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권능의 반지-137화 (137/173)

<--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산다. -->

굵은 탄두들이 순식간에 쏟아져 내렸다!

마치 짧게 끊긴 레이저가 여러 번 날아가는 것 같은 착각!

목표는 그 누구도 아니었다, 단지 아주 잠시나마 적들의 반응 사격을 막을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탄환 소모 및 총열 온도를 생각했을 때, 엄호 사격의 지속 시간은 약 10초 내외.

기지개 한 번 펴면 끝날 짧은 시간.

하지만 지훈에게는 아니었다.

‘이능 발동, 가속.’

우으으으응 -

왼손에 낀 AMP 반지와 양 하완이 진동했다.

타타타타탓!

영화에서 나오는 화려한 움직임 따위 없었다.

그딴 짓 해봐야 노출 시간을 늘려 화망에 노출될 뿐이다.

단지 엄청난 속도로 칼콘에게 달렸다.

타타타타탕!

- 타타타탕!

엄호 사격에도 불구하고 2층에 있던 소총수가 반격을 개시했다. 보통 총만 내밀어 사격하는 것과 달리, 리자드맨은 엎드려 쏴 자세로 정확하게 지훈을 겨냥했다.

그 모습에서 잘 훈련된 군인이 비쳐 보였다.

‘저 개 같은 새끼가…….!’

총을 얼마나 잘 쏠지는 몰랐으나, 혹시 안면 보호용 유리가 깨질까 싶어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달렸다.

갑옷 C 피부 D.

VGC로도 관통할 수 없는 방어력. MN탄을 사용한 스나이퍼 라이플이 아니면 절대 뚫을 수 없었다.

물론 국가 제재 물건인 MN을 일개 리자드맨 따위가 가지고 있을 리도 없었다.

그 말은 곧 리자드맨의 총으로는 절대 지훈을 제압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팅!

팔목에 뻐근한 충격과 함께 총알이 도탄 된다.

입으로 미소를 지으며 칼콘에게 당도하려는 순간, 적도 반격을 개시했다.

타타타타탕!

소총수는 지훈을 쓰러뜨릴 수 없다는 걸 깨닫자 바로 총구를 돌려 기관총 사수에게 제압 사격을 시작한 것!

“으아아아! 씨발!”

이에 기관총 사수가 고개를 푹 숙이고 사격을 멈췄다.

그렇게 엄호 사격이 사라졌다.

소총수의 사격이 다시 지훈에게로 향하고……. 그와 동시에 3층의 투창수가 온몸을 비틀기 시작한다.

뻐근한 느낌과 함께 심장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송곳으로 척추 뼈를 쑤시는 것 같은 섬뜩함.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였다.

‘이능 발동, 집중!’

우으으으응 - !

AMP가 아까보다 두 배는 더 강렬하게 진동한다.

그와 동시에 주변 시간이 느려지기 시작하며, 투창수가 비틀었던 몸을 원상태로 돌리며 창을 던진다!

쐐 - 애 - 애- 액!

시속 150km로 날아오는 창.

초속 40M. 적과의 거리 50M.

피격까지 1.2초밖에 걸리질 않는다는 뜻.

만약 집중 이능이 있었다면 날아오는 걸 보고도 피하지 못할 죽음의 속도였다. 하지만 현재 지훈의 집중 이능은 E랭크.

반 이상 느려진 창과 약 2.5배 빨리 움직이는 육체는 창을 그 죽음을 피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적중 위치는 우측 상완. 대단한 실력이군.’

단순 투창으로 가속을 쓴 상대를 맞춘다는 것에 놀라워하기도 잠시.

피격 직전에 달리던 몸을 그대로 반전한다.

이후 좌측 상단에 날아오는 창을 숙여서 피한 뒤,

그 창을 집어 그대로 다시 반전,

사마귀 기수에게 집어 던졌다.

“개 좆만도 못한 도마뱀 새끼야!”

사자후 같은 함성과 함께, 창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다!

되잡아 던질 줄은 몰랐는지 사마귀 기수가 멍하니 있다가 창을 맞고 풀썩 쓰러졌다.

“캬아아아아악!”

동료를 잃은 리자드맨이 포효한다.

복수를 위해 창 2개가 동시에 날아왔지만, 이번에는 되받아내지 않고 그대로 바닥을 굴러 피했다.

퍽, 퍽!

창은 그대로 아스팔트 바닥을 뚫고 들어갔고, 지훈은 그 사이 칼콘이 막아놓은 장소에 도착했다.

“지훈!”

“열어, 씨발!”

방패가 들리며 틈이 드러났다. 바로 들어갔다.

안전지대에 도착했기에 잠시 이능을 풀고 숨을 돌렸다.

방독면 때문에 호흡이 어려웠지만, 이내 진정할 수 있었다.

“지훈! 괜찮아?”

“아직은.”

살짝 손을 들어 보호복을 살폈다.

아까 받은 총격으로 인해 작은 구멍 3개가 뚫려있었다.

피폭의 위험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임무가 끝난 뒤 병원에서 방사능 좀 빼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칼콘에게 말을 걸었다.

“저 창 막을 수 있겠냐?”

“잘 모르겠어. 리자드맨이면 분명 창은 좋은 거 쓸 거야.”

칼콘 역시 장담할 수는 없었는지 고개를 가로 지었다.

작전을 생각하고 있자니 샤오핑이 끼어들었다. 서툰 한국어였지만 그럭저럭 알아들을 만했다.

“저 투창은 못 막아. 장기전으로 가거나, 미끼를 줘야 해.”

미끼를 준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녀석들 지금 사냥 나온 거야. 아마 필요한 양이 충족되면 그냥 돌아갈 거야.”

교섭이 가능하다면 나쁘지 않았다.

분명 리자드맨 들은 시간을 이용해 조금씩 전진하며 싸운다면 이길 수 없는 상대는 아니었으나, 중요한 건 다른 적이 기습을 할 수도 있다는 거였다.

만약 다른 리자드맨 부대가 후방을 기습한다면?

중간에 껴서 커다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컸다.

“저 녀석들 인간 말 알아듣나?”

“아마 일본어는 알 거야.”

현재 유일한 일본어 가능자는 길잡이였다.

소리 지르면 알아들을 위치였기에 바로 실행했다.

- 길잡이. 교섭을 하고 싶다고 말해라!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기에, 재촉하듯 고함쳤다. 이에 대답이 돌아왔다.

- 지, 진심입니까!?

리자드맨과 전투 경험이 있는 샤오핑과 달리, 길잡이는 말 그대로 길만 안내하는 사람이었다. 아마 몬스터와 교섭이 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듯싶었다.

- 하라면 해, 개새끼야!

결국 길잡이가 일본어로 뭐라 뭐라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귀신같이 총소리가 멈추더니 대답이 돌아왔다.

- 뭐래!

- D등급을 달라고 했어요!

본인이 교섭용품으로 쓰인다는 말에, D등급이 발광하며 소리를 질렀다.

- 개, 개새끼들아! 안 돼! 안 된다고! 살려줘!

무시하고 진행하라고 시켰다. 어차피 죽을 놈이라면 다른 일행의 안전을 도모하는 게 더 옳은 일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선택이라 욕한다고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D등급과 지훈은 거래 관계였다.

위험에 처하면 서로가 서로를 버릴 거라는 사실 따윈 이미 계약과 동시에 인지했을 게 분명했다.

- 으, 으……. 진짜 그렇게 말해요!?

- 다 뒤지고 싶어!?

- 아, 안 돼! 나는 안 돼! 안 된다고!

결국 길잡이가 뭐라 뭐라 소리를 질렀다.

D등급은 미친 듯이 절규했지만, 그나마도 창 날아가는 소리가 나더니 뚝 끊겼다.

리자드맨 측에서 소리를 질렀다.

- 물러나면 시체를 챙겨서 사라지겠다고 합니다!

함정일 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전면전 하려면 몸을 밖으로 내밀어야 했기에 교섭에 응했다.

칼콘이 리자드맨 쪽을 경계하며 서서히 움직였고, 샤오핑과 지훈은 그 뒤에 찰싹 달라붙어 이동했다.

이후 마법사와 기관총을 챙겨 사거리 밖까지 이동, 민우와 길잡이를 챙겨 100M 정도 멀어졌다.

“저, 정말 괜찮을까요?”

“어차피 뒈질 놈이었고, 어차피 싸워야 할 적이었어. 녀석들이 시체 챙기고 다시 싸움 걸어도 변하는 건 없다.”

사마귀 기수가 조심스럽게 D등급에게 다가갔다.

이후 거대한 사마귀가 앞발로 D등급을 잡았고, 리자드맨은 주변을 돌아 박혀있던 창을 회수했다. 기수가 사라지자 투창수가 마지막으로 고함을 지르곤 자취를 감췄다.

“약속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듯 동요했으나, 지훈의 감각은 분명 적이 사라졌다고 말하고 있었다.

칼콘을 선두로 다들 몸을 웅크려 뒤에 찰싹 달라붙었다.

불편한 자세로 느리게 이동하느라 힘들었지만, 다들 습격에서 안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불평하지는 않았다.

리자드맨들의 말대로 다시 한 번 습격을 당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

크레이터를 지나자 다시 폐허가 된 도시가 나타났다.

습격을 당한 전례가 있었기에 선두를 칼콘으로 바꿨다.

“음……. 슬슬 헌팅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깊게는 잘 안 들어오거든요.”

마음 같아서는 디스톨팅 스톤이고 나발이고 바로 연구소로 향하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명분이 없었다.

일단은 헌팅을 하며 용병들에게 신뢰를 줘야 했다.

‘결국 갈 수 밖에 없겠군.’

슬쩍 고개를 들어 하늘을 확인했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헌팅은 이 지점부터 시작하지만, 오늘은 쉰다. 야간 헌팅은 위험해.”

“훌륭한 선택입니다.”

방사능이 가득한 곳에서 쉴 수는 없었기에, 일행은 안전한 장소를 찾아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상업 빌딩이었는지 넓은 홀이 인상적이었다.

과거였다면 홀 안에 사람이 넘쳐났겠지만, 지금은 단지 방사능으로 큼지막해진 바퀴벌레와 그걸 잡아먹고 사는 쥐밖에 보이질 않았다.

먼지를 잔뜩 머금은 계단을 올라 15층에 도착했다.

사무실로 쓰였는지 안에는 파티션이 가득 들어있었다.

“안전 확인한다. 길잡이랑 민우는 여기 있고, 나머지는 진입해서 벌레나 몬스터 확인해.”

다행히 위협이 될 만한 요소는 없었다.

사무실 유리도 아직 멀쩡하게 붙어있었고, 단지 드문드문 사람 머리통만 한 바퀴벌레가 보일 뿐이었다.

모조리 쏴 죽인 후 파티션을 치워 공간을 만들었다.

그다음엔 천장에 붙어있는 형광등을 20개 정도 뽑아낸 뒤, 사무실로 들어올 수 있는 복도와 계단에 모조리 흩뿌렸다.

아마 침입자가 들어온다면 소리로 알 수 있을 터였다.

“이제 방독면이랑 보호복 벗으셔도 돼요. 조금은 피폭될 테지만, 그 정도는 병원에서 뽑아낼 수 있습니다.”

길잡이의 말에 모두 보호복을 벗고 숨을 들이마셨다.

좋은 공기는 온데간데없이 먼지와 쥐똥 가득한 냄새가 났지만, 방독면 없이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주변에 너부러진 서류와 가구들을 부숴 모닥불을 만들었다. 파티션으로 할까 했지만, 유독가스를 우려해 그만뒀다.

불침번은 샤오핑, 기관총, 마법사, 길잡이가 섰다.

왜 지훈 일행은 안 하냐는 불만이 있었지만…….

“일 끝나고 돈 주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해?”

자본주의 논리에 짓눌려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새벽 4시경.

불침번인 마법사를 제외한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누군가는 고된 이동에 지쳐 코를 골기도 하고, 누군가는 악몽에서 숨으려는 듯 몸을 말아 웅크리기도 했다.

반면 마법사는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훑었다.

일행이 도착하기 전 사무실을 차지하고 있던 곤충들은 이미 전부 시체가 되어 있었고, 이 높디높은 건물에 누군가가 올라올 것 같지도 않았다.

아무리 위험천만한 존재들이 돌아다닌다고 한들 일본 개척지는 인구 밀도가 엄청나게 낮은 장소였다.

들쑤시고 다닐 때나 적과 마주치는 거지, 고층 건물에 캠프치고 가만히 있으면 모두 죽은 듯 고요하기만 했다.

‘심심하다 입니다.’

마법사는 이내 스태프를 만지작거리며 작은 불꽃을 피웠다 껐다 하며 시간을 죽였다.

그러다 문득…….

- 콰과과과광!

드드드드…….

마법사가 실수를 한 건 아니었다.

단지 유리 너머로 거대한 화염이 솟구쳤고, 그 반동으로 인해 유리가 겁먹은 듯 오들오들 떠는 거였다.

일행은 깊은 수면상태인지라 깨어난 사람은 없었지만, 마법사는 온몸에 소름이 돋은 듯 입만 어버버거렸다.

단순 화마만 솟구쳤다만 현대병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아니었다.

화마 다음에는 푸른빛이 일렁거리며 하늘에 전기 꽃이 피어나갔고, 다음으로는 짙은 녹색 독구름이 솟아올랐다.

다행히 그 독구름이 일행에게까지 오지는 않았기에 마법사는 조용히 그 모습만 지켜봤다.

마법은 약 5분 정도 번쩍거리다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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