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권능의 반지-142화 (142/173)

<-- 신체 능력 강화 -->

온몸이 끓는 것 같은 불쾌한 느낌에 의식을 되찾았다.

“으…….”

눈알이 바싹 익었다가 다시 재생된 탓일까?

꼭 갓 태어난 신생아마냥 앞이 뭉개져서 보였다.

시력이 엄청나게 떨어지진 않을까 싶은 우려가 흘렀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눈앞을 생생히 분간할 수 있었다.

‘어디지?’

보이는 거라곤 에어백이 잔뜩 연결된 것 같은 외벽 그리고 구석에 달린 작은 카메라가 다였다.

지이이잉 -

꿈틀거리자 카메라가 지훈을 향해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자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조리 떠올랐다.

연이은 전기 충격 그리고 이름 모를 약물을 주사 당했다.

흐릿하게나마 헬레이저라는 이름을 들은 것 같았지만 정확하진 않았기에 미뤄뒀다.

‘어떤 미친놈들이 폐허에다가 연구소를 차렸나 싶었더니, 개 같은 보사 새끼들이었나.’

보사.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연구 단체임과 동시에, 돈이 되는 연구라면 그 무엇이든 손을 대는 미친 과학자들이었다.

도덕성이 결여 된 과학.

자본주의에 영혼을 판 과학.

보사에 관한 설명으로 딱 들어맞는 두 마디였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 전신이 고치처럼 돌돌 말려 있었기에 움직임이 힘들었다. 처음부터 과격하게 할 필요는 없었기에 손가락, 발가락부터 시작해 온몸을 점검했다.

‘고장 난 곳은 없군.’

어떻게 탈출할까 고민했다. 아마 이렇게 구속당해 있는 걸 봤을 때 절대로 장비를 차고 있는 상태 같지는 않았다.

‘맨몸인가. 일단 이것부터 끊어볼까.’

온몸에 힘을 줘봤다.

으드드드드득!

몸에 묶여있던 천 덩어리가 비명을 지른다.

한 번에는 불가능하더라도 몇 번 반복하면 될 것 같았다.

힘을 줬다가 쉬었다가를 반복하고 있자니, 문득 머릿속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 지훈 형님이랑 칼콘은 어디 있지?

민우의 목소리였다.

화들짝 놀라 방안을 훑어봤지만 그 어디에도 민우의 모습도, 스피커 비스름한 물건도 보이질 않았다.

‘이건 또 뭐야……. 환청인가?’

재생으로 인해 청각에는 문제가 없을 테지만, 만약 뇌 쪽에 손상을 입었거나 정신적인 문제라면 또 몰랐다.

‘산 넘어 산이네, 씨발.’

환장할 것 같은 마음으로 입술을 씹고 있자니, 다시 한 번 민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젠장, 역시 위험한 장소였어! 여기서 나가야 해!

환청이라기엔 뭔가 어귀가 맞지 않은 내용이었다.

뭔가 싶어 곰곰이 생각하고 있자니 익숙한 목소리, 반지가 끼어들었다.

- 정신계 이능 마인드 링크(Mind link)입니다. 저등급에서는 자기 생각을 전하는 것밖에 할 수 없지만, 등급이 높아지면 상대를 조종하거나, 짧은 시간에 본인의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이능입니다.

정신계 이능?

그딴 거 듣도 보도 못한 이능이었다.

‘정신계 이능은 또 뭐야, 전이계 비슷한 건가?’

정답이었다.

정신계 역시 전이계처럼 단순 각성으로는 가질 수 없는 이능으로, 현존 휴머노이드 중에는 가진 자가 없었다.

과거 FS들이 정신계 이능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그들은 이미 멸종한 상태. 한 마디로 ‘이 세상에서 오로지 민우 하나만’ 가지고 있는 이능이라고 봐야 옳았다.

‘저 새끼는 또 뭔 짓을 한 거야…….’

각성 전 증후군을 앓고 있으려니 했거늘, 이딴 이능력을 개화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봐 내가 민우에게 연락할 수단은 없나?’

- 없습니다. 마인드 링크 사용자의 등급이 높다면 일방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게 가능하지만, 타인이 사용자에게 마음을 전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무용지물이라는 얘기였다.

무조건 민우를 기다리고 있자니 그게 언제가 될지도 몰랐고, 남은 임무 시간은 약 4일 남짓이었다.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고 있다가는 반지도 뺏기는 것은 물론, 영원히 모르모트 신세가 될 게 분명하다.

‘내가 직접 해야 하는 건가.’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웠다.

단순히 몸에 채워져 있는 구속구를 푼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었다.

맨몸으로 제압 봉을 든 경비들을 제압해야 했고, 칼콘과 민우를 구출하는 것은 물론 장비도 되찾아야 했다.

‘용병들은 살아 있을까?’

확신할 수는 없었다.

민우는 마인드 링크를 사용했기에 생존이 확실했지만, 용병뿐만 아니라 현재 칼콘의 생존도 불확실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졌다.

‘장비 없이 나갔다간 얼마 못 가 죽는다.’

아마 이 위험한 곳에 연구소를 차려 놓았다면, 분명 VGC는 분명하고 심하면 MN탄을 지급할지도 몰랐다.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듯 아파지는데, 만약 MES(반자동 외골격 강화복)까지 있다면?

뭔 짓을 해도 탈출할 수 없었다.

BSS 소속 경비야 인간이니 맨손으로 어쩔 수 있다고 쳐도, MES나 터렛같은 기계가 있다면 절대 이길 수 없었다.

맨손으로 콘크리트를 부수는 주먹이라지만, 딱 콘크리트까지가 한계인 주먹이기도 했다. 강화합금을 사용한 장갑은 절대 뚫을 수 없다.

‘씨발…….’

이를 꽉 깨물고 있자니 반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능력 변동이 있었습니다. 확인해 주십시오.

분명 연구 때문에 이상한 약물을 주사 당한 터였다.

빠른 확인을 위해 바로 정보 창을 열었다.

[정보]

이블 포인트 : 59

등급 : B 등급 7티어 (+3)

보너스 포인트 (3)

근력 : D 등급 (23)

민첩 : D 등급 (21)

저항 : D 등급 (24)

마력 : E 등급 (16)

이능 : E 등급 (15+10)

잠재 : S 등급 (?)

신체 변이 - 약한 재생, 화염 속성, 날카로운 감각,

흡수 (!) - 각성자의 시체 및 추출물을 흡입할 경우 그 능력과 이능을 일정 부분 흡수합니다. 반인반목의 광합성이나, 스프리건 종족의 영구 가속 같은 종족 특성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의적인 흡입(특히 동족)을 할 경우 이블 포인트가 상승하며, 잦은 흡입은 종족 변이를 가져올 수 있으니 주의해 주십시오.

이능력 - 집중 E(+1)등급, 가속 D(+1)등급, 마력 부여 E(+1)등급, 주문 주입 E(+1)등급

신체 능력 강화 E(+1)등급 (!!)- 신체 능력(근력, 민첩, 저항)을 증가 시킵니다. 세 능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만큼 지속 시간이 짧으며, 5분 이상 사용 시 근육 영구 파손, 골절, 심정지, 혈액 역류, 내출혈, 내장 파열 등의 강력한 부작용이 동반됩니다.

타 이능과 섞어서 사용할 시 그 지속 시간이 줄어듦은 물론, 부작용 역시 강력해지니 주의해 주십시오.

해당 이능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인간이 얻을 수 없는 이능입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위에 적혀있지 않은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으니 사용에 매우 큰 주의를 요구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정보들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자고 일어났는데 티어가 3개나 올랐음은 물론, 새로운 변이와 새로운 이능까지 생겨났다.

‘도대체 내 몸에 뭘 주사한 거야…….’

무의식중에 들려온 내용 중에 분명 ‘헬레이저’ 라는 이름이 있었다. 헬레이저는 소말리아에서 나타나는 강력한 오우거 강습부대로, 전원이 각성자로 이뤄진 무자비한 녀석들이었다.

‘설마 헬레이저 추출액을 내 몸에 주사한 건가?’

그게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신체 능력 강화’ 이능에 적혀있는 내용 중,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인간이 얻을 수 없는 이능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는 것을 봤을 때 확실하다고 봐야 옳겠지.

자고 일어났더니 능력이 엄청나게 강해졌지만, 기쁜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 개새끼들이 사람을 실험 자료로 써?’

이득을 줬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사람은 아니듯, 동의도 없이 제 몸을 실험체로 쓴 것에 분노가 솟아올랐다.

‘이능 발동, 신체 능력 강화.’

우으으응 - !

왼손에 껴놨던 AMP 반지는 연구원들이 빼 갔는지, 양팔만 작게 진동했다. 마치 온몸에 흐르는 피가 약 3배 정도 빠르게 흐르는 것 같은 착각!

피 대신 쇳물이 흐르기라도 하는 양 온몸이 뜨거웠다.

가속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고통. 하지만 그 고통에 대한 보상으로 지훈의 몸은 그만큼 강해졌다.

근력 : C 등급 (23+10)

민첩 : C 등급 (21+10)

저항 : C 등급 (24+10)

직접 전투 능력치 3개가 전부 C등급.

맨몸으로 전차에 육박할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끄아아아아아!”

악을 쓰며 힘을 주자, 온몸을 구속하던 천 덩어리가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보사도 나름대로 신경을 썼으니 분명 강력한 소재로 만든 천일 텐데도, 마치 휴지처럼 찢어졌다.

“흐아……. 허어……. 꺽…….”

고통에 몸을 내려다보자, 온몸에 있는 혈관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강력한 힘을 얻은 만큼 부작용이 크다는 증거였다.

‘이럴 시간 없다……. 어서 밖으로 나가야 한다.’

문으로 보이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쾅, 콰쾅, 쾅!

주먹이 강화 합금을 우그러뜨리는 기괴한 일이 발생했다.

눈으로만 봐서는 마치 점토를 때리는 것 마냥 쉽게 우그러졌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흐어……. 흐어어억!”

마치 헐크처럼 문 중앙 부분을 때려 작은 틈을 만든 뒤, 그 안에 손을 집어넣어 그대로 세로로 벌렸다.

끼기기기기긱!

쇠가 비명을 지르며 길을 터주기도 잠시. 사람 하나가 지나갈 구멍이 생겼기에 지훈은 바로 밖으로 향했다.

“흐아아!”

바로 반격이나 제압이 들어올 거란 생각과 달리,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사이렌 울리는 소리와 함께 붉은 불빛이 빙빙 돌 뿐이었다.

상황이 어찌 됐든 일단은 보초가 없다는 게 중요했기에, 바로 옆에 있는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칼콘, 칼콘을 찾아야 한다!’

쾅, 쾅, 쾅!

끼기기긱!

약 1분 정도 힘을 소모하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Huaaa! Don't kill me!”

안에는 마법사가 쳐다도 보지 않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흐아……. 흐……. 허…….”

더 이상 고통에 견디지 못해, 신체 강화를 풀어버리고는 마법사에게 다가갔다.

“정신 차려, 이 새끼야.”

따귀를 한 대 때리자 마법사가 초점 없는 눈을 돌렸다.

“의, 의뢰인? 의뢰인입니까!?”

“칼콘 어디 있어.”

“사, 살려 주세요……. 이 사람들 미쳤다 입니다. 샤오핑을 믹서기에 넣고 갈았다 입니다!”

마법사가 지훈의 어깨를 붙잡고 눈물을 토해냈다.

샤오핑이 죽었다는 얘기가 들려왔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그딴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칼콘 어디 있냐고, 이 개새끼야!”

있는 힘껏 벽을 후려치자 풍선 터지는 소리와 함께 에어백 같았던 외벽이 푹 주저앉았다.

“나, 나 봤습니다……. 우리랑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민우도 봤습니다! 그 사람도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따라와, 찾으러 간다.”

“주, 죽습니다! 상대방 무장 했습니다! 나 장비 없습니다!”

마법사가 얼굴을 감싸며 싫다고 저항했다. 이에 가볍게 마법사의 다리 사이, 정확하게는 녀석의 물건 바로 앞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퍼어억!

순식간에 고자가 될 뻔한 마법사는 눈동자를 마구 굴렸다.

“닥치고 따라와. 안 오면 여기서 죽는다.”

“아, 알겠다 입니다! 진정입니다! 나 간다 입니다!”

마법사를 이끌고는 칼콘이 있다는 연구소 쪽으로 이동하려는 찰나, 마법사가 지훈을 붙잡았다.

“여, 여기 기관총 있습니다! 데려가야 합니다!”

“열 수 있냐?”

지훈은 조금 전까지 신체 강화 능력을 사용했던 터라, 잠깐 휴식이 필요했다.

“모, 못합니까? 의뢰인?”

“시간 없다. 버려.”

마법사가 얼굴에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자기라도 살았다는 것에 안도하는 듯했다.

- 이블 포인트가 2 올랐습니다. 현재 포인트는 61입니다.

머릿속에 불쾌한 소리가 울렸으나 애써 무시했다. 지금은 저런 사소한 문제로 발목 잡혀 있을 시간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왜 아무도 없는 거지? 불이라도 난 건가?’

복도를 걷다 문득 시끄럽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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