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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님 뭐하세요-4화 (4/179)

제 4화

귀환자 유선우

게이트의 소리를 들은 인원이 연락을 취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애초부터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거나.

헌터는 건장한 남자 둘이 전부였다.

본래는 박아연과 유선혜를 포함해서 4인 팀이지만 유선혜는 오늘 월차를 냈다. 아쉽게도 남매 상봉이 뒤로 밀려난 셈이다.

“좀 시끄럽죠? 하하.”

“저희는 맨날 바로 앞에서 들어요. 몬스터보다 이 소리가 더 싫어.”

헌터들이 넉살 좋게 유선우에게 말을 걸었다. 게이트 앞인지라 서로 소개는 간단히 마쳤다.

군인들은 민간인이 작전 지역에 있는 것을 의아하게 여겼지만, 박아연이 무어라 둘러대자 눈초리를 거뒀다.

‘해봤자 20대 중후반 같은데.’

젊은 나이임에도 입김이 강한 듯했다. 유선우가 감탄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자 박아연이 다가왔다.

“선우 씨. 좀 도와줄래요?”

“제가요?”

“별일은 아니에요. 아,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고 어렵지는 않다는 뜻이에요.”

박아연은 푸근한 인상의 헌터에게서 캠코더를 받아 들었다. 그다음에는 유선우에게 그대로 떠넘겼다.

“원래는 삼각대 놓고 뭐 다 하는데 좀 귀찮아서. 사람이 있으면 써야죠.”

“찍으라는 소리예요? 뭘?”

“당연히 싸우는 거죠. 게이트 규모다, 전투 과정이다, 그런 걸 다 보고해야 하거든요.”

몬스터와의 전투 데이터는 여러 방면으로 활용된다. 앞으로의 훈련 방식과 신입 헌터들의 교육. 여러 가지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지금 시간이… 2018년 9월 4일 11시 37분.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 역북고등학교 제 4종 게이트. 됐다. 잘 부탁해요.”

“아, 네.”

유선우는 멍한 낯으로 캠코더를 받았다.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으나, 화면을 보니 급속도로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게 얼마 만이야.’

렌즈 너머로 세상을 바라본 게 얼마 만인지. 그가 다녀온 431-9 차원에는 영상을 찍는 도구가 없었다.

‘음.’

게이트를 두고 포진한 이들을 바라보길 한참.

문득 하나의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다음에 방송 켜볼까?’

거의 실시간 액션 영화가 아닌가.

잔인할 수야 있지만 리얼리티란 그러한 법이다.

‘흥행할 것 같은데.’

동네를 보니 세상 돌아가는 꼴도 짐작이 갔다.

몬스터로 인해 시시각각 무너지는 사회.

암담하기 그지없는 세상에서 몬스터 뚝배기를 깨는 방송을 한다면.

‘나 같아도 보겠다.’

상당히 괜찮은 아이디어다. 물론 헌터 기관의 허가를 받아내기가 어려울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서로 윈윈이다.

‘각성자 이미지 개선하는 데도 좋으니까.’

좋게 말해서 각성자지 나쁘게 말하면 돌연변이다. 일반인에게는 각성자도 위험요소의 하나인 셈. 능력이 불법적으로 이용되는 일도 허다할 테니 두려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정적인 시선을 바꾸기 위해 헌터 기관에선 물심양면으로 움직이고 있을 터.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 방송이라면 필시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진짜 할 만 하겠어.’

***

운동장 한복판에 선 박아연은 게이트를 주시했다. 이전의 기억과 대충 훑어봤던 자료들이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이 게이트 열리는 게 아마 여섯 번째였지.’

게이트의 초기 규모는 전부 제각각. 열릴 때마다 조금씩 확장되어 출몰하는 몬스터의 머릿수도 늘어난다.

그렇다고 끝도 없이 커지지는 않으나,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고정되어 게이트가 닫히지 않게 된다.

즉 던전과 지구가 완전히 연결되는 것. 가장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에 따르면 눈앞의 게이트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여기도 슬슬 본격적으로 쓸어야 할 때야.’

재앙의 초기에는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만을 잡기에 급급했다. 그때는 고작 고블린 서넛 혹은 오크 한둘이 나오는 정도였지만, 그것만으로도 피해는 막대했다.

다행히 갈수록 적응도 되어 매뉴얼이 정립되긴 했다. 그런데 그와 마찬가지로 몬스터의 수도 많아지는 게 아닌가. 참다 못해 게이트에 들어간 미친놈들이 있었다.

내부의 구조는 각각 천차만별이었다.

고블린의 취락, 코볼트가 사는 동굴.

공통점은 던전을 소탕하면 게이트가 사라진다는 것.

큰 진전이었지만 모든 던전을 소멸시키지는 못했다. 뼈 빠지게 닫아봤자 또 생기니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군대만으로는 던전을 공략하기 힘들고 쓸 만한 헌터는 희소하다. 그리고 헌터가 어디 몬스터만 잡나. 능력이 악용된 범죄 현장에 지원도 나간다.

헌터가 치안 유지에 손을 보태는 건 필수적이다. 다름 아닌 이미지 관리를 위함. 헌터 중에서는 연예인처럼 활동하는 공인도 있다.

결국은 치안 유지와 방어, 순찰에 토벌까지.

이 정도가 헌터의 주요 업무다.

‘일반인은 당장 대피시키는 게 맞지만….’

박아연은 유선우를 슬쩍 곁눈질했다. 걱정되는 한편으론 괜찮으리라는 확신도 있었다. 군은 물론 여태 손발을 맞춰온 동료까지 있으니까. 게이트의 규모도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니 이쯤이야 숙취 해소 감이다.

‘오히려 떨어지는 게 더 안 좋을 거야.’

폰은 없다고 본인이 그랬고 돈은 딱 봐도 없게 생겼다. 동네 밖에는 검문소마저 있으니 떼어놓아서 좋은 일은 없을 터다.

‘아직 수상쩍긴 한데.’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역시 검문이다. 어떻게 퇴짜 맞지도 않고 봉쇄 지역에 나타났는지.

도무지 예상이 가질 않으나 일단은 그러려니 하며 넘어갔다. 이상할 뿐이지 악인처럼 보이지는 않아서.

“후우.”

박아연은 걱정을 덜어내고 게이트에 집중했다. 심호흡을 반복하자 적당한 긴장감이 몸을 휘감았다.

몇 년간 해온 일임에도 편안함은 없었다. 아마도 평생 긴장 속에 살지 않을까. 애초에 괴물을 상대하는 삶에 익숙해지고 싶지도 않고 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열립니다!”

게이트의 소음이 멎고 누군가가 외쳤다. 그와 동시에 게이트가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으워어어어!

서서히 찢어지는 공간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포효. 오크 무리가 앞다투어 머리를 내밀었다.

“발사!”

오크의 함성만큼이나 큼지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호가 떨어지자 게이트를 포위한 군인들이 행동을 개시했다.

투두두두!

총구가 연신 불을 뿜어댔다. 총탄이 오크들의 살갗을 두드려댔으나, 치명상을 입은 놈은 없었다. 발목을 잡는 것이 한계였지만 군인들은 멈추지 않았다.

“김준영 씨!”

“예!”

박아연의 부름에 헌터 김준영이 손에 쥔 병을 크게 휘둘렀다. 담겨 있던 기름이 흩뿌려지더니 허공에 둥둥 떠올랐다. 기름은 그의 손짓을 따라 움직여 오크들의 몸을 적셨다.

준비가 끝나자 박아연이 엄지와 검지를 마찰시켰다. 결과가 나타난 것은 찰나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크어어어!”

난데없이 오크의 가슴팍에서 폭발이 일었다. 박아연이 계속해서 손가락을 튕기자 세 번의 폭음이 이어졌다.

그렇게 1열이 쓰러지자마자 다른 오크들이 뛰쳐나왔다.

“바로 다음 갑니다!”

목청이 터지라 외친 김준영이 지휘하듯 손을 떨쳤다. 바닥에 끼얹어진 오크의 핏물이 위로 솟구치더니 적들의 시야를 가렸다.

뒤따라 놈들의 발목이 터져 나갔다. 놈들이 주춤거리자 군인들이 사격을 중지했다. 그때 망치를 쥔 헌터 강설호가 달려들었다.

오크들은 발버둥 쳤지만 말 그대로 눈먼 공격일 뿐. 강설호는 C급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실력자답게 공격을 간단히 흘려내고 망치를 휘둘렀다.

퍼억!

미노타우로스에게도 밀리지 않는 괴력. 망치가 오크의 몸뚱어리를 하나둘 짓뭉갠다. 강설호가 뒤로 물러난 것은 4마리가 쓰러진 다음이었다.

일련의 과정이 다시 반복되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파열음이 여러 번 이어진 뒤. 소란은 점차 잦아들어 어느새 운동장에는 거친 숨소리만이 남게 되었다.

헌터와 군인들은 숨죽여 게이트를 주시했다. 3분가량이 지나도 몬스터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하아.”

그제야 박아연이 긴 숨을 내뱉었다. 베테랑이라 자부하기에 모자람 없는 실력. 공세만을 펼치며 간단하게 몬스터를 정리했다. 이제는 게이트가 닫히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쉬운데.’

꼭 몬스터를 놓치는 헌터들이 종종 나타난다. 헌터가 순찰을 도는 것도 다 그 탓이다. 실력이 허접한 건지, 뇌세포가 부족한 건지. 어느 쪽이든 정의구현이 필요하다.

박아연은 유선우가 있어야 할 곳으로 몸을 휙 돌렸다. 잘 찍고 있나 확인이나 할 생각이었다.

‘응?’

돌연 그녀의 눈알이 휘둥그레졌다. 어딜 둘러봐도 유선우의 모습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새 어디 간 거야.’

설마 방금 장면을 놓친 건 아닐까. 생각만 해도 절로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영상이 없으면 보고에 문제가 생긴다. 징계를 먹는 수준의 큰일은 아니어도 귀찮아질 우려가 다분하다.

이런저런 걱정근심이 머리를 헤집어대는 와중.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거기 지금 뭐 합니까! 당장 물러나세요!”

“어어? 아직 위험한데. 빨리 말려 봐요!”

경악에 찬 목소리가 운동장을 메웠다. 박아연은 어째선지 불안해져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황당무계한 광경이었다.

“유선우 씨, 유선우! 야, 등신아!”

박아연이 눈에 핏발을 세우며 히스테릭하게 외쳤다.

실종 5년 차 유선우.

그는 지금 제 발로 던전에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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