다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을 테지만 펜실
백작의 손에 중거가 넘어간 이상 피 할곳은.없었다.
펜실 백작은 서류를 계속 넘기다가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 다.
“그랬군. 바빌론 백작이 적국에 정보를 넘겼다는 말은 되 도 않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펜실 백작은 자신보다 한참 위의 연배인 바빌론 백작과도 친분이 있었다. 그의 사람
됨됨이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 구하고 그가 적국에 정보를 팔았다는 증거를 내미는
바킬루
86 귀환마스터
대공에게 반박을 하지 못했었다.
펜실 백작은 서류를 살피다가 나직하게 말했다.
44하지만 이건 증거로 내밀기에는 빈약하군.”
어쌔신 길드에서 조사한 것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정도였 지 정확한 중거는 아니었다.
펜실 백작의 말에 지금껏 말이 없던 쿠루스가 입을 열었다.
“그건신경쓰지않아도좋소.”
쿠루스의 말에 펜실 백작의 인상이 굳어졌다. 어쌔신 주제 에 귀족에게 하오체 말을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내게한말인가?
"그렇소.”
태연하게 답하는 쿠루스룰 보며 펜실 백작이 싸늘하게 웃 었다.
"내가 백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
“물혼이오.”
“그런데도 그런 말투를 쓰다니 목숨을 여벌로 가지고 있 는건^!^
쿠루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자조 섞인 웃음과 함께 그가말했다.
44하나밖에 없는 목숨인데 무척 질기오. 아직 누구도 끊지 못했으니까.”
불린은 쿠루스가 하는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팬실 백작 89
대륙의 8인의 마스터들 중 누구도 그의 목숨을 끊지 못했으 니까.
블린이 쿠루스룰 향해 낮게 속삭였다. “왜 이러십니까?" "내할말을했을뿐이다.”
블린이 안절부절못하자 펜실 백작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레이피어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 모습을 보고 쿠루스가 차분 하게 말했다. “뽑지않는것이좋을것이오.” "
하하하,귀족 모독은 즉결처형이다.” 말을 하며 레이피어를 뽑으려던 펜실 백작은
갑작스레 몸 이 굳는 것을 느꼈다. 쿠루스의 깊은 눈과 마주한 상황에서
그가점점거대하게느껴졌다. -
입을 열기도 힘든 압박을 느끼며 펜실 백작은 경악을 숨기 지 못했다. 타국의
마스터를 만났을 때도 이 정도로‘압박감 을 느끼지는 못했었다. 물론 그들과 검을
마주하지는 않았으 니 그랬을 수도 있지만 지금 쿠루스는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은상황이었다.
펜실 백작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지켜보던 쿠루 스가 웃으며 물었다. ‘ "
판톤 백작은 믿고 맡겨도 되겠소?" 펜실 백작은 쿠루스와 물음과 함께 자신을 찍어
누르던 압
90 귀환마스터
박감이 사라진 것을 느끼고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 다. 쿠루스는 돌아서며
말했다.
“부탁하겠소.”
말을 마친 쿠루스와 블린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 보던 펜실 백작은 손을
들어 올렸다. 레이피어를 잡았던 손 아귀에는 식은땀이 한가득 흐르고 있었다.
"내가이검을뽑지못했다고?"
차라리 상대와 검을 마주쳐 한 합에 패했다면 덜 놀랐을지 도모른다.
하지만 엑스퍼트 최상급에 이른 자신이 검을 뽑지 못했다 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후우.”
긴 숨을 토해낸 펜실 백작은 레이피어를 잡고 힘차게 뽑았다.
사아악.
레이피어는 뽑혀 나옴과 동시에 공간을 베어냈다. 그 날카 로운 궤적을 보며 펜실
백작은 눈을 질끈 감았다.
“꿈이었나?^
하지만 그의 손에는 아직도 서류가 들려 있었다. ^ ^ ^
펜실 백작의 내성을 빠져나와 '푸른 바람으로 돌아가는
팬실 백작 91
길에 블린이 조심스럽게 따져 물었다.
"대체 펜실 백작에게 왜 그렇게 대하신 겁니까?^
“왜?”
“그를 시험하신 것 아니십니까?"
펜실 백작이 레이피어를 잡으며 즉결처형 얘기를 꺼냈을 때는 둥골이 오싹했었다.
블린은 그때의 생각을 떠올리고는 다시 한번 쿠루스룰보았다.
엑스퍼트 최상급이 무기조차 뽑지 못하게 만들 정도의 투 기를 내쁨을 수 있다면
그는 마스터조차 뛰어넘은 존재일지 도몰^^.
쿠루스는 앞장서 걸어가며 말했다.
“그 정도 해주었으면 이번 일에 최선을 다하겠지.”
“그거야……:
투신이 능력을 내비쳤으니 알아서 잘 하리라. 그렇다고 해 도 자신이 누군지 밝힐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겁을 주고 오 면 뒷감당은 어찌하란 말인가?
블린은 잠시 고민하다가 히죽 웃었다.
다행이라면 쿠루스가 누구라고 밝히지 않았으니 펜실 백 작은 어쌔신 중 한 명인 줄
알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쌔신 길드의 위상이 한충 높아질 수도 있었다.
‘푸른 바람’ 의 입구에 선 쿠루스가 말했다.
44내가 갈까? 아니면 네가 데리고 올래?^
92 구I환 마스터
“제가데리고오겠습니다.”
“좋아. 방에서 기다리지.”
쿠루스가 먼저 방으로 올라가자 블린은 서둘러 펜실 백작 성외 어째신 길드 마스터를
찾아갔다.
쿠루스가 방에 앉은 지 십 분도 채 되기 전에 창문으로 블 린과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쿠루스는 사내의 날렵한 몸보다 블린의 덩치가 창문으로 스며들어 오는
광경에 더 관 심을가졌다.
“무슨마법이라도쓰는건가?"
“직업 기밀입니다.” ‘
“훗,그래.”
쿠루스는 관심을 끄고 새롭게 나타난 사내에게 관심을 주 었다. 어쌔신 길드
마스터를 맡으려면 대부분 나이가 있는 편인데 상대는 생각보다 젊었다. 이제 삼삽
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사내는 이마에 십자 흉터를 가지고 있었다.
“독특한흉터로군.”
쿠루스가 이마를 두들기며 말하자 블린이 사색이 되었다. 펜실 백작 성의 어쌔신
길드 마스터는 자신의 흉터에 대해 말^는것을극도로싫어했다.
블린은 혹시나 어쌔신 길드 마스터가 나섰다가 단칼에 죽 어 나갈까 봐 걱정을
했지만 그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팬실 백작 93
“제가 처음으로 죽인 기사의 솜씨였습니다.” “기사와 검을 맞대고도 성공했다니
대단한 솜씨를 지녔나 보군.” “칭찬감사드립니다.”
사내는 품에서 산드라 한 병을 꺼내며 고개를 숙였다. “펜실 백작 성을 책임지고
있는 쟈크라고 합니다.” "반갑군.쿠루스라고하네.” “이렇게 투신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쌔신들이라면 나보다 벡터를 더 보고 싶겠지.” 벡터는
어쌔신들에게 있어 꿈이자 회망인 이였지만 그를 외팔이로 만들어버린 투신은
공포이자 존경의 대상이었다.
쟈크는 품에서 술잔도 챙겨오는 주도면밀함을 보이고는 쿠루스에게 잔을 내밀었다.
잔에 차오르는 산드라를 보며 쿠 루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나를 보고자 한
연유가 있나?" 쿠루스가 산드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자 쟈크는 미소를 지었다.
“저희 성에 오셨는데 인사를 드리지 않았다가는 무슨 봉 변을 당할지 몰라
인사드리러 온 겁니다.”
"난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써. 할 말 없으면 산드라나 놓고 돌아가:
축객령을 듣고도 쟈크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94 구I환 마스터
“혹 제가 한 수 가르침을 청해도 되겠습니까?" 쟈크의 말에 쿠루스는 산드라를
낚아채 잔에 부으며 말했 다.
"벡터가^하지않았^?^ 쿠루스는 잔을 비우며 말을 이었다. “수업료가 비싸다고?"
“들었습니다. 대신 팔 하나를 내주시고 더 높은 경지에 오 르셨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쿠루스는 피 식 웃음을 홀렸다. “팔 하나를 내주어도 좋으니 더 높은
곳에 오르고 싶다?" “예:
"팔을 하나 잃는다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군.” 쿠루스의 입가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지금까지 배웠던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롭게 올라선다는 말이다. 벡터는
그만큼의 노력을 했고 그 경지에 이르렀지.” “저도그리하겠습니다.”
쿠루스는 잠시 쟈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고작 산드라 1병을 내주고
가르쳐 달라고 하면 안 돼지.” “1병을 더 구해드리겠습니다.” 쿠루스는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정도 각오라면 오도록.”
쿠루스의 말에 블린은 창가로 가서 둥으로 창문을 막았다.
팬실백작95
언제라도 창으로 빠져나갈 준비를 한 블린에게 쿠루스는 술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별일 없을 거다.”
"하지만?."
쟈크가 어떤 자인지 익히 알고 있었던 블린은 제발 그가 팔 하나 잃는 정도에서
끝났으면 좋겠다고 여겼다. 그의 생 각이 끝나기도 전에 쟈크가 몸을 날렸다.
미끄러져 들어간 쟈크의 손에는 어느새 날카로운 미스릴 로 만든 갈고리가 끼워겨
있었다. 쟈크의 갈고리가 섬광처럼 쿠루스의 7!슴을 파고들었다.
쿠루스는 술을 마시며 몸을 비트는 것만으로 쟈크의 공격 을 피해냈다. 쟈크는
황당함을 숨기지 못하고 양손을 번갈아 휘둘렀다. 쿠루스는 최소의 움직임으로
쟈크의 공격을 피해 내고는 술잔을 튕겨냈다.
쨍그랑!
쟈크는 이마에 술잔을 맞고는 벽까지 튕겨져 날아갔다. 피 투성이가 된 쟈크가
비명을 내지르기도 전에 쿠루스가 다가 와 그의 입을 틀어막고 다리를 걸었다.
쟈크의 몸이 붕 떴다가 바닥에 내리꽂혔다.
“읍!”
비명을 내지르지만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았다. 쿠루스는 쟈크를 깔고 앉은 채
산드라를 술병째 들이켜며 말했다.
96 구I환 마스터
“음직임이 제법 빠르군.”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을 생각도 못하고 있는 자크를 내려 다보며 쿠루스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빠르기만 해서는 상대를 잡지 못해.” “어찌해야되는겁니까?" "
내가 어떻게 네 공격을 피했을까?" “그건……:
쿠루스는 다시 한 번 술병을 기울였다. “크,좋군. 빠르기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 “예?”
“상대적인 것이지.”
쿠루스는 쟈크의 몸을 깔고 앉은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 “상대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가? 만약 그렇지 못하다 면 어찌해야 될까? 고민해 본 적이 있나?"
“…없습니다.”
쟈크는 아직 자신보다 빠른 이와 싸워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는단한번도
져 본적이 없었다. “그럼 고민해 봐.”
그리 말하고 일어난 쿠루스가 침상으로 가서 술병을 기울 이며 말했다.
"자네 이마의 상처는 이제 새롭게 바뀌었어. 자랑하고 다 녀도될거야.”
팬실 백작 97
무려 투신이 남긴 상처다. 첫 상대의 흉터 따위 지워져도 상관없었다. 쟈크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손에 사정을 둬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벡터는 팔을 잘랐는데 고작 이마가 찢어진 정도에서 그쳤 으니 얼마나 아량을 베푼
것인가?
쿠루스는 술병을 흔들며 말했다.
“블린 편에 보내도록:
“그리하겠습니다.”
쟈크는 이마를 싸멜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
“이만물러가도되겠습니까?1
쿠루스가 손을 휘휘 내짓자 쟈크는 빠르게 창문을 넘어 사 라졌다. 지금、배운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수련할 공간이 필요 했던 쟈크는 섬전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단 블린이 입맛을 다셨다.
“고민하면 답이 나오는 겁니까^
“사람마다다르지.”
쿠루스는 다 비운 술병을 내려놓고는 침대에 몸을 눕혔다.
“저도 뭔가하나가르쳐주십시오.”
“수업료 비싸다.”
블린은 입을 비죽 내밀었다. 산드라 두 병에 이마가 찢어 지고 나서야 한마디를
들었을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래 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블린은 바닥에
떨어진 쟈크의 핏
98 구I환 마스터
자국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되는대로살것이지. 팬히 욕심 부리다가피만본거아 닌가몰^?"
쿠루스는 불린의 중얼거림에 피식 웃음을 홀렸다. 쟈크라 는 자는 아마도 어쌔신
길드에서 앞으로 주목받을 만한 강자 가되리라. “시끄러.”
쿠루스의 말에 블린은 투정부리던 것을 멈추고 대자로 바 닥에 드러누웠다. 곧이어
그의 코고는 소리가 방을 가득 채 웠다. 쿠루스는 기분 좋게 술을 먹고 잠을
청하려다가 방해 를 받자 자기도 모르게 베개를 움켜쥐는 손에 힘이 들어갔 다.
베개를 던지려는 순간 블린의 코고는 소리가 멈췄다. 아무 래도 살기를 느꼈는지
눈을 뜬 블린은 주변을 한 번 돌아보 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곧이어 이어지는 코고;
는 소리에 쿠 루스는 피식 웃고는 잠을 청했다. 원하지 않는 소리를 걸러내는 정도는
쿠루스에게 있어 어
려운 일이 아니었다.
^ ^ ^
펜실 백작은 다음 날 아침이 밝자마자 페로니카 왕국의 수
팬실 백작 99
도 아벨을 향해 기사단을 데리고 떠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 던 쿠루스는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잘됐군.”
서류를 가지고 하루 만에 출발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사 안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말. 어제 실력을 보여준 것이 효과 가있었나보다.
불린도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손에 들고 있는 송아지 뒷다리를 뜯고 있었다.
“쩝쩝. 아무래도 이번 일을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려는 듯 보입니다.”
“그래야지.”
저 정도 증거를 가지고 대공파를 위협할 수는 없다. 대공 파에서는 그 사실을 아는
순간 판톤 백작을 버릴 테니 말이 다. 대공파에서 내쳐지는 순간 판톤 백작의 정계
인생은 끝 이다.
“그럼 형님이 말씀하신 대로 토란드 백작을 뵈러 갈 시간 인^]귀
“제가모시겠습니다.”
쿠루스는 불린을 돌아보고는 고개를 내저 었다.
나는 그리 시간이 많지 않아. 오늘 안에 성으로 돌아가야 하니^^”
블린은 주변을 돌아보며 물었다.
100 귀환마스터
“혹 마법사와함께 오신 겁니까?^
“아니.”
“그런데 무슨 수로 오늘 안에 바빌론 성으로 돌아가신 다 는겁니까?"
“뛰어가면 된다.”
“예?”
불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쿠루스는 그에게 관 심을끊은.채말했다.
"판톤 백작이 실각되었다는 정보를 얻으면 쟈크가 준비한 다던 산드라를 가지고
찾아와라.”
“그리하겠습니다.” ’
쿠루스는 더 말을 나눌 것도 없다는 듯 땅을 박차고 날아 올랐다. 쿠루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은 입에서 씹던 것을 삼키기도 전이었다.
“허,역시투신이라는건가^
블린은 손에 들고 있던 송아지 뒷다리를 얼른 품에 집어넣 고마차를 잡아탔다.
“아!일단 산드라부터받아야지.”
불린은 늦지 않기 위해 쟈크가 있는 어쌔신 길드 본부를 향해힘차게마차를 몰았다.
토란드 백작의 성에 도착할 때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쿠루스가 나타나자 경비병이 먼저 알아보고 안으로 안내를 했다.
기사도 저번과는 다르게 공손하게 쿠루스는 안내했다. 쿠 루스는 토란드 백작의
응접실에서 그를 만나는 데까지 고작 삼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토란드 백작이 밝은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
“벌써 왔나? 일은 어찌되어 가고 있나?"
쿠루스는 품에서 서류를 꺼내 들었다. 펜실 백작에게 넘긴 것은 진본이었고 필사본
중 토란드 백작의 자제에 관련된 것 들만추려왔다.
토란드 백작은 그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손을 부들 부들 떨었다.
“이건 어디서 구했나71
“운이 좋았습니다.”
쿠루스가 구한 경로는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한 토란드 백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쌔신 길드의 손을 빌렸다 이건가? 일단 그 어쌔신을 찾 아 손을 봐줘야겠군.”
“그들은 단순한 칼입니다. 칼을 손에 쥔 자를 벌해야지 그 들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
"하지만……:
“그 심정은 이해합니다만 현실적으로 어쌔신 길드와 싸움
102 귀환마스터
을 할 수는 없습니다.”
쿠루스는 포기할 것이 없었기에 감히 그들과 싸울 수 있었 다.
하지만 토란드 백작은 그럴 수 없다. 어쌔신 길드는 대륙 전체에 퍼져 있고 벡터의
손에 의해 통일되고 난 뒤로는 감히 누구도 그들과의 전쟁을 선포할 수 없었다.
일국의 국왕이라고 해도 그들의 암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상 그들과의 전쟁
선포는 불가능했다. 혹 마스터 가 국왕이 되자 않는 이상에는 말이다.
토란드 백작은 한숨을 내쉬며 진이 빠진 듯 자리에 앉았 다. 쿠루스는 그를 바라보며
그간의 경과를 설명했다. “이 자료들을 펜실 백작아 가지고 수도로 향했습니다.”
“그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리는 듯 몸을 일으키는 토란드 백작에 게 쿠루스는 상황을
설명했다.
“분명 대공파에서는 판톤 백작을 버릴 것입니다?‘그때 그 들의 영지를 집어삼켜
주십시오. 그리고.약속하신 것만들어 주시면됩니다.”
“흐음,그건 어렵지 않겠네만 판톤 백작이 대공파에서 떨 어져 나온다고 해도 그가
쌓아놓은 것들이 제법 되네. 병력 도 우리보다 많은데 어찌해야 되겠나?^ “그들과
직접적으로 부딪칠 일은 없을 겁니다.”
팬실 백작 103
쿠루스는 별 거 아니라는 듯 밀하고는 답했다.
"대공파에서 버려진 것을 아는 이상 대부분 그에게서 떠 날 것입니다. 남은 자들은
떠나게 만들어줘야지요.”
"홈,그게 가능하겠나^
“어쌔신 길드에게 청부를 하면 됩니다.”
“청부를?”
"예. 판톤 백작아아니라 그의 주변을 지키는 병력의 지휘 자와 그의 측근들이 하나씩
암살되다 보면 모두 그를 떠날 것입니다.”
14하지만 어쌔신 길드에게 청부를 넣으면……:
판톤 백작도 어쌔신 길드에 청부를 넣었기에 파멸의 구렁 텅이로 빠지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는 토란드 백작에게 쿠 루스는 차분하게 물었다.
“아직남은것이있습니까?"
“…그렇군. 알겠네.”
어차피 쿠루스 본인이 관계된 이상 절대로 어쌔신 길드에 서정보가유출될 리는없다.
하지만 이건 토란드 백작 스스로 판톤 백작에게 복수를 하 는것이다.
쿠루스는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판톤 백작이 홀로 남았을 때 그에 대한 단죄의 칼을 드는 날. 제가모시겠습니다.”
104 귀환마스터
“고맙네.”
쿠루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생각난 듯 말했다.
44바빌론 남작과 남작 부인이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습나 다.”
“그랬나? 나는 강녕하다고 전해주게. 그리고 언제고 한 번 찾이"가겠다고전해주게.”
“그리 전하겠습니다.”
쿠루스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밖으로 나왔다. 해가 졌으 니 서둘러 성으로
돌아가야 했다.
메들린은 내성문을 바라보며 조바심을 내었다. 알마르도 잠을 못 청하고 있었다. 십
일의 시간을 주었지만 쿠루스가 삼 일 안에 돌아온다고 했으니 자연스럽게
기다려졌다.
사실 저녁에 출발했으니 시간으로 치면 이틀밖에 되지 않 은 것이었지만 그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가 다시 떠나서 돌 아오지 않으면 알마르의 차도가 보이던
다리는 또 못쓰게 될 지도몰랐다.
메들린은 쿠루스룰 걱정하기보다는 그가 떠나 알마르의 다리가 낫지 못할 것을
걱정한 자신을 탓했다.
“이제 오십니까?^
내성문 밖에서 경비병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내성문이 열 렸다. 쿠루스가 경비병을
향해 한마디 하려다가 참으며 들어
팬실 백작 105
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도련님!” 1
메들린의 부름에 쿠루스는 얼른 다가오며 말했다. "밤날씨가 아직 참니다. 왜 나와
계신 겁니까?" “혹오늘돌아올까싶어서요.” “10일간 보내주신것아닙니까71
“그렇기는 했지만 도련님이 오늘 오신다고 했으니까요.” 쿠루스는 미소를 머금고는
물었다. "형님은주무십니까^ “아니요.”
“그럼일단형님을 뵙죠.”
쿠루스는 메들린과 함께 알마르의 방으로 갔다. 알마르는 쿠루스가 들어오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왜이리빨리온것이니^ "형과 형수가 기다리고 있을까 봐 서둘러
왔어.” “그랬구나.”
쿠루스는 알마르의 다리에 마나를 불어넣으며 말했다. “토란드 백작님이 강녕하시니
걱정 말라고 하셨어. 그리 고조만간 찾아오시겠다고 하시던데?"
쿠루스의 말에 알마르와 메들린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 았다.
“설마 3일 안에 토란드 백작님을 뵙고 왔다는 건 아니지?^
106 귀환마스터
“뵙고왔어.”
쿠루스의 말에 알마르는 피식 웃음을 홀렸다. 동생이 자신 에게 둘러댄다고 느끼고는
손을 내밀어 쿠루스의 어깨를 토 닥여주었다.
“그래, 오시면 그때 뵙고 제대로 인사를 드려야겠구나. 내 가아직 거동이 불편해서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걱정하지 마. 형도 얼마 지나지 않아 걷게 될 거야.”
“그리되면 얼마나좋겠니?"
44나만믿어.”
쿠루스는 그리 말하고 손을 들어 알마르의 머리를 쓸어 넘 겨주었다. 다리에 마나를
한 번에 너무 불어 넣으면 되레 못 쓰게 만들 수도 있으니 꾸준하게 마나를 넣어주는
것이 중요 했다.
알마르는 피곤했던지 눈을 감으며 말했다.
“쉬어라.”
“웅^
알마르가 잠든 것을 확인한 쿠루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메 들린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럼 이만돌아가보겠습니다.”
“그러세요.”
쿠루스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던지고는 눈 을감았다.
아직 해야 할 일은 많았지만 시간은 녁넉하니 하나씩 처리 하기로口1음을먹었다.
“일단은판톤너부터다.”
산드라의 회끈한 목 넘김의 뒤를 이어 밀려오는 달달함을 만끽하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판톤은끝났군.”
“예.”
사내의 앞에 부복하고 있는 전신을 검은색 옷으로 감싼 복 면인의 대답에 사내는
다시 한 잔을 따르며 말했다.
“훗,산드라가 투신이 즐겨 마시는 술이라는 것이 밝혀지 고 가격이 몇1배로
뛰었는지 아는가?;
“예. 고작 10골을 호가하던 것이 100#을 넘었으니 열 배 는 오른것입니다.”
“그래. 그는 그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자다.”
사내는 술잔을 비우고는 여운을 즐겼다.
“그가 움직였으니 페로니카 왕국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겠 군':
“그리될 것입니다.”
“그보다 바빌론 남작이 그의 친^형이라고?^
“예.”
사내는 다시 술잔을 채우며 말했다.
108 귀환마스터
“지금 바빌론 성에는 모든 길드가 철수했다고 들었다.” "판톤백작이손을쓴탓이죠.”
“이제 판톤은 사라질 터. 바빌론 성으로 다른 길드들이 돌 아가도록 힘을 쓰도록.”
복면인이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상당한 금액이 팔요합니다.” “상관없다.
”
사내의 말에 복면인은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 조치하겠습니다.” 사내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투신에게 빚을 지워 둘 수 있다면 그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예.”
“그만물러가도록.”
복면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사내는 산드라를 다시 술 잔에 따랐다.
“후후후,자네가 움직이다니. 이제 대륙의 판도가 바뀌겠 군.”
술잔을 비우는 사내의 왼쪽 소매가 헐렁했다. 사내는 단숨 에 술잔을 비우고는 눈을
감았다.
펜실백작109
광!
요란하게 내리친 주먹에 책상이 비명을 내질렀다. 짙은 눈 썹과 매부리코가 인상적인
중년인이 화를 참지 못하고 손에 잡힌 잔을 벽에다 내던졌다. 쨍그랑!
산산이 부서지는 술잔을 보며 숨을 고른 중년인이 입을 열 었다.
"대체 이렇게 멍청하게 일을 하는 녀석을 내 밑에 둔 저의 가뭔가?^ “죄송합니다.”
분을 삭이지 못하는 사내는 페로니카 왕국 내에서 감히 따 라올 자가 없는 권력을
구가하고 있는 바킬루 대공이었다.
무너지는 판론 빽작113
그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광대뼈가 튀어나온 사내는 타소웬 후작으로
대공파의 실질적인 두뇌 역할을 하는 자였 다.
오늘 귀족회의에서 펜실 백작이 들고 나온 것은 귀족 살해 청탁에 대한 중거였다.
명백한 증거 앞에서 바킬루 대공은 판톤 백작의 손을 들어줄 수 없었다.
바킬루 대공은 자리에 앉아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물 었다.
“그 멍청한 녀석에게서.들어오던 돈이 얼마나 되지?"
“연간1만골드에달했습니다.”
"하, 멍청한 녀석 주제에 돈을 긁어모으는 재주는 있었 ? 군.”
연간 1만 골드라는 거액이 사라지자 바킬루 대공은 더욱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어쌔신 길드에는 알아보고 있나?"
“예,알아보고 있지만 현재 판톤 백작 성의 어쌔신 길드원 전체가 잠적중이라고
합니다.”
“잠적?”
“예.”
“정보를 공개하고 숨었다이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바킬루 대공은 책상에 양손을 올려 깍지를 끼고는 물었다.
114 귀환마스터
“어쌔신 길드에서 왜 이 정보를 공개한 것 같나?^ “그게 저도 믿을 수 없습니다.
토란드 백작이나 바빌론 남 작은 이미 쓰러지기 직전이니 판톤 백작보다 많은 돈을
줄 수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아냐. 그 둘의 힘으로는 어쌔신 길드에게서 정보를 내놓 게못했을거야.” 바킬루
대공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국왕파에서 움직인 귀족은 없나?"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덴로스 후작은 어떤가? 바빌론 남작가와 사돈지간이 아 닌^?
타소웬 후작은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답했다.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남작으로 두 개나 작 위가 강등된 그들과 사돈이라고 밝히는 것조차 부끄러워하 는
덴로스 후작이 나설 리가 없습니다.” “그래도혹시모르지.조사해봐.” “예.”
바킬루 대공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물았다. "판톤은 어찌될 것 같나?"
“국법을 어졌으니 가벼우면 벌금형을 당할 것이고 무거우 면사형을당할 것입니다.”
"가벼우면?
무너지는 판톤 백작115
“예. 판톤이 나라에 공을 세운 것아 있다거나 해야 71농한 일이죠.”
“그럼사형이란말이군.” “아마도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바킬루 대공은 한숨과
함께 물었다. "판톤이 사형을 당하면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겠 나?”
“그게아무래도힘들것 같습니다.” “왜?"
“토란드 백작과 바빌론 남작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 니다. 아마 그의 영지는
2개로 찢어져 양쪽으로 귀속될 수도 있습니다.”
"남작이 어찌 그리 큰 영지를 가질 수 있나^ “사실 그부분이 저희가파고들수
있는부분입니다. 하 지만 그렇다고 해도 남은 영지는 왕국 재산으로 돌아가거나
토란드 백작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결국 국왕파의 손으로 들어간단 말이군.”
“…예.”
바킬루 대공은 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런데 펜실 백작이 이렇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을 못했 군. 검만 파고드는 자일 줄 알았는데.” “저도오늘당황했습니다.”
116 귀환마스터
“흐흐흐, 그래도 재밌게 돌아가는군.” 바킬루 대공은 타소웬 후작을 향해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펜실 백작이 본국을 지키는 검이 되었을 때는 그를 남겨 둘 필요가
있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진흙탕에 뛰어들었으니 엮을 건수를만들어봐.”
“예,그렇게 하겠습니다.” "자네를믿어보겠네.” "맡겨주십시다.”
바킬루 대공과 타소웬 후작이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내성의 경비를 서고 있던 경비병은 마차를 끌고 다시 나타 난 블린을 보고는 물었다.
“누구를찾아오셨소^
“나 기억 못 하나? 머리가 어지간히 모자라지 않으면 다 기억하던데.” “끄웅:
블린이 쿠루스와 친분이 있는 것은 물론이요,바빌론 남작 과 남작부인 모두와
친분을 과시했던 관계로 화도 내지 못한 경비병은 옆으로 물러나며 내성문을
열어주었다. “들어가시오.” “고압네.”
손을 흔들어 보인 블린은 마차를 끌고 내성 안으로 들어섰
무너지는 판톤 백작117
다. 시종장이 나오자 블린이 마차를 엄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마차 안에 있는
것으로 식사 준비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쿠루스 님이 기다리시니
따라오시
죠;1
"하하하, 제가 오는 줄 어떻게 아셨답니까?" "마차를 몰고 본성에 찾아올 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44하하하,곧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겁니다.” “그렇게 되면
좋겠군요.”
시종장은 회의 섞인 목소리로 답했고 블린은 미소를 지은 채 걸음을 옮겼다.
시종장이 쿠루스의 방까지 안내하고는 노 크했다. “도련님.” “들어와.”
시종장이 문을 열고 물러나자 블린이 안으로 들어갔다. 시 종장은 블린이 그 덩치로
어떻게 힘들이지 않고 문 안으로 들어갔는지 의아해하면서 돌아섰다.
한 번에 십 인분이나 먹어치우는 블린을 먹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요리를 해야 했다.
쿠루스는 시종장이 멀어지자 손을 내밀었다. 블린은 품에 서 산드라를 꺼내서
건네주고는 말했다. “판톤 백작은 얼마 안 있어 사형을 당할 것 같습니다.” “사형?
"
118 귀완마스터
직접 목을 쳐야 하는데 사형을 당하다니?
쿠루스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자 블린이 미소를 지으며 밀: 했다.
“펜실 백작이 나서고 국왕파에서 벼르고 있었는지 대공파 에서 제대로 한방
먹었습니다.”
“홍. 그 정도 증거를 안겨줬는데 그 정도도 못 한다면 무 능한거지.”
"물론입죠?
“그래서 너희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
“그것 때문에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해.”
블린이 뱀을 긁적이며 말했다.
“판톤 백작의 성에서 활동하던 저희 어쌔신 길드가 잠적 해야 되게 생겼습니다.”
“잠시 피해 있어야지.”
“새로운 터로 이곳을 했으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타진해 ^습니다.”
쿠루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영지민 하나 없는 이곳에 어쌔신 길드가 먼저 들어 오겠다고? 와서 굶어 죽을
생각이야?"
“그건 아닙니다. 일단 먼저 몸을 좀 피해 있어야 하기 에……:
무너지는 판톤 백작119
쿠루스는 창밖을 보았다. 풀이 가득 자라 있는.외성을 보 던 쿠루스는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대신 외성의 풀을 베고 집들을 수리해라.” “저희 길드원은
다해봐야 스무 명밖에 안 됩니다.” 쿠루스가 말없이 돌아보자 블린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내성도 개축 공사를 해드리는 것이 어떨까 싶어 말씀드 린겁니다.”
"됐어. 외성만 손을 봐. 성벽 수리도 좀 하고.” “…예.”
블린은 더 말해 봤자 손해만 날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토란드 백작께서는 의뢰를
넣었나?" “예,지금 그 의뢰 때문에 몇 개 길드에서 지원을 나간 상 황입니다.” "
별문제 없겠지?"
“물론입니다. 판톤 백작의 성에 있는 자들은 돈만 보고 모 여든 자들이라 형편없는
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좋아. 그럼 그 문제는 더 생각 않기로 하지.” 쿠루스는
블린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네 입으로 상단이라고 말했으니 이번에 오는 이 들은
상단으로 변장해야 할 거야.” “물론입니다.”
“좋아. 그럼 너희 마스터보고 형님에게 와서 인사하라고
120 귀환마스터
그래.” “예.”
쿠루스는 문을 열고 나가며 말했다. “식사는같이하지.” “그럼 저야 감사할
따름입니다.” 쿠루스는 자신이 해주지 못하는 것을 대신 할 블린을 데리 고
알마르를 찾아갔다. 알마르와 메들린은 블린을 보고 환한 을지었다.
쿠루스는 알마르의 곁에 앉아 다리에 마나를 불어넣어주 며 블린이 부탁한. 것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친구의 상단에서 잠시 본성에서 머물 수 있겠냐고 묻던 데 팬찮을까?" "괜찮기는
하다만 묵을 만한 곳이 없는데 ……^ “어차피 외성에 빈집들이잖아. 그곳에서
지내라고 하면 되지. 뭐.”
"네 친구의 상단이라고 하지 않았니? 내성에 머물러도 좋 다.” “무슨소리야?"
쿠루스는 손을 휘휘 내젓고는 말했다. “외성의 빈집을 수리해서 지내라고 하고
집값을 받는 대 신 외성벽 수리와 풀들이나 베 달라고 하면 될 것 같아.” “그런
일을 어찌 친구에게 시킨단 말이냐?1
무너지는 판톤 백작121
알마르가 살짝 언성을 높이자 쿠루스가 피식 웃었다.
“팬찮아. 친구가 직접 오는 것도 아니고 그 상단의 지부 중하나만오는 거거든.”
“그래도……:
“그럼 그렇게 결정된 것으로 알게.”
알마르는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돌렸다. 쿠루스는 알마 르의 다리에 마나를 불어
넣으며 블린을 돌아보았다.
"형님이 허락하셨으니 외성에서 머물면 될 거야.” 나합니다.”
블린에게까지 말을 전하고 나자 알마르도 더 이상 따지지 못했다.
“지내기 불편하면 언제라도 내성을 찾아와도 좋소.”
불린은 쿠루스의 눈치를 살피고는 고개를 숙였다.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산 그래도 제가 이곳에 올 때 마다저놈의
풀들을한번다베야겠다고생각했는데 기회가 닿았으니 차라리 잘된 일입니다.”
"하아,외성까지 신경을 못 쓴 것이 부끄럽군요.”
옆에서 메들린까지 거들자 블린이 웃음을 터트렸다.
“저희 상단의 친구들이 일은 잘합니다. 한 번 보시면 아실 겁니다.”
메들린은 불린을 향해 고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마워요.”
122 귀환마스터
쿠루스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따지고 싶었지만 알마르와
메들린의 모습에 그저 입을 다물고 마나만 불어 넣었다. ^ ^
상단을 가장한 어쌔신 길드의 마스터를 비롯한 열다섯 명 의 건장한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블린이 떠난 지 십 일이 지난후였다.
어쌔신 길드의 마스터가 쿠루스룰 찾아왔다. 쿠루스는 블 린과 함께 온 드라코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도라코가 조심스럽게 침을 삼키는 것을 보고 쿠루스가 말 을이었다.
"판톤 백작의 성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야 이해가 가지만 굳이 우리 성으로 오려는
저의가 궁금하군.” “없습니다. 저희는 그저 몸을 숨길 곳이 필요했습니다.”
쿠루스가 피식 웃음을 홀렸다. "내가누구지?" “투신이십니다.”
"내가 머리는 비었는데 싸움만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나^ “아닙니다!” “그럼 이제
말해 봐.”
무너지는 판톤 백작123
쿠루스의 물음에 드라코는 한숨과 함께 품에서 봉인된 편 지를 하나 건넸다.
쿠루스는 편지를 받아 들고는 물었다.
“열어봤나?"
“봉인이 되어 있지 않습니까?"
"너희에게 이 정도는 일도 아니잖아?"
드라코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그인장을 살펴보십시오!”
드라코의 말에 쿠루스는 편지에 봉인된 인장을 보고는 고 개를끄덕였다.
두마리의뱀이서로의몸을꼰채입을벌리 고 상대를 노리는 모습은 어쌔신 길드 연합의
그랜드 마스터 만이쓸 수 있는 인장이었다.
"벡터의 편지였군.”
“예,그렇습니다.”
아무리 편지의 내용이 궁금하다고 해도 감히 벡터의 편지 를열어볼생각을할간큰
어쌔신은없으리라.쿠루스는봉 인을 찢고 편지를 열어 보았다. 편지를 훑어 내려가던
쿠루 스가 피식웃음을 홀렸다.
“이렇게라도빚을 갚고 싶다고?"
쿠루스는 편지를 손에 쥐고 비볐다. 종이가 먼지로 화해 흘어지는 것을 보고
드라코가 숨을 죽였다. 저 힘이 굳이 종 이에만 전해질 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쿠루스는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124 구I환 마스터
"형님께 인사나 드리러 가지. 그런데 너희 상단이 취급하 는물품이 뭐지^
“귀금속을취급합니다.” “부피는 작고 돈은 많이 나가는 것들이로군.”
“예,그래서 창고는 필요 없고 저희가 몸을 쓰는 애들이 많은 것도 설명하기 좋을
듯싶습니다.” “잘생각했군.”
쿠루스의 말에 드라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쿠루스 는 드라코와 블린을 데리고
알마르를 찾아갔다. 마침 책을 읽고 있던 알마르는 드라코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어서 오시오.”
"바빌론남작각하를뵙니다.” 가슴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숙여 귀족에 대한 예의를
취하 는 드라코의 모습에 알마르의 미소가 더 환해졌다. 그는 단 한 번도 귀족의
대우를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다. "알마르라고하오.” “드라코라고합니다.”
귀족이 이름을 밝히는 경우는 드물다. 상대에 대한 호의가 없다면 밝히지 않는 것이
상례였으니 드라코는 안도하며 그 에게 감사를 표했다.
“저희 상단이 묵을 수 있게 장소를 제공해 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무너지는 판론 백작125
“지내기불편할것이오.”
“아닙니다. 거의 무상으로 제공해 주신 곳을 살펴본바 저 회가 지내기 부족함이
없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 다.”
드라코는 품에서 검은 가죽 케이스를 하나 꺼내서 알마르 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에 대한 작은 보답으로 전해드리는 것이니 남작 부인 깨서 패용하시면 좋을
듯싶습니다.”
“이럴 필요 없소.”
“아닙니다. 저희 마스터의 친구 분이신 쿠루스 님의 형님 께서 저희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에 대한 작은 선물일 뿐입니 다.”
쿠루스의 이름까지 나오자 선물을 사양하지 못한 알마르 는 검은 가죽 케이스를 받아
들고는 말했다.
"마스터에게 잘 받았다고 전해주게.”
“그리 전하겠습니다.”
알마르가 쿠루스룰 바라보자 그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 덕여 주었다.
‘이것봐라?벡터.신경좀쓰는데?
팔을 하나 잘라버렸다고 하지만 목을 치지 않은 것은 아량 을 베풀었던 것. 쿠루스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벡터는 그로 인해 벽을 뛰어넘었기에 은인으로생각하고
있었다.
126 귀환마스터
쿠루스는 메들린이 눈을 반짝이는 것을 보고 말했다.
"형. 형수가 기다리는 것 안 보여? 열어 봐.”
“그런^?
알마르는 바빌론 성이 무너지면서 변변한 선물 한 번 해주 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고는 검은 가죽 케이스를 열었다.
딸칵.
조용한 침실에 검은 가죽 케이스를 여는 소리만이 전해졌 다. 그리고 그 안에서
쁨어져 나오는 광채가 사람들의 시선 을 잡아끌어 감탄을 토해내게 만들었다.
“어머!”
가장 크게 감탄을 터트린 메들린이 검은 가죽 케이스 안에 든 목걸이와 귀고리를
바라보았다. 물방울 모양의 다이아몬 드와 그것을 감싸고있는 것.
쿠루스는 황당하다는 심정을 그대로 담아 드라코를 바라 보았다.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감싸고 있는 것은 미스릴이 분 명했다. 미스릴은 마법에 대한 전도성이
뛰어나 대부분 마법 #품을만드는데쓰는것이었다.
단순히 미적 감각을 위해 미스릴이 쓰이는일은 극히 드물 뿐더러 미스릴을 세공할 수
있는 이들은 아직까지는 드워프 와 엘프만이 유일했다. 단연,?스릴 세공된 물건의
가격은 부르는 것이 값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름다워요.”
미스릴 고유의 광택과 어우러진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보 고 메들린이 눈을 떼지
못했다.
딸칵.
하지만 검은 가죽 케이스는 금세 닫혔다. 알마르는 가죽 케이스를 다시 드라코를
향해 내밀었다.
“이런 비싼 것을 받을 수는 없소.”
미스릴은 확인하지 못했어도 물방울 다이아몬드의 크기만 으로도 알마르는 감히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선물도 어 느 정도 선을 넘어서면 부담이 될 뿐이었다.
쿠루스는 알마르의 손을 잡고 눈짓했다. 그곳에는 메들린 이 아랫입술을 깨문 채
안타까움을 혼자 달래고 있었다. 그 녀도 마음에 들었지만 감히 탐낼 수 없는
물건이라는 것을 알수있었다.
알마르가 주저하는 사이 쿠루스가 드라코에게 말했다.
“잘받았다고전해줘.”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드라코와 불린이 후다닥 방을 나가자 쿠루스가 일어나며 알마르를불렀다.
"형.”
“이건받을수없다.”
44형. 형수는 충분히 그걸 받을 자격이 있는 분이야. 형을 지 금까지 보살핀
것만으로도 그것보다 더한 것도 줄 수 있다고.”
128 구I환 마스터
"하지만이건……:
“됐어. 친구 녀석이 이번에 내 체면을 생각해서 신경을 쓰 나 본데 그건 나랑
그녀석의 문제니 형이 신경 쓸 문제 아 냐?
알마르가 주저하는 것을 보며 쿠루스가 눈짓을 보냈다. 알 마르는 한숨을 내쉬고는
검은 가죽 케이스를 다시 열었다. 메들린이 비록 나이를 먹었다고 해도 보석에는
눈을 반짝였 다. 알마르는 메들린에게 목걸이를 건네주었다.
"형. 직접 채워줘야지.”
쿠루스의 말에 알마르는 어색하게 웃고는 메들린의 목에 목걸이를 채워주었다.
메들린이 환한 미소를 짓고는 알마르 와포옹했다.
“그럼 나는 드라코와 함께 나가 볼게.”
“그래.”
시선도 마주치지 않은 채 말^는 알마르를 향해 피식 웃어 보인 쿠루스는 밖으로
나왔다. 드라코와 불린이 기다리고 있 었다.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못 받았으면 너는 죽거나 실각됐겠지.”
“예.”
"됐어. 아무튼잘받았다.”
쿠루스는 드라코와 블린을 데리고 내성을 나서며 물었다.
무너지는 판론 백작129
“그런데 마법 물품 같은데 효과는 뭐지?"
“별다른 것은 없습니다. 그저 피부가 젊음을 되찾는 신성 마법이 들어가 있는
목걸이와 귀고리 입니다.”
“신성마법?"
“드워프들을 찾아갔던 전설적인 대신관 아이메르의 합작 품 중 하나로 ‘아이메르의
눈물’ 이라는 것입니다.”
“유명한가?^
드라코의 입이 말려 올라갔다.
“유명할 뿐이겠습니까? 만약 저것이 암시장에 나온다면 페로니카왕국1년 예산으로도
살수 없을겁니다.”
쿠루스는 시큰둥하게말했다.
"내가 본국의 1년 예산까지 알아야 하나? 대충 얼마나 하 는 건데 그래?"
“최소50만골드를넘습니다.”
쿠루스는 벡터가 선물한 목걸이가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깨닫고는 물었다.
“왜 그리 비싸지^
“젊은 피부를 가질 수 있다는 건 수많은 귀족 부인들의 지 갑을 열게 만드니까요.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명품입니 다:
“그렇군. 그럼 저걸로 인해 도둑들이 바글바글 대는 것 아 냐?"
130 구I환 마스터
"하하하, 감히 투신이 계신 곳에 도둑이 들겠습니까?^
"내가없을때들지도모르지.”
쿠루스의 말에 드라코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그랜드 마스터께서 손을 써두셨습니다.”
“손을써?^
“오늘부로 특급 어쌔신들 다섯 명으로 구성된 ‘쉐도우 가 드’ 가 바빌론 남작과
남작부인에게 파견되었습니다.”
쿠루스는 벡터가 이번에 큰마음을 먹었다는 것을 이해했 다.
“그랬나? 그들에게 나한테 먼저 들렀다 가라 그래. 괜히 어쌔신으로 오해하고
죽일지 모르니까.” “그렇지 않아도 저와 함께 왔습니다.” “그랬나?
드라코는 쿠루스룰 자신들의 임시 거처로 안내했다. 그곳 에는 다섯 명의 어쌔신들이
앉아 있었고 열 명의 어쌔신들이 서 있었다. 다섯 명의 어쌔신들이 일어나 고개를
숙여 보였 다.
“투신께 인사드립니다. 이번에 바빌론 성으로 파견 나온 ‘쉐도우 가드’ 의 리더를
맡고 있는 센트입니다.”
두 명의 여인과 세 명의 남자로 이루어진 ‘쉐도우 가드’ 를 지켜보며
쿠루스가물었다. "너희가 지키면 아직까지 단 한 번의 암살도 성공시키지
무너지는 판론 백작131
못했다는 ‘쉐도우 가드’ 인가?"
“예.”
쿠루스는 그들 개개인의 능력은 엑스퍼트 초입에 들어 있 지만 적어도 암살에
있어서만큼은 완벽하리만치 방어를 해 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말했다.
“혹 내가 있는데 너희 힘으로 감당이 되지 않을 때는 주저 말고나를불러라.”
“예.”
“그리고 너희가 있다는 것 자체를 형님과 형수님이 모르 셨으면 좋겠군.”
“그리하겠습니다.”
센트는 자신들의 실력에 자신감이 있었지만 어쌔신 길드 의 그랜드 마스터인
벡터조차 당해내지 못한 쿠루스 앞에서 는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쿠루스는 드라코를 돌아보고는 말했다.
“잠깐나와봐.”
“예.”
쿠루스는 드라코가 뒤에 서자 손으로 성벽을 가리켰다.
“성벽 수리. 티 안 나게 해. 형님 귀에 들어가면 말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재료를 구해서 가져오는 동안 들킬 염려가 있습니다만.”
132 구I환 마스터
“외성벽에는 아무도 없으니 알아서 구해오고 밤에 작업 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一고 여기 이렇게 자란 풀들은 싹 베버려. 그래야 너희 도 경계하기 쉬워지겠지?"
“예.”
“성내에 집들이 보수가 필요한 곳이 많으니 신경 좀 쓰 고.”
“예.”
쿠루스는 드라코를 한 번 돌아보고는 말했다.
"나는 받은 것들은 잘 기 억하는 사람이야.”
“예!”
드라코는 그 말 한마디에 지금까지 불편했던 기색을 완전 히 날려버렸다. 그 말을 한
상대가 다른 사람도 아닌 투신이 니 확실한 보답이 있을 터였다. 이미 쟈크가 받은
가르침만 으로도 어쌔신 길드 연합에서 그의 위치가 달라지고 있었으 니 말이다.
“최선을다하겠습니다.”
“기대하지.”
쿠루스는손을한번 흔들어보이고는 내성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드라코가
안을 향해 소리쳤다.
“뭐 하냐! 어서 나와 일하자!”
무너지는 판론 백작133
블린이 투덜거리면서 나왔다. “뭐 좀 먹고 하면 안 되겠습니까?^ "네 옆구리
살이라도 잘라주랴?" “아닙니다!”
후다닥 나오는 블린과 어쌔신들을 보며 드라코가 소리쳤 다.
“오늘 저녁까지 성내의 모든 풀을 벤다.” “농담이시죠?^
대표로 묻던 블린의 턱에 드라코의 무릎이 작렬하는 순간
어쌔신들이 빠르게 홑어지며 풀을 베기 시작했다.
^ ^ ^
어쌔신 길드가 곁에 있어서 한 가지 편해진 점은 있었다. 토란드 백작과 연락을
취하기 위해 왕복 여섯 시간이나 걸리 는 거리를 달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드라코의 방에서 갖춰진 영상마법 통신구를 통해 토란드 백작과 실시간으로 대회를
나눌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통신구 저편에서 토란드 백작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하,들었나?’ "대충은들었습니다.”
"녀석이 살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쓰고 있다고 하더군.”
134 구I환 마스터
“그런다고살수있겠습니까?^ ? “그렇지. 하하하.”
^음을 터트린 토란드 백작이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44하지만 놈은 돈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지. 바킬루 대공 을 협박해서 살아나갈 길을 만들지도 모르네.”
“그럴 리야 없겠지만 그렇게 되면 바킬루 대공이 죽여줄 겁니다.”
쿠루스의 말에 토란드 백작은 미소를 지었다. 14하긴 바킬루 대공의 성격에 그런
수모를 당하고 그냥 넘 어갈자가 아니기는 하지.”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일부러 눈에 띄게 암살을 해달라고 했지. 은밀한 암살이 아니야. 판톤 백작은
자신의 주변인들이 하나둘 죽어나가는 것을 보며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여 있을 걸세.
” “그럼 이제 판톤 백작 곁에는 누가 남았습니까?" “근위기사 한 명 남았지.
나머지는 다 죽었어. 그자도 머 지않아 죽을 거라고 하더군.”
“어차피 근위기사의 자리는 계속해서 바뀌는 것이니 그자 가 죽어도 새로운 자가
들어올 겁니다.” “그런가? 그럼 또 죽이면 되지 않겠나?" 토란드 백작은 복수에
깊이 빠져 있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파멸로 이르는 지름길이다.
쿠루스는 짧은 한
무너지는 판론백작135
숨을 토해내고는 말했다. “혹 변동 사항이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그러겠네.
그런데 자네 어쌔신 길드외는 어떻게 연이 닿 은건^? “그럴 일이 있었습니다.”
말못할사정이라는 것을 짐작했는지 토란드 백작은 미소 를지었다.
"판톤 백작이 교수형을 당하는 날. 축배를 드세.” “그러지요.”
통신이 끊기자 쿠루스가 드라코를 돌아보았다. "판톤 백작이 살아날 가망이 있나? "
없습니다.”
단호한 드라코의 대답을 들은 쿠루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며 말했다. “그보다 외성이
보기 좋아졌더군.” “저희도 경계를 위해서 빠르게 풀들을 처리해야 했습니 다.”
“그랬나?,
쿠루스는 슬쩍 미소를 보이고는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변동사항이 있으면
연락주게.” “그리하겠습나다.”
쿠루스는 손을 들어보이고는 밖으로 나가다가 블린을 보
136 구I환 마스터
고 가볍게 타박을 하고는 떠나갔다. 드라코는 쿠루스의 칭찬 을 들었다는 것에 입이
귀에 걸렸다.
“후후후,말년에이게무슨복이냐.”
쨍그랑!
크리스털 잔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보면서도 타소웬 후작 은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하하하하. 하하하. 이거 미치겠군.”
바킬루 대공이 파이프를 입에 물고는 마법 부싯돌을 튕겼 다. 흑 불길이 나오며
파이프의 담뱃잎에 불이 붙자 그것을 홈뻑 빨아들인 바킬루 대공이 연기를 내쁨었다.
“후우,어떻게 생각하나?1
“쥐가 궁지에 몰리자 달려드는 꼴입니다.”
“그렇지?"
바킬루 대공은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그런데 그런 꼴을 내가 봐야 하나?"
“아닙니다.”
“그런데봐버렸다는거지!”
광!
바킬루 대공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었다. 판톤 백작이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바킬루 대공의 약점을 하나 잡 고는 자신을 살려주지 않으면 그걸 터트리고 죽겠다고
했다.
무너지는 판론 백작137
"대체 그자가 어떻게 바빌론 백작의 일에 내가 연관되어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건가?"
“아무래도 바빌론 백작의 일은 자신의 힘만으로 되지 않 았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그자가 돈을 푼 것 ^습니다.” “설마 씨크릿에서 정보가 샜다는 건가?^
“그럴리는없을겁니다.”
“홍,그렇겠지. 그러면 어떻게 그자가 돈으로 그 정보를 살수있었던거지?^
“아무래도 파르쉐 왕국에 돈을 풀어서 구한 것 같습니다.” "하! 지금 적국에서
정보를 사왔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됩니다.” "미치겠군.”
바킬루 대공은 연기를 혹 내쁨더니 물었다. “그자를 구할 방법이 있기는 한가^ "
대공께서 나서시어 두둔해 주시면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국왕파에서 이번
일을 빌미로 많은 것을 요구할 것 입니다.”
“그자의 전 재산을 터는 정도로 가능할까?" "힘들 겁니다.”
44하긴 돈으로 해결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 바킬루 대공은 몸을 일으키고는
말했다.
귀환 마스터
"자네밑에쓸만한애들있지^ “예.”
“정보를 넘긴 자가 누군지 알아오고 처리해.” “예.”
바킬루 대공은 창문으로 몸을 돌린 채 말했다.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자네라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주의하겠습니다.”
"가보게.”
“쉬십시오.”
타소웬 후작이 나가고 문을 닫는 소리를 들은 바킬루 대공 이 창문을 열고 담배
연기를 혹 내쁨었다. "나를우습게알았다이거지?" 바킬루 대공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그려졌다. ‘ “이참에 그 건에 관련된 자들은 소거해야겠군.” 혹
다음에라도 이런 일이 터져 나오면 골치 아프니 이번 기회에 모두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은 바킬루 대공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평안해진 것을 느꼈다.
알마르의 다리에 마나를 불어 넣어주고 잠을 청하러 방으 로 들어온 쿠루스는 센트가
창가에 서 있는 것을보고 인상 을 찌푸렸다. “허락 없이 들어오다니 죽고 싶나?^
무너지는 판론백작139
“아님니다. 급한 전갈이 있어 실례를 무릅썼습니다.”
“급한전갈이아니면각오해.”
쿠루스는 침대로 가서 앉으며 센트를 노려보았다. 센트는 고개를 숙이고 보고했다.
"판톤 백작이 바빌론 백작에 관련된 정보를 얻아 바킬루 대공을 협박했다고 합니다.”
“홍. 어지간히 급했나 보군. 대공의 반응은?^
"타소웬 후작 휘하의 암살조가 움직였습니다.”
쿠루스는 센트를 빤히 바라보고는 물었다.
"타소웬 후작의 암살조가 움직이는 것도 잡아낼 정도인 가?^
“페로니카 왕국 내에서는 바킬루 대공과 타소웬 후작의 암살조가 저희 길드를
위협할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어 자 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랬군.”
쿠루스는 턱을 한 번 쓰다듬고는 말했다.
“그들이 오는데 걸괴는 시간은 얼마나 되겠나?"
"타소웬 후작 성에서 판톤 백작 성까지는 쉬지 않고 말을 달려도 7일은걸립니다.”
“그래?"
쿠루스는 센트를 보고 물었다.
“토란드 백작을 모시고 판톤 백작의 침실까지 잠입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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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나?^
“그 정도라면 아무래도 ‘쉐도우 가드’가 움직여야 합니 다. 인근에 파견 나온
이들은 저희뿐입니다.” "몇명이나필요하지?^ “저 1명이면 충분합니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해서 토란드 백작을 모시고 7일 안에 판톤 백작 성으로 와라.
” “예.”
7일후에판톤백작 성에서보지.” “그때 뵙겠습니다.”
센트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던 쿠루스가 피식 웃음을 홀 렸다.
"바킬루.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내 먹이를 가로채려고 하 면안돼지.” 쿠루스는
침대에 몸을 눕히다가 인상을 굳혔다. “젠장. 또 형한테 허락을 받아^ ^는군.”
쿠루스는 결국 벡터의 이름을 팔았다. “친구가 판톤 백작 성에 들를 일이 있어
왔다는군. 보러 다녀^이:되겠어.” “그래? 다녀오려무나.”
알마르는 아무렇지 않게 허락을 했다. 판톤 백작 성까지
무년지는 판톤백작141
왕복이라면 최소 십 일을 잡아야 함에도 전혀 걱정하는 눈치 가아니었다.
쿠루스는 알마르의 다리에 마나를 불어넣으며 말했다.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해.”
“그런 것이 있겠니? 그저 네 친구에게 선물을 잘 받았다고 전해주렴.”
“그건 걱정하지 마.”
쿠루스는 메들린에게 시선을 주었다. 아깝다며 목걸이를 차고 있지도 않고 고이
모셔둔 듯했다.
"형수님. 그거는 항상 차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귀한 것을 어찌 차고 있는단
말인가요?"
신성마법이 들어간 마법 무구인데도 그것을 모르고 있으 니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렇다고 그것이 ‘아이메르의 눈 물’이라고알려줄수도 없었다.
“차고 계십시오. 중요한 자리에서 잘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형님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 요하지 않겠습니까^
쿠루스의 말에 메들린은 눈웃음을 지었다.
“거기까지는생각못했네요.”
메들린의 시선이 알마르를 향했다.
“그러고 보니 남편에게 처음 받은 선물이기도 하고요.”
"그랬나? 미안하군.”
142 구I환 마스터
알마르의 말에 메들린은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 ‘ “아니에요. 당신 자체가
내게는 가장 큰 선물인 걸요.”
알마르와 메들린이 뜨거운 시선을 나누는 것을 보고 쿠루 스는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얘기들 나누십시오. 이만나가보겠습니다.” “그래,조심히
다녀오너라.” “훗,그런 건 눈이나 마주치면서 하는 말이라고.” 알마르가 고개를
돌릴 때에 쿠루스는 이미 방문을 열고 밖 으로 나와 있었다. 쿠루스는 곧장 드라코를
향해 찾아갔다.
드라코는 출발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쿠루스는 그 런 드라코에게 물었다.
“어디 가나?
"판톤 백작의 성으로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내일만나기로했지.”
센트를 보낸 지 이미 육 일이 지났다. 드라코가 당황하며 물었다.
"판톤 백작 성까지는 말로 달려도 오 일은 걸립니다.” “알아.”
“그런데 내일 만나기로 하셨다면……;1 쿠루스논 손을 휘휘 내젓고는 말했다. "
내일까지 따라올 수 있으면 따라오고 아니면 여기나 지켜. 센트의 빈자리가 있으니
외곽 경비에 조금 더 신경 쓰고.”
무너지는 판론 백작143
하루 만에 판톤 백작 성까지는 절대로 갈 수 없었기에 드 라코는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성은 걱정하지 마시고 다녀오십시오.”
“믿고 다녀오지.”
드라코는 쿠루스가 믿는다는 말에 감격해서 고개를 더욱 깊이 숙였다.
“목숨을걸고지키겠습니다.”
“아니,목숨은 걸지 말고'도저히 안 되겠으면 살아남아서 내게 누가 그랬는지 전해.
그게 중요한 거야.”
“그리하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다.”
쿠루스는 외성 밖으로 나가기 무섭게 무서운 기세로 달리 기 시작했다. 멀어지는
쿠루스의 뒷모습을 보며 드라코는 그 가 하루 만에 간다는 말을 실감했다.
“과연 투신이로군.”
돌아선 드라코는 나와 있는 어쌔신들에게 소리쳤다.
“오늘부터 돌아오시는 그 순간까지 외곽 경계를 2배로 돌 린다. 이교대로 돌릴테니
그리 알고 움직여!”
“예!”
어쌔신들이 바빌론 성의 외성벽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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