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권능의 반지-167화 (167/173)

<모래 폭풍>

부르르르르 -

거대한 사막.

장갑차 10대, 전투 헬기 1대, 엘프 마법사들, 차원 여행자들, 그리고 기계 2대와 곰 비스름한 거대 짐승 한 마리가 거대한 먼지 구름을 만들며 나아갔다.

굉장히 오랫동안 이동했음에도, 얼마나 왔는지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 시계는 하즈무포카의 차원에 들어올 때 고장 났고, 해는 이상하리만치 요지부동이기 때문이었다.

‘여긴 도대체 시간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아무리 더위에 질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다고 할지라도, 최소 3시간은 지났거늘 해가 전혀 이동하질 않았다.

결국, 이동하다 못한 엘프 하나가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숲에서만 살던 종족인 만큼, 내리꽂히는 직사광선에 저항이 전혀 없던 까닭이었다.

저대로 뒀다간 얼마 못 가 일사병으로 사망할 게 분명했다.

“전부 멈춰! 낙오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차량을 전부 세우고 장갑차에 타고 있던 인원들과 엘프들을 교체했다. 엘프들은 전원 마법사. 굉장한 고급 인력을 전투도 하지 않고 어이없게 잃어버릴 수는 없었다.

“저희는 정말 괜찮습니다….”

에르파차 형제가 금방이라도 탈수가 올 것 마냥, 온몸에 땀을 뿜어내며 말했다. 당장 흘린 땀만 해도 2L가 넘었는데 괜찮다?

당연히 개소리였다.

“헛소리 그만하고 차에 올라타.”

그나마 엘프들이 물을 만들어 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 아마 그것마저 없었으면 싸우기도 전에 전부 말라죽었을 게 분명했다.

“더럽게 덥다.”

칼콘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말했다. 그 모습이 꼭 갑옷 속에서 서서히 익어가는 고기 같아 안쓰러워 보였다.

“나도… 쟤네들처럼 주머니 안에 들어가 있으면 안 돼?”

칼콘이 쳐다본 건 기토킨이었다.

“죄송합니다, 칼콘님. 이 능력은 저희 종족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물건이라면 넣어드릴 수 있지만, 생명체는 불가능합니다.”

기토킨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허리에 차고 있던 가죽 주머니를 꽉 동여맸다. 현재 차원 여행자들은 이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전원 주머니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일종의 포켓 플레인(주머니 차원)으로, 차원 간 이동이 자유로운 차원 여행자만이 가능한 대피 방법이었다.

아마 전투가 발생하면 전부 튀어나오겠지.

칼콘은 어쩔 수 없다는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 갑옷을 벗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언제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몰랐기에 꾹 참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행은 더더욱 지쳐갔다.

이동이 얼마나 길어질지 몰랐기에 가져온 식수와 식량은 제한됐거늘, 적은 나타나지 않고 이동만 계속됐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갔다간 싸우지도 못하고 탈수로 다 죽게 생겼기에, 아쵸프무자에게 대안을 갈구했다.

“빌어먹을! 도대체 얼마나 이동해야 하는 거지?”

“나도 모르겠어. 내가 마지막으로 왔을 때, 이런 공간은 존재하질 않았어.”

“도대체 할 수 있는 게 뭐지? 무능하군.”

아쵸프무자는 분명 하즈무포카와 같은 신격을 가진 존재였다. 이는 곧 동등한 힘을 가졌다는 얘긴데 어째서 가만히만 있는지 이해할 수를 없었다.

비꼬듯 던진 말에 아쵸프무자는 눈을 꼭 감았다.

“여기는 하즈무포카의 차원이야. 다른 장소면 모를까, 녀석의 태반 안에선 내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그리고 난 마지막을 위해 힘을 아껴둬야 해.”

짜증이 밀려왔지만, 참았다.

아쵸프무자 본인도 억겁의 시간을 참아오며 이 싸움을 계속했다. 절대 지고 싶지 않을 게 분명하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리라.

열심히 하고있는 녀석에게 정도를 넘어선 비난을 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였다.

결국, 탈수 직전에 엘프들이 비를 소환했다.

“Sweet kingitusi anda, et janused poole. (목마른 자에게 주는 달콤한 선물.)”

엘프 마법사들이 합창하자 하늘에서 구구궁, 소리가 나는 듯싶더니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일행 전부가 하늘을 향해 입을 쩍 벌리고, 비를 받아 마심은 물론 땀에 젖은 몸도 전부 씻어냈다.

헬기 기름이 거의 다 떨어졌기에, 차원 여행자들의 도움을 받아 헬기를 주머니 차원으로 집어넣었다.

“고맙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해야 했을 뿐입니다, 사자님.”

더 이동하자 모래에 드문드문 자갈이 섞이기 시작했다.

이에 몇몇은 곧 산악지형이 나올 거라며 기뻐했지만, 그 기쁨에 전혀 보답 받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 당장 차 돌려!”

뒷좌석에 앉아있던 가벡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더위에 지쳐 시트에 앉아있던 터라, 무슨 소린가 싶어 앞유리 너머 사구가 널려있는 지평선을 쳐다보자…

하늘을 새까맣게 덮은 폭풍이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다.

‘이런 미친!’

얼핏 봤음에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좌측이나 우측으로 회피하려고 해도 폭이 거의 200km. 피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피해야 한다, 저기에 휩쓸리면 안 돼!”

“피할 수 있겠어!? 속도가 너무 빨라!”

“도망가다 맞으면 더 큰 피해를 입을 거야! 여기서 멈춰서 대비해야 해!”

“개소리! 대비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가벡과 칼콘이 말다툼하길 잠시.

둘의 시선이 결정권자인 지훈에게로 향했다.

회피와 방어 둘 중에 결정해야 했고, 고민 결과 방어하는 쪽이 더 현명해 보였다.

“빌어먹을, 차 세우고 엘프들에게 방어막 치라고 전해!”

폭풍에 차가 날아갈 수 있었기에 장갑차 10대를 전부 2열 종대로 바싹 붙여 주차했다. 엘프들은 차 벽 뒤에서 보호막을 영창 했고, 칼날 정글의 주인이 그 위를 몸으로 덮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아마 이로써 모래 폭풍에 직격한다고 해도 몰살당하지는 않을 수 있으리라.

“거의 5km까지 다가왔어! 지금 보호막 써야 해!”

칼콘의 외침과 동시에 엘프들이 합창했다.

“Vaata, painutada juures, las keegi saaks koju ilma vigastusi. (저희를 굽어보사, 그 누구도 다치지 않고 집에 돌아갈 수 있게 하소서.)”

우으으으응 -

합창이 끝남과 동시에 일행 주변에 반투명한 막이 생겼고, 그 위로 모래 폭풍이 부딪혔다.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바람이 갈라지기도 잠시…

‘된 건가?’

휘우우우우우우 -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머지않아 보호막에 자갈들이 틀어박히기 시작했다. 폭풍에 휩쓸려 바닥에 있던 자갈들이 날아온 것이었다!

“사자님, 보호막이 곧 깨질 것 같습니다!”

멀리서 에르파차의 목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쨍!

콰가가가각!

다다다다다다다다닥!

보호막이 깨짐과 동시에 차 장갑에 자갈 부딪치는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안 돼! 엘프들이 저런 폭풍이 휩쓸렸다간 몰살이야!”

칼콘이 기겁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풍압에 밀려 열 수 없었다.

자갈 섞인 모래 폭풍은 10분 이상 지속됐고, 지옥 같은 폭풍이 끝났을 때는 진짜 생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모래를 걷어내고 차에서 내렸다.

“빌어먹을….”

10대 나란히 주차해 놨던 차량 중 우측 날개 부분에 있던 차량 3대는 폭풍에 날아갔고, 차 벽 뒤에 있던 엘프들은 반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칼날 주인의 몸으로 감싸놨기에 다행이었지, 그나마도 없었다면 몰살당했을 게 분명했다.

폭풍을 맨몸으로 받아낸 칼날 주인은 별다른 외상은 없었지만, 짙은 피로감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다.

“에르파차!”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에르파차 형제를 불렀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목놓아 부르길 몇 분. 마법사 중 하나가 다가와, 폭풍에 휩쓸려 간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씨발….”

마음속으로 온갖 감정이 휘몰아쳤다.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 있자니, 아쵸프무자가 다가와 어깨를 토닥였다.

“네 잘못이 아니야. 그들은 그들의 선택으로 여기까지 온 거야.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영광스러운 책임을 진 거지. 아마 지금쯤 그들의 영혼은 다시 근원의 소용돌이에 섞여, 환생을 준비하고 있을 거야. 자책하지 마.”

“닥쳐라… 환생? 환생할 거니까 목숨 따위 얼마든지 폭풍에 던져도 괜찮다는 건가? 네놈에게 있어서는 저들이 도구 그 이상, 그 이하로도 안 보이는 모양이지?”

혀끝에 독을 발라 찔렀다.

아쵸프무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슬픔이 몰려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죽은 사람은 이미 죽었고, 임무는 임무였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자갈을 지나자 사구들 너머로 거대한 문이 보였다.

끔찍한 사막이 끝날 거라는 뜻이었으나, 그 누구도 기뻐하는 이는 없었다. 문 옆에는 수문장 또한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전진하자 문 앞에 낯익은 인섹토이드 하나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연구소에서 만났던 녀석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옆에는 전갈처럼 생긴 절지동물을 포함 네 마리의 짐승 또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즈무포카의 하수인들이었다.

“곤란해. 위험한 녀석들이야.”

아쵸프무자가 이를 꽉 깨물었다.

저 녀석들이 원래는 어떤 종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외형을 통해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섣불리 다가가지 않고 사정거리 밖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곤충계랑 절지동물목인가.’

예전에 종족 변이를 훑어 봤던 내용 중 있던 녀석들이었다.

특히 연구소에서 봤던 인섹토이드 같은 경우 곤충 - 개미류 변이를 선택한 것 같았는데, 저 종의 특수변이는 바로 ‘집단사고’였다.

정신 감응의 일종으로 전 개체가 하나의 생각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했다.

개인 개체로서의 집단 사고는 의미가 없으나, 저게 만약 무리로 적용되면 얘기가 달라졌다. 만약 개미군단 전체가 하나의 사고로 완벽하게 움직인다면?

끔찍했다.

그냥 달려들어도 힘든데 병법에 대열까지 갖춘 곤충들은 곤충 그 이상의 존재로 거듭난다.

‘저 녀석도 분명 혼자 싸우지는 않을 거다. 주의해야 해.’

그 외도 전갈, 개미귀신, 뱀, 거미 등 종류가 다양했다.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어떻게 싸워야 할지 생각했다.

[브리핑]

목표 : 인섹토이드 포함, 하즈무포카의 하수인들 제거 혹은 적의 공격 범위를 피해 문 안으로 진입.

지훈 일행 -

김지훈, 칼콘, 민우, 가벡. (정상)

스토커, 스프리건을 포함한 언더 다크 일행. (정상)

겐피를 포함한 고블린 부대. (정상)

엘프 마법사들. (부상, 탈진)

기토킨을 포함한 차원 여행자들. (정상)

올텅과 FS유적 최상위 관리자. (정상)

칼날 정글의 주인. (피로)

장갑차 7대, 전투 헬기 1대. (연료 부족)

MES 1대. (전력부족)

하즈무포카의 하수인들 -

개미 형태 인섹토이드.

개미귀신, 전갈, 거미, 뱀,

[작전 사안]

선두로 칼날 주인과 최상위 관리자가 돌진.

지훈 일행, 스토커 등 병력 대부분이 장갑차로 이동.

엘프 마법사와 차원 여행자는 후미에서 지원.

민우는 전투 헬기에 탑승해서 고공에서 지훈의 명령 하달 및 적 정신 감응

정리가 끝나자마자 일행에게 내용을 하달한 뒤, 들고 있던 총 중 AS VAL을 집어 들었다. 시연이 준 총에는 CR이 들어있기 때문에 나중으로 미뤄뒀다.

‘빌어먹을 새끼들, 각오해라.’

이를 꽉 깨물고는 돌진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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