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권능의 반지-160화 (160/173)

<마지막 도약을 위한 준비>

‘왜 안 나와?’

평소라면 어디 문이라도 벌컥 열어서 나왔을 텐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등장이 늦었다. 문제라도 생겼나 싶었지만, 당장은 전투가 끝나 긴장이 풀렸기에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퍼서석!

주변 땅이 무너지더니 계단 모양으로 변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그 안에서 아쵸프무자가 올라왔다.

“끝났어?”

끝났다고밖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머리 위에 핵을 꽂았고, 재생하고 있는 녀석의 몸에 BREE까지 터쳤음은 물론, VGC와 MN탄환. 그것도 파쇄 마법이 부여된 녀석으로 30발을 모조리 꽂아넣었다.

변이를 유지할 힘마저 없어져, 본 모습으로 돌아간 녀석을 발로 즈려밟기까지 했으니 죽지 않으면 이상했다.

“아아. 핏덩이로 만들어 놨다. 저러고도 안 죽으면 그야말로 공포군.”

“내 생각에는 아닌 것 같은데?”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걸까 싶은 것도 잠시.

갑작스레 뒤에서 느껴진 인기척이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 척추에 칼을 박아넣고 찌걱거리는 것 같은 살벌한 느낌!

‘이런 썅!? 뭐야!’

- 이능 발동, 위기 대비.

순식간에 이능이 발동되며 시간이 늦어졌다.

이에 가속을 추가로 발동시켜, 그대로 횡으로 굴렀다. 꼴사납게 어깨로 바닥을 쓸었지만, 그딴 거 신경 쓸 여유 따위 없었다. 폼 좀 잡자고 목숨을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퍽!

아니나 다를까 조금 전에 서 있던 곳에 우악스러운 주먹이 내리꽂혔다. 저걸 맞았다면 목뼈가 부러졌을 터!

‘이런 빌어먹을!?’

위기 상황이 끝나자 느려졌던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

갑작스러운 시간 변화에 적응하며, 허리에 있는 업을 짊어지는 자를 뽑아내는 동시에 거인을 베어 버렸다.

카가가각, 석!

처음에는 두꺼운 가죽에 막혀 기괴한 소리를 냈으나, 세게 휘두른 까닭에 마지막 즈음엔 깊은 상처를 낼 수 있었다.

“그워어어어어!”

거인이 포효하며 다른 주먹을 휘둘렀다!

‘발동, 고공 점프!’

이에 연습했던 대로 마법을 발동, 그대로 점프했다. 3cm 차이로 우악스런 왼손을 피해낸 뒤, 남은 한 손으로 글록을 뽑아 그대로 거인의 뒤통수에 쏴버렸다.

현재 장전되어있는 탄환은 폭발탄환!

직접적인 피해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단지 녀석을 밀어내거나, 균형만 잃게 만들어도 본전이었다.

탕 - 콰앙!

저항이 강하다 한들 물리법칙까지 무시할 순 없다. 중심이 무너진 거인이 제힘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졌다.

이에 빠른 속도로 달려가 목을 베어내려는 찰나…

“Unikaalne kontrolli peatuste ajal. (고유시 제어, 정지.)”

아쵸프무자가 끼어들었다.

“지금 뭐 하는 거지?”

“어차피 끝났어. 더 이상은 낭비야. 소환, 영혼 결박석.”

도대체 뭐가 끝났다는 건지 설명도 없이, 아쵸프무자는 바로 짙은 회색 수정을 소환했다.

“Little Lamb su Jumal avid Ginny kõik sinu teha, valmis LA käsutada oma hinge. (어린 양아 네 탐욕스러운 내 너의 모든 것을 취할지니, 기꺼이 네 영혼을 내놓으라.)”

눈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단지 거인으로부터 짙게 풍겨오던 살기가 사라졌을 뿐이었다.

“무슨 짓을 한 거지?”

“마지막 퍼즐을 집었어. 내가 저번에 하즈무포카를 끝내기 위해선, 그 녀석의 차원에서 죽여야 한다고 했던가?”

“아아. 그래서 그게 뭐.”

아쵸프무자는 영혼석을 창고로 집어넣은 뒤 말을 이었다.

“저 녀석들도 똑같아. 주머니 차원에서 죽어봐야, 영혼은 하즈무포카의 차원으로 재소환 돼서 육체를 재구성하지. 이렇게 영혼을 속박하거나, 본 차원에서 없애지 않는 이상 무한히 되살아날 뿐이야.”

그러고 보면 뭔가 이상했다.

선임자, 곧 이전 반지 사용자들을 몇 번이나 죽였던 존재가 핵 한 방에 죽는다? 그렇게 쉬웠다면 이미 하즈무포카는 골백번도 죽었어야 했다.

아마도 마지막이 아니고서야, 죽여도 죽여도 계속 살아나니 어쩔 도리가 없었으리라.

‘선임자는 이딴 녀석들의 방해를 이겨내며 전진했던 건가.’

본인이 얼마나 터무니없게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됐는지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이걸로 퍼즐은 다 모았어. 원한다면 당장에라도 하즈무포카의 차원으로 보내줄 수 있지만, 추천은 안 해.”

“어떤 이유에서지?”

아쵸프무자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가 말을 이었다.

“지금은 네가 죽어도 시간을 돌려줄 수 있지만, 녀석의 차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불가능해. 나도 그 장소에선 내 능력에 방해를 받거든. 그래서 기회는 딱 한 번이야.”

딱 한 번.

여태까지 지훈은 12,000번을 죽었다. 아무리 능력도 없고, 장비도 없었다지만 저 숫자는 절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었다.

아마 단 한 번에 하즈무포카를 쓰러뜨릴 수 있는 확률은 어림잡아 1% 남짓. 아니, 그것보다도 낮을지도 몰랐다.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지금 당장은 불가능해. 하지만 나중은 아닐 수도 있지.”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동료를 모아. 지금 있는 동료 셋도 굉장히 강력하긴 하지만, 하즈무포카의 하수인들 그리고 하즈무포카 본인을 제압하는 건 불가능해. 내가 파악한 하수인만 스물이 넘어. 설마 넷이서 그 많은 걸 뚫고 갈 생각은 아니지?”

20:4, 어림잡아 한 명이 5명을 상대해야 했다. 하나 잡는데도 이렇게 고생했는데, 혼자서 다섯을 상대한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도 정도가 있지, 얼척 없는 얘기였다.

“그딴 얘기를 왜 이제 와서 하는 거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미리 말 해줬다면 이딴 일은 없었을 텐데!”

“글세… 여태껏 네가 해왔던 짓을 생각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을 것 같은데?”

편하게 가기 위해 대부분을 폭력 혹은 뇌물을 이용했음은 물론, 여차 싶으면 강행돌파도 마다치 않았다.

원래 저렇게 살아왔던 사람이 ‘동료를 모아 놔.’ 라고 했다고 해서 변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절대 안 변한다. 되려 인위적인 행동으로 보여 악영향이나 잔뜩 끼쳤으리라.

“나도 최대한 세력을 모아 볼 거야. 보니까 하즈무포카도 반쪽짜리를 보낸 걸 봤을 때,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들어오라며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안심해.”

만약 당장 죽여버리고 싶었다면, 스물이 넘는 하수인을 모조리 보냈으리라. 그렇게 하지 않은 걸 봤을 때, 그 역시 이번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마 본인 입장에서는 너무 쉬운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게, 여태껏 아쵸프무자가 고르고 고른 자들만 왔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시간제한은?”

“마음껏 써. 마지막이니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던 것과는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쪽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선 그만큼 시간이 필요했기에, 마다치 않았다.

“알겠다. 그럼 준비가 되면 연락하지.”

“아마 설득이 필요할 거야. 그때는 나를 불러, 대망에 있어 그 정도 수고는 할 수 있거든.”

아쵸프무자는 씩 웃고는 허공으로 사라졌다.

‘도대체 누굴 데려가야 하지?’

딱히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인생 헛살았나 싶기도 잠시.

어차피 부딪쳐보기 전에는 알 수 없었기에, 훌훌 털어버리고는 그라운드 제로 밖으로 올라갔다.

바이크에 시동을 걸고 이탈하려는 찰나, 저 멀리서 먼지 구름이 다가왔다.

“저희 왔습니다!”

“지훈, 어디 다친 곳 없어?”

“다행히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군.”

순서대로 민우, 칼콘, 가벡이었다.

“참 빨리도 온다, 이 개 같은 새끼들아.”

위기 대비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없었으면 식물인간이 될 뻔했다.

“미안. 비행기가 불시착해서 어쩔 수 없었어!”

“됐고, 집에 가자. 피곤하다.”

바이크 세 대가 나란히 평원을 달렸다.

“잠깐만, 근데 비행기 조종사는 어쩌고?”

“암시 걸어뒀어요. 아마 몽유병 겪은 기분일 거예요.”

민우가 확신했으나, 어째 살짝 불안했다. 핵까지 꽂은 마당이라 여차 싶으면 나란히 가디언에 꽂기는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해?”

“아, 아마도요…?”

머리가 아파왔으나, 괜히 죄 없는 사람 죽여버릴 순 없었기에 그냥 민우를 믿기로 했다.

[정산]

획득 - 하즈무포카의 차원으로 갈 수 있는 열쇠.

마지막 결전까지 필요한 병력 - 최대한 많이.

지훈 -

개인 획득물 없음.

칼콘 -

[후임자를 위한 선물]

종류 : 전신 판금 갑옷.

등급 : A

재질 : 두 번째 사도의 비늘, 용의 뼈.

요청대로 네 비늘을 가공해서 만든 갑옷이야. 그냥 몸에만 달고 있어도 괜찮을 텐데, 왜 이런 수고를 하는 거야?

- 위대하신 분이시여. 당신의 뜻대로 마지막 도약을 준비하오나, 제가 실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경우 후임자를 위해 아티펙트를 남겨놓고 싶었습니다.

… 그래. 이제 이 세상에서 네 비늘보다 단단한 물건은 없으니까. 탁월한 선택이네. 하지만 난 네가 성공했으면 좋겠어.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를 본다는 건 너무 서글프잖아?

- 당신의 뜻대로 최선을 다하겠으나, 저같이 미천한 존재가 어찌 신을 죽이겠나이까. 저는 저를 믿을 수 없습니다.

실패는 생각하지 말자. 잘할 수 있을 거야.

- 이제 준비는 끝났습니다. 출발하겠습니다.

잘 될 거야. 아니, 잘 되어야 해.

민우 -

[죄수 심문용 정신력 증폭기]

종류 : 서클렛

등급 : A

재질 : 알 수 없는 금속.

당신의 봉사에 미리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본 물품은 죄수를 심문하기 위한 증폭기로, 사용에 굉장한 주의를 요구하니, 숙지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머리에 착용하신 뒤, 원하는 대상에게 집중하면 됩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사용할 시 뇌출혈 및 영혼 오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외에도 이 물건을 사용해 상대방을 장시간 지배하거나, 무의식에 강력한 암시를 사용할 경우 대상에게도 심각한 뇌출혈 및 영혼 오염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하여 주십시오.

본 물품은 죄수 심문용으로, 전투 및 군용이 아닙니다.

무단 반출 시도 혹은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했을 시 #*@* (데이터 누락)될 수 있으며, 저희는 이에 대해서는 일절 책임지지 않습니다. - (주) 선진공업

가벡 -

[거궐, 소궐]

분류 : 장검, 단검

등급 : B

재질 : 아다만티움.

부부검으로 각각 양과 음을 뜻한다.

제작자는 985번 차원에 있는 대장장이였으나, 해당 차원의 기술 수준을 생각했을 때 차원 여행자 혹은 기타 존재의 개입이 의심된다.

실험 노트.

두 검을 한 사용자가 동시에 사용할 시 A등급으로 변한다. 어떠한 원인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으며, 이에 대해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본 물품은 아쵸프무자의 소장품으로, 허락 혹은 증여 없이 사용 시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모인 전력]

(뒤에 있는 숫자는 절대적인 강함을 뜻하는 게 아닌, 편의를 위해 객관화한 수치. 인간 성인 비각성자 남자 평균은 10)

김지훈 - 980 (!)

칼콘 - 320

민우 - 590 (!!)

가벡 - 290

아쵸프무자 - ???

총 전력 합 - 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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