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귀환자 유선우
구토녀 박아연은 이런저런 사정을 설명했다.
모든 일의 발단은 5년 전. 그때부터 세계 각지에 몬스터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정확히 유선우가 실종된 날에 시작된 재앙이었다. 때문에 가족들은 그가 몬스터에게 잡혀갔다 여겼다.
실종 신고를 한 채 소식을 기다리기를 한참. 단서도 없이 시간만 지나가다 보니 결국엔 장례식을 치르게 됐다.
“그런 걸 다 어떻게 아세요?”
“제가 선혜 상사거든요. 사이도 친한 편이고.”
“아, 그렇구나.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쨌든 역북동 부근은 옛적에 거주지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몬스터의 잦은 출몰로 인한 결과였다.
‘몬스터라.’
유선우는 머릿속에서 정보를 정리했다. 사실 그에게도 익숙하다면 익숙한 것들이었다. 여러 매체로 접해봤을뿐더러 다른 차원에서 많이 잡아봤으니까.
익숙하기에 더 이상한 것이었다.
‘여기에 그놈들이 있을 리가 없는데.’
이유인즉슨, 이계의 몬스터는 지구에서 비롯된 존재였기 때문이다. 상위 차원인 지구에서 창작된 괴물들. 놈들이 하위 차원으로 흘러간 결과였다. 그래서 오크나 악마도 상상하던 그대로의 외견이었다.
본래 똥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법. 그로 인해 유선우는 책임감도 들었었다. 물론 왜 자신이 싸워야 하느냐는 억울함이 9할 9푼이었지만.
‘근데 여기서도 나온다고.’
똥이 위로 역류하기도 하나?
지구보다 상위 차원에서 내려왔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그랬다면 생김새나 이름이 익숙할 리가 없다. 아예 생소한 몬스터가 등장했어야 정상이다.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유선우는 결론을 내리기를 보류했다. 일은 벌써 터졌으며, 얻은 정보도 얄팍한 수준이다. 가족의 무사를 확인했으니 수확으론 충분했다.
상념을 몰아내곤 자신을 쳐다보는 박아연과 시선을 맞췄다. 아직 의심이 걷히지 않았는지 그녀의 표정이 묘했다.
‘그냥 미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만난 것이 천운이었다.
눈앞의 여자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집은 무너졌는데 이사 간 장소는 못 찾고 휴대전화도 없고. 겨우겨우 사람을 만났더라도 친절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으리라. 이전에도 그런 사회였었으니 지금은 더욱 각박해졌을 터다.
유선우는 어떻게든 감사를 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기 전에 궁금증부터 마저 해결하고.
“근데 있잖아요.”
“네?”
“그쪽은 왜 여기 계세요? 말만 들어도 위험하다는 건 알겠는데.”
“그야 뭐. 일 때문이죠.”
“일이요? 선혜랑 하시는 거라고.”
“네. 선우 씨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유선우에겐 몬스터고 뭐고 이쪽이 훨씬 충격적이었다. 오빠보다 빨리 직장인이 된 2살 터울 동생. 대견하면서도 죽도록 자괴감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진짜 큰일 났네.’
중졸이자 미필이며 백수. 휘황찬란한 스펙에 더해서 서류상으로는 고인(故人)이다.
어디 그뿐이랴.
유선우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과거의 고생 탓으로 보상심리에 찌든 자신의 내면을.
그만큼 했으면 좀 놀아도 되잖아!
내가 저기서는 황제랑 밥도 먹어봤는데!
문제는 이계에서 뭘 했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큰일 정도가 아닌데 이거.’
앞날을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래도 지금 걱정해봐야 소용없으니 치워두고.
“이런 뭐 아무것도 없는 데서 무슨 일을 해요? 위험하게.”
“순찰정도야 그렇게 위험한 건 아니에요. 그랬으면 다 큰 여자가 길바닥에서 토하고 다니진 않았겠죠. 몬스터 나올 때까지 인력을 놀려둘 수는 없잖아요?”
담담한 대답이었지만 유선우는 쥐뿔도 믿지 않았다. 몬스터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5년간 넘어온 사선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가 심각해지는 와중에 박아연이 한술 더 떴다.
“순찰 외에는 그냥 몬스터 잡고 다녀요. 아니지. 순찰도 결국 몬스터 잡으려고 하는 거니까 똑같으려나.”
“…선혜도요?”
“헌터니까 당연하죠.”
“허. 부모님이 허락 안 하셨을 건데.”
보수적인지 어떤지를 떠난 문제다. 자식이 몬스터와 드잡이질하겠다는데 좋아할 부모가 있을까.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는 이상은 허락하지 않을 일이다.
“자세한 얘기는 본인한테 들으시고. 그런데 각성하면 웬만해서 헌터짓 하게 돼요. 능력 안 쓰면 미치도록 답답해서.”
“답답해요? 금단현상 비슷한 건가.”
“비슷하다기보단 아예 똑같아요. 굳이 따지자면 경찰도 있겠지만 합법적으로 자주 쓰려면 헌터가 최고죠. 아, 명함 드릴까요?”
유선우는 박아연이 건네준 명함을 얼떨떨하게 받아들었다. 뒤집어 보니 청일이라는 회사와 박아연의 정보가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흐름은 대충 알겠는데.’
몬스터가 나왔으니 잡아야겠고, 잡기 위해서 군대가 나섰을 터다. 그런데 민간인이 헌터랍시고 싸돌아다니는 걸 보면 군인으로는 부족한 모양이었다.
‘하긴, 소총으로는 힘들겠지. 폭발물 막 쏴댈 수도 없겠고.’
저쪽에서도 병사가 보급용 창칼로 몬스터를 잡는 일은 요원했다. 오크 정도만 되어도 날이 잘 들지 않았으니까.
하나 의문이 있다면, 알기로 지구에는 마력을 쓸 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동생이 몬스터를 잡고 다닌단다. 각성이라는 걸 하면 몬스터를 손쉽게 잡을 수 있게 되는 걸까.
“각성은 또 뭐예요? 되게, 어우. 오글거리는데.”
그리 묻자 박아연이 생글거리며 웃었다.
“진짜 무슨 감옥이라도 갔다 오셨나 봐요?”
“비슷하죠, 뭐. 감옥치고는 조금 컸지만.”
그녀는 동정의 시선을 보내고는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자고 일어나 보니 손에서 거미줄이 튀어나온다.
이 닦고 보니 입에서 불이 뿜어진다.
똥 싸고 보니 가랑이에서 빔이 쏘아진다.
그런 사람들이 각성자라 불린다고 한다.
능력을 이용해 몬스터를 굽고 썰고 때린다고.
막연하면서도 간단한 설명이었다.
‘애초에 자기들도 잘 모르는 모양이고.’
유선우는 나름대로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기야 하루아침에 능력자가 되어있다면 본인이 더 황당하겠지. 과정이 없으니 원인도 알기는 힘들 터다.
‘이유가 따로 있긴 하겠지만… 일단 무슨 소린지는 알겠네.’
유선우는 억울함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얘들은 참 편하게 사는구나 싶어서.
‘인생이 쉽지? 으이?’
자신의 경우에는 뼈 빠지게 훈련했었다. 특히 마력이란 게 감이 잡히질 않아서 약물까지 동원했었는데, 그땐 쇼크사 직전까지 갔었다.
‘그 고생하고 얻은 마력도 쓰기가 어려워서 문제였지.’
온몸에 에너자이저라도 달린 느낌. 출력 조절을 못 해서 팔다리가 수십 번도 터졌었다.
그렇게 터지면 회복시키고, 터지면 회복시키고. 악마보다 사제를 더 죽이고 싶기도 했었다.
어쨌든 박아연 역시도 각성자였다. 무려 능력을 얻은 지 3년도 더 지난 베테랑이었다.
“일단 선혜한테 데려가 드릴 건데, 딱 붙어 계시는 게 좋아요. 요즘은 심심하면 몬스터가 나와서.”
“게이트 열리기 전까지는 괜찮은 거 아녜요?”
몬스터는 전조도 없이 허공에서 나타나지는 않는다. 먼저 게이트가 출현하고, 시간이 지나면 열려서 몬스터를 쏟아낸다. 변기에 앉아서 몬스터를 만날 일은 없다는 얘기다.
“아뇨 딱히. 매번 처리하긴 하는데, 가끔 놓치기도 하니까요. 하여간 믿을 수가 없어. 놓치면 다 지들 책임이니 보고도 제대로 안 하고. 헌터도 군인도 똑같아요. 실수하면 서로 탓하기 바쁘죠. 분명 보고로는 전부 사살했다는데 멀쩡히 돌아다니는 꼴 보면 진짜….”
긴말에서 케케묵은 감정이 흘러나온다. 세상이 뒤집혀도 하는 고민은 거기서 거기인 듯했다.
유선우가 직장인의 한숨을 듣고 있을 때.
어딘가에서 불쾌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끼익.
끼이이익.
기시감이 드는 소리였다. 기억을 더듬고 있자 박아연이 제 뺨을 찰싹찰싹 쳐댔다.
“일할 시간 됐네요.”
***
재앙이 터졌던 당시에는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가 극심했다. 괴수와 싸울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게이트의 특성. 하나의 게이트는 한 장소에 고정되어 있어 나름대로 대비할 수 있었다.
열릴 때마다 규모는 커지고 빈도도 잦아지기는 하지만 전부 예측이 가능한 수준. 한 번 열린 후에 1시간 만에 다시 열리지는 않고, 열리는 데도 최소 15분은 걸린다.
이제는 시민들도 저 알아서 대피하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끼이익!
끼이이이익!
게이트가 시끄럽게 울어대며 온몸으로 출현을 알려주기 때문. 누군가가 소음을 듣고 신고하면 지역 차원에서 경보를 울려준다.
그리고 현재, 역북고등학교 운동장 한복판.
발생한 게이트 앞에서 유선우는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지게 시끄럽네.’
게이트 바로 앞까지 오니 죽을 맛이었다. 불쾌감으로 따지자면 방충망에 달라붙은 매미와 동급. 몬스터는 어쨌든, 시끄러워서라도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참다못해 마력으로 귀라도 틀어막으려는 때,
우르르르!
때마침 헌터와 소규모의 군이 모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