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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의 반지-139화 (139/173)

<-- 오메가 그리고 탱코 -->

일본 개척지 중앙, 관리국 시계탑 정상.

원래 있어야 할 시계는 폭격으로 사라졌고 지금은 둥글게 뻥 뚫린 공간밖에 없었다.

그 위로 인영이 하나 올라왔다.

몸에 쫙 달라붙는 검은 색 타이즈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꼭 그림자처럼 보였다.

삐빅, 삐빅, 삐빅.

손에 들린 기계장치가 끊임없이 비프음을 냈다.

그림자는 기계장치를 살피곤 무전기로 손을 옮겼다.

- 치직.

“여기는 오메가, 여기는 오메가. 전 분대에게 전한다. 현재 D-15지점에서 한 무리의 탱고 무리를 발견. 숫자는 일곱이며, 둘은 비무장. D-15 주변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분대는 주의.”

무전기에서 차례대로 알아들었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 치직.

“탱고 무리 진행 방향 남서쪽. 곧 데드라인을 지날 예정. 플랜 A로 진행.”

대답을 기다리고 있자니 문득 이상한 무전기 끼어들었다.

- 치직.

- 잠깐만, 아아. 이거 되는 건가? 이봐?

군인과는 전혀 거리가 먼 목소리였다.

- 치직.

“여기는 오메가, 여기는 오메가. 수신상태 양호.”

- 치직.

- 실험체가 떨어졌어. 살아있는 각성자가 필요해. 고등급이면 고등급 일수록 좋아.

- 치직.

“명령 수행. 탱고 분석 후 보고.”

그림자는 이후 탱고 무리를 주의하라는 무전을 보낸 뒤, 눈에 끼고 있던 광학 장치를 매만졌다.

배율이 늘어나며 지훈 일행이 리자드맨과 전투를 하는 게 눈에 생생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 ☆ ☆

타타타타탕 - !

리자드맨이 잔해에 엄폐한 체, 손만 꺼내 AK를 난사했다.

아무리 눈먼 총알이지만 대책 없이 맞았다가는 넘어질 위험이 있었기에 섣불리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반면 일행은 건물 속에 숨어 상황을 지켜봤다.

“이보쇼 의뢰인, 어떻게 할 거요?”

기관총이 다급하게 외쳤다. 얼마 전 리자드맨에게 D등급이 어이없이 당한 걸 봤기에 불안한 것 같았다.

“씨발, 씨발! 내가 가지 말자고 했잖아! 가면 뒤진다고!”

길잡이는 정신이 나갔는지 지훈을 붙잡았다.

떼어내려는 찰나 칼콘이 먼저 움직였다.

퍽!

복부 깊숙이 꽂히는 육중한 일격에 길잡이가 허리를 굽히고 꺽꺽댔다.

“조용히 해, 그런 얘기는 싸움 끝나고 하자. 지훈,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사실 총알을 맞아봐야 방호복 조금 찢어지는 거 말고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지만, 문제는 투창이었다.

D등급이 한 방에 죽은 걸 봤을 때 무조건 아티펙트란 얘긴데, 그딴 게 동시에 네 방 씩 날아오면 칼콘도 버틸 수가 없었다.

‘칼콘에게 숨어서 천천히 전진하는 것도 무리다.’

현재 리자드맨 부대의 전력은 여섯.

사마귀 기수가 둘에, 투창수 넷, 소총수 둘이었다.

전면전을 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숫자다.

그렇다고 거리를 벌려서 저격하자니 엄폐와 지원 병력이 무서운 상황.

어쩔 수 없이 뚫고 지나가야 했다.

“기관총, 연막탄 몇 개나 있어?”

“세 개. 지금 까면 되겠소?”

기관총은 자기 조끼를 두드리며 언제든지 던질 수 있다는 몸짓을 보였다.

“건물 앞에 까.”

팅 -

톡, 토르르르…….

푸시시시시시시!

연막탄이 콘크리트 위를 덮어버리길 기다렸다.

도중 마법사에게는 다른 명령을 내렸다.

“연막의 온도를 높여야 해, 가능하겠나?”

리자드맨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몇몇 파충류가 눈으로 열 감지를 할 수 있다는 건 알았다.

만약 리자드맨이 열 감지를 할 수 있다면 연막이 무용지물이 되기에 또 다른 경우의 수를 생각해 둬야 했다.

마법사는 잠깐 눈알을 굴리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grorila ths väike pliit. (그로릴라를 위한 작은 난로.)”

마법을 부렸음에도 아무런 소리도, 효과도 없었다.

“잘 된 거 맞아?”

“맞습니다. 저기 뜨겁습니다.”

뜨겁다고 말은 하나, 보호복 때문에 전혀 느낄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씨발, 환장하겠네.’

의심에 망설임도 잠깐. 이대로 있어 봐야 포위망만 좁혀지는 꼴이었기에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잘 들어. 거울로 적당히 살펴보다가 저 도마뱀 새끼들이 총구나 창 돌리면 바로 튀어 나가. 칼콘이 선두에 서서 최대한 창 막고, 기관총은 제압 사격 갈겨.”

말이 끝나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렸다!

목적지는 건너편 건물이었다.

다행히 연막이 성공한 건지 달리는 도중 총을 맞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달리자, 눈앞에 유리문이 나타났다.

고민할 것 없이 바로 들이받았다.

뻐억!

와스스스스!

눈앞으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아찔한 광경이 펼쳐진다.

다행히 강화유리인지라 깨지지 않고 그대로 부서져 내렸다.

“후으……. 후…….”

방독면 때문에 호흡이 힘들었기에, 최대한 숨을 고른 뒤 계단을 타고 옥상까지 올라갔다. 이후 몸을 낮춰 난간까지 이동한 뒤 앞에 있는 건물들의 높이를 살폈다.

‘뛰어서 넘을 수 있다.’

더 고민할 것도 없었다.

바로 몸을 내밀고 AS VAL을 내밀었다.

적과의 거리 120, 투창수는 건물 3층에서 사무실 책상을 엎어서 만든 거로 보이는 엄폐물에 숨어 있었다.

손톱보다도 작게 보일 정도였지만, 각성과 날카로운 감각으로 무장 된 지훈의 눈에는 아주 잘 보였다.

‘저 새끼 먼저 조져야겠다.’

거리와 탄도를 계산했다.

대충 어디쯤 쏴야 맞겠다고는 알 수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측정 불가능한 게 하나 있었다.

바로 바람이었다.

아무리 총알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크기가 작아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고 해도 바람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거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작은 힘으로도 피탄 지점이 크게 바뀌기 때문이었다.

‘맞을까?’

확신할 수 없었지만, 더 이상 계산할 수도 없었기에 바로 숨을 멈추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푝!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투창수 머리 뒤에 있던 바닥이 퍼석거렸다. 투창수는 저격을 알아채고는 몸을 숨겼지만…….

푝, 표푝, 푝!

그것보다 지훈의 추가 사격이 더 빨랐다.

목표 투창수가 쓰러지며 몸을 전부 드러냈다.

명중이라는 뜻이었으나, 기뻐할 틈 따위 없었다.

소총수와 투창수들의 눈이 이쪽으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타타타타탕 -

쐐애애액 - 퍽!

굴러서 피하자마자 하늘로 총알 날아가는 것과 함께, 딱 지훈이 서 있던 부분에 창이 틀어박히는 걸 볼 수 있었다.

‘미, 미친 새끼들……. 소리도 안 났는데 어떻게 안 거야.’

인간 기준으로는 알 수 없는 게 당연했으나, 리자드 맨은 달랐다. 공기 진동을 감지해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알 수 있음은 물론, 열 감지가 가능한 시각으로 지훈이 숨어있는 곳을 바로 포착해냈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아까와는 다른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관총이 엄호 사격을 하는 게 분명했기에, 바로 몸을 움직였다.

타타타탓!

큼직큼직하게 달려 도움닫기를 한 후, 난감을 밟음과 동시에 바로 옆 건물로 뛰었다.

후우웅!

보호복 너머로 바람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날아올라, 바로 착지했다. 일반인이었다면 오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낙법을 쳐야 했지만, 지훈은 그딴 거 할 필요 없이 바로 달렸다.

타타타탓 - 턱!

후으응!

이제 한 번만 더 뛰면 리자드맨들이 매복해 있던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잠시 멈춰 손에 들고 있던 아스발을 대각선으로 맨 뒤, 방향을 바꿔 리자드맨들이 있는 건물 쪽으로 달렸다.

‘이능 발동, 가속.’

이능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가속된 속도 그대로…….

하늘을 날았다.

낙하하는 건지, 날아가는 건지 모를 상태.

발아래로 미친 듯이 날아가는 총알과, 입을 쩍 벌린 리자드맨 투창수가 보였다.

‘개 같은 새끼들, 기다려라.’

도착 예정 지점은 리자드맨들이 있는 건물의 5층이었다. 충돌에 대비해 몸을 말았고, 그대로 사무실 유리에 부딪혔다.

와장창!

몸을 추스를 새도 없이 바로 업을 짊어지는 자를 꺼내 들고 비상계단으로 질주했다.

“갸아악- 캭!”

2층이나 차이가 났음에도, 벌써 리자드맨들이 당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투창수의 눈만 돌려도 압승이다.’

리자드맨들이 가진 총기는 분명 헌터들에게 노획했거나, 일본 개척지에 남아있던 물건일 터였다.

그 뜻은 곧 아무리 강해 봐야 OTN 탄이란 얘기였고, OTN 탄으로는 무슨 짓을 해도 칼콘의 방패를 뚫을 수 없었다.

타타타탓!

순식간에 한 층을 내려가자, 계단 아래쪽에 리자드맨 투창수가 나타났다.

녀석은 소리를 듣고 지훈의 속도를 계산했는지, 눈에 보였을 땐 이미 창을 던진 후였다.

‘썅!’

바로 집중 이능을 킨 뒤 벽에 부딪히듯 달라붙었다.

퍼억!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뒤통수로 창이 훅 지나가는 느낌.

창이라는 무기는 매우 무거운 만큼 던졌을 경우 압도적인 파괴력을 낼 수밖에 없지만, 단점도 분명했다.

크기 때문에 재장전 시간이 길다는 거였다.

바로 밀착했던 몸을 되돌린 뒤 검을 휘둘렀다.

도검류는 단검밖에 써 본 적이 없어서 무식한 일격이었으나, D등급이라는 능력치와 B+등급이라는 아티펙트가 합쳐지자 어마어마한 위력이 나왔다.

스걱!

도로 표지판을 가공해서 만든 갑옷을 입고 있던 리자드맨이 그대로 사선으로 양단됐다.

죽음이 확실한 일격이었기에 바로 몸으로 밀쳐내고는 3층으로 진입했다.

‘남은 건 둘인가.’

안으로 들어가자 투창수들이 창을 고쳐 잡고 근접전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아마 기다렸다가 찌를 생각인 모양이었다.

많은 경험이 묻어나는 대응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상대가 좋지 못했다.

훅 -

챙!

내지르는 창을 쳐올린 뒤, 그대로 슬라이딩!

위로 올라갔던 검을 되돌린 뒤 그대로 바닥을 쓸며 리자드맨의 발목을 베어버렸다.

이후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반전해, 리자드맨이 놓친 창을 공중에서 낚아챈 뒤 그대로 창을 들고 있던 녀석에게 던져버렸다.

퍽!

마무리였다.

한 녀석은 다리가 잘렸기에 행동불능이고, 다른 한 녀석은 창에 박혀 즉사했다.

“좆같은 새끼들, 어디 도마뱀이 사람 무서운 줄을 몰라.”

“끼게겍! 겍! 껙! お願い, お願い!”

쓰러진 리자드맨은 되지도 않는 일본어를 지껄이며 목숨을 구걸했지만, 동정 따위 베풀어 봐야 복수로 돌아온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아는 지훈이었다.

투창수를 마무리하고 밖을 내다보니 칼콘이 사마귀 기수와 힘 싸움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푝, 푝!

기수 머리에 깔끔하게 한 방씩 박아주고는, 건물 아래로 내려가 숨어있던 소총수를 처리했다.

☆ ☆ ☆

다시 일본 개척지 관리국 시계탑.

그림자가 무전기를 조작했다.

- 치직.

“여기는 오메가, 여기는 오메가. 베이스에 전한다. 실험체에 적합한 탱고 무리 발견. 각성자 넷에 그중 하나는 A등급으로 보인다.”

- 치직.

- 잡아 와. 딴 놈은 죽어도 되는데 A등급은 죽이지 마.

- 치직.

“저항이 심할 경우 불가능.”

- 치직.

- 팔다리 잘라내도 괜찮으니까, 꼭 잡아와라.

그림자는 작게 욕설을 내뱉고는 무전기 만졌다.

- 치직

“전 분대에게 전한다. 탱고 무리를 포획한다. 플랜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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