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그리고 회귀>
의외로 쉽게 깨지는 게 있다.
바로 평화다. 평화를 얻는 데에는 수없이 많은 위기와 목숨을 잃을 위기가 필요했지만, 그 반대는 너무나도 쉬웠다.
총알 한 발, 기름 그리고 화약 덩어리.
현 개척지 물가로 따지자면, 일반 탄환 한 발에 1,500원, 기름 1L에 15,000원, 그리고 수제 폭탄은 10만 원 이면 됐다.
10만 원.
이동 중 휴게소에서 먹는 밥 한 끼 가격.
시궁창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몇 번이나 목숨 걸고 도박질 하며 쌓은 평화를 작살내는 가격치고는 너무나도 쌌다.
이는 끔찍한 아이러니임과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둘도 없는 축복이었다.
‘사람 하나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데 겨우 10만 원이라니. 효율이 너-어-무 좋잖아!’
그리고 그 누군가는 바로 파이로였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현재 그는 은신처에 박혀 폭탄을 만드는 중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섬세하게,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해서. 그저 단 한 명에게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겨주기 위한 걸작품을 만들었다.
‘클 필요도 없지. 사람 머리 정도면 충분해.’
IED(급조 폭발물)란 TNT나 기존 화약과는 궤를 달리하는 물건으로 화염병부터 플라스틱 폭탄까지 그 종류가 다양했다.
이에 파이로는 어떻게 죽여야 제일 고통스러울까 고민하다가, 큰 맘 먹고 제일 좋아하는 녀석으로 준비했다.
소위 폭탄 나무로 부르는 위험한 식물의 추출물이었다.
소량으로도 건물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폭발물이었기에, 국가에서도 강력한 제재를 거는 물품이었다.
하지만 언더 다크 소속인 파이로에게는 그저 구하기 까다롭고, 꽤 비싼 재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평소 자잘한 임무에는 C4를 베이스로 한 IED를 만들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그 녀석에겐 이 정도도 부족해.”
마음 같아선 소형 핵을 쓰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그건 파이로도 단 하나밖에 없던 터라 쉽게 사용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핵은 정치, 외교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물건. 잘못 썼다간 언더 다크에서 축출당할 수도 있었다.
결국, 파이로는 현실과 타협해서 BREE(Bomb와 Tree의 합성어. 폭탄 나무 추출액)로 만족하기로 했다.
낡은 수은등 아래에서 손만 바쁘게 움직이길 몇 시간. 파이로는 총 다섯 덩이의 BREE를 만들어 냈다.
“심장 깊숙이 넣어서 터트려 주마, 낄낄낄…!”
섬뜩한 웃음소리가 울리다 뚝 끊어졌다.
파이로가 폭탄을 챙겨 밖으로 향했다.
☆ ☆ ☆
파이로.
언더 다크의 광인이자 폭파광.
본래 거의 성격이었다면, 정면으로 들어가 적의 면전에서 바로 폭탄을 터트렸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절망하고 좌절해라.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게 해주마.’
피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질러 댈 지훈을 생각하니, 파이로는 몸을 추스를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됐다.
‘참 아름다운 비명이었지.’
지훈이 칼콘을 잃고 질렀던 비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천상의 선율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것과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 좋은 소리를 뽑아내리라고 파이로는 마음먹었다.
‘여기가 한국 개척지인가.’
동구 터미널에서 나온 파이로는 주변을 둘러봤다.
‘쇠똥 같군.’
미국에서 태어났고, 미국 개척지에서 성장한 파이로에게 있어서 한국 개척지는 오지처럼 보였다.
- 오, 외국인이다.
- 흑형이네! 간지 작살.
지나가던 남자 둘이 파이로를 보며 중얼거렸다.
알 수 없는 언어였기에 내용은 알지 못했음에도, 파이로는 짙은 불쾌감을 느꼈다.
‘더러운 노란 원숭이 새끼들.’
원래도 인종 차별이 굉장히 심한 파이로였지만, 저번에 지훈에게 당하고 나선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해졌다.
당장에라도 둘을 태워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지만, 애써 참아냈다. 들어오자마자 사고를 쳤다간 방해꾼이 붙을 수도 있었다.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새로운 안전가옥으로 향했다.
언더 다크 절차대로였다면 한국 개척지 관리자인 스토커(시체 구덩이 주인)에게 얘기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호모 새끼도 믿을 수 없다. 정보를 숨기고 있어.’
스토커가 파이로를 싫어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스토커가 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정보를 전해주면 당연히 죽이러 갈 텐데, 어찌 좋아하는 사람을 위험에 처하게 내버려 둔단 말인가?
덤으로 파이로가 한국 개척지에서 사고를 치면 그 뒷수습은 스토커가 해야 했던 이유도 있었다.
은신처에 들어간 파이로는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정체불명의 쪽지가 정확한 정보인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 지훈 및 그 동료들의 행동 패턴도 분석했다.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지훈은 물론이오, 언더 다크, 뒷골목의 여러 눈들에게도 들키지 않게끔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조사했다.
그 결과…
삑!
- 오빠, 민우 씨는 좀 괜찮대?
- 민우 씨는 무슨, 씨발. 둘이 사귀냐?
- 그냥 물어본 거 갖고 뭔 개소리야.
스피커에서 지훈과 지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청이었다.
CCTV까지 설치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훈이 워낙 뒷골목 쪽에 빠삭했기에 무리는 하지 않았다.
삑, 삐비빅.
다음에는 시연, 칼콘, 민우와 가벡 순서였다.
이쪽은 아예 카메라까지 달려있었다.
“크크큭, 재미있네. 재미있어.”
파이로는 그들의 모습을 모조리 훑어봤다.
평소대로 활동하는 모습이 그저 우습기만 했다.
‘집 안에 폭탄이 들어있다는 걸 알면 기절초풍하겠지.’
이미 파이로는 네 장소 모두 폭탄을 매설해 놓은 상태였다.
시연에게는 택배로 위장해서 직접 보냈고, 칼콘은 개인 주택인지라 LPG 가스통 아래에 파묻었으며, 민우와 가벡 그리고 지훈의 집은 아예 건물이 통째로 내려앉게끔 해놨다.
“그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파이로가 미친 사람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전율했다.
☆ ☆ ☆
훅, 훅, 훅.
판크라테온 체육관.
지훈은 현재 기초 체력을 위해 줄넘기를 뛰고 있었다.
각성하면서 육체 능력이 향상되긴 했으나, 워낙 빠르게 움직였던 까닭에 항상 관리를 해둬야 했기 때문이었다.
2단 넘기로 2,000개.
그것도 줄이 눈에 보이지 않을 쾌속으로 했다.
“후 - !”
줄넘기를 끝내고 바닥에 착지하자, 트램펄린에서 갓 내려오기라도 한 듯 몸이 붕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늘은 그만할까.’
짐을 챙겨 나갈 채비를 마쳤다.
‘할 게 너무 많다.’
체력 단련, 사격도 힘든데 이제는 마법까지 배워야 했다.
벤츠에 올라 출발하려는 순간 파멸의 전조가 시작됐다.
뚜르르르 - 뚜르르르 -
아무 생각 없이 받았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여보세요?”
“잘 지냈나?”
갑자기 툭 튀어나온 영어에 기분이 내려앉았다.
지인 중 영어를 아는 사람은 민우 하나밖에 없는데, 목소리를 봤을 때 민우도 아니었다.
‘억양이 독특하다. 꼭 흑인….’
사고가 멈췄다.
딱 하나 생각나는 흑인이 있었다.
칼콘의 팔과 다리를 날린 범인이자, 화염계 이능력자.
“이 개새끼가…!”
손에 힘이 들어가자 휴대폰 외곽이 조금 찌그러졌다.
“진정해, 너한테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려고 전화한 거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중에 발신 위치 뽑아내서 반드시 모가지를 비틀어 주리라고 생각했다.
“백시연. 좋아하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 지금 전화해서 목소리 들어.”
“야 이 개새끼야! 시연이 손끝이라도 건드리면…!”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저 통화가 끊기는 기계음만 났을 뿐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급히 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 뚜르…
“여보세요?
목소리를 듣자 조금 마음이 나아졌다.
“너, 너 어디야!”
“집인데?”
“너 당장 집에서 나와! 나와서 사람 많은 장소, 서구역! 그래 서구역 바로 앞에 서 있어! 길가에! 금방 데리러 갈께!”
시연이 당황한 듯 움츠러들었다.
“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중에 설명해 줄게! 지금 당장 나와!”
“아, 알겠어.”
시연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다 문득…
콰 - … 뚜우, 뚜우, 뚜우 …
뭔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아…? 아….”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아니, 파악하기 싫었다.
☆ ☆ ☆
파이로는 멀찍이서 벤츠를 지켜봤다.
그 안에는 지훈의 실루엣이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크히히힉, 고통스럽지? 그래, 고통스러울 거야. 하지만 말이야… 이제 시작이야.”
파이로가 핸드폰을 열었다.
☆ ☆ ☆
우으으으응 - 우으으으응 -
핸드폰이 울렸다. 받았다.
“얘기는 잘했어?”
“… 이러고도 살아 나갈 수 있을 것 같냐?”
까드드득.
이가 갈리고, 볼에는 눈물이 흘렀다.
“절대로 쉽게 죽이지 않겠다….”
“워, 워. 진정해 친구. 이건 프롤로그야, 본편은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맞춰 봐. 다음은 어딜 것 같아?”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그저 전화를 끊고 지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왜.”
“너 어디야!”
“집. 왜.”
“씨발년아, 당장 집에서 나와!”
지현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짜증을 부렸다.
“아, 뭔데 전화하자마자 욕질인데!”
“집에 폭탄….”
콰 - … 뚝.
부정했다.
전파가 끊긴 거겠지.
다시 전화했지만…
- 핸드폰이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으아아아아아아아!”
울부짖고 있자니, 저 멀리서 작은 폭음과 함께 옅은 진동이 느껴졌다. 뭔가 싶어서 고개를 돌려보니, 하늘에서 짙은 회색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민우의 집이 있는 방향이었다.
멍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마지막 희망을 붙들고 칼콘에게 전화했다.
연결되지 않는다는 소리만 들렸다.
다리에 힘이 풀러 주저앉았다.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았다.
그저 멍 하는 사이에 뭔가 날아왔고, 눈앞에 그 물체가 보인 순간…
- 이능 발동, 점화.
퍼 - - - … … … …
폭탄이 터졌다.
아니, 터졌어야 했다.
원래 터져나가야 할 폭탄은 공중에서 멈춘 채 금방이라도 터질 듯 정지된 불꽃에 휩싸여 있었다.
고개를 느릿하게 들어 쳐다봤다.
‘주마등인가?’
아니었다.
과거 따윈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모든 게 꿈일 거라는 생각만 들었다.
‘만약 꿈이라면 정말 개 좆 같은 꿈이네.’
한숨을 푹 쉬고는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이 끔찍한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었다.
단지 다시 눈을 떴을 땐…
“괜찮아?”
그을음 냄새를 풍기는 아쵸프무자가 보였다.
“네가 그런 건가?”
“시간을 멈춰뒀어. 아마 이걸 풀면 넌 죽을 거야.”
그깟 폭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저건 파이로가 직접 만든 BREE였다. C4를 조금 섞었다지만, 저 물건 하나로 아파트를 무너뜨릴 정도였다.
아마 터지는 순간 온몸이 짓이겨지겠지.
“다들… 죽은 건가?”
부정을 바라며 물었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아마도. 확실한 건 칼콘은 죽었어.”
한숨과 함께 ‘씨발….’이라고 중얼거렸다.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수없이 많은 전장을 지나쳤고, 그때마다 목숨을 건 외줄타기를 하며 끝끝내 살아남았다.
근데 그 끝이 이거라고?
“운명의 신이 있다면… 그 새끼는 존나 쓰레기 같은 변태새끼일 거다. 그래, 너도 그 빌어쳐먹을 신 나부랭이던가?”
아쵸프무자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 맞아.”
“발정 난 개 좆물만도 새끼. 너는 이게 재밌나? 그냥 위에서 모든 걸 지켜보기만 하면서 팝콘이나 뜯고 있는 게?”
욕을 들었음에도 아쵸프무자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즐겁지는 않아.”
“좆까.”
“만약에 내가 널 과거로 보내줄 수 있다면?”
분노, 증오, 좌절로 점철됐던 사고가 멈추고, ‘과거’라는 단 한 단어에 집중됐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보내줄게. 과거로. 이 모든 참변을 막을 기회를 줄게.”
솔깃한 제안이었으나, 동시에 이해할 수 없기도 했다. 공짜는 없듯, 분명 그에 준하는 무언가를 받으려고 하겠지.
대가가 뭐든, 심지어 영혼이라도 줄 수 있었지만…
그 전에 궁금증이 앞섰다.
“무슨 변덕이지?”
여태까지 죽을 위기는 수없이 많았는데, 도대체 왜 이번 한 번만 되돌려 준다는 것이었을까.
“넌 자각하지 못하겠지만, 이미 12,549번만큼 죽었어. 전부 다 내가 시간을 되돌렸을 뿐이지.”
만 이천 오백 사십 구 번.
어이가 없을 정도로 많이 죽었다. 하긴 그 위험을 모두 운으로 뛰어넘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질 않긴 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돌려주겠다는 말인가?”
“그래.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라.”
원래대로였다면 아쵸프무자는 지훈이 사망한 순간 다른 시간으로 이동해 다시 한 번 지켜봤을 터였다.
통보도 없고, 후처리도 없었다.
제멋대로 시간을 돌려버렸다.
“하즈무포카의 개가 인과율에 개입했어. 그것도 벌써 두 번째야. 명백한 규정 위반이지. 그래서 앞으론 네가 죽을 때마다 네 기억을 모두 가진 채 과거로 가게끔 만들 거야.”
“과거… 그 과거에는 모두 살아있는 건가?”
아쵸프무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연, 크라카투스, 지현, 민우, 가벡. 모두 살아있어.”
“네가 원하는 조건은 뭐지?”
아쵸프무자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신은 인간과 거래하지 않아. 인간의 잣대로도 판단할 수 없는 존재지. 하지만 다들 신을 경배할 뿐, 그 누구도 거래대상으로 보지 않기도 해. 그런 의미에서 넌 참 재미있어.”
“닥치고 조건이나 얘기해라.”
“하즈무포카가 밉니?”
이번 일의 원흉이자, 모든 일의 걸림돌.
사실 이전에는 그딴 거 상관없이 그저 귀찮은 장애물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가족을, 배우자를, 동료를 건든 순간 모든 게 변했다.
“증오한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그걸로 됐어. 네 식대로 얘기하면 거래 성사지. 이 시간대에서 마지막으로 남길 말 있어?”
“오늘이 몇 월 며칠이지?”
날짜를 가슴 속 깊이 새겨들었다.
더 이상 미련은 없었다.
“그럼 가자. 맞다. 좀 많이 아플 수도 있어.”
묻기도 전에 시간 정지가 풀렸고…
쾅!
☆ ☆ ☆
“흐어어어어!”
온몸이 터져나가는 지독한 악몽을 꿨다.
식은땀을 닦고 있자니, 허공에 글자가 나타났다.
- Ma tulin tagasi. (돌아왔어.)
그 순간 모든 걸 깨닫고, 바로 시연의 집으로 달렸다.
차나 택시를 타야겠다는 생각 따윈 하지도 못했다. 그저 미친 듯이 달려, 시연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
대답이 없다.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
미친 듯이 연타했다.
10분쯤 지나자 시연이 잠옷 차림으로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새벽에 초인종 그렇게 누르면 무서워.”
살아있다.
시연이 살아있었다!
와락 끌어안았다. 살아있다는 걸 몇 번이나 확인하고 싶어서, 몇 시간이나 그렇게 있었다.
안도감이 들자 그 다음에는 분노가 찾아왔다.
‘하즈무포카, 화염계 흑인… 둘 다 내 손으로 죽여주마.’
무슨 수를 쓰든 상관없었다.
다짐은 확고했고, 그 다짐은 곧 행동을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